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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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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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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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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사이퍼(6)

DUMMY

" 그러니까,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거지? "

" 응, 주민들은 그걸 민원이라고 부르나봐. 우리보고 해결해 달라는 거지. 주로 생필품과 물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야. 그 외에 몇가지 더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둘이지. 위생도 문제가 되고 말야. "

바위와 제비가 산길을 따라 걸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쉘터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아무래도 그 전에 대표라는 아저씨와 사무엘이란 목사가 뒤에서 선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더라. 자기들 뜻대로 잘안되고 있으니··· "

제비가 징그린 얼굴로 그 둘에 대해 생각을 하는 듯 쯧쯧 혀를 차면서 말을 이었다.

" 참 미꾸라지 같은 양반들이야. 그렇게 의견을 모아 무슨 야당역할을 자신들이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정치인 행세까지 하더라. 언제 한번 날잡아서 푸닥거리를 하던 뭘하던 사달을 내야지. 이거야 원 물을 다흐리고 다니니.. 쯧. "

" 그냥 나둬.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니까.. 네가 예전에 말한 것들은 언제쯤 닥치게 될까? "

" 휴우, 글쎄다. 일단 지속적으로 정찰하고 계산하고 있기는 한데.. 어쩐일인지 좀비무리의 동선이 수시로 바뀌어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어. 아마 조만간 소규모 무리가 이 앞을 지나치지 싶은데.. 그것보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몇 개의 중소도시가 수복이 되었나봐. 그 쪽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던데? "

" 그래? 희망적인 소식이네. 언제쯤 이 사태가 끝이 날까.. "

" 휴우, 근데 북쪽 지역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말로는 38선이 위태위태 하다더라. 북한이 완전 망해서 대부분의 인민들이 좀비가 되었고 거기에 중국에서 내려오는 좀비들까지 엄청난 숫자가 지속적으로 내려온다고 해. 매일같이 들리는 폭음과 전투기, 헬기소리에 참을 수 없어 도망친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 만약 거기가 뚫리면 정말··· "

수백,수천만의 좀비가 일거에 대한민국으로 한꺼번에 남하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아마도 그걸 막을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핵무기까지 가진 막강한 군사력의 중국도 망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 ··· 지금은 당장 우리만 생각하자. 다 왔다. 거의 다 지어가네? "

그 둘이 산길을 따라 올라선 이곳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야트막한 산의 정상이었다. 근방 몇키로미터 이내에서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서면 사방이 전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곳에 한참 지원부 인원들이 토목공사를 하고 있었다. 언듯 봐도 중세시대 망루와 비슷한 모양의 구조물은 높이가 십여미터에 달해 올라서면 누구보다 멀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 어! 왔어? 어때 근사하지? "

낡은 작업복을 입은 도끼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뭐, 생각처럼 나왔네. "

" 뭐? 제비새꺄! 이 열악한 환경에서 이정도의 건물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일우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예 시도조차 못할 그런 공사란 말야. 야 공병대 나온 바위, 너는 알꺼 아냐?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변변한 장비조차 없는 상태에서 이정도 높이의 구조물을 세운다는 것은 안되면 되게하라고 외치는 군대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 그래. 정말 고생했다. 일우도. "

그들이 오든말든 신경도 안쓰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일우까지 칭찬을 한 바위는 망루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정도면 이젠 거의 전문가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였다.

" 이제 마무리 단계인거지? "

" 그치, 마감만 하고 내부만 좀 다듬으면··· "

" 그럼 그때 말한 것도 이제 시작하면 되겠네? "

" 야야. 우리도 좀 쉬면서 하자. 기계도 열을 식힐 시간을 주는데 인간인 우리가 기계보다 대접을 못하는게 말이되냐. 씨바. "

" 도끼야. 미안한데,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여기 쉘터 방어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또 우린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여기서 묻히던지 해야해. 니가 이해해줘라. "

제비의 부탁어린 말에 투덜대던 도끼가 한숨을 쉬며 끄덕였다.

