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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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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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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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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9쪽

과거사(4)

DUMMY

크롸앗! 쾅! 쾅! 아아악!

" 신께서 너희에게 죽음을. 아멘! "

두 무리의 집단이 팔차선 도로 한가운데서 충돌하고 있다. 그 중 한무리는 좀비들을 앞세워 인간들 중심의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간중간에 가까이 다가간 좀비들이 터져나가며 특수부대 장비를 입고 마치 전경이 착용한 듯한 커다란 합성금속 방패를 든 만월회 대원들을 나가떨어지게 하고 있었다.

" 대원들은 좀비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최대한 막아라! "

만월회 대원들은 둥그런 방진을 짜서 사방에서 덮쳐오는 좀비때를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소음기 달린 기관단총이 연신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투투툭! 투투투!

하지만 그들이 모두를 감당하기에는 좀비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계속 넓게 짜인 방진이 점점 줄어들어 서로의 어깨가 부딪힐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그 순간 그들을 넘어 시커먼 그림자가 떨어져 내리며 소리쳤다.

" 모두 집중해! 으랏차앗! "

그 그림자는 거의 삼미터가 넘는 거구에 온몸이 새카만 강철로 이루어진 인간 모형의 철덩어리였다. 만월회 경비팀장 김철우의 능력이었다. 그 모습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쉰 대원들은 더욱더 힘을 내며 좀비들을 밀어붙혔다.

김철우는 도로에 널려있던 자동차를 한손으로 들어 좀비들에게 던지고 주먹과 발을 휘둘러 좀비들을 날려버렸다. 그의 가까이에서 좀비들이 굉음을 내며 폭탄처럼 터졌지만 입고 있던 옷들만 찢어지고 변형된 몸둥아리는 흠집하나 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좀비들을 지휘하던 성직자 차림의 수단을 입은 사내, 구루가 옆에서 지켜보던 제너럴에게 지시했다.

" 제너럴, 네가 나가줘야 겠어. "

" 크크큭, 드디어 출전인가? 저 쇠덩이를 뭉개버리면 되는건가? "

한걸음 내디디는 제너럴의 등뒤로 수많은 촉수들이 안개처럼 솟아올랐다. 하나하나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물어뜯을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크기를 불린 제너럴이 달려나가 좀비들을 뭉개고 있던 철우의 뒤를 점했다.

" 앗, 대장! 뒤.. "

콰앙! 그것을 본 대원이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일격을 당한 철우는 수미터를 날아가 자동차 더미에 쳐박혔다. 자동차 한대를 완전히 구기며 쳐박힌 철우가 들러붙은 자동차 부속품들을 몸에서 떼어내며 일어섰다. 얻어맞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목을 돌리는 철우는 자신을 공격한 제너럴을 노려보며 발을 굴렀다.

" 촉수 플레이! 극혐! "

철우가 밟고 있던 아스팔트가 터져나가며 순식간에 가속을 한 철우가 제너럴의 면상을 향해 철권을 그대로 휘둘렀다. 이미 대비하고 있던 제너럴이 촉수들이 뭉치듯 그를 감싸며 그 철권을 막아섰다.

퍼억! 망치로 고기때리는 소리와 비슷한 소음과 함께 철우의 주먹을 그대로 감싼 촉수들이 그 팔을 따라 어깨까지 촉수를 키워나갔다. 철우는 그것을 징그럽다는 듯이 떨쳐내듯이 주먹을 뽑아 들고 다시 내질렀다. 그렇게 무식하게 양쪽 주먹을 번갈아가며 휘두르는 철우와 그것을 효율적으로 막고 있는 제너럴의 모습은 그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네 놈이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크크큭, 에너지가 떨어지는 순간 넌 끝이야. "

" 흥! 그전에 이 촉수를 네 똥구멍에 처 박아주지, 으랴앗! "

거칠게 촉수를 잡아 뜯는 철우와 어느새 새로운 촉수를 뽑아내 철우의 곳곳을 물어뜯는 제너럴의 주변으로 다가서지 못한 채 좀비들을 상대하는 대원들은 서서히 식은땀과 함께 체력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건 좀비들도 마찬가지 였다. 포괄적인 명령을 듣지만 세세한 부분을 컨트롤하지 못해 많은 좀비들이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갈려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구루가 다시 말했다.

