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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45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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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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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21쪽

사이퍼(7)

DUMMY

그롸앗! 파창!

제법 온전한 상태의 좀비가 막 정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스에게 달려드려는 순간, 무언가에 걸린듯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다시금 일어나 허우적거리며 그녀에게 닿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좀비의 목에는 개목걸이와 사슬이 연결되어 있어 마치 사냥개를 묶어놓은 듯이 일정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발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뭐야, 이것들은..? 별짓거리를 다 해놓고 있네. "

이미 정문을 통과할 때 부터 기척을 느끼고 있던 사스는 무심하게 묶인 좀비를 일별하곤 마체테를 들고 한발짝 다가가 그대로 쉬익 휘둘러 단번에 머리를 잘라버렸다. 마체테 본래의 용도인 사탕수수를 자르듯 쉽게 잘린 좀비 머리는 통통 튀다가 안쪽으로 굴러갔다. 그 방향으로 개줄에 묶인 좀비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낮은 괴성을 질렀다.

그워어어.. 크롸악..

대략 세어봐도 수십이 넘는 좀비떼였다. 분명히 채집팀이 이곳으로 들어간 흔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좀비떼들의 모습에 차근차근 좀비들 중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 아, 귀찮네. 그냥 돌아갈까. 다 죽었다고 보고하고··· 아니지, 그럼 분명히 제비랑 아빠랑 날 가만두지 않고 바위씨에게 일러바칠께 뻔해. 하아.. 괜히 따라온다고 했나? "

요즘들어 훈련에 대련에 다희년까지 잠시도 쉴틈이 없이 굴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려던 사스의 생각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서히 짜증이 드러나는 얼굴로 변하가는 그녀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좀비들에게 다가가 확인하기 시작했다.

파칵! 쉬잇! 땡깡! 땡깡!

어두운 실내라 해도 익숙해지자 좀비들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거침없이 다가가 확인하고 마체테를 휘두르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칼 궤적에 걸린 좀비들의 목가지들이 수수깡처럼 잘려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혈액이 굳어 있어 사방에 핏칠을 하지 않고 소소하게 체액들만 날려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다.

점점 재미가 들렸는지 이젠 확인보다는 좀비들 대가리 날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어짜피 좀비로 변했으면 대가리 날리고 나중에 확인하자는 심보였다.

그렇게 수십마리의 좀비를 날려버린 사스는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좀비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멈춰서며 중얼거렸다.

" 뭐야? 여기는 아니네. 으응.. 그럼 이층으로 가볼까, 지하로 가볼까. "

마치 쇼핑이라도 온듯 가볍게 중얼거린 사스는 이내 결정을 내린듯 멈춰선 에스컬레이터 방향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그녀가 향한 곳은 푸드코트와 식품코너가 있는 지하였다.

지하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완전한 어둠에 휩싸여 마치 지옥의 입구처럼 보였다. 전혀 그런 감정을 못느끼는지 흥얼거리며 지하로 들어선 그녀는 익숙해진 어둠속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아까와 같이 좀비가 묶여있는건가 싶어 다가서서 마체테를 들어올리자 상대방이 기겁을 하며 외쳤다. 굵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 누,누,누구세요? 왜···? "

" 뭐야? 사람이잖아. 너 뭐야? "

갑작스런 낮선 음성에 상대도 당황했는지 한참을 망설이며 주저했다. 그 모습에 도끼를 꺼내들고 상대방의 다리사이에 내리쳐 박아넣자 그제야 기겁을 하며 입을 열었다.

" 히익..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말이에요. 여기 주인님이 우리를 가둬놓고 있을뿐··· 컥! "

뭐라 횡설수설하며 말하는 남자의 죽통을 살짝 돌려놓은 사스가 다시 질문을 했다.

" 조용. 여기 조금전에 들어온 남자들 못봤어? 총도 들고 있었는데 말야. 열명이 넘어. "

" 아, 네. 네. 조,조금 전에 왔습죠. 네. 저기 안쪽으로.. "

벌벌떨면서 그가 가리키는 곳은 안쪽 깊숙이 붉은색계열의 이온등이 희미하게 밝히고 있는 정육코너방향이었다. 사스는 아무 의심없이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런 그녀를 고개숙인 남자가 힐끗 쳐다보다 옆에 놓인 식칼을 들고 사스의 뒤에서 기습하듯이 찔러넣었다. 휘릭 반바퀴를 돌며 가볍게 피한 사스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남자를 힐끗 보다 어쩐일인지 그냥 몸을 돌려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줄에 묶인 사내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 자신이 들고 있는 식칼을 번갈아 보다 멍하니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 있었다.

