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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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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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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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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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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23쪽

과거사(1)

DUMMY

경찰서 정문은 난장판이었다. 마치 사자를 들러싼 승냥이떼처럼 거대한 체구의 남자, 바위를 둘러싸고 특공대복을 입은 대원들이 무기를 들어 견제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의 충돌이 있었는지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트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있었고 벽도 일부 허물어져 있었다.

혼자 어떻게 싸워야 저런 흔적이 날지 궁금한 헤드는 바위의 모습을 보고는 단번에 이해를 했다.

권갑형태의 쇠덩이를 주먹에 끼우고 그와 연결된 쇠사슬의 끝에는 왠만한 사람의 허벅지만한 자루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자루는 망치머리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 머리의 한쪽은 뽀족하고 한면은 평평했다. 딱 봐도 평범하지 않은 크기와 모양, 무게를 가진 물건이었다. 그런 망치를 다른 한손에 가볍게 들고 있는 저 남자는 마치 전설에서 나오는 헤라클레스 같은 모습이었다.

그냥 평범하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백이 느껴지는 바위는 경찰서 정문을 통해 나오는 다희와 휠체어를 보고는 자세를 풀었다. 아직 정확한 피아식별이 어려운 이들을 쓸어버릴 수는 없었기에 가볍게 드잡이질을 한 경우지만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 ··· 괴,괴물. 허,헉. "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대원들은 방금 보인 바위의 신위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휘둘러진 쇠사슬 한번에 바리케이트와 벽이 일부 무너질 정도의 위력을 정면에서 느낀 대원들이었기에 그 공포감은 쉽게 잊을 수 없었다. 비록 아무도 다치거나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대원들의 상태를 힐끗 본 헤드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것이야? "

" 내.. 일행을 찾으러 왔다. 다희야, 일루와. "

바위가 다희에게 손을 내밀자 후다닥 휠체어를 밀어 바위에게 달려갔다. 여지껏 휠체어에서 양손을 떼지 않고 있던 그녀가 처음으로 휠체어에서 한손을 떼고 바위의 품에 안겨들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연인들처럼 애틋하게.

" 헤에.. 여기 의사가 있어. 찾은거··· 잘했어? "

그 말에 다희가 다른 이들을 찾아 여기까지 온 이유를 깨달았다. 하지만 분명히 위험한 일이었기에 가볍게 핀잔을 주었다. 그것에 시무룩한 얼굴로 변한 다희가 더욱 바위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헤드와 핸드, 그 대원들은 잠시 넋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치 감정이라곤 없는 기계처럼 굴던 그녀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극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말이다.

" 같은··· 사람 맞지? "

" 분명히 얼굴은 같은데.. 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 "

그녀와 같이 이곳으로 온 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대원들을 무시하며 핸드가 나서며 물었다.

" 너희들은 어디 소속이지? 이 근방에서는 처음보는 사이퍼들인데 말야. "

대범하게 묻는 핸드는 속으로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이퍼들간의 격차는 직접 바코드를 읽지 않는 이상 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뭐랄까,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같은 사이퍼라고 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전신에서 에너지가 이글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마치 불꽃같이 그를 감싸는 에너지의 밀도와 크기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것같은 포식자로 보이게 만들었다.

맹세코 신세계 적색 바코드를 가진 이들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위압감이었다. 한마디로 절대 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온 몸이 경종을 울리듯 경고하고 있었다.

일반인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그런 기세를 부들부들 떨리려는 몸을 꽉 다잡으며 말하는 핸드의 이마를 슬쩍 본 바위가 조용히 대답했다.

" 우린 외곽에 있는 아파트단지에 쉘터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오늘 들어와 운영중인 병원을 찾고 있다. "

진실을 말하는 바위를 보며 핸드가 헤드에게 진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이며 절대 적대하지 말라는 의도였지만 헤드는 그냥 진실이라고만 생각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 흐음.. 그럼 일단 이야기부터 해볼까? "

다행히 헤드의 판단은 두명의 사이퍼를 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듯 했다. 결국 정문의 공격행위는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대화의 장으로 그들을 끌어들였다.

헤드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자신의 무기를 수습한 바위가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몇몇 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여 막아섰다.

" 안으로 무기를 가져갈 수 없다. "

바위의 무기가 어떤 일을 일으켰는지 지켜본 대원들은 저 무기를 안에서 휘두른다면 경찰서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위층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의 생사까지 위험하다는 사실도.

그런 그들의 눈빛을 잠시 바라본 바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무기를 풀어 내려놓았다.