" 호오, 제법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요. 저기 차에 타고 있는자가 총관이 맞는걸까요..? 열어봐야 알겠네요. 아귀가 수고 좀 해줘야 겠어요. 아멘. "

" 드디어 내 차례가 온건가? " 출렁거리는 뱃살에 온몸에 살이 덕지덕지 붙은 채 나서는 아귀의 한손에는 인간의 다리가 들려있었다. 그것을 뜯으며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 그대로 만월회 대원들이 방진을 짜고 있는 곳으로 다가섰다.

대원들 역시 아귀의 등장에 긴장을 하며 경계를 올렸다. 그런 그가 사격 범위내로 다가서자 기관단총에서 불을 뿜었다. 콩볶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귀의 묵직한 살덩어리가 연신 출렁거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총알이 뚫리거나 피가 솟구치는 곳은 없었다.

아귀 역시 표정변화 없이 들고 있던 인간의 다리를 뜯어먹으며 대원에게 접근했다. 그 모습에 질려 더듬더듬 걸음을 뒤로 물리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허공에서 그리듯이 나타나 그대로 아귀의 머리에 칼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살이 갈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대로 칼이 살에 파묻히는 모양만 그려졌다.

" 흥, 돼지새끼. 오늘 해제해 주마. 까드득.. "

어느새 다시 대원들 사이로 내려선 그 인영, 선샤인이 아귀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녀의 등장에 뒤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구루가 잇몸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 선샤인까지···? 호오 그럼 차안에는 회주가 있겠구나. 그 회주의 그림자 불리는 선샤인이 나타난 걸 보니 말야. 크하하, 오늘 그냥 피래미 잡으러 왔다가 대어를 낚았네. 얘들아, 가라! "

아직도 대기중인 좀비가 넘쳐나는지 어디선가 계속 좀비들이 나타나 대원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를 악문 대원과 소속 사이퍼의 눈에 독기를 품고 더욱더 거칠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좀비폭탄과 엄청난 수의 좀비들, 변절자까지 등장한 이 싸움의 구도는 만월회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몰아붙이고 있는 도중, 세상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흘렀다.

" 뭐,뭐냐.. 크윽.. 결계가 없었다면.. "

자신의 목을 절반 넘게 파고든 단검을 한손으로 쥔 구루가 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언제 내렸는지 자동차의 문을 열고 그 앞에 서 있는 긴생머리의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 회주의 손도 피투성이 상태였다.

" 네.. 년이구나. 능력이 뭐지? 시계열? 크윽, 꽤나 까다롭구나. 하지만 이미 안 이상 방비를 통하면 그 정도는··· "

파창! 또 시간이 멈춘 느낌과 함께 자신의 결계가 깨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쳐둔 결계를 단순히 힘으로 뚫을 수 없는 그녀는 자동차에 기댄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강력하지만 몸에 부하가 많이가는 능력이 분명했다.

그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는지 비명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크아악! 철우와 한참 드잡이를 하고 있던 제너럴의 비명소리였다. 어느새 그의 한쪽 눈 깊숙이 단검이 박혀 울부짓고 있었다. 그 사이를 철우가 달려들어 후속타를 날리려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좀비폭탄에 이어지지 못했다.

" 이.. 크륵, 발악하고 고통에 울부짖어라. 오늘도 그것이 마지막 일테니.. 아멘! "

제너럴 정도의 부상은 몇명의 인간만 희생되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었기에 그에게 최대한 막으라는 지시를 내린 구루가 다시 좀비들을 불러들여 상대를 덮쳐나갔다.

