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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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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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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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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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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20쪽

신세계(4)

DUMMY

" 후우, 후우. 이 변절자 새끼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

이미 한차례 격돌한 흔적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는 이곳은 북한산 중턱의 한 공터였다. 불시에 기습을 당한듯 신세계측의 인물들 중 몇몇이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은 만월회측이 조금 우세한 듯 보였다.

" 크큭, 거기서 기습을 생각하다니.. 역시 우리 대적자들이야. "

성직자 수단을 입은 구루가 인상을 구긴채 맞은편에 서 있는 만월회 소속 사이퍼들을 훑어봤다. 드러나 있는 숫자만 십여명. 아직 자신들의 숫자가 많았지만 어디에 숨어서 기습을 노릴지 몰랐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거기에 아까 당한 한차례 기습으로 몇몇이 전력에서 이탈당한 것이 컸다.

초반 좀비들을 이용해 북한산 쉘터를 공격, 만월회의 전력을 끌어내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만월회도 준비를 단단히 한듯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전력을 집결해 양동작전을 계획한 것이다. 앞으로 좀비를 막을 부대를 보내고 뒤로 주요 사이퍼전력으로 기습을 한다는 작전이었다.

" 퉷! 니들만 머리쓸 줄 알았냐?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가짜 성직자새끼, 네놈은 꼭 죽여주마. "

" 아멘! 너희들이 어떻게 신의 깊은 뜻을 알까? 모두 공격 준비. "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설전없이 행동으로 들어간 양측은 일촉즉발의 기운이 휘감아 돌았다. 그 순간 삐에로가 몸매가 그대로 들어나는 가죽옷을 입은 상태로 휘바람을 불자 사방에서 언제 접근을 했는지 좀비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들의 선봉에는 변형 좀비 다섯마리가 위협적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 호호호, 너희들만 기습을 준비한게 아냐. 자 우리들 선물도 받아봐~ 휘익! "

그 휘파람이 신호인지 사방에서 변형좀비를 시작으로 수많은 좀비들이 만월회 사이퍼들을 덮쳐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천둥이 소리쳤다.

" 모두 방진을 짜서 상대한다. 변절자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라! "

십여명의 사이퍼들이 뭉쳐 외곽에는 몸빵에 자신이 있는 인원이 안쪽에는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인원이 자리를 잡고 사방에서 쓸어오는 좀비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강력한 화력으로 쓸어버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몇몇은 신세계 사이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 있었다.

" 크크크, 그래 이것들만 죽이면 만월회는 무너지겠지? 거의 대부분 사이퍼 전력이 나온것 같은데? "

" 그래. 확실히 이 정도 인원이면··· 무너뜨릴수 있을듯. "

뭔가 신난 표정의 제너럴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듯 움찔 거리며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구루를 쳐다봤다.

" 구루, 우리도 참전을 해야지? 어서! "

" 기다려. 아직 때가 아니다. "

구루가 보고 있는 광경은 팔랑크스 밀집대형을 이룬 만월회 소속 사이퍼들이 가볍게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자신들을 노려보는 그들에게 섣불리 덤벼드는 것은 무모했다. 이건 힘의 차이문제가 아니라 사기의 문제였다.

한번의 격돌, 기습으로 이미 사기가 저들에게 넘어간 시점에서 다시 한번 밀린다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것이 뻔했다. 단순히 사이퍼들의 전투에선 숫자싸움의 문제가 아니었다.

" 야거. 일단 저들에게 선물을 보내줘. "

구루의 말을 알아들은 야거가 한발짝 나서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야거 주변에 녹색의 구름이 만들어 지며 범위를 넓혀갔다. 그 녹색구름에 닿은 모든 것들이 녹아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그 자체가 생화학무기처럼 보였다.

야거에게서 뿜어나온 녹색구름은 서서히 전진하듯이 뻗어나가 한창 전투중인 만월회 방진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있던 좀비들은 녹색구름에 닿는 즉시 핏물로 녹아 내렸다. 적아를 가리지 않는 능력이었다.