정육코너에 다가설수록 피비린내가 점점 더 심해졌다. 사이퍼가 되고 난 이후 오감이 극도로 올라가 방금같은 기습의 기척도 쉽게 느낄 수 있었고 냄새는 물론 소리, 시야까지 범인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었기에 멀리서도 그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읍, 읍. 정육코너 안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답답한듯 막힌 목소리.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들. 뭔가 점점 더 재미있는 상황이 그려지는 듯 사스의 입꼬리가 그에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쾅! 정육코너 작업실 문을 박차고 들어선 사스의 눈에 그려진 광경은 예상대로였다. 본래 돼지나 소가 도축되어 원본그대로 오면 발골작업과 재포장을 해서 판매하기 위한 작업대위에는 물에 흠뻑 젖은 여자한명이 발가벗겨진 상태로 채집조의 손에 잡혀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뚱녀가 식칼을 들고 막 여자를 해체하려고 하는 도중이었다.

벌써 여러명이 도축되어 돼지나 소가 걸려있어야 할 장소에 걸려있는 모습은 엽기를 넘어 괴기스러워 보였다. 일반인이 봤으면 기절하거나 구토를 할 상황이었지만 덤덤한 표정의 사스가 그곳을 돌아보며 물었다.

" 뭐야? 니들 전업한거냐? 인간백정으로? "

갑작스런 사스의 등장에도 별다른 감정변화없이 작업대에 눕혀진 여자를 붙들고 있는 채집팀원들의 모습에 갸웃거리며 의문을 보내는 사스는 이내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원인제공자가 저 뚱녀라는 것도. 왜냐하면 그 뚱녀의 이마에 붉은색의 바코드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넌 뭐야? "

문이 열리며 등장한 사스를 흘기듯 바라본 뚱녀는 사스의 얼굴과 딱 달라붙은 가죽옷을 입은 그녀의 몸매를 보고는 금새 붉게 달아오른 눈빛으로 바뀌며 소리쳤다.

" 너도 같은 년들이구나. 얼굴과 몸매만 믿고 남자들에게 꼬리치는 년, 다 죽여서 내가 먹어주지. 깔깔깔, 그럼 남자들이 나에게도 관심을 주겠지? 그렇지 않아? "

마지막 말은 채집팀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다 다시 사스에게 고개를 돌려 힘을 주며 말했다.

" 이리와. 일단 씻자. "

사스는 자신의 머릿속으로 뭔가 이질적인 것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머리에 에너지를 두르자 그런 이질적인 것이 그대로 파괴되는 것을 느끼며 뚱녀의 능력을 대략 유추했다.

" 재미있는 능력이네? 매혹? 정신조작? 뭐 그런건가? "

뚱녀는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처음인듯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 뭐야 너.. 그 바코드는.. 그렇구나. 모두 저년 잡아! "

뚱녀도 사스의 이마에 박혀있는 바코드를 인지했는지 방안에 있는 채집팁원들에게 명령을 내려 사스를 제압하려 했다. 마치 인형처럼 채집팀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사스를 잡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애초에 제정신이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 이런 인형같은 움직임으로 더더욱 불가능했다.

퍼억! 퍽! 퍼퍽!

그래도 아직 정신은 있는듯 마체테를 뽑아 상대하지 않고 팔과 다리를 놀려 때려눕혔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만면에 미소를 띄운채 였다.

" 이익! 멈춰! "

그렇게 구타가 이어지는 와중에 불리함을 느꼈는지 다시 뚱녀가 정신공격을 시도했다. 순간 사스가 휘청거렸지만 금세 적응을 한듯 자세를 잡고 팔다리를 놀렸다. 기계적으로 달려드는 팀원들보다 저 뚱녀를 먼저 처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미쳤는지 달려드는 팀원들을 무시하고 뚱녀에게 바로 달려갔다.

