국가대표
이글은 픽션입니다. 설정상 현대와 다른 점은 양해바랍니다. 이름이나 기타 회사명이 같은 것들은 우연입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K리그가 활성화되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는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의 탓도 있겠지만, 구단들의 적자가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적자를 해소할 방안이라도 있는 건가?”
“하하, 사장님도...제가 어떻게 그런 방법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간단히 생각하면 구단의 적자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수입을 늘리면 해결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 그 방법을 모르니 다들 적자를 보는 거지.”
“그러자면 관중이 늘어야 하겠지요. 그러려면 팬들의 구단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할 거고요.”
“그래서?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특별한 방법이야 있겠습니까? 다만 경기가 좀 더 다이내믹 해지고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나와주어야지요. 그러면 관중은 자연히 몰리겠지요. 하지만 그에 앞서 연고지 구단에 대한 애착이 우선 되어야겠지요.”
“흠. 야구처럼 연고지 관중들의 응원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 그러자면 연고지 출신의 스타가 있어야 할 테고....그래서 자넨 강원 FC로 가고 싶다는 건가?”
“제가 K리그로 간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팀들보다 못한 조건으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강원 FC는 기본적으로 강원도민들이 모금해서 시작한 구단 아닌가? 물론 몇 개 기업이 스폰서로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를 보고하는 준조세형식의 후원일세, 거기에 지자체의 예산이 더해져 구단 운영자금이 되는 것이지...구단주도 강원도지사라 구단 대표를 임명하는 것도 이사회보다는 실질적으로 구단주인 도지사가 좌지우지한다던데..”
“저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기업이 없다 보니 구단 자체가 영세하고 선수단 수도 대폭 줄여 그 비용으로 빚을 갚는 데 쓴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강원 FC로 가고 싶다는 말인가? 드래프트제가 사라지고 완전자유계약제로 바뀌어서 그럴 필요도 없어졌는데?”
“......풍운에서는 혹시 강원 FC에 출자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십니까?”
“....지금 우리가 규모를 키워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투자할 곳이 많아 지금은 여유가 없네만....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계약금이나 연봉을 구단의 주식으로 받으면 어떨까 하는 거 말입니다.”
“계약금하고 연봉을 구단 주식으로 받는다고?”
“네, 지금 같으면 구단 주식이 액면가 이하일 거 같은데....안될까요?”
“자네....강원 FC를 갖고 싶다는 건가? 그러려면 강원도하고 협의해야 하고 도의 예산이 중단되면 순수한 후원이나 수입으로만 구단을 운영해야 하네. 그리되면 앞으로 계속될 적자는 어쩌고?”
“인수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팀의 실력은 제가 끌어올릴 자신이 있습니다.”
“축구가 혼자 하는 경기인가? 거기다가 K리그 자체가 인기가 없는 게 더 문제일세.”
“...안될까요?”
“글세...자넨 유럽으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인가?”
“아니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저도 세계최고리그라는 유럽으로 가서 그곳 선수들과 겨루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건가? 자네가 몇 년간 강원 FC에서 뛴다고 해도 유럽으로 떠나가버리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올 팀이네. 결국 적자가 이어지면서 팀이 해체되고 말 거야.”
“그러니 풍운에서 출자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말씀드린 겁니다. 만약 제가 유럽으로 떠나도 이적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면 그 자금으로 구단에 좋은 선수를 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원 FC를 도민구단이 아니라 풍운과 도민의 합작 구단으로 만들면 제가 1부리그로 올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면 풍운에도 득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이 친구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구만...정말 구단주가 되고 싶은 건가?”
“.....그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2부리그로 떨어진 시도민 구단의 앞날이 불투명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구단과 접촉해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세. 자네가 정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한번 고려해보도록 하지.”
“그럼, 정말 강원 FC로 갈 생각이냐?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K리그 구단들의 접촉은 전부 거절해야겠구나.”
“아직은 시간이 좀 있으니까 사장님이 물밑으로 접촉을 해보시고 작은아버지는 K리그 구단들의 접촉에 일단은 계획이 없다고 미루어주세요.”
“허허..네가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니 앞으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그들은 더 몸이 달을 것이야. 그럼 네 몸값도 더 올라가겠지.나도 강원 FC와 협상하는 데 유리할 테고 말이다.”
준환도 세린이 강원 FC를 인수하고 싶다는 말에 흥미를 느꼈는지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팀이 1부리그로 올라가고 세린의 활약으로 관중이 늘게 되면 흑자를 보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풍운 스포츠의 앞날에도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성사될 때까지는 모든 일은 우리 세 사람만 아는 걸로 하고 비밀에 부치도록 하자.”