" 오케이. 그럼 내일부터 방호벽 공사에 들어가지. 일우가 고생이다. 제 에너지가 쌓일 틈이 없을 정도니 말야. 요즘 훈련에도 빠진다며? "

" 응, 훈련보다 이런 작업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 그럼 작업만 하는게 훈련받는것 보다 낫지. 우리 입장에서도 말야. "

" 과연.. 그 이유뿐일까.. "

도끼는 일우의 입장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괜히 말해서 일우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도끼도 요즘에 심심치 않게 눈에 띄이는 여자, 두미의 사고현장을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끼여 훈련하는 일우의 입장이 얼마나 힘들고 딱한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왠지 오한이 드는 다희까지··· 백분 그 심정을 이해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여자가 지금 전쟁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둘 사이에 느껴지는 냉랭한 기운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었기에 슬슬 피해다니고 있는 실정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인 사장도 두손 두발 다 들고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모인 삼총사는 해가 지는지도 모른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 자, 장비 챙기고.. 거기 총만 챙기지 말고 옷부터 제대로 입고와. 좀비한테 물어뜯겨봐야 정신차릴래? 엉? "

한 무리의 사내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출정준비를 하고 있었다. 개조된 승합차 두대와 오톤트럭 한대까지 총 세대의 차량앞에 건장한 사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 자, 원정 채집조! 다 점검완료 했나? "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대머리 사내, 문어가 둘러보며 물었다.

" 네! 점검 완료. "

" 좋다. 그럼 이번 채집부 원정팀의 팀장을 소개하겠다··· 이번에 우리를 따라오실 팀장은 사스님이시다. "

왠지 힘이 느껴지지 않는 음성으로 조장을 소개하는 문어의 얼굴은 원정채집의 긴장보다 더욱 질려있었다. 그의 소개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타이트한 가죽옷에 한쪽에 마체테, 한쪽에 한손도끼를 찬 두미였다. 몸매가 드러나는 가죽옷은 뭇남성들의 시선을 끌만도 했지만 장내의 어느 누구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예전에 그녀를 훑어봤다는 이유로 어깨에 도끼를 꽂아넣은 전적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는 폭탄, 건들면 터진다등 이 쉘터에서 절대 건들면 안되는 인물로 일순위로 꼽히는 그녀가 그들을 따라 나선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원정분위기가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차라리 좀비와 같은 차를 타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팀원들도 있었다. 물론 입밖으로는 꺼내지 못했지만..

그녀를 소개하는 사스라는 이명도 처음엔 데스로즈니 다크소울이니 손발 오그라드는 것을 사용하다 그녀의 오빠, 으뜸이 툭하고 던진 한마디에 사스로 결정되었다.

" 넌 사스가 낫겠다. SARS. 그냥 걸리면 병원신세, 제대로 걸리면 사망. 딱 너네. "

두미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도저히 어떤 정신상태인지 파악이 안되는 그녀의 이명은 사스라고 정해졌고 쉘터에서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 혹자는 소미를 천사, 두미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물론 아무도 그녀앞에서는 그런 말을 못했지만 말이다.

" 모두 반가워~ 오늘 멀리 간다며? 아 그리 멀지도 않구나. 바로 옆동네네. 구리시 맞지? "

" 네, 오늘 목표지점은 구리시 입니다. 지도를 보시면··· "

" 됐어. 니가 잘 외워서 길 안내 잘해. 위험하면 부르고. 어제 다희년때문에 한숨도 못잤으니까. 나 먼저 들어간다. "

" ··· 네, 그럼 출발한다. "

휙하니 가장 앞선 승합차에 올라탄 두미, 사스를 지켜보다 문어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짜여있던 대로 각자의 승합차와 트럭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열명에 가까운 사내들과 사스가 출발을 했다.

그 모습을 아파트 안에서 지켜보던 주민들도 도로를 통해 차들이 꼬리를 물고 사라지자 모두들 머리를 넣어 관심을 접었다. 아마 그들은 채집팀이 돌아올 때 쯤 다시 고개를 내밀어 무엇을 가져온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개조된 승합차 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제일 뒤쪽에 자리잡고 팔짱을 낀 채 잠이 든 두미, 사스를 힐끔 거리면서 불안한 눈빛으로 좌석에 앉은 다른 팀원들이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승차감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였지만 단 한번도 눈을 뜨지 않는 사스를 보며 조금씩 목소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 구리시 방향은 처음이지? "

" 그렇지. 이제 서울 북동쪽을 거의 털렸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니까. 새로운 곳을 찾아봐야지. 이러다가 지방까지 원정가는거 아닌지 몰라. "

" 후우.. 설마.. 그나마 고속도로는 차들로 안막혔다고 하지만 진입자체가 힘들껄? 아니 톨게이트 진입로를 군대가 지키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말야. "

" 그래? 근데 왜 우리 조직은 군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거야? 정부 역할도 아직 하고 있다며? 잠실에 커다란 쉘터도 구축되어 있고 말야. "

" 말도마라. 내가 안그래도 보스, 아니 사장님한테 물어봤는데 말야. 구박만 당했다. 너는 군 면제 해놓고 다시 군대로 끌려가고 싶냐고 말야. "

" 헐.. 강제로 입대시킨다고? 왜? 그렇게 군인들이 많이 죽었나? "

" 글쎄··· 그것까지는.. 어쨌든 거기로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란다. 죽을 위기가 아니면 말야. "

" 크크크, 자식들. 군대가 어때서? 잠재워줘, 먹을거 줘, 운동까지 시켜주지. 얼마나 좋냐? "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보조석에 앉은 대머리 사내, 문어가 K2의 노리쇠를 철컥 후퇴시키며 웃었다.

