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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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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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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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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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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9쪽

쉘터(3)

DUMMY

파지직! 치짓!

" 진짜 해? 아크 용접 최고 온도가 3천도가 넘어, 아무리 너라도.. "

도끼의 걱정스런 음성이 소형발전기가 돌아가면서 내는 웅웅거리는 소음과 함께 창고를 울렸다. 하지만 굳은 결심을 한 바위의 눈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짐하듯 말했다.

" 일단 잠깐만 한다. 정말 아주 잠깐이야. 그걸 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알았지? "

그렇게 말한 도끼는 바위의 드러난 팔뚝부근에 모재와 금속전극을 가까이 가져다 대어 아크를 발생시켰다. 스파크가 튀면서 순식간에 접점에서 고온의 열기와 함께 선명한 하얀색 빛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크윽! 치치칙!

그렇게 잠깐 대었다가 뗀 도끼가 우선 바위의 팔뚝 상태부터 살폈다.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 두눈을 깜빡거리며 시야를 돌린 도끼의 눈에 뻘겋게 익은 바위의 팔뚝이 들어왔다. 다행히 녹아내리거나 조직이 망가진 흔적은 없었다.

" 휴우, 다행이네. 바위야, 너 진짜 괴물이 되었구나. 이 정도 고온에도 별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다니 말야.. 이거.. "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불신의 말을 내뱉는 도끼가 씁쓸하게 말했다. 바위가 이렇게 발전하는데 자신은 아직 제자리인거 같아 속상한 표정이었다.

도끼는 사거리파 얘들이 가져온 생필품 중에 담배가 포함된 것을 보고 챙겨놨다. 그것도 아깝다고 하루에 몇개피만 피는 담배를 지금 물고서 놀람과 감탄을 하고 있었다.

" 흠, 그렇군. 근데 너 고글써야 하지 않냐? 안그래도 용접할 때 고글없이 하면 눈에 치명적이라며? "

뭔가를 확인하며 이마에서 손을 떼며 바위가 걱정을 담아 말했다. 담배연기에 뿌옇게 흐린 연기뒤로 도끼의 눈을 자세히 보니 아직도 충혈되어 있었다.

" 근데 이 미친짓을 계속 할꺼야? 야, 나는 도저히 쫄려서 못하겠다.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

도끼의 말에 바위도 수긍하면서 입을 열었다.

" 그래. 단지 실험때문에 부탁한 거야. 이제 네 도움은 없어도 돼. 고맙다. "

" 크으, 그나마 다행이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 먼저 간다. 여기 정리하고 나와라. "

도끼는 무슨 약속이 있는지 급히 자리를 비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바위는 이제까지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한 내용들을 떠올렸다.

첫번째, 바코드의 두번째 자리의 숫자가 바뀌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훈련을 통해 얻는 경험치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두번째, 자신의 두번째 자릿수가 0일때는 몸의 구조와 근골이 최적화되며 변했다면 1일때는 내구성, 즉 몸의 뼈와 가죽, 장기등이 질겨지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금처럼 2가 되면서 기존에 했던 훈련들로는 더 이상 바코드숫자를 올릴수 없었다.

세번째, 수많은 실험을 한 결과 바코드 두자릿수의 2는 저항력을 올려주는 훈련을 통해서만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실험은 어제밤에 겨우 실마리를 잡았고 지금 이것을 통해 완전히 결론을 내린것이었다.

어제 밤, 사거리파 조직원들이 자청해서 교대로 불침번을 서고 있는 와중에 주차장에 드럼통을 구해 불을 피웠다. 밤새도록 고민을 하던 바위는 바람 좀 쐴겸 그곳으로 나갔고 긴장한 조직원들은 놔두고 드럼통에 피어오르는 불꽃을 지켜보다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몸이 불꽃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드럼통에 손을 넣어 불타고 있는 나무를 잡았다. 생각대로 그다지 큰 통증은 없었다. 작은 작열감은 있었지만 참을 만했다. 물론 그걸 지켜보던 조직원은 식겁하며 놀랐지만 평온한 바위의 얼굴에 그러려니 했다. 아마 다음날 아침에는 괴물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어떤 존재로 불릴 듯 했다.

그리고 확인한 바코드가 예전처럼 끝자리 숫자가 올라간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도끼에게 부탁해 이런 실험을 한 것이었다.

바위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저항력이라고 했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위험이 있고 그 위험으로부터 저항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불이 아닌 다른 것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과감히 실행으로 옮겼다.

돌아가는 소형 발전기의 한쪽 전극을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다른 전극을 잡았다. 순간 흐르는 전기에 감전되면서 온몸에 털이 사방으로 바짝 서버렸다.

크으으윽.