콰쾅! 퍽! 퍽! 한쪽에서 연신 고기덩이를 치는 소리와 고함과 비명소리까지 다시 난장판으로 변한 장내는 그 판도가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 사이에서 단연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선샤인이었다.

대원들이 위험할때마다 나타나 뒤로 물리고 아귀를 가지고 놀듯이 상대하는 모습은 전장의 여신과 같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치명타를 날리지 못해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다.

" 이 상태로는 안돼. 모두 전선을 끌어올려 이 자리를 벗어난다. "

그렇게 판단한 선샤인이 철우와 눈짓을 주고 받으며 힘을 아꼈다. 그런 기색을 눈치 챘는지 구루도 크게 지시를 하며 더욱더 강도를 높여 몰아붙였다. 틈틈이 회주가 나서서 시간이 멈추는 동시에 단검들이 제너럴과 아귀에게 박혀들었지만 구루의 결계로 인한 방어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 지금! "

소리친 선샤인이 아귀를 붙잡고 어디론가 사라지자 철우가 있는 힘껏 끌어모은 에너지를 담아 제너럴을 후려갈겼다. 퍼어억! 살집 터지는 소리와 함께 떠오른 제너럴이 정신없이 물러서며 허둥거리자 철우가 외쳤다.

" 모두 빠르게 빠진다. 방향은 병원, 전속력으로 간다! "

철우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좀비벽을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그냥 두고볼 구루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진행하는 방향의 양쪽으로 폭탄좀비들이 미친듯이 파고들었다. 마치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듯 폭음이 터지는 가운데 대원들은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온몸을 던져 폭발을 막아 나갔다.

꽈르릉! 사방이 뿌옇게 변할 정도로 폭발이 이어지고 썩은 냄새를 풍기는 좀비조각들이 사방을 날라다녔다. 그 하나하나가 폭발에 힘을 더해 대원들의 전신을 찢고 가르며 지나갔다. 대원들의 옷이 방검, 방탄 재질의 소재를 이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방어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필사의 탈출이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힘이 다한 회주는 방탄차에서 휴식을 취하며 외부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그 옆에서 집사가 주먹을 쥔 채 긴장한 얼굴로 차장을 통해 바깥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

" 네, 너무 걱정마세요. 대원들이 잘 막아내고 있으니.. "

집사를 안심시키는 회주는 자신의 안일함에 자책하는 목소리를 냈다. 설마 이 정보가 저들의 귀에 들어갔다고 해도 구루가 직접 나설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고전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빠드득.. 그런 상황과 자신에게 화가 치민 회주는 오랜만에 분노를 표출하며 이를 갈았다. 그동안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눈앞의 위험에 소홀히 한 자신을 탓하는 것이다. 저 젊은이들, 대원들이 저렇게 여기서 목숨을 잃으면 안되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쿵쿵.. 자신의 차를 뒤따라 오며 후면을 혼자 마크하는 철우 역시 마지막 힘을 끌어올리고 있는 듯 강철로 된 몸의 일부분이 풀려 있었다. 그런 그의 몸에 상처가 가득 덮혀 있었다. 그 뿐아니라 자신의 차를 감싸고 있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중상을 입고 있었다. 그 많던 대원들의 숫자 역시 반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런 필사적인 탈출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다시 돌아온 선샤인의 가세로 압박이 줄어든 일행들은 더욱 힘을 얻어 빠르게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만월회는 근래 가장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병원이 소란스러워졌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바위의 피부로 느껴지는 소란스러움이었다. 무장한 사내들이 뛰어다니고 의사, 간호사 복장의 사람들도 무언가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 여기에 온 이후로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마치 예전의 병원에 VVIP가 입원한 듯한 모습. 하지만 거기에 신경을 끄고 일인실, 형이 입원한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통로에서 마주친 사이퍼, 짧은 단발의 어린나이로 보이는 그녀는 바위를, 정확히 그의 이마에 박혀있는 바코드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스치듯이 지나쳤다.