" 그럼 문어 네가 군대를 가던지.. 새꺄. "

" 단, 여자가 없어서 패스다. 임마. 곧 도착하니까 준비들 해라. "

운전석 앞 창문으로 교회 십자가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밑으로 경찰서, 고등학교로 보이는 건물과 너머로 제법 높은 건물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승합차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도로가에 사고난 차량과 아무렇게나 멈춰선 차들이 도로를 막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죽음들이 그들의 시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초입부분이라 그런지 사람의 흔적이나 좀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방치되어 썩어가는 시체들과 쓰레기 역시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였다. 급하게 도망친 흔적들. 책가방, 누군가의 신발, 구두등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 여기도 좀비들이 뭉쳐다니나? 좀비들이 안보이네? "

" 글쎄다. 일단 조금 더 들어가봐야 알 듯해. "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던 운전자가 문어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저,저기 여기부터는 더 이상 진입이 힘들꺼 같은데요? "

이번이 처음으로 나서는 채집팀원인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묻는 운전자를 힐끔 보고는 문어가 대꾸했다.

" 그럼 여기서부터 도보로 들어간다. 뒤쪽 차들보고 멈추라고 해줘. "

" 네, 네. "

서툰 손길로 비상깜빡이를 켜며 신호를 주자 뒤따르던 차들을 정차시켰고 문을 열고 나선 문어가 손짓으로 상황을 알렸다. 그 손짓에 반응하듯 잠시후 차문들이 열리며 만반의 준비를 한 사내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신속하게 내렸다. 더운 날씨였지만 대부분 살결을 드러내지 않는 복장이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인원 점검을 마친 문어가 손짓으로 전진을 명하자 그의 곁에서 사방을 경계하던 한 인물이 물었다.

" 저기··· 사스님은? 깨워야 하는거 아냐? "

" 그래. 그 말을 기다렸다. 네가 깨워. 역시 용자는 달라. "

어서가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내는 문어를 원망스레 바라본 그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포자기한 얼굴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사스님. 도착, 했는데요.. 출발준비가 끝났습니다. "

" 흐아암··· 벌써 도착했다고? 먼저 출발해. 금방 따라갈테니까. "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음성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돌아서자 문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나머지 일행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 좋아. 긴장할꺼 없어. 경험자도 있고 오늘 처음 온 인원들도 있지? 다시 한번 말하지. 무조건 움직일때는 삼인일조로 움직이고 보고를 한다. 절대 큰소리를 내지 않고 좀비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물러서서 일행에게 알린다. 만약 좀비에게 쫒겨 일행과 헤어진다면 여기지점으로 방향을 잡고 도망쳐라. 목표 물품을 확인하면 먼저 진입하지 말고 보고후 같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생존자를 발견시 절대 먼저 접근하지 마라. 이상 이것만 지키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 알겠지? "

나지막한 문어의 질문에 모두가 대답 대신 오른손 주먹을 들어올리며 확인하자 손짓으로 신호하자 열두명의 인원이 조심스럽게 도심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인 일행들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경찰서까지 다다르자 주변에 널려있는 뼈조각과 핏물들이 굳어 황토색으로 변색된 인도에 들어섰다. 뭔가 썩는 냄새가 사방을 진동했지만 이미 마스크를 쓴 인원들은 별다른 영향없이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채집활동시 제일 먼저 확인할 곳이 경찰서 였다. 군대처럼 소총이나 총알은 없지만 신고보관된 엽총이나 탄약이 그곳에 있었기에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었다. 문어가 손짓을 하자 조심스럽게 경찰서 내부를 살피던 인원중 세명이 앞서 경찰서 내부로 들어갔다. 한두번 경험한 일이 아니었기에 어디에 총기를 보관하는지 꿰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불과 일이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나온 인원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보고했다.