그렇게 잠시후 바위의 몸에서 연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몸에 수분이 다 날라가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손을 뗄 수 없었다. 근육이 말리며 잡고 있는 전극들이 손에 딱 붙어 버린것이다.

" 으으윽, 크앗! "

본래 일반인의 힘으로는 절대 못뗄것 같던 전극을 잡고 있던 손을 힘으로 핀 바위는 그제야 숨을 몰아쉬었다.

" 위,위험했어. 헉헉.. 담부터는 조심해야겠어.. 크윽. "

바위는 생전, 아니 각성후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그만큼 무식한 방법이었다. 불과 이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위가 느낀 시간은 몇십배는 더 길었다.

몸에서 나던 연기가 가라앉고 신경세포도 활성되었고 손바닥에 난 상처들도 어느정도 원상태로 돌아오자 이마에 손을 대어 자신의 바코드를 읽었다.

12020007451. 단숨에 끝자리 숫자들이 오천이상 늘었다. 확실히 목숨이 위험할 정도라면 많은 숫자가 올라갔다. 그래서 바위는 이런 수련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곧 생각을 정리하고 몸을 추스린 바위는 창고를 정리하고는 다음 수련을 생각했다. 다희의 능력인 가시줄기의 관통력도 하나의 힘이니 그것으로 실험을 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포라이터도 구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창고를 나섰다.


" 천둥은 아직이야? 뭔 놈의 사내자식이 그렇게 지난일에 미련을 못버리고 쯔즛.. "

종로구 만월빌딩 지하에 위치한 능력자 수련장에 그린듯 나타난 여자의 이름은 김소민. 별칭은 선샤인, 천둥의 쌍둥이 남매로 8번대 공간계열 능력자였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션샤인의 모습에 수련장에 있던 대여섯명의 인원들은 많이 보아왔는지 놀라지 않고 한쪽에 나 있는 개인수련실을 일제히 쳐다봤다.

혀를 찬 션샤인은 그들이 일제헤 쳐다본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하며 외쳤다.

" 야! 니가 좋아하는 회주님이 찾으신다. 빨랑 쳐 나와! 남자새끼가 찌질하게. 흐응. "

그녀의 말이 전달되었는지 잠시후 문이 열리며 거지몰골을 한 천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션샤인이 흐응거리며 즐거운 듯 바라봤다. 뭔가 장난감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 흐응. 우리 천둥이 맘이 많이 상했나봐~ 이거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데 말야. 오랜만에 누님이랑 대련이라도 한번 할까? "

" ··· 좋아. 안그래도 부탁하려든 참이었어. "

" 응? 진짜? 얼마만이야? 예전에 크게 당하고 맨날 피해다니더니? 흐응.. 일단 언니한테 가봐, 대련은 그 이후니까. 오케이? "

초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천둥이 수련실을 나서자 멀뚱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수련생들을 션샤인이 째려보자 화들짝 놀라며 급히 시선을 돌렸다. 평상시였다면 대련을 빙자한 구타가 이어졌겠지만 지금은 그보다 급한 일이 있는 선샤인이었기에 공기중에 분해되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그녀를 느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쉰 수련생들이 중얼거렸다.

" 휴우, 저 마녀가 그냥 갔네. 오늘은 재수가 좋네, 깨달음을 얻을라나? "

" 크큭, 미친놈. 그런 운이었으면 지금 겨우 1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을리가 있겠냐. 크크크.. "

" 야, 그래도 선샤인과 직접 대련하면 확실히 성장치가 빨리 올라. 그건 감사해야해. "

" 너나 감사해. 한번 대련하면 몇일을 누워있어야 하는데.. 너 M이냐? 그렇게 처맞는게 좋으면 내가 때려주마. "

" 뭐, 이새꺄. 좋아. 오늘 결판을 내보자. "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 대련으로 흘러갔지만 흔히 있는 일인듯 다른 수련생들이 공간을 넓게 벌려주며 장소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각자 자세를 잡고 대련을 빙자한 자존심싸움이 막 시작되었다.

그런 능력자 수련장을 벗어난 천둥은 가장 상층에 위치한 전략실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만월빌딩의 최상층은 오직 단 하나의 사무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방이 투명한 유리재질로 둘러쌓여 있고 용도를 알수 없는 기기들이 LED램프를 번쩍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한국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그 지도에 무언가 지속적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뭔가를 조작하고 통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도를 바꾸는 등 제법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가운데 휠체어를 타고 있는 회주, 임나연과 비쩍마른 체구에 노안을 지닌 마에스트로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에스트로는 처음에 이곳에 온 모습과 꽤나 달라져 있었다. 일단 깔끔한 양복과 다듬어진 머리와 수염등으로 인해 예전의 노숙자처럼 보이던 그가 지금은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물론 사십대처럼 보이는 주름진 노안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 회주님. 부르셨다고.. "

뭔가를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회주와 마에스트로는 등장한 천둥에게 고개를 둘리며 대화를 멈추었다.

