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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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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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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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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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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신세계(5)

DUMMY

" 흠, 바위 내말은.. 그 만월회인지 뭔지 하는 세력이 너의 힘을 빌리고 싶어한다는 그런 말이지? 그 댓가로 여러가지 편익을 봐준다는 거고? "

주민센터 회의실에 앉아 바위의 귀환을 축하해주고 있는 자리였다. 뚱한 표정의 사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웃으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 자리에서 바위는 병원에서 들은 제안을 모두에게 말해주자 제비가 다시 반문하듯이 물었다. 제비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정도의 힘을 가진 세력이라면 뭐가 무서워 바위의 힘까지 필요하다는 것인지 궁금한 것이다.

거기에 도끼가 말을 보탰다.

" 이미 우리는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여력이 생겼는데? 굳이.. 그들에게 끌려갈 필요가 있을까? "

" 도끼야.. 그건 이것과 다르지. 우린 하루에 몇시간정도만 전기를.. 그것도 단 한두동만 가능하지만 그들은 아파트전체 전기를 하루종일 제공한다고 하잖아. 그리고 통신까지.. 이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만약에 가능하다면.. "

제비의 설명에 입을 닫은 도끼는 괜히 투덜거렸다.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인 발전기가 쓸모없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삐진것이었다.

" 우리는 상대정보가 너무 부족해. 상대는 우리를 알고 있다고 가정하면 너무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게되어 있어. 그건 협상의 기본에도 맞지 않아. "

조용히 듣고만 있던 사장이 입을 열어 설명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으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며 입을 열었다.

" 그 세력의 의도가 무엇인지, 최종 목적, 현재 진행하는 일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보상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

좌중에 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끄덕거렸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들 역시 불안한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잠시 생각에 잠긴 시점. 사스가 벌떡 일어서며 누군가를 보며 말했다.

" 우,우린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어야지. 여기 있어봤자 도움도 안되니 잠깐 나갈까? "

어설픈 연극톤의 말투, 이글거리는 눈빛, 다희를 가리키며 자신의 의도를 전하는 사스였다. 그런 사스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다희도 뭔가 결정을 내린듯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의 온도가 몇도나 떨어져 써늘한 기운이 모두를 훑고 지나가는 듯 했다.

그렇게 둘이 사이좋게 회의실을 나가자 모두가 바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 바위야. 저 둘 그냥 놔둬도 괜찮겠어? "

대표로 사장이 걱정스런 어조로 말을 바위에게 전했다. 바위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사장을 바라봤다.

" 큼. 내 딸이라 그런건 아니내만, 두미 저년··· 아니 저 아이는 타고났어. 피를 무서워하지 않고 냉정하게 급소를 찌를 수 있는 독심. 목표를 위해 물불 안가리는 것까지··· 이대로두면 저 다희 처자가 위험해. "

그동안 사스의 횡포에 두려움을 떨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조의 눈빛을 보냈다.

"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다희는 충분히 강해요. 쉽게 부러지지 않을 만큼.. "

모두의 걱정어린 시선에도 별다른 걱정없이 태연하게 말하는 바위를 보며 좌중은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평소 조용조용한 성격에 있는듯 없는듯 지내는 다희의 평소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는 듯 했다. 물론 사이퍼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외향적인 사스가 여기저기서 보여준 파괴적인 행위들은 자연스럽게 다희의 걱정으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바위의 말은 큰 신뢰를 주었다. 이내 사람들의 관심은 그녀들에게서 자연스레 멀어지고 당면한 과제에 집중되었다.

" ··· 그래서 그들이 오면 먼저 대화를 해보자는 거지? 하긴 여기 모여서 숙떡거려봤자 결론이 안나니.. 여튼, 바위가 귀환했으니 오늘은 축제를 벌이죠! "

제비가 이런저런 말들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고 선언하듯이 외쳤다. 그의 말에 대표로 앉아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며 모두의 얼굴에 미소를 지어졌다.

약식이나마 축제라는 것은 모두의 마음속에 즐거움으로 자리잡고 있는 단어였다. 특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그의 말은 모두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 좋군, 오늘은 식량을 풀고 음악을 틀어 즐겨야 겠군. "

사장도 지금쯤 한번정도 팽팽하게 당겨있던 줄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더 이상 당겼다간 줄이 끊어질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삼스레 제비를 돌아본 사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평범한 이십대청년은 아니었다.