" 다미! "

그 모습을 본 천둥이 누군가를 찾았다. 그러자 방진 안쪽에 있던 여성이 앞으로 나서며 손을 뻗었다. 그 손을 중심으로 바람이 쏟구치며 회오리를 만들었다. 방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회오리를 타고 독구름이 통과하지 못한 상태로 휘말려 하늘로 올라가자 눈쌀을 찌푸린 구루가 외쳤다.

" 흥! 원거리 공격 능력자는 안쪽에 있는 사이퍼부터 잡아라. "

구루의 지시에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이퍼들이 앞으로 나서며 능력을 끌어올렸다. 가장 앞선 둠스터가 주변에 있던 바위를 들어 하늘로 날리며 외쳤다.

" 공격! "

콰앙! 하늘 높이 올라간 바위는 중력의 힘으로 그대로 방진을 짜고 있는 만월회 중간에 떨어져 내렸다. 지름 수미터에 달하는 바위는 굉음을 울리며 바닥에 깊이 박혀 들었지만 이미 그 궤적을 알고 있는 선샤인이 범위내에 있던 인원을 피신시켰지만 방진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사이로 온갖 능력들이 날아들어왔다. 뽀족한 물화살부터 표창, 손도끼에 이르는 냉병기까지. 거기에 소환된 박쥐가 이빨을 들이밀며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본격적인 사이퍼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진형을 유지해! 철우! 네가 전위에서 막야줘야 해! "

천둥의 지시에 철우가 온몸을 강철로 변형시키며 비슷한 변형계열 능력자 둘과 함께 전방에서 날라오는 공격들을 튕겨내거나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좀비들이 공격을 들어왔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퍼억! 찌익!

하지만 여타 좀비들과 다른 몸집과 외형을 가진 변형좀비들의 공격은 그런 그들에게 유효타를 주고 있었다.

" 이 색다른 좀비들은 뭐야? 꽤 아픈데? "

" 아마 저기 삐에로가 새로 만든 좀비인거 같아. 조심해, 어떤 능력이 있는지 모르니까. "

" 아니, 조심하고 말것도.. 없어. 졸라 아프다니까. 이것부터 잡아야 하겠는데? "

그렇게 외친 철우가 쇠몽둥이같은 주먹을 휘둘러 변형좀비의 머리를 가격했다. 본래라면 머리가 터져나갔어야 할 좀비지만 변형좀비는 조금 비틀거리는 정도에 그치고 다시 달려들었다. 철우가 맡고 있는 변형좀비의 숫자는 세마리, 나머지 두마리는 변형계 능력자 둘이 하나씩 막으면서 사방에서 날아드는 능력들을 정신없이 방어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 정도의 좀비라도 쉽게 상대할 능력이 있는 철우였지만 전장의 상황이 그를 쉽게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있었다.

쾅! 콰르릉! 그때에 맞춰 다가온 좀비들이 폭탄처럼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구루의 참전이었다.

폭발에 휘말린 몇 명 사이퍼들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그것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그 사이에 원거리 능력들이 전위를 뚫고 자신들에게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좀비들을 무시하고 변절자들에게 붙는다. "

천둥이 때맞춰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원거리에서 주고받는 공격과 방어는 구루가 있어 자신들이 불리하다. 그렇기에 상대들에게 붙어 좀비폭탄을 맘대로 사용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천둥의 지시가 떨어지자 마자 방진을 푼 만월회 소속 사이퍼들은 각자가 목표한 타깃, 변절자들에게 짖쳐들어갔다. 한두번 연습한 전술이 아닌듯 물흐르듯이 빠르게 전개되었다.

여전히 사이퍼 숫자는 신세계측이 많았지만 경험과 마에스트로가 제작한 무기들을 가진 만월회 사이퍼들의 전력이 조금 앞섰다. 그런 와중에 가장 빛을 발하는 사이퍼는 천둥이었다.

번쩍! 꽈르릉! 빛이 먼저 도달하고 뒤이어 요란한 번개음이 사방을 휩쓸었다. 그 전격에 맞은 한 변절자가 새카맣게 탄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자 흥분한 아귀가 천둥을 덮쳐들어갔다.

" 이 새끼. 감히! 죽어라! "

엄청난 덩치의 아귀가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천둥이 있는 자리를 덮쳤다. 쿠웅! 하지만 벌서 자리를 이동한 천둥은 다시 환도를 휘둘러 아귀를 베었지만 그 살에 파묻혀 제대로 된 충격을 주지 못했다.

