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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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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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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쉘터(7)

DUMMY

" 그, 사이퍼라는 것은 우리같은 초능력자를 말하는 것이겠지? "

바위의 물음에 미간을 찡그린 스커트의 여자가 말했다.

" 뭐야? 아직 사이퍼도 몰라? 이거 어디 산속에 쳐박혀 있다가 이제 나온건가? "

뭐가 웃긴지 혼자 즐거워하며 웃음지은 스커트여자는 금방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 우린 선택받은 자들이고 이것들은 노예들일뿐, 그리고 비상식량정도 가치밖에 없는 것들이야. 세상의 주인은 우리라고! 바로 이 바코드를 가진 자들 말이야! "

격정적으로 외치며 아래를 노려보던 스커트여자는 곧 정신을 차렸는지 조근조근한 말투로 아래쪽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난 궁술의 여신, 야나라고 해. 넌 이름이 뭐지? "

정확히 일우를 가리키며 묻는 그녀, 야나의 시선을 받은 일우는 눈쌀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 나? 알아서 뭐하려고? 저거 약간 정신이 이상한거 맞지? 엄마가 미친년이랑 상종하지 말라고 했는데.. "

바위는 일우에 말에 너나 저년이나 미치면 비슷하다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잡아먹을 듯 자신들을 쏘아보는 아르를 향해 다시 말을 건냈다.

" 야나, 넌 사람을 해친적이 있나? "

" 뭐? 해쳐? 크크큭, 여기 밑에 있는 인간들 말인가? 이것들은 내 소유물이야. 좀비를 만들든 잡아먹든 나의 권리란 말이.. "

우드득!

야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다희가 일으킨 가시나무가 순식간에 자라나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어느새 자리를 피한 야나는 한손에 국궁과 비슷하게 생긴 활을 들고 외쳤다.

" 죽여라! "

우르릉!

" 멈춰! 움직이면 콘크리트로 묻어주지! "

야나의 지시를 듣고 막 어설프게 달려들려는 사람들 앞에 콘크리트벽을 일으킨 일우가 외쳤다. 주민들은 그 모습에 어찌할줄 몰라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었다.

" 흥! 머저리같은, 역시 충직한 우리 좀비들이 필요해! 나와라! "

야나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아파트 단지 사각에서 수십마리, 거의 백마리에 가까운 좀비들이 어슬렁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대치중이던 아파트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민센터로 도망치듯 뛰어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위가 다희에게 야나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미친듯이 이쪽으로 돌격하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마주달려갔다. 일우는 자신의 할일을 금세 파악했다.

사방으로 높은 담을 만들어 일행들을 보호하면서 좀비들이 사방에서 덮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 씨발, 이거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어 빨랑 정리하고 저 미친년 잡아! "

땅바닥에 손을 대고 에너지를 쏟아붇고 있는 일우가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의 외침에 별다른 반응하지 않고 좀비들 사이로 파고든 바위가 팔에 감고 있던 쇠사슬을 풀며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퍼퍼퍽! 캬가각!

사정거리에 있는 좀비, 아파트 구조물할 것 없이 분쇄되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워낙 넓은 범위로 좀비들이 흩어져 있어 한두번의 휘두름으로 정리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바위를 지나쳐 결사대쪽으로 방향을 튼 좀비들도 다수 있었다.

바위는 그 좀비들을 쫒는 대신 더 이상 다른 좀비들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을 택했다. 그들을 믿고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쉭! 쾅! 쉭! 쾅! 꺄드드득!

다희와 야나쪽에서도 쉴새없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폭음, 가시줄기가 사방을 긁는 소리가 연신 울려퍼졌다. 다행인건 다희가 그 전투의 영향력에 결사대가 포함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야나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위는 그렇게 사방을 뛰어다니며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 받는 그녀들의 모습을 힐끗보고 다시 좀비들에게 집중했다. 풍차처럼 휘돌며 걸리는 모든것을 갈아버리는 쇠사슬의 위력에 그 많던 좀비들도 그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과 몇분사이에 바위의 쇠사슬은 좀비들의 채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고 더 이상 바위에게 달려드는 좀비는 없었다. 결사대쪽도 싸움이 끝이 났는지 별다른 소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콘크리트 벽이 유지되는 것으로 봐서는 문제가 생긴듯 했다.