바위 역시 그녀의 푸른색 바코드를 봤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곳에는 사이퍼의 존재가 흔히 보였기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 선샤인은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일인실로 들어가는 바위에게 관심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방금전의 전투로 인해 꽤 지쳐있었는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조금 떨어진 일인실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일인실에는 김철우가 누워있었다.

" 몸은 좀 어때? "

" 내가 누구야, 김철우야.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

" 흐응.. 그럴까? "

김철우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푹 지르자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 크악!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처에 무슨··· 크음. 조금 스친 상처야. 근데 회주님은 어디에..? "

변명아닌 변명을 하던 철우가 의아한 눈빛으로 회주의 안위를 물었다.

" 언니는 지금 볼일이 있어. 흐응, 왜? 여자의 비밀이 궁금해? 가르쳐 줘? "

" 뭐..?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걱정이.. "

싱글거리는 선샤인의 장난기 어린 얼굴을 쳐다본 철우는 자신이 놀람받고 있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누워 고개를 돌렸다.

" 야, 삐졌냐? 덩치는 산만해 가지고.. 크크크··· 흐응, 아. 맞다. 근데 방금전에 사이퍼 하나 봤는데 말야. "

문득 철우의 덩치를 보면서 놀리던 선샤인이 방금 마주친 엄청난 덩치의 사이퍼가 떠오른 듯 화제를 전환했다.

" 뭐랄까.. 흐응. 익숙? 친근? 분명히 어디서 본것같기도 하고, 들은 것같기도 한 겉모습이었거든. 심지어 그가 들고 있는 그 무기도 분명히 어디선가··· "

" 뭔 개소리야. 예전 니 남친이었나 보지. 그 사이에 커져 너에게 돌아온거지. 내가 이렇게 커졌다고, 흐흐흐.. "

" 뭐래, 이 근육정신병자 같은 놈이. 넌 큰게 아름다운거랑 같냐? "

" 크크큭, 남자는 무조건 커야 한다는 말 몰라? 아직 네가 남자르··· "

시시덕거리며 뭔가를 말하려는 철우는 문득 느껴지는 살기에 조용히 말을 흐리며 도끼눈을 뜨고 있는 선샤인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환자를 때려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듯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에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약을 처방하고 돌아갔다. 그 잠시동안의 공백이 그 동안 나눴던 대화들을 정화시켜준 듯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그들이었다.

" 근데 신세계 변절자 새끼들은 아직 별다른 행동을 안하고 있는건가? "

" 흐응, 뭐, 아직까지는.. 그것들도 부담스럽겠지. 중립지역이라는 이곳을 치기에는 말이야. "

" 역시.. 근데 회주님 능력을 처음 드러내신거지? 대단하던데 말야. "

" 글쎄··· 나야 몇번 봤지. 알고도 있었고.. "

" 하긴, 너랑 같은 8번 시공간계열 능력자니까.. 부럽네. 상위계열 능력··· "

" 흐응, 오바는.. 언니의 말씀으로 그냥 분류를 그렇게 해놓은 것뿐.. 그것이 강함의 척도는 될 수 없다고 말했어. 즉, 너도 열심히 하면 언제가는 나를 넘을 수도.. 좀 힘들겠지만. "

거기까지 말한 선샤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생각날듯 말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자 재미없다는 듯이 드러누워 눈을 감는 철우였다. 그렇게 한참을 되짚어 보던 선샤인이 무릎을 탁 쳤다.