" 흐흐, 간지럽다. 넌 반드시 내가 죽여주마. "

새카맣게 타 버린 변절자와 무슨 관계였는지 시뻘건 광망을 줄줄 흘리며 살기를 피워내는 아귀였다. 엄청난 거구에 맞지 않게 빠른 스피드로 다시 천둥에게 달려드는 아귀는 순간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곳에 뛰어오른 천둥이 칼을 역수로 쥔채 뭔가를 하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이 아귀는 더욱 몸을 부풀리며 하늘을 향해 도약했다. 그런 그를 향해 천둥은 모아놓았던 에너지를 쏟아내렸다.

번쩍! 바로 앞에서 번개가 내리꽂은것 같은 엄청난 빛이 번뜩였다. 주변에 한참 치고받고 싸우던 이들이 눈쌀을 찌푸리며 한걸음 물러설 정도의 광량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굉음. 꽈르릉-!

쿠웅! 하늘에서 떨어져 바닥에 처박힌 것은 엄청난 덩치의 아귀였다. 온몸에서 피어오리는 연기는 그가 번개를 정통으로 맞은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꿈틀대는 아귀의 모습은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어 바닥에 착지한 천둥은 조금 지친 표정이었지만 생생한 얼굴로 좌중을 쓸어보았다. 그 기백에 잠시 전투가 멈춘 장내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호오. 많이 발전했네. 일전에 살려둔게 잘못이었어.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

" 개소리하지 마라. 과거 자랑이나 들으려고 여기온게 아냐. "

" 하긴.. 아멘! "

구루의 말이 방아쇠였는지 다시 서로를 향해 죽일듯이 달려드는 양측이었다. 천둥도 지체없이 구루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 아직, 내 상대는 아니에요. "

번쩍! 파창!

여지없이 터지는 빛줄기는 그대로 구루에게 직격했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결계를 타고 땅을 때린 천둥의 공격을 보면서 구루가 중얼거렸다. 그런 천둥의 뒤로 좀비들이 줄줄이 달려들며 제 몸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미 그런 공격을 예측했는지 번개처럼 몸을 날려 사정권을 벗어난 천둥은 다시금 자세를 잡고 공격을 준비했다. 그런 그의 곁에 내려선 선샤인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 야, 흥분하지마. 넌 전장을 지휘해야해. 쓸데없는 복수심을 가지지 말라고. 언니가 신신당부한 말, 잊은건 아니지? "

" 크윽. 알았어. "

그녀의 말에 자세를 푼 천둥은 뒤로 훌쩍 뛰어넘어 전장을 쓸어보며 외쳤다.

" 모두 조금만 버텨라. 후속부대가 도착할때가 되었다. "

" 우와아! "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 높힌 만월회의 함성에 주눅이 든 신세계측이 구루를 바라봤다. 구루도 뭔가 생각에 잠긴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마 조금전 들린 아파치 헬기의 모터음을 들은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사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미친놈들이 많은 신세계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너럴과 야차였다.

온몸에 촉수를 뽑아 올리는 제너럴과 온몸을 낭자당해도 다시 회복하면서 들이박는 야차의 모습은 상대하는 사이퍼를 질리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당한 사이퍼들만 네명이 넘어갔다. 반대로 천둥과 선샤인등에게 잡혀 죽은 신세계 사이퍼들도 그 정도 숫자였다.

아우우~! 대형버스 만한 덩치를 가진 늑대가 사방을 휘저으며 좀비들을 해체시키고 위퍼의 채찍이 사방을 휩쓰는 와중에 여기저기서 바위와 나무, 심지어 좀비들까지 날아드는 모습은 전투라기 보다는 하나의 비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전투불능이 된 사이퍼들까지 합치면 그 배수가 넘었다. 이젠 불과 열댓명이 치열하게 전투를 이어가는 와중에 구루가 고개를 들고 지시를 내렸다.

" 모두.. 후퇴한다. 부상자들을 챙겨서 물러서라. "

그러면서 사방에 결계를 뿌렸다. 단단하게 막힌 결계를 몇번 두들긴 만월회 사이퍼들도 역시 한걸음 물러서며 천둥의 지시를 기다렸다.