인간은 위기에서 빛이 난다는 말이 맞았다.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인간이 바로 제비였다. 그의 빛나는 외모보다 순간순간 빛나는 판단력, 재치, 사람들을 이끄는 재주까지.. 나이가 들어 연륜까지 갖췄다면 확실히 큰일을 할 만한 인물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두들 들뜬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며 축제소식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인지 웃음이 가득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제비가 바위를 쳐다봤다.

" 그래. 서울 안쪽 상황은 어때? "

" 어떻긴.. 그냥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은 인간들이 꽤나 많이 살아남았고 세력들도 한두개가 아니라는 거지. 거기에 정부, 군대가 있는 듯 한데 무엇때문인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그때 네가 한말대로라면 이미 인구의 구십프로가 좀비가 되었어야 하지 않냐? "

예전 좀비, 아포칼립소등을 다룬 영화, 소설등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제비가 한말이었다. 보통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퍼지는 좀비들은 대한민국의 경우 일주일이면 구십프로 이상이 감염된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바위가 지켜본 서울의 내부는 병원만 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들 역시 하나의 세력에 가입된 사람들로 지금 상황이 고착화 된지 좀 된 듯 보인것이다. 그런 사실을 제비에게 말해주자 고민에 빠져든 제비였다.

" 뭐, 소설, 영화랑 현실은 다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런 소설에는 너같은 초능력자가 나오지 않잖아. 큭,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많은 세력들이 어디에 거점을 두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가 문제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거랑 어떤 목적을 가진채 세력을 이루는 거랑 다르니까.. "

" 무슨 말이야? 내가 없는 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

" 휴우, 사실은··· "

제비는 그동안 바위가 없었을때 벌어진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말해줬다. 바위가 쉘터를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다시 채집조가 채집을 나섰다. 이미 구리시에 있던 백화점은 싹 털어왔지만 최대한 보관가능한 것들은 쌓아놔야 하는 입장인지라 정기적인 채집조는 항시 운용되고 있었다. 쉘터의 인구도 늘고 있는 와중이고 다가올 겨울도 충분히 준비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그런 채집조가 서울 외곽에 진입을 했고 수색을 하던 도중 살아있는 인간들을 만난것이다. 그 당시 상황을 말로 들은 제비는 그들의 행색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거지집단이라고 말이다. 제대로 걸치지도 못한 옷가지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과 먹지 못해 삐적마른 몰골은 제비의 판단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웃긴 상황은 그 다음이었다. 채집조를 보자마자 엎드려 구걸을 했고 그렇게 다가온 채집조를 기습하듯이 공격한 것이었다. 당연히 온몸에 방검복 대용으로 두르고 있는 슈트는 그들의 칼날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고 손 쉽게 그들을 제압을 한 것이다.

그런 연휴 잠깐의 구타가 이어지고 그들의 입을 통해 사건전말을 들은 채집조 인원들은 오히려 그들을 풀어주고 돌아와 제비에게 그 말을 전했다. 그 거지집단이 속한 세력은 서브웨이. 각 지하철에 거점을 두고 움직인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 갔는지는 보지않아도 뻔했다.

문제는 거점이 안정화되고 권력을 잡은 집단의 대부분이 조폭등 질이 안좋은 인간들이었다는 거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람들끼리 뭉쳐 대항도 해봤지만 잠시간이었고 그들 역시 욕심에 분열되고 흡수되어 안좋은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말이었다.

지속적으로 서브웨이, 지하철파는 사람들을 강제로 올려보내 식량을 구해오는 일을 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 외에 타 세력을 침략해 약탈하거나 잠입해 도둑질을 하는 등 목숨을 걸고 그런 일들을 해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외부 세력에 여자를 대주거나 고기방패로 쓸 인간들을 내주고 고립된 인간들을 납치하는 것은 일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 말을 들은 바위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그 서브웨이, 그리고 그가 만나온 세력들까지.. 복잡했다. 서로 힘을 합쳐 이 상황을 타개해도 모자랄 상황에 인간이 인간을 상품화, 노예화시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거기에 힘을 가진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까지.

바위는 자신의 꽉 쥔 주먹을 내려다보며 순간적으로 갈등에 휩싸였다. 차라리 세상을 모두 파괴하고 새로이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말이다. 그 예전에 읽은 인도 신화의 시바신의 교리와 일맥상통했다.