쿵! 지면에 박히 듯 내려놓은 바위의 무기가 땅과 부딪히는 소음이 주변을 울렸다. 모두가 질린 눈으로 그런 무기와 바위를 번갈아 보았다. 얼마나 무거워야 저런 소리와 진동을 단지 내려놓는 것만으로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은 바위와 다희가 휠체어를 끌고 경찰서 안으로 사라지자 남은 대원들은 바리케이트를 보수하면서 몇몇이 바위의 무기를 들어 옮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서너명이 매달려도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그냥 그 자리에 내버려두고 자신들의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 그러니까. 당신들은 지금 서울의 북동부 외곽에 있는 OO아파트를 거점으로 생존을 하고 있다는 말이네? 으음.. 그렇다면 모를수도... 지금 서울의 세력구도를 먼저 알아야 내 설명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

아까 헤드의 집무실 겸 회의실로 쓰이는 방안으로 들어선 일행은 몇마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위도 이들이 나쁜 의도나 목적을 가지지 않은 단순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해줬다.

그러는 도중에도 헤드의 서울 세력구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 크게 나누면, 서울은 네개의 세력이 있어. 하나는 만월회, 그 세력의 성격은 분명치 않아. 하지만 가장 크고 강력하다는 것이 정평이지. 그리고 악의 축인 신세계, 너희는 알지 모르겠지만 일반 사이퍼처럼 푸른색의 바코드를 가진 능력자와 붉은 색을 가진 능력자로 구별되는데.. 그들은 대부분 붉은색 바코드를 가진 괴물들이야. 식인은 기본이고 취미는 살인이라고 할 정도로 막장인 녀석들이야. 그 세력정도는 만월회와 비견될 정도라고 알려져 있어. 그리고 우리처럼 생존과 보호를 위해 구성된 폴리스라인과 예전 조폭등이 모여 만든 서브웨이들, 즉 지하철에 거점을 둔 땅두더지 같은 놈들이지. 질이 아주 나쁜 놈들이야. 몇몇 서브웨이조직들은 신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어. 그리고 이런 세력은 아닌데 머천다이저라는 상인연합이 있어. 대부분 지방에 공장을 둔 기업인들이 만든 연합이지. 이것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범죄조직에 가까워. 하지만 이들을 통하지 않고 물건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아를 떠나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있어. 그외 우리나라의 가장 큰 조직은 역시 정부, 군대지. 하지만 이들은 지금 38선 사수에도 힘이 부치는 실정이야. 대략 이정도가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세력구도야. "

헤드의 설명을 묵묵이 듣고 있던 바위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들같은 능력자, 사이퍼들이 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한민국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까지.. 그런 와중에도 자신들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해 움직이는 인간들이 있다는 말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 적색 바코드, 본적이 있어. "

바위의 말에 핸드가 표정을 굳히며 열변을 토했다.

" 그 미친 새끼들은 반드시 죽여야 해. 살인에 식인, 좀비들까지 부린다고.. 악의 축이야. "

바위는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략이나마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일우의 경우는 완치는 아니지만 성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이들도 모든 정보를 오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위가 눈을 돌려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미각성자의 표식인 하얀색 바코드를 지닌 여자. 왜 그녀가 이곳까지 같이 자리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바위가 입을 열었다.

" 나는 단지 형의 치료를 위해 나온 것일뿐.. 너희들의 세력다툼에 낄 생각도 의지도 없어. "

" 이봐, 너도 인간이잖아. 이곳 서울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 몇명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수십만명이 넘어. 너는··· "

" 그만, 헤드. 그만해. 이들은 자신들의 목표와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거야. 더 이상의 강요는 실례야. "

핸드가 헤드의 어깨를 잡으며 말렸다. 아직 헤드는 이 사내, 바위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당연한 일인가? 자신만 해도 힘을 드러내지 않는 바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축되고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인데. 만약 그가 이 난장판에 끼어든다? 결코 자신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을꺼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 대신 형을 치료해주면 이 여자를 각성시켜주지. "

바위는 기브앤테이크를 확실히 알고 있었기에 그런 제안을 했다. 만약 이들이 각성방법을 알고 있다면 이 여자는 벌써 푸른색 바코드를 이마에 박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유추한 바위는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 이들의 전력보강 방법 중 가장 큰 이슈에 대한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런 제안에 놀란 눈을 한 헤드와 핸드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은 몇배의 이득을 챙기는 셈이었다.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말이다.