“알았어요, 작은아버지.”
“허허허...그나저나 프로축구단을 인수한다라....생각도 못 해본 일을 하게 됐구나. 재미있겠어.”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여보, 이번 올림픽 때 당신하고 세라를 데리고 브라질 여행이나 갈까 생각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브라질이요? 장사는 어쩌고 거기에 가요?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럴 형편이 되나요?”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장사를 정리하자고, 내가 받는 월급만 가지고도 충분히 생활은 가능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어떻게 하던 장사를 그만둬요? 당신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에게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세린이가 내게 스카우트 비용으로 준 게 있어.”
“스카우트비용이요? 당신이 뭐라고 스카우트 비용을 준다는 말이에요? 실무는 직원들이 다한다면서요?”
“어허~, 이 사람이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실무는 직원들이 하지만 큰 협상은 내가 하는 거라고, 대기업 하고 CF 계약을 할 때도 올림픽하고 연관 지어 계약한 것도 다 내 생각이야. 세린이가 금메달만 따면 30억 이상의 수입이 더 생기는 것도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런 게 있어요?”
“그럼, 그리고 우리 회사의 지분도 절반은 내 몫이야.”
“....세린이가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삼촌이라고 생각을 많이 해주네요. 그런데 얼마를 받았다는 거예요?”
“....당신이 장사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받았으니까 당장 장사를 정리해요.”
“도대체 얼만데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음...놀라지 마, 10억을 받았어.”
“헉!....10억.....을 받았다고요? 정말이에요?”
“그래, 지난번에 수입을 정리해서 얘길 해주었더니 내 몫으로 10억을 챙겨 주더라고.”
“그래서 그걸 덥석 받았단 말이에요?”
“아니...처음엔 너무 많다고 거절했지. 그랬더니....더 이상 당신하고 내가 돈 때문에 고생하는 게 맘에 걸린다는 거야. 대신 어머니한테 좀 더 자주 들려달라고 말하더라고.”
“아니....아무리 그래도 10억이라니....세린이가 정말로 10억을 주었단 말이에요?”
“허 참...여기 이걸 봐! 꼭 이렇게 통장까지 보여줘야 믿을 거야?”
성일이 통장을 꺼내 아내에게 보여주자 통장을 펴본 그녀가 입을 벌리고 다물 줄을 몰랐다.
“그리고 세라가 노래에 소질이 있다며 그쪽으로 나갈 수 있게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다고 하더라고..”
“세라가 노래에 소질이 있다고요? 어떻게 우리도 잘 모르는 걸 알고 있는 거에요?”
“세라가 제 오빠 마라톤 나갈 때 전날 불러줬던 모양이야.”
“...우리가 먹고살기 바빠 딸의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니....흑..세라한테 미안하네요.”
“그거야 이제라도 당신이 장사를 정리하고 세라에게 잘해주면 되잖아. 울지 말고 앞으로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흑..정말 그래야겠어요, 세린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번에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일이 생겼어.”
“세린 이한테 빚을 갚을 수 있는 일이라니....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지난번에 세린이가 부상을 당해서 같이 병원에 갔었는데 거기에 세린이 여자친구 동생이 입원했더라고.”
“여자친구요? 누구? 강선영 그 여자 말이에요?”
“아니, 그 여자는 나이가 몇인데 세린이 여자친구겠어?”
“요즘 나이 몇 살이 무슨 대수예요? 연하남이 대세라고 뉴스에도 나올 정돈데...더구나 세린이 정도라면 능력도 있겠다, 잘생겼겠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여하튼, 그건 아니고....바이올린하는 친구가 있더라고. 나이도 동갑이고 얼굴도 강선영 그 여자 뺨치게 예쁜 여자야.”
“어머! 언제 그런 애를 다 사귀었데요?”
“...사귄 지는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세린이가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
“그럼 우리 집에도 한 번 데려오라고 해요. 한번 보고 싶네요.”
“그런데...그 여자애 동생이 백혈병에 걸린 거야. 골수 이식을 안 하면 죽게 생겼다는군. 그래서 세린이가 자기 골수라도 이식해주겠다고 검사를 받았어.”
“어머, 세상에! 골수이식을 해 줄 정도로 세린이가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럼 앞으로 진짜 조카며느리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그런데 안타깝게도 맞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거야.”
“저걸 어째....그럼 그 애는 그냥 죽음만 기다린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세린이도 그랬잖아요.”