" 무슨일이야? 아직 상황정리가 안되었나? "

바위가 다가서며 묻자 소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아, 그게.. 몇사람이 좀비에게 물렸어요. 일단 보셔야 할듯 해요. "

콘크리트벽 사이로 들어간 바위의 눈에 좀비 대여섯마리 시체와 결사대 인원 몇명이 누워있었다. 그런 그들사이에 소미가 능력을 써서 치료를 하고 있었다.

" 휴우, 좀비로 변하는 것을 늦추고 있는데.. 시간문제에요. 아직 제 능력으로는 완전치료는 불가능해요. "

그말은 나중에 능력이 오르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치 못한 바위는 누워있는 인원들의 면면을 살폈다. 고아원 고등학생 한명, 조직원 두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미까지 총 네명이었다.

고아원 아이는 목이 뜯겨져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보였고 조직원 두명은 치명상은 아니지만 팔뚝이나 다리부분에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그에 반해 두미는 손등이 물려 뼈가 드러나 있었다.

" 하아, 니미랄.. 좀비 눈깔에 칼을 찔러넣었는데.. 뒈지지도 않고 하, 씨발 재수가 없어서.. 크큭 "

뭐가 불만인지 자신이 찔러죽인 좀비를 쳐다보며 아쉬워하는 두미를 뒤로하고 모두에게 지시하듯 말했다.

" 모두 밖으로 나가 대기한다. 여긴 내가 정리하지. "

" 아니! 그럴수는··· 이년은 내동생이야. 내가 마지막을··· "

바위의 말에 두눈을 부릎뜨고 자신의 주장을 내뱉는 으뜸을 지긋이 노려보며 바위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녀는 죽지 않는다. 내가 장담하지. 다른 사람은 어쩔수 없지만.. 모두 나가! "

뭔 개소리냐고 외치려던 으뜸은 바위의 눈에 담긴 진심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지시했다. 자신의 입으로 미친년이라 불러도 그동안 같이 자란 동생이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 후우, 일단 나가서 정비한다. 짐 챙겨. "

" 바위형.. 재훈이는.. 그 녀석은.. 제발 살려주세요. 네? "

주몽이 다급히 말문을 열었다. 유독 이곳에 도착해 고아원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왔던 놈이라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 미안하지만 이 녀석은 포기해야 해. 빨리 아이들을 챙겨서 나가봐.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닐꺼다. "

바위의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떨군 주몽은 이내 몸을 돌려 아이들을 인솔해 으뜸을 따라 나갔다. 그렇게 부상자들과 혼자 남은 바위가 그들에게 말했다.

" 미안하다. 방법이 지금은 없다. 선택은 너희들이 해라. "

바위의 말은 지금 자신이 내리는 죽음을 받을 것인지 좀비가 되어 죽을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 말에 피식 웃는 조직원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 어짜피 죽을 꺼면 사람으로 죽는게 좋겠죠. 아프지 않게 한방에 부탁합니다. 하아, 씨발놈의 세상.. "

" 그르륵, 커억! "

그 사이에 목이 뜯긴 아이가 공기빠지는 소리와 함께 숨을 거두고 회백색 눈깔로 돌변해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위는 그런 아이에게 안식을 내리듯이 주먹을 뻗어 머리를 순식간에 부셔버렸다.

퍼억!

터져나간 머리와 뇌수가 콘크리트벽에 물감을 뿌리듯이 칠해졌다. 그 모습에 다가온 죽음에 겁이 났는지 벌벌 몸을 떨며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드는 조직원이 있었다.

" 하,한대, 한대만 핍시다. 마지막으로.. "

치익. 후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피식거리는 웃음을 짓는 조직원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곤 입을 열었다.