" 꺄아악! 죽어! "

사스의 모습에 공포를 느꼈는지 비명을 지르며 발작하는 뚱녀의 정신공격이 몇배나 강해졌다. 순간 암전된 시야가 돌아온 사스는 자신의 목에 박히다 만 손도끼를 잡고 있는 자신의 왼손에 힘을 주어 뽑아냈다.

잠깐 동안 자신의 의지가 뚱녀에게 넘어가 손도끼를 뽑아 자신의 목을 친 것이다.

푸슉! 박혀 있는 도끼를 뽑아내자 핏줄기가 뿜어져 나와 바닥을 적셨다. 그런 도끼에 묻은 자신의 피를 햝으며 점점 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온 얼굴로 지으며 마체테까지 오른손에 들고 뚱녀에게 천천이 다가갔다.

" 다시 해봐. 쌍년아. 엉? 내말 안들려? 아 동기가 필요한가? 그래 우리 아빠가 인간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고 했어. 맞지? "

마치 동기를 주겠다는 말을 소근거린 그녀는 들고 있는 마체테를 휘둘렀다. 어깨를 파고들어 겨드랑이로 빠져나온 마체테는 뚱녀의 왼팔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그 광경을 비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뚱녀는 침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 이럴수는··· 이 세상은 이제야 내 뜻대로··· 이대로 망칠 수 없어! 아아악! 죽어버려! 죽어! "

순간 비틀거린 사스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채 살짝 들린 마체테를 다시 힘을 주어 내리며 피식 웃었다.

" 이게 끝인가? 그동안 수련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나 보네. 하긴 네가 단 한번이라도 죽음을 느껴본적이 있으리 없겠지. 크크크, 재미있었어. 담생에 만나면 그때는 팔다리부터 잘라주고 널 저기 묶여있는 애완동물처럼 만들어주지. 잘가라. "

마치 친구에게 말하듯이 소근거린 사스가 도끼를 정확히 바코드가 찍혀있는 뚱녀의 이마에 박아넣었다. 아직도 이것이 현실이라고 믿지 않는 눈빛의 뚱녀는 꺼져가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허우적거렸지만 이미 생기는 몸을 떠나고 있었다.

그렇게 장내에서 벗겨져 도축당하기 직전에 기절한 여자와 바닥에서 아직도 신음을 흘리며 정신 못차리는 채집조팀원들까지 엉망이었다. 사스의 목에서 흐르던 피는 어느새 그쳐있었지만 한쪽이 자신의 피로 완전히 물들어 있는 모습은 지옥 어딘가의 풍경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광경을 휘휘 둘러보다 한쪽에 마련된 물동이를 들어 채집팀원들에게 뿌리자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직막하게 사스가 말했다.

" 지금부터 십초내로 정신차리고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하나, 둘, 셋··· "

벌떡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그들은 다행히 제 시간안에 비틀거렸지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직도 제대로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살기 위한 몸부림치는 그들의 몸뚱아리는 정직했다.

" 보고해. "

" 네?! 네, 보,보고. 크윽, 1조, 2조··· 인원 누락없습니다. 이상. "

문어는 지금 여기가 어디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도 안되는 상황에서 주변을 확인하지 못하고 인원점검을 하며 보고했다. 그리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며 신음을 삼키며 사스의 지시를 기다렸다.

과정은 몰랐지만 대가리에 도끼가 박혀 쓰러져 있는 뚱녀와 그 여자와 첫대면 후 정신을 잃은 자신들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서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것은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돼지대신에 걸려있는 저 고기덩어리들은 분명히 여자들의 시체였고 저 작업대에 눕혀있는 여자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이 안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모습까지.. 그런 것들을 모아보면 사스가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라는게 확실했다.

" 저,저기 상처는··· "

" 신경쓸꺼 없다. 빨랑 여기부터 파악하고 복귀하자. 피곤하다. 아 그리고 입구쪽에 개줄에 묶여있는 남자는 내 애완견이니까. 목줄은 그대로 두고 데려와. "

" 그럼 이 여자는..? 살아있는데요. "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작업대위에 널부러져 있는 여자를 가르키며 묻자 고개를 저으며 지시했다.