결론을 내린 헤드가 대원을 불러 의사를 데려왔다. 여전히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사내는 어색한 눈빛과 몸짓으로 장내에 들어서 휠체어의 가드가 들린 상태로 안에 있는 차돌을 살펴보았다. 기절하듯이 잠들어 있는 차돌의 몸 곳곳을 만져보고 진찰을 한 그 의사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 이 환자.. 지금 상태로는 병명을 확진할 수 없어요. 보다 전문적인 시설에서 CT/MRI등을, 아니 최소한 혈액검사라도 해야··· "

이마에 땀을 훔치며 검사결과를 말하는 의사가운을 입은 사내는 장내에 앉아 있는 인물들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분위기에서 느껴오는 압박감을 온몸으로 받는 모습이었다.

그런 의사의 진단에 한숨을 쉰 헤드가 변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 확실히 형분의 상태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알 수가 없겠어. 하지만 현재까지 운영중인 대형병원을 알고 있으니 그곳으로 데려다 주지. "

별다른 기대없이 헤드의 말을 듣고 있던 바위는 그 제안에 살짝 놀라며 대꾸했다.

" 아직.. 운영하고 있다고? 전기, 수도등이 다 끊어졌는데..? "

큰 병원은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이용하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작은 희망을 가지고 도심으로 들어온 바위는 그런 병원을 알고 있다는 헤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 그래, 근데.. 그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가 머천다이저 중 한곳이야. 우리와 제법 가깝게 지내는 곳이지만 외부인을 쉽게 들이지 않아. 하지만 우리의 보증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

" 그 대가는..? "

그 상인연합이라는 곳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돈, 화폐의 가치가 없어진 지금은 무엇을 지급하고 의료혜택을 받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 바위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린 헤드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 일단은 많은 양의 생필품을 주로 지급하는데.. 요즘은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어. "

" 무얼..? "

" 크음.. 어린아이들. 혹은 미각성 능력자. 가장 높게 쳐주는 것은 각성 능력자, 사이퍼 시체고.. "

슬쩍 미각성 사이퍼인 여자를 돌아본 헤드가 말을 이었다.

" 우리가 예상하는 것인데.. 그것들 무슨 실험을 하고 있나봐. 치료를 위한 대가로 사람이나 시체를 요구하고 있어. 아마도··· "

" 그렇다는 말은 그쪽에도 사이퍼가 있다는 말인가? "

" 그래, 그곳 원장 노릇을 하는 자가 사이퍼야. 거머리라고 불리는 자지. 예상은 7번대 상위계열 치유계인데.. 하는 짓은 사이코패스 의사행세를 하고 있어. "

" 그런짓거리를 하는 곳에 형을 맡긴다고? "

살짝 눈쌀을 찌푸리는 바위를 보며 변명하듯이 헤드가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그 밑에 있는 의사들의 실력은 확실해. 워낙 많은 수술과 치료 경험을 가지고 있어 모두 베테랑들이야. 지금 시대에는 수술하다 환자가 죽는다고 해서 민원이나 소송이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의술이 가장 발전하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 정도야. "

헤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바위는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들을 믿을 수 있을지, 혹은 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지, 그 대가는 어떻게 치뤄야 할지등 여러가지 결과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런 바위를 올려다보는 다희는 그저 좋은지 별생각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혹시 그 대가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마. 그들이 받는 물품 중에는 사이퍼들의 혈액도 포함되어 있으니··· "

거기까지 말한 헤드와 주변사람들은 시끄런 소음과 함께 총소리와 괴성이 들어오는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 하아, 오늘 무슨 액운이 끼었나? 사고가 왜 이렇게 많이 벌어지는 거야. 큭.. "

한탄을 하는 헤드와 벌써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서는 핸드와 특공대 복장의 대원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바위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좋아, 그곳에 가도록 하지. 근데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이퍼에 적색 바코드를 가진 자들도 포함이 되나? "

" 어? 으응.. 되긴 하는데.. 그게.. "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한 헤드가 바위를 따라나서며 긍정을 했고 그런 대답을 들은 바위가 순순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그렇다면 문제가 없겠네. 그들을 잡아주지. 살아있으면 더 가치가 있겠지? "

바위가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깨닫지 못한 헤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쳐다봤다. 새삼스레 들어오는 그 엄청난 근육과 덩치, 기세가 태산처럼 보였다.

문득 바위를 보며 과연 이 사내를 끌어들이는 짓이 잘한 일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헤드였지만 이내 털어내듯이 고개를 흔든 그는 서둘러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밖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다희의 눈빛은 심유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밖은 아까 바위때와 다르게 혈향과 신음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다친 대원들을 뒤로 물리며 전방을 경계하는 폴리스 인원들의 맞은 편에는 느긋한 표정의 두 사람과 수많은 좀비들이 질서정연하게 그르릉 거리며 도열해 있었다.