신세계에서 가장 멀쩡한 삐에로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 설마 이대로 물러설 생각이야? 내 아이들도 다 잃고, 이렇게 큰 피해를 봤는데? "

"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저들이 말한 후속부대도 찝찝하고 말야. 아까 분명히 헬기와 총소리가 들려왔어. 우리가 준비한 돼지들이 제대로 역활을 못해주고 있는게 분명해. 아니면 회주의 역량이 그를 넘어섰던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야. 일단 한걸음 물러서고 전력을 보충한다. "

구루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신음을 흘리는 동료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짜피 살아만 있다면 인간들 몇명의 희생으로 부활할 수 있는것이 우리들이다. 저들은 단시간에 회복하기 어려울게 분명했다.

조만간 다시 기회가 올것이라는 생각을 한 구루는 일시적인 후퇴를 지시한 것이다. 그런 의견에 고개를 끄덕인 삐에로가 동의를 했다.

후퇴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살아남은 동료들을 챙긴 삐에로의 좀비들을 빠지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죽일듯이 노려보는 제너럴과 야차를 달래며 전선을 물린 그들은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구루가 최후까지 쳐놓은 결계를 뚫기 위해 힘을 쓰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본 천둥은 회주의 지시대로 빠져나가는 그들을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부상자와 사망자를 골라 선별하고 후송시켰다.

" 아직 우리의 전투는 끝이 아니다. "

언덕을 내려다보며 쉘터로 파고들려고 움직이는 좀비무리를 노려보며 천둥이 입을 열었다. 그의 뒤로 아직까지 힘이 남아있는 사이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미떼처럼 보이는 좀비들을 청소해야 이 전투가 끝이나는 것이다.

그렇게 동료를 훑어본 천둥이 가장 앞서서 몸을 날려 좀비들에게 뛰쳐갔다. 그러는 와중에 천둥은 생각을 했다.

' 블러핑이 제대로 들어갔어. 역시 회주님의 말씀이 정확해. 도대체 그 아파치 헬기는 어디서 날아온거지? 어찌됐건 작전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네. 그래도 우리측 피해가 만만치 않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회주는 어쩔 생각인거지..? '

거기까지 생각을 한 천둥은 좀비무리의 꼬리를 잡고 능력을 꽂아넣음으로써 잡생각이 끝났다. 그렇게 북한산 쉘터의 방어는 인간의 승리, 만월회의 반쪽 승리로 끝이 났다.


깡! 깡! 끼이잉!

예전 자동차 정비소 자리였던 곳에서 쉴새없이 기계소음이 흘러나왔다. 꽤 넓은 부지에 지어진 이 자동차 정비소는 본래 모 기업의 자동차 테스트용으로 지어진 곳으로 시설이 꽤 최첨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현재 그곳을 사용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도끼와 일우였다. 무언가 만드는데 취미를 붙인 도끼는 그런 방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가진 일우를 꼬드겨 함께 생활하고 있는 중이었다.

요 근래 그들이 심취해 있는 것은 하나의 물품이었다. 이제 완성되어 최초시범운용을 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 휴~ 이거 골치네. "

기름때 묻은 손장갑으로 코잔등을 훔친 도끼가 시커멓게 변한 얼굴을 들어 걱정스럽게 말을 이었다.

" 이거 어떻게 옮기지? "

처음 공장지대에서 옮겨 올때만 해도 안에 있던 지게차와 트럭을 이용해 가져왔지만 이것을 다시 아파트단지 내부로 옮기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중장비가 필요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런 중장비가 여기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공장지대에 있는 장비를 가져올 수도 없었다. 이미 그곳에 있는 것들은 다 분해되어 여기 쌓여 있기 때문이었다.

" 그러게, 왜 중장비를 뜯어서 가져온거야? 그냥 그대로 좀 쓰지.. "

" 내가 이럴줄 알았나? 이거라도 뜯어서 무기를 만들든 다른 장비를 만들든 하지. 에효. 어쩌지? "

도끼의 한탄에 일우가 혀를 쯧쯧 차며 대꾸했다.