" 없어요. 깨끗해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털어갔어요. "

" 뭐 항상 있는 일이니까. 일단 장소를 옮긴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대형마트가 존재한다. 오늘은 거기까지 확인을 하고 복귀한다. "

대형할인매장은 재고도 넉넉하고 각종 물품들이 많아 살아남은 사람들이 노리는 일순위였지만 사태발생 후 일주일을 못넘기고 거의 모든 물품이 털린 곳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의 심리는 다 비슷비슷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확인 안할 수도 없다. 의외로 좀비들이 매장내부에 돌아다니고 있어 안털린 곳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곳을 목표로 움직이며 주변의 편의점, 약국등의 위치를 확인해 놓았다. 돌아가면서 자리가 남는다면 챙겨야 할 곳들이었다.

그렇게 사거리를 돌자 바로 정면에 대형마트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주변이 깔끔했다. 마치 누군가 주변을 정리한듯 보였다. 그런 광경을 보며 바위가 조용히 손을 들어 지시했다.

" 정지, 아무래도 이상해. 좀비도 없고 사람도 없고.. 너무 조용해. "

" 저기 마트 안에 사람들이 생존해 있지 않을까? "

" 글쎄.. 어쩔까.. "

제법 채집조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문어의 직감은 이곳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유독 이곳만 따로 떼어놓은듯 마치 예전의 거리를 보는 것같이 이질적이었다.

그때 마트 정문으로 누군가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기에는 이십대중반정도의 여자였다. 그런데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로 당당히 대낮에 길거리로 나온 것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그리 보기 좋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접히는 뱃살과 처진 가슴, 전체적으로 비만이라는 것이 보이는 몸매였다.

채집조들은 그런 그녀를 살펴보고는 눈쌀을 찌푸리며 속삭였다.

" 뭐야? 미친년인가? "

" 세상이 이 모양으로 바뀌니 정신이 가출한건가? "

팀원들이 그 여자를 보며 속삭이고 있을때 문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비가 언제나 밖으로 나갈때 당부하던 말,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인간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이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에. 문어가 급히 손을 들어 집중시키고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 모두 조용. 천천히 뒤로 빠진다. 더 이상 잡담은 금지. "

진지한 문어의 지시에 팀원들도 긴장을 유지한 상태로 뒷걸음질 치며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던 때, 누군가 유리조각인지 뭔가를 밟았다.

챙강! 제법 큰소리가 조용한 사거리를 울리자 햇빛을 받으며 서 있던 나체의 여자가 휙 고개를 팀원들 방향으로 돌렸다. 그리곤 믿기지 않게도 출렁거리며 가볍게 달려 순식간에 그들에게 다가왔다.

" 엉? 새로운 사람들이네? 어서와~ 호호호. "

이미 달려올 때 부터 경계를 하고 있던 문어외 팀원들은 급히 총을 들어 그녀를 향해 겨누었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초점이 사라진 눈빛이 흐리멍텅해졌다.

" 새로운 사람들이 더해졌네. 기뻐하겠어. 가자, 얘들아. "

그렇게 말한 그녀가 비대한 엉덩이를 흔들며 걸음을 옮기자 줄줄이 그녀를 따라가는 팀원들이었다. 그렇게 대형마트안으로 들어가는 그들은 금세 모습을 감추었다.


두미, 사스는 짜증이 났다. 잠깐 잠들자고 한 것이 벌써 시간이 제법 흘러버린 것이다. 거기에 아직도 복귀하지 않은 채집팀원들까지··· 만약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어떤 벌이 내려질지 몰랐다.

" 하.. 씨발.. 어디까지 간거야? 입구쪽에서만 털고 간다며? "

터덜터덜 걷고 있는 사스는 마체테랑 손도끼를 휘휘돌리며 지루하고 짜증나는 이번 원정 채집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길거리 나무, 자동차, 건물 할꺼 없이 칼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카각! 파각! 이렇게 칼집을 내는 또 다른 이유는 길을 잃지 않게 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이었다. 비록 너무 크게 칼집을 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산만하게 길을 따라 걷고 있던 그녀는 머지않아 일행들의 흔적이 사라진 사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 흠, 여기서 저기로 갔나보네? 근데 왜 복귀를 안한 거지? "

아무리 둘러봐도 전투의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저 안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 뭐, 가보면 알겠지. 제발 죽지만 마라. 좀비한테 물리지도 말고.. 그러면 내 손에 먼저 죽을테니까. "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방비상태로 걸어 마트 정문으로 다가갔다. 마트내부는 불이 꺼져있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웠다. 하지만 정문이 잠겨있거나 그러지 않아 어떠한 제지도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런 그녀를 덮치려고 달려드는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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