마치 놀리듯이 처음의 충돌 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핸드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핸드가 악마의 손을 드러낸 채 막아서자 그제야 두 사람의 적, 사내가 뒤틀린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나왔네, 재수없는 새끼. 오늘 네 제삿날이다. 크크큭.. "

염소와 묘하게 닮은 사내가 비웃듯이 말하자 그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 고작 한놈만 있는 이곳에 꼭 나까지 와야 하냐? 쪽팔리게.. "

" 스네이크, 방심하지마. 저 놈 최소 3단계야. 내가 괜히 이곳에서 얘를 먹은게 아니란 말이다. "

" 고트 새꺄. 그건 니가 역량이 모자란거고. 저런 애기 손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넌 보고 있어. "

스네이크라 불린 사내는 얇은 입술을 혀로 햝으며 나서지 말라는 듯이 손을 들어보이고는 품속에서 꾸불꾸불한 날을 가진 칼, 사모도를 꺼내들고 한걸음 내딛었다.

" 자, 막아봐라. 흡. "

스네이크가 힘을 주듯 기합을 주자 뱀눈깔로 변한 스네이크의 눈과 마주친 핸드가 마비가 된듯 멈칫거렸다. 그 사이에 스네이크가 걸어가 사모도를 들어 심장에 찔러넣었다.

" 크악! 이 새끼가! "

마비에 걸린 핸드가 고함을 지르며 마비를 풀어내고자 극한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쩌정! 핸드의 귀에 들린 환청과 함께 심장을 가르듯이 들어오는 칼날이 막 앞섭을 뚫고 지나갈때 악마의 손을 들어올려 쳐냈다.

" 허억! 헉! 재수 없는.. 씨발.. "

상성이 좋지 않았다. 잠시라도 멈칫하는 순간 생사가 오가는 사이퍼들의 전투에서 마비능력자가 가세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방금 깨달은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목숨을 걸어야 할 듯 싶었다.

그렇게 물러나 헉헉대며 전방을 주시하며 경계하는 핸드의 뒤로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막 재차 공격을 가하려던 스네이크는 그의 등장에 흠칫 놀라며 물러서며 고트를 돌아봤다.

" 고트, 한놈이라며? 저놈은 뭐야? "

고트도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변명했다.

" 시발, 내가 어떻게 알아. 분명히 저번까지 저 새끼 혼자만 있었는데··· 우리 둘이면 충분해. 다 잡아 죽이면 되지. 클클.. "

그런 바위의 뒤의 옆으로 헤드가 나서며 대원들에게 지시했다.

" 모두 건물안으로 들어가 방어를 합니다. 모두 피하세요. "

그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건물로 들어선 대원들은 여전히 총구를 좀비들에게 고정하며 경계했다.

" 크큭, 재미있네. 공성전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럼 그에 맞게 놀아줘야지. 얘들아, 가서 놀아라. "

고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백여마리가 넘는 좀비들이 사방에서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위가 헤드를 보며 말했다.

" 저 두놈이면 그 머천다이저인가 하는 곳의 대가로 충분한가? "

" 무,뭔.. 당연하지. "

" 그래.. "

바위는 자신의 무기가 아직 그 자리에 박혀 있었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고 주먹을 우드득 감싸쥐며 한걸음 내딛었다.

" 넌 빠져, 저 좀비들이 막아. "

아직도 마비증상에서 완벽히 빠져나오지 못한 핸드를 툭툭 치며 뒤쪽을 가리키며 바위가 말을 했다. 그런 그 말에 반박조차 하지 못한 핸드는 고개를 숙이고 경찰서 건물방어를 위해 뒤로 빠져나갔다.

그 모습에 고트가 비웃으며 뭐라고 말했지만 한귀로 듣고 흘린 바위가 그 둘을 쓱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 일단, 다리부터.. "

쾅! 자리를 박차고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바위의 신형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그 자리의 아스팔트가 움푹 패어있어 그곳을 딛고 나갔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콰득! 콰드득!

이미 고트의 앞까지 다가선 바위의 강철같은 다리가 로우킥으로 고트의 허벅지를 차고 있는 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스네이크의 눈동자에 비쳤다.

" 안돼! 이 새끼 죽어라. 하압! "

이미 로우킥에 적중당한 고트는 채 힘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튕겨져 날아가 길거리에 있는 상가에 쳐박혔다. 멈칫, 스네이크의 능력에 몸이 묶인 듯 후속타를 날리려 따라가지 못한 바위가 시선을 돌려 스네이크를 바라봤다. 아무런 당혹감도 분노도 없는 무심한 눈빛이었다.