" 맞다. 1번 육체강화로 전세계를 도탄에 빠뜨렸던 그자. 세계 최강의 사이퍼, 종말을 부르는 자. 드레드노트. 언니가 항상 말해오던 그자와 비슷해. 심지어 그 무기조차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거의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왜 그자가··· "

그녀의 놀란 목소리에 슬며시 눈을 뜬 철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 뭐가 그리 거창해. 그리고 그 정도 사내가 왜 여기에 얌전히 있겠어. 지금쯤이면 온몸에 피로 물들이고 누군가의 대가리를 밟고 악마처럼 웃으면서 외치고 있겠지. 내가 짱이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하면서 말야. 크크크.. "

어떤 영화에 나오는 빌런의 흉내를 내면서 허공에 두손을 휘저으며 말하는 철우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본 선샤인이 당부하듯 말했다.

" 흐응, 그건 너같은 쇠대가리나 하는 짓거리고··· 여튼 의심이 가니까. 언니에게 보고하고 그 사람의 동태를 살펴야 겠어. 넌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 뻘짓거리 하지말고. 알았어? "

예전 사이퍼 초기에 능력이 모자라 머리부터 강철로 변한 그를 동료들이 놀리는 말로 철두, 쇠대가리라 불렀기에 별다른 대꾸없이 고개를 돌리는 철우였다.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듯이 이동한 그녀를 느낀 철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 그런 인간이 있다고? 믿을 수가 있어야지. 크응! 뭐 잠깐 확인만 해볼까? 난 조용히 있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슬며시 몸을 일으킨 철우는 팔에 꼽혀 있는 링켈주사를 뽑아버리고는 주변을 살피며 병실을 나섰다. 이미 철우 전신에 나 있는 상처들이 아물어 있는 모습이었다.

환자복을 입은 철우는 덩치가 컸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워낙 특이한 복장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라 철우정도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철우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병실을 살피는 모습 역시 수상해 보였지만 누구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단 한사람을 빼고는 말이다.

" 당신! 누군데 여기저기 살피는 거야? 엉? "

평범한 덩치에 평범한 얼굴. 특이한 점은 경찰 특공대 복장을 입었다는 사실이었다. 동대문경찰서의 핸드였다.

핸드는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이마에 박혀 있는 바코드를 노려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 근처에 있는 바위의 병실이 신경쓰이는 표정이었다.

" 뭐냐고? 사이퍼가 환자복을 입고 정탐하는 포즈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니는 이유가. "

" 어? 어··· 화, 화장실 찾고 있었어. "

이 멍청한 사내는 되도 않는 변명이 지껄이며 자신에게 지금 상황을 이해시킬 것이라고 믿는지 진짜로 화장실을 찾는 듯이 두리번 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오히려 안심했다. 이런 인간을 정탐 보냈다면 그 조직은 콩가루든지 이미 망했던지 둘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푸른색 바코드는 핸드를 한번 더 안심시켜 주었다.

" 휴우, 그래. 화장실은 저기 있으니 저얼루.. 그래 그 방향으로 쭉 가봐. "

막 철우가 어설픈 발걸음으로 핸드가 가르킨 방향으로 몸을 돌리려 할때 바위가 일인실 문을 열고 차돌이 탄 휠체어를 밀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바위를 보곤 몸을 멈춘 철우가 바위를 뚫어질듯 바라봤다. 그런 철우에게 관심이 없어진 핸드는 바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바위, 산책 나가는 거야? "

" 어, 그래. 오늘은 어쩐 일이야? "

" 아하하,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보는 사인가? 그냥 안부차 왔지. "

사실 경찰서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았기에 이렇게 안부차 들릴 장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핸드의 속셈을 알고 있는 바위는 그냥 끄덕거리며 갈길을 갔다. 그런 바위의 곁에 바짝 붙어서 시선을 끌려는 행동과 이런저런 말을 붙이려 애쓰는 모습에 멍하니 서 있던 철우의 눈에 비쳤다.

그런 그들이 철우의 시선에 사라지자 정신을 차린 그는 서둘러 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서둘러 뛰듯이 따라갔다. 아직 그의 첩보영화는 끝이 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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