" 대충 아무거나 입혀서 데려오던지 알아서해. 난 일단 여기 남아있는 좀비들이 있는지 확인하지. "

창백한 얼굴의 가냘픈 몸매를 가진 작업대 위의 여자를 힐끗거리며 침을 삼키는 채집조 남자들을 본 문어가 문을 나서는 사스에게서 눈을 떼고서 지시를 했다.

" 왜? 한번 먹어보고 싶어? 저런것들 앞에 두고? 크크큭, 아서라. 괜히 건들였다가 맘바뀐 사스님의 도끼가 니들 머리에 박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

아직도 쇠갈고리에 걸려있는 여자들의 시체를 힐끗 보며 문어가 경고를 날렸다. 그 말에 채집팀원들도 표정이 바뀐채 얼른 나체의 여자를 덮을 것을 찾고 나머지 인원들은 문어의 지시에 따라 흩어져 탐색을 시작했다.

다행히 장비, 렌턴이나 자신들의 무기등 멀지 않은 곳에 놓여 있어 불을 밝히며 구석구석 확인할 수 있었다. 사스가 말한 개줄 남자는 여전히 멍하니 그 자리에 있었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채집조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개줄남자 주변에는 그가 싸놓은 똥덩어리와 온갖 소변들이 널려있어 마치 시골집 개집처럼 보였다. 지하에는 그 남자외에는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사스의 지시대로 개줄을 풀지 않고 그대로 그 사내를 끌고 나갔고 대략적인 파악이 끝난 채집팀원들도 하나둘씩 모여 마트를 벗어나기 위해 모여들었다. 1층에 널려있는 좀비들의 대가리를 보면서 다시한번 사스에 대한 경외, 공포를 각인한 그들은 입구에서 사스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녀는 마트 이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좀비 체액이 새로이 묻어있는 것을 보니 윗층에도 좀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여긴 일단 다 정리했다. 나중에 챙길 물건이 많으니 잘 표시해둬. 오 개새끼도 챙겼네. "

" 네, 알겠습니다. "

문어의 대답을 무시하고 개줄에 묶인 사내에게 다가간 사스가 그 남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제비만큼은 아니지만 몇일동안 씻지 않았음에도 곱상하게 생긴 얼굴에 살짝 마른듯한 몸매가 예전의 남자 아이돌가수처럼 생겼다. 아마 예전이었다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타입이었다. 왜 그 뚱녀가 살려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같은 외모였다.

사스의 시선에 부들부들 몸을 떨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내리깔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우스웠는지 깔깔 거리며 웃은 사스가 말했다.

" 왜? 아까처럼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크크큭, 그래 넌 이제부터 내가 기르는 개새끼다. 알았어? "

퍼억! 콰당! 그가 아무런 말이 없자 발을 들어 걷어차버린 사스가 다시 말을 했다.

" 왜 말이 없어? 그 뚱녀랑 너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지만 그년을 내가 잡았으니 주인이 바뀌는건 당연한거 아냐? 다음부터 내 말에 반응하지 않으면 손가락부터 하나씩 잘라주지. 알았어? "

" 네, 네..! "

" 그래, 흠.. 이름을 지어줘야 겠지? 내가 사스니까 넌 메르스다. 좋지? "

" 네. 저,전 메르스입니다. "

그렇게 좋다고 깔깔대는 사스를 채집팀원들은 못본척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이 사건이 빨리 지나가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염원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염원이 통했는지 개줄을 넘겨받은 사스가 정문을 나서며 지시했다.

" 자, 이제 가자. 챙길 건 다 챙겼지? "

" 네! "

그렇게 무사히 채집팀의 역할을 수행한 사스와 일행은 주차되어 있는 차들로 발걸음을 돌렸고 여전히 휑한 거리는 달라진게 없이 그대로 였다. 단지 한명의 여자와 개역할의 사내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사이퍼, 초능력자를 지칭하는 말. 이런 소문이 전국 곳곳에서 살아남은 권력자들에게 은밀히 흘러들어갔다. 이미 정부나 군부에서는 암암리 알려져있었고 특히 그들로 이루어진 특수부대를 만들었다는 말까지 제법 신빙성있게 들려오고 있었기에 정보에 민감한 그들이 모를리 없었다.