" 재미있는 능력이네. "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전신에 힘을 주자 뭔가 묶고 있던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반작용으로 스네이크가 물러서며 경악한듯 외쳤다.

" 도대체··· 능력치가 얼마면.. 이런짓이 가능한거지? "

" 그건 니들이 허접이라 그런거지. 덤벼라. 죽이지는 않으마. "

어느새 상가에 처 박힌 고트가 회복을 했는지 덜렁거리는 한쪽발을 끌고 두손까지 이용해 바위를 향해 들이박듯이 달려들었다. 그의 이마부터 머리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커다랗고 날카로운 염소의 뿔모양으로 자라나 있었다. 제법 빠른 속도로 들이닥쳤다.

턱. 그런 고트의 공격을 한손으로 뿔을 움켜쥔 바위가 중얼거렸다.

" 고작 이것으로 끝인건가? 흡. "

뿔을 쥔 손을 그대로 꺽어버리자 콰창! 하는 소리와 함께 뿔이 부서져 나갔다. 그와 함께 비명소리를 지른 고트는 괴로워 하며 땅을 굴렀다. 그런 광경에 입을 떡 벌린 스테이크는 서둘러 다시 능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가벼운 동작으로 마비를 풀어낸 바위는 더 이상 볼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고트의 양발과 어깨를 밟아 부러뜨리고 스네이크에게 다가갔다.

" 너희들은 그냥 행운속에서 얻어진 능력을 가지고 자만하면서 즐기듯이 살았구나. 전혀 스스로를 개발할 생각도 능력도 없는 것들··· 쓰레기라고 하지. "

" 이..이.. 죽어라! "

사모도를 들고 온힘을 끌어올려 뱀눈을 만든 스네이크가 바위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평범한 로우킥에 땅바닥을 굴렀고 이어진 발길질에 사지의 뼈가 조각조각 나 흙바닥을 뒹굴었다.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로우킥을 맞고 그 쇼크로 심장마비가 올 정도였지만 사이퍼의 내구력과 회복력은 그런 걱정을 덜어주었다. 사지가 제멋대로 꺽인 두 적색 바코드를 가진 자들은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개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그 사이에 경찰서 건물로 돌진한 좀비들도 거의 정리가 끝나 있었다. 악마의 손을 가진 핸드의 활약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절반이상이 좀비들이 갈갈이 찢겨져 나뒹구는 모습은 아마 다희가 손을 쓴 모양이었다. 그것을 대변하듯 다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그런 다희가 휠체어를 밀면서 바위에게 다가왔다.

" 그럼 얘들을 넘기면 차돌오빠 치료받을 수 있는거..? "

묵묵이 고개를 끄덕인 바위는 한손으로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 댓가였다. 고로롱 거리며 손길을 느낀 다희는 저쪽에서 급히 다가오는 핸드와 헤드를 보면서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 이··· 녀석들은··· "

" 아직 살아있어. 댓가로 충분한가? "

" 다,당연합니다. 네, 그렇죠. "

어느새 바위에게 존칭을 붙이는 헤드는 대원들에게 지시를 해서 튼튼한 구속구를 가져와 사지를 결박시킨 후 그들을 어딘론가 데려갔다. 그리고 이어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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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과거사(4) 18.07.17 930 17 19쪽
44 과거사(3) 18.07.16 906 16 22쪽
43 과거사(2) 18.07.14 916 18 18쪽
» 과거사(1) 18.07.13 934 21 23쪽
41 만월회(6) 18.07.12 922 16 21쪽
40 만월회(5) +1 18.07.11 956 15 21쪽
39 만월회(4) 18.07.10 964 16 21쪽
38 만월회(3) 18.07.09 978 17 19쪽
37 만월회(2) 18.07.06 991 18 20쪽
36 만월회(1) 18.07.05 1,031 15 21쪽
35 사이퍼(7) 18.07.04 1,028 19 21쪽
34 사이퍼(6) 18.07.03 1,009 18 19쪽
33 사이퍼(5) 18.07.02 995 20 21쪽
32 사이퍼(4) 18.06.29 1,001 20 20쪽
31 사이퍼(3) 18.06.27 1,045 21 22쪽
30 사이퍼(2) 18.06.27 1,081 24 21쪽
29 사이퍼(1) 18.06.26 1,083 22 20쪽
28 쉘터(7) 18.06.25 1,071 27 20쪽
27 쉘터(6) +2 18.06.24 1,192 24 20쪽
26 쉘터(5) 18.06.23 1,067 22 22쪽
25 쉘터(4) 18.06.22 1,068 21 21쪽
24 쉘터(3) +1 18.06.21 1,111 2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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