" 아, 1팀장. 어서와요. 내가 불렀다고 하던가요? 선샤인이? "

" 짠! 언니. 어짜피 부를 생각이었잖아요. 헤헤. "

어느새 그 자리에 공간이동한 선샤인이 애교를 부르듯 혀를 내밀며 회주에게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회주는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고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 맞아요. 일단 여기로 와서 앉으세요. 선샤인도.. "

이 모든게 선샤인의 장난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천둥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하지만 회주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천둥은 결코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샤인은 그런 그를 무시하며 성큼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자리에 앉자 그들을 돌아보며 회주가 입을 열었다.

" 자, 아시겠지만 이분은 마에스트로라고 부르시면 되고... 9번대 능력자세요. 일단 우리의 일을 도와주고 있죠. 아마도 제가 알고 있는 국내 유일의 인챈터에요. "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예의상 소개를 마친 회주가 마에스트로에게 눈짓을 하자 옆에 놓여진 상자를 들어 탁자에 올려놓았다.

" 천둥씨가 열어보세요. "

회주를 빤히 바라보다 재촉하는 손짓에 앞에 놓여진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애병 환도, 번개가 놓여져 있었다. 달라진 점은 도신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손잡이를 잡고 꺼내든 천둥은 확실히 뭐가 달라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런 천둥을 보면서 씨익 웃은 마에스트로가 설명하듯 말했다.

" 하하, 저의 첫작품이 드디어 주인에게 갔군요. 일단 말씀을 드리자면 그 환도, 번개라고 했죠? 번개에 새겨진 문양은 제 능력으로··· "

한참을 자랑인듯 설명인듯 지껄이다 좌중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슬그머니 핵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 크음.. 그러니까, 속성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게 인챈트를 한 것이라는 겁니다. 한번 실험 해보시죠. "

결국 마에스트로의 얘기는 천둥의 능력인 전자기력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다. 슬그머니 환도를 잡고 능력을 끌어올리자 순식간에 환도가 백열되면서 전기를 방전하기 시작했다.

" 그만! 여기 전자제품 다 날려먹을 일있어? 확인만 해. "

천둥이 발산하고 있는 전자기력은 확실히 전자기기에 큰 영향을 주었기에 힘을 거둬들이며 속을 놀람을 삼켰다. 회주가 왜 마에스트로를 그토록 열심히 찾아헤매었는지 이 하나만 봐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낼 수 있던 힘을 대략 150%까지 증폭시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에너지소모도 조금 줄어들었다. 비록 그 양은 미미하지만 그런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천둥의 놀람은 가시지 않았다.

그런 천둥의 얼굴을 보면서 미소지은 회주는 선샤인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 선샤인의 목걸이도 비슷한 역할을 해요. 물론 제약이 없죠. 하지만 이제부터 몇몇을 제외하면 제약이 걸릴꺼에요. "

이 목적이 회주가 마에스트로를 찾아 헤맨 이유였다. 이미 마에스트로도 그 역할에 대해 이해를 했는지 별다른 의문없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제약은 예전에 말한 인간의 본질, 욕심에 대한 것이었다. 힘을 가진 인간은 의도가 선하고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선택에 따른 결과가 커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이 아무리 굳은 사람이라도 주변의 부추김과 유혹에 쉽게 변질된다. 그런 변질과 왜곡은 회주가 변절자보다 더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일명 금고아. 삼장법사가 손오공을 길들이기 위해 만들었다는 족쇄.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각성한 싸이퍼들 중 몇몇은 빌런짓을 하다 천둥등에게 잡혀와 갇혀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그들을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금고아, 족쇄를 채우는 것이었다. 비인륜적인 방법이었지만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일종의 아이템 역할을 하기에 명령에만 충실하다면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견된 흰색 바코드를 가진 사람들도 각성을 시켜 전력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흰색이 푸른색으로 바뀌어 능력을 얻은 인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검증된 사람만 그 동안 각성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그런 제약이 풀리는 것이다.

" ··· 그래서 천둥씨를 부른거에요. 금고아 제약에 전자기력까지 포함시키려고 말이죠. 그리고 이제 그만 과거에서 벗어나세요.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망치는건 반대에요. "

" ··· 네, 회주님. "

천둥은 힘겹게 고갤 끄덕이며 침중하게 대답했다.