좀비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먼저 선점한 이들 중에는 대기업일가, 정치권력가등이 있었고 미리 준비를 해둔 덕분에 별장이나 지하벙커등에서 예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그것을 무기로 소문이 무성한 사이퍼 찾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어떤 힘을 가지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눈치 빠른 그들은 셈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아직도 정확한 실체를 못잡고 있단 말이다? "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름 모를 산에 위치한 커다란 별장에서 두 남자가 독대를 하고 있었다. 한 남자는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을 넘어선 나이의 사내였고 다른 남자는 깔끔한 정장차람의 수트를 입은 젊고 지적인 이미지의 사내였다.

수트의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다시 보고를 했다.

" 네, 아직 정부에서 그들을 밖으로 돌릴 생각이 없나 봅니다. 특히 이선우 대령, 아니 준장이 얼마나 감싸고 도는지 얼굴도 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

" 에잉! 어서 빨리 그 사이퍼란 아이들을 선점해야 우리 태양그룹을 예전처럼 살릴수 있을 길이 열리는데 말야.. 도대체 그 초능력자들이 각성하는 요건은 뭐야? 아직 연구소에서도 별 말 없나? "

" 네, 회장님. 심지어 우리 측 인물이 있는 국방연구소에도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고 합니다. "

" 뭐야? 그게··· 그런 이들이 나오면 빨리 연구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던, 그 알고리즘을 알아내던지 해야 할꺼 아닌가? 이리 무능력해서야 원.. 쯧쯧. "

" 아직 인권문제로··· "

" 아니! 지금같은 시대에 무슨 인권타령인가! 당장 여기서 나가면 수천, 수만의 좀비들이 뭉쳐 지나가고 있단 말일세. "

" 저희 가드들도 그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

" 그러면 뭐하는가. 그들이 오면 막을 수가 없는데 말야. 쯧, 다른 그룹들과 연락은 되고? "

" 네, 일단 위성을 사용한 통신은 살아있어서 몇몇 그룹들과 의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

" 그래, 어서 그들과 합세해 정부를 압박하란 말일세. 그 사이퍼란 작자들 얼굴이나 한번 보게 말야. "

" 네, 회장님. "

그렇게 일단락된 그들의 대화는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머리속에는 어떤 계산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 뭔가를 생각하며 움직이는 두눈이 복잡하게 보였다.

" 흐음, 전국에 살아남은 인구가 얼마라고? "

" 정부와 저희가 추산한 방식이 달라 오차가 제법있는 편입니다. 정부는 대략 천만명이상이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듯하지만 저희는 많아야 오백만명정도라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

" 그래? 심각하군, 그래도 어느정도 인구가 있어야 나라를 재건할 수 있을텐데 말야.. 외부에서 난민이 계속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말은? "

" 그것도 사실로 보입니다. 정부에서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수복에 성공한 영덕과 군산에 있는 항구로 일본과 중국에서 밀항하는 선박들이 입항하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

" 휴우, 그 둘은 이미 망국의 길로 들어선건가? 북한은 이제 완전히 망하거고? "

" 일단은 그렇게 생각됩니다. 특히 문제는 중국과 그와 이어진 북한입니다. 그나마 군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서 다행이지 지금 38선부근에서는 매일같이 중국과 북한에서 내려오는 좀비들과 결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살아남은 젊은이들을 강제로 입대시키는 결정까지··· 한마디로 위태로운 상황의 연속입니다. "

" 그래, 그래. 그런 상황에서 사이퍼가 등장했다는 말이지··· 그래서 더욱더 그들을 우리측에 끌고 와야 한다는 말일세..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예전에는 금력이 무력을 지배했지만 이젠 그 반대가 되고 있어. 그 틈을 우리는 노려야 해. 아니면 도태될 수 밖에 없어. "

회장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이는 수트의 남자는 생각했다.

' 그리고 그 힘의 중심에는 더 이상 늙은이들의 자리는 없고 말이지. 왜 자신들이 늙어간다는 생각을 못하는 걸까? 과거의 망령에 잡혀 언제까지 자신들이 이 나라를 세웠고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었어요, 회장님. '

동상이몽, 정확한 그 뜻대로 이 별장에서 두남자가 서로 같은 곳을 보며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하나둘씩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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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쉘터(5) 18.06.23 1,067 22 22쪽
25 쉘터(4) 18.06.22 1,067 21 21쪽
24 쉘터(3) +1 18.06.21 1,111 2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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