" 나도 모르겠다. 참고로 난 못 움직여. 아무리 나라도 몇톤이나 되는 이 발전기를 옮길 수는 없어. "

" 아, 젠장. 이 발전기만 있으면 한두동 정도 아파트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텐데.. 크으.. "

" 근데 이거 설치는 어떻게 하려고? 전문가도 없는데? "

" 그건 걱정말아. 공장쪽에서 배선전문가가 있어서 꼬셔서 데려왔지. 어짜피 아파트 전기실만 들어갈 수 있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이 물건을 옮기는 건데··· 그냥 여기서 전기를 만들어서 아파트까지 배선을 길게 빼볼까? "

" 뭐,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도.. "

" 그럼 우리 작업공간이 없어져. 무엇보다 너무 시끄러워. 지하실에 둬야해.. 좀비들이 소리듣고 좋다고 쳐들어올껄? "

디젤로 돌리는 발전기의 우렁찬 굉음을 듣고 달려드는 좀비떼들을 막을 방법이 없는 지금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 문득 도끼가 생각난듯 물었다.

" 혹시 이거 바위가 들 수 있을까? "

" 이 쇠덩이를? 몇톤이 넘는데? "

일우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키보다 큰 쇠덩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 들수도 없을 뿐더러 들어서는 안된다는 고개짓이었다. 지금도 괴물인데 이것까지 들어서 움직이면 자신은 영원히 벗어날 방법을 없다는 의미가 담긴 행동이었다.

그렇게 발전기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둘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역시 여기 있었네. "

휠체어가 보이고 그 뒤로 큰키에 쇠조각같은 근육을 지닌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옆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다희가 찰싹 붙어 한몸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 어! 바위야! 이 새끼. 언제 왔어? 제비랑 사장아저씨는 만나고 오는 거야? "

" 아니, 방금 도착했다. 여기 소리가 들리길래 와봤다. "

" 그래, 으하하. 차돌형님은 잘 치료했고? "

" 응, 지금 안정기라서 소미의 힘이 필요하긴 한데.. 잘됐어. "

반가워 하는 도끼를 뒤로하고 엄청난 크기의 기계쪽으로 시선을 돌린 바위가 물었다.

" 이거 뭐야? 첨보는 물건이네? "

" 어, 이거 너 오기전에 짜잔하고 공개하려 했는데.. 문제가 있어 아직 못 처리하고 있다. 이거 발전기야. 전기 생산하는··· "

" 오? 그래? 아파트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건가? "

" 흠, 그렇긴 한데.. 많아봐야 한두동이야. 그리고 계속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 저녁 두세시간정도만 작동할 수 있어. 예열도 해야하고 식혀줘야 하니까. "

" 근데, 뭐가 문제야? "

도끼는 그 문제를 말하기 전에 슬쩍 바위의 근육을 보더니 물었다.

" 야, 너 이거 들고 옮길 수 있겠냐? 이거 아파트 지하 전기실까지 옮겨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서 말야. "

도끼의 질문에 슬쩍 발전기를 본 바위가 이리저리 그 기계를 돌아보며 건들여 봤다.

" 이거 아무대나 잡고 들어도 되는건가? 힘을 잘못 줘서 부서지거나 그러지 않나? "

" 어? 어, 당연히 잡을 곳을 만들어야지. 저기 밑에 튀어나온 부분을 잡으면 돼. 가능하겠어? "

"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잠깐만.. "

도끼가 말한 부위를 잡고 힘을 주자 살짝 흔들렸다. 그 모습에 기가 찬 일우가 툭 내뱉는 말이 있었다.

" 설마, 이 기계를 들려고? 니가 무슨 헐크··· 씨발. 뭐야. 이거··· "

거기까지 말한 일우는 양손으로 기계를 감싸들고 일어선 바위를 바라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입은 다시 기계를 내려놓을 때까지 닫히지 않았다.

" 뭐, 가능은 하겠네. 일단 짐 풀고 제비 만나서 이야기 좀 하고 옮기도록 하자. "

" 어.. 어. 그래. 언제든지.. 뭐.. 그래.. "

도끼도 넋이 나간듯 발전기와 바위를 번갈아 쳐다보며 바위가 사라질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일우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욕도 들렸지만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도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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