" 좋아요. 그럼 마에스트로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세요. 그 이후에 싸이퍼 후보자들과 빌런들과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죠. 당분간은 몸을 숙이는 방향으로 갈꺼에요. 그동안 나가던 정찰도 반으로 줄이고 싸이퍼들 훈련량을 집중적으로 늘려주세요. 대원들을 더 많이 확보하시고 구축중인 쉘터에 더욱 신경써주세요. 이번달안에 완성되어야 해요. "

" 회주언니, 근데 정부에서 진행중인 쉘터구축은 어떻하죠? 그대로 놔두면 분명히 변절자들의 먹이로 전락할꺼 같은데··· 군인들도 불쌍하고요, 어떤 조치를 취해야.. "

" 흠, 네. 그 부분도 이미 진행중이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대한민국의 전력은 최대한 보존하고 있어야 하기에.. 정부는 지금 38선 방어에도 정신없어요. 아마 서울에서 자체적인 쉘터를 만들기에는 아직 여력이 없을꺼에요. 이번에 잠실거점도 크게 한번 타격을 입은 터라.. "

그런 그들의 걱정과 고민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회주는 그들을 내려보내고 생각에 잠겼다.

' 아직 시기상 전면에 나설 단계가 아닌데.. 일기장에 적혀 있는 미래가 조금 비틀렸어. 휴우, 잠실거점의 갑작스런 타격도.. 한 걸음 빠른 변절자들의 강화도 기습도. 구루의 빠른 등장까지.. 이젠 일기장에 의존하는 것보다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해. '

생각을 마친 회주가 전략실에서 대기중이던 비서에게 지시를 했다.

" 잠실거점 책임자가 최호득 소장이라고 했죠. 그에 대한 자료를 챙기세요. 조만간 시간을 내서 만나보기로 하죠. "

회주는 일단 최장군을 먼저 만나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그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인물인지 보고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 그리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기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물자를 최대한 쌓아놓으라고 지시하세요. 해외 요원들에게서 들어온 정보는 없나요? "

그녀의 말에 비서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보고서를 건내주었다. 그런 비서가 벙어리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지 회주는 자연스럽게 보고서를 받아 한장씩 넘기고 살펴봤다.

' 역시.. 해외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역시 일기장보다 훨씬 빨라. 뉴질랜드에 미국과 러시아, 일본, EU등 세계정상들이 모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과 중국의 멸망이 공식화되었고, 남미도 거의 회생불능. 변절자들의 존재와 초능력자들의 존재도 파악하고 있어. 조만간 그들과 협상이나 포섭하려고 작업을 하겠는데.. 달라진 점은 우리나라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원래는 북한과 함께 머지않아 좀비들에게 먹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가··· 이것만으로도 세상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다니, 예상은 했지만 너무 반동이 커. 역시 이제부터는 우리들의 힘을 쌓고 그것만으로 헤쳐나가야 해.. 아직 우리 세력이 너무 약해, 상대적으로.. '

나연은 자신의 일기장의 마지막에 적혀 있는 상대, 최종목표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상대인지 알고 있었다. 단순히 변절자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을 멸망 시킬 그런 존재였다. 핵폭탄? 전략무기? 수많은 싸이퍼? 그런 것들로는 이미 상대해 봤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일기장의 마지막에 적혀있는 것은 절망과 후회, 체념뿐이었다. 일기장의 가장 큰 후회는 드레드노트가 없었다면, 혹은 그가 우리의 편에 서 있었다면. 그런 후회섞인 가정들 뿐이었다.

보고서를 덮고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예전 몇년전의 모습, 그대로 바뀌지 않고 마주하는 얼굴이 보였다. 모든 싸이퍼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 아니 축복이었다.

늙지 않고 최초 각성한 그대로의 모습을 죽을때까지 유지하는 것. 외국의 어느 각성자는 너무 어린 나이에 각성을 해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는 것도 일기장의 귀퉁이에 적혀 있었다.

왜? 누가? 어떻게 이런 능력이 주어지는지 일기장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추측만 있었다. 24년전 비슷한 시기에 모종의 사건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그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 중 일부가 바코드가 찍혔다는 것, 그게 다 였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바코드에 대해 다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이다. 과연 이 능력은 신의 선물인 것일까? 아님 저주인 것인가? 이번에는 그 해답을 찾을 것이다.

투명한 창문에 비친 자신의 고등학교때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수많은 의문과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다짐하는 나연은 만월회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주인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와 비슷하게 말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뒤로 하고 저 멀리서 헬리콥터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요즘들어 자주 보이는 풍경들 중 하나였다. 정부, 군대에서 지금 이시기에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런 의문들도 곧 헬기소음에 반응한 좀비들의 괴성 사이에 묻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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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골방곰
    작성일
    18.09.27 13:41
    No. 1

    첫화에 나왔던 그 사건인가 보네요.
    그 제약회사 박사가 약품 섞어서 일어난...
    그리고 바위가 드레노트인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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