성일의 말에 안타까운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아내를 본 그가 내심 회심의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다행히 그 애에게 골수이식이 기능한 사람이 나타났어.”
“정말이에요? 아....다행이네요, 그 애가 죽기라도 하면 세린이가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그렇지? 정말 다행이지?”
“그럼요...그런데 그 사람이 골수를 기증해주기로 한 거예요?”
“응, 그런데 아직 가족들에겐 말을 못한 상태라 가족들이 반대하면 골수를 기증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그의 말에 안타까움을 표하던 그녀의 얼굴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얼굴을 굳히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당신.....설마, 그게 당신이란 건 아니죠?”
“으,응?.....그게....세린이가 같이 검사하자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같이했는데....”
“정말 당신이란 거예요?”
“아, 아니...그게, 기증해도 길어야 한 달이면 정상적으로 골수가 다시 생기고 후유증도 전혀 없다는 거야. 사람들이 모르고 오해를 해서 그렇지 의학적으로 후유증이 보고된 사례가 전혀 없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내가 반대할까 봐 통장을 꺼내 보여주고 그런 거예요?”
“아, 아니 그런 게...아니고.”
“그런 게 아니면 통장에 찍힌 날짜가 돈 받은 지 한 달도 더 되었는데 왜 이제야 통장을 보여주는 거냐고요?”
“으, 응? 그거야....당신을 놀라게 해주려고 하다 보니까....”
“내게 숨긴 게 이것만은 아니죠? 또 뭐가 있어요? 사실대로 말 안 할 거예요?”
“숨기긴 뭘 숨긴다는 거야? 이 사람이 이제 생사람 잡겠네.”
“흥! 이런 큰일도 숨기는데 당신이 숨기는 게 없다고? 그걸 믿으라는 거예요?”
‘하...이런 젠장, 세린이 녀석 때문에 오늘 내 본전을 탈탈 털게 생겼구만....’
“나다.”
“네, 작은아버지. 작은 엄마한테 말씀하셨어요.”
“그래, 네 숙모도 찬성했다. 날짜가 잡히면 이식하도록 하자.”
“감사합니다, 삼촌.”
성일의 말에 세린이 흥분한 듯 소릴 높이자 전화를 하던 성일이 피식 웃었다.
“그 여자애가 그렇게 좋으냐?”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난 그저 성철이가 병을 이겨낼 수 있게 돼서 기뻐서 그런 거라고요.”
“야 이 녀석아, 네가 그런 생각보다 그 애 누나한테 맘이 있다는 거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잡아떼면 나도 생각을 달리해봐야겠다.”
“.....뭘 잡아뗀다는 거예요? 그거하고 서영씨 하고는 별개의 문제라고요.”
“서영씨? 같은 동갑내기끼리 무슨 씨 자를 붙이는 거냐? 니 그 말만 듣고도 니가 그 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구만.”
“...참, 아니라니까요. 내가 서영씨에게 호감이...조금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만 그런 건 아니라고요.”
“하하하..알았다. 조카 연애문제에 간섭하는 거 같으니 그만하마. 어쨌든 이번 일로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구나.”
“....어쨌든 고맙습니다.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께도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그래, 이번엔 나도 좋은 일 하게 돼서 마음이 뿌듯하구나.”
숙부와 통화를 마친 세린이 서영에게 전화하려다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가 기뻐할 얼굴이 떠오르자 마음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 여보세요..저 세린인데요.”
“네, 밤늦게 웬일이세요?”
“저기... 아까 했던 얘기 있잖아요?”
“아까...했던 얘기요? 무슨 얘길 말씀하시는 거예요?”
“골수기증 말이에요.”
“아! 네, 어떻게 허락....하셨나요?”
“네, 숙부님과 숙모님이 흔쾌히 기증을 해주시겠다네요.”
“정말이요? 그 말이 정말이에요?”
“네, 방금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그러니 성철이 일은 더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네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흑흑..”
서영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울음까지 터트리자 세린도 가슴이 뿌듯해졌다. 자신이 기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숙부를 검사하게 하고 숙모를 설득하게 부탁해서 이루어진 일이니 자신의 공이 없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야? 왜 울어 서영아?”
“흑흑..오빠, 우리 동생...기증자가 허락했데요.”
“정말? 다행이다..정말 다행이야..”
세린이 서영의 반응에 만족해 웃음을 띠다가 휴대폰을 통해 서영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속에 다른 남자의 말이 들리자 그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남자하고 같이 있는 거야? 그럼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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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요즘 한 2주 정도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바람에 연재가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좀 더 성실하게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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