바위의 상념은 제비의 짧은 신음소리에 깨어났다. 순간적으로 억눌렀던 자신의 기세가 밖으로 세어나간듯 미간을 찡그리는 바위는 제비를 보며 미안한 목소리으로 말했다.

" 아, 미안.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지? "

" 크, 너 도대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다 구할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잖아. "

" 당연한 이야기네. 넌 다른 방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제비의 신중한 표정에 갸웃거린 바위가 그를 바라봤다.

" 휴우, 내 생각에는 가장 먼저 국가 시스템이 복구가 되어야 해. 지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매일 같이 희망을 말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보자면 그런 희망이 없다는 말이지. 아마도 세력이 큰 곳들은 정부와 어느정도 연결되어 있을꺼야. 그들을 통해... 그리고 쉘터의 규모를... "

제비가 말하는 미래는 장대하고 꿈이 가득했다. 하지만 바위가 본 세상은 그렇지 못했다. 시큰둥하니 제비의 설명을 듣고 있던 바위의 기감에 거대한 힘의 폭발이 걸렸다. 두가지 힘의 충돌하며 발생한 폭발이었다.

" 오케이. 제비야. 난 널 믿는다.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난 그만 가봐야겠다. "

" 어? 어.. 이 자식아, 너 내말 듣기는 했냐? "

서둘러 일어서며 손짓하는 바위를 노려보며 제비가 푸념을 했지만 이미 문을 나서는 바위를 막지는 못했다. 그런 그 뒷모습을 보며 한숨짓는 바위였다.

" 하아, 내가 무슨 덕을 보겠다고 이 짓을 하고 있는지··· 그냥 조용히 어디서 숨어지내면 안되나? "

제비의 한숨이 혼자 남겨진 회의실에 조용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쉭! 쾅! 쉬익! 쾅!

어디서 나오는지 가죽 롱코트를 입고 있는 사스의 손을 떠난 손도끼가 맞은편에 서 있는 다희의 이마를 노리고 연신 날아들었다. 가볍게 고개를 흔드는 것만으로 그런 공격을 피한 다희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사방에 가시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흥! 그정도는 이미 알고 있어! "

사스는 그동안 다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듯 사방에 짓쳐오는 가시줄기를 가볍게 피하면서 코드 안쪽에 달린 손도끼를 꺼내들고 줄기를 잘라냈다. 그리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다희에게 다가가 던져진 손도끼와 함께 꺼내든 마체테를 횡으로 휘둘러 다희의 목을 쳐나갔다.

다희도 물러서지 않고 어느새 꺼내든 레이피어로 사스의 오른쪽 눈을 빠르게 찔러들어갔다. 두 여자는 어느누구도 먼저 피하지 않은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칼날을 바라보고 있었다.

챙! 캉! 하지만 다가온 칼들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어느새 자란 가시줄기와 손도끼에 막혀 튕겨져 나간것이다. 다시 거리를 벌린 그녀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짧게 대화를 나눴다.

" 클, 오빠랑 데이트만 한 것은 아닌가보네. "

" 너, 역시.. "

" 어쨌거나 내년 오늘이 니 제삿일이니 기억해둬라. 이 년아! "

사스는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수련했는지 알리지 않았다. 가끔 수련한다는 명목으로 밖으로 나가 수백, 수천의 좀비대가리를 깨부수며 이 날을 다짐한 그녀였다. 그 사이에 자신을 노린 하이에나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똑같은 죽음을 내린 것이다. 심지어 총알에도 맞아보고 뼈가 부러지고 맨살이 갈리는 일은 예사였다.

심지어 이 가죽코트도 도끼에게 협박 겸 부탁을 해서 만든 자신만의 옷이었다. 그런 자신이 편하게 놀다온 다희에게 밀릴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사스였다. 다시 마체테를 들어 자세를 잡고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다희도 달려오는 사스를 보고 마주 달려가 레이피어를 꽂아넣었다.

깡! 챙! 챙! 일초에 수십번의 검격이 부딪히며 스파크를 허공에 뿌렸다. 흐릿하게 보이는 두 여자의 그림자들은 일반인은 쫒아가기에도 너무 빨라 어지럽게 보였다. 순간순간 자라나는 가시줄기와 꽃봉우리가 여기저기 만들어지며 점점 밀림처럼 변하가는 뒷산공터였다.

사스가 이상함을 느낀것은 이때쯤이었다. 다희의 주력스킬인 가시줄기가 자신을 겨냥하지 않고 여기저기 심어지고 그 끝에 괴물꽃들이 자라나는 모습, 그렇다고 자신을 공격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포지션이었다.

그런 의심은 다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모습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 너 무슨.. "

사스가 눈치채고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다희의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꽈르릉! 쾅! 쾅! 가시줄기가 폭발을 했다. 그 사이에 달려있던 단단한 가시들이 단검처럼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거기에 더해 달려있던 괴물꽃도 사스를 향해 떨어져 내리며 입을 벌려 집어삼키려 들었다.

" 이! 씨발년이! 너만! 새로운 것이! 아니야! 이야앗! "

사스의 고함이 폭발음에 썩여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사스는 쏟아지는 가시와 괴물꽃을 바라보며 온몸의 에너지를 감싸며 돌렸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그녀의 몸은 회오리처럼 돌며 바람을 일으켰다. 스피드강화형 능력자인 그녀는 돌아가는 자신의 몸을 컨트롤하며 사방에서 짓쳐들어오는 가시와 꽃봉우리를 갈기갈기 찢으며 회오리를 일으켰다. 자신의 손에 들린 마체테와 손도끼가 날이 빠지고 달아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의 스피드였다.

그 사이에 사스는 전혀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 사방이 느리게 돌아가며 날아오는 가시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듯한 광경이었다. 그 시간대에 자신만 정상적으로 움직이며 가시들을 쳐내는 모습. 마치 뽕이라도 맞은듯 황홀한 느낌이었다. 그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날아들던 가시와 꽃봉우리가 더 이상 없어지고 사방을 휘둘던 먼지까지 가라앉자 드러난 광경. 사스의 주변 반경 이미터내에는 바람물결 모양으로 그려진 땅바닥과 그 주변에 쌓여있는 가시들과 꽃잎. 점차 사라지는 잔해들 사이에 사스가 오연히 마체테와 손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전과 다르지 않는 모습.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여신처럼 보였다.

" 헉, 헉.. 이게 다야? 쌍년아.. 넌 오늘.. 뒈졌어. 씨발.. "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천천히 옮겨 다가오는 사스와 한줄기 식은땀을 흘리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다희의 전신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타난 바위가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두여자를 보면서 바위는 감탄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 둘다 대단해. 방금 두미는 능력진화를 성공한 것 같은데 말야. 그동안 다희가 수련한 것을 금방 따라잡다니.. 정말 수고했어. "

자신의 곁에서 다희가 어떤 수련을 했는지 보아온 그로써는 사스가 그저 대견하기만 했다. 그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위의 출연에 아쉽고 허탈한 표정을 지은 사스가 망가져 버린 자신의 애병을 내리며 툭하니 말을 내뱉었다.

" 다시는 나빼고 가지마. 안그러면··· "

그런 그녀에게 다가선 바위가 흐트리전 머리칼을 쓸어주며 대답했다.

" 미안, 다시는 혼자두지 않을께. "

바위의 말에 힘이 빠진 사스가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한쪽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바위는 바보가 아니었다. 사스가 얼마나 외로운지, 다른이의 애정을 그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희와 조금 다르지만 분명 그녀도 누군가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저앉은 그녀를 부축하며 아직도 눈을 감고 날뛰고 있는 에너지를 수습중인 다희에게 다가가 조용히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속삭였다.

" 천천히.. 급하지 않게 힘을 내려보내. 그래.. 그렇게 통제해야해. "

바위의 말을 들었는지 금세 하얗게 질린 안색을 회복한 다희가 눈을 뜨며 빙긋 눈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다른쪽 옆구리를 차지하듯 파고든 다희도 부축하며 진이 빠진 두여자를 좌우로 보필하며 천천히 뒷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운 다툼은 결론이 없이 끝나버렸다. 하지만 누군가는 성장통을, 누군가는 위로를 받는 그런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이 지났다. 열광적인 축제의 분위기는 몇일동안 이어졌고 그 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영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저 멀리서 헬기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고 이 아파트쉘터는 큰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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