" 쓰읍, 후우.. 이 좆같은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으로 살다 죽네, 어짜피 이렇게 살다 뒷산이나 바닷가에 버려지는게 우리네 인생인데. 요 몇일 나름 인간답게 살아봤습니다, 그려. 아프지 않게 부탁합니다.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바위는 눈치채지 못하게 손을 뻗어 머리에 구멍을 냈다. 그래야 좀비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머지 조직원까지 세명을 순식간에 처리한 바위는 두미를 바라봤다.

그녀의 이마에 있던 흰색 바코드가 서서히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 뭐해? 빨랑 죽여. 어짜피 한번 죽는 인생, 좋아하는 남자한테 죽어볼 수 있는 년이 세상 어디에 있겠어. 깔깔깔. "

이미지 관리를 포기했는지 아예 커밍아웃하면서 죽이라고 외치는 그녀는 진심이었다. 죽고 사는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말했다.

" 넌 죽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군. 충격이 있을꺼다. "

" 뭐..? 꺅! "

바위는 그녀의 목을 잡고 단번에 심장부근을 끊어쳤다.

퍽!

심장이 터지는 느낌이 확실히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붉은 색으로 진행중이던 바코드가 푸른색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이로써 확실히 깨달았다. 저 청색과 적색 바코드의 차이를 말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완전히 푸른색으로 바뀐 바코드가 빛을 발하자 두미가 깨어나며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 커헉, 쿨럭. 야 이.. 이게 뭐지? "

두미는 깨어나면서 느낀 신체변화에 당황을 해서 좀전에 있었던 일은 잊어버렸다. 당황하는 두미의 이마에 손을 대본 바위가 말했다.

" 10100770001. 이게 너의 능력치, 바코드다. 너도 이제 초능력자다. "

" 뭐? 어 그러고 보니, 너.. 아니지. 오빠 이마에도 푸른색 바코드가 보여요. "

다행히 지금 상황속에서도 어느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바위에게 존댓말을 하면서 물었다.

" 그건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나가자. 밖에 사람들이 기다린다. "

" 어, 음. 아, 네. "

급변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제정신을 못차리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자 밖에서 무언가를 보며 혼이 나간듯 자신들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나마 으뜸과 일우가 기척을 느끼며 돌아보고 놀라서 물었다.

" 어떻게? 괜찮은 거야? 두미야. 너 오빠 알아보겠어? "

" 당연.. 근데 아까 나보고 뭐라고 했지? 으득! "

" 오,오해야. 가족인데 최소한 마지막은 내가.. 걱정했다. 녀석아. 큭. "

으뜸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표정을 풀고 피식 웃음지으며 다른 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 시야에는 여전히 치열하게 다툼을 하고 있는 다희와 야나라는 미친년이 있었다. 마치 마블의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능력을 뿌리고 있었다.

" 뭐야? 아직도 싸우고 있는거야? 음, 저건 다희가 가지고 노는것 같은데? "

그 싸움을 보는 이들도 느꼈을 것이다. 일방적이지 않지만 많이 지쳐보이는 야나와 아직도 생생한 모습의 다희에게서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미의 시야를 사로잡는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바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일우가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무너뜨려 하나의 무덤처럼 만들었다.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 바위가 그 전사자들에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예우였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비석정도도 세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전의와 투쟁심을 잃지 않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 조치까지 마친 바위는 이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다희를 보며 외쳤다.

" 다희야, 죽이지 말고 제압만 해. 알아볼것이 많아. "

들려오는 바위의 목소리에 힘을 냈는지 단번에 가시줄기를 사방을 휘둘려 야나의 두다리를 끊어냈다. 확실히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고어틱해 하체로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야나에게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야나는 미친년처럼 고함과 비명을 지르며 활을 당기려 했지만 가까이 다가선 바위가 활을 든 팔을 부수고 빼앗아 들자 그제야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야나가 미친듯이 웃었다.

" 깔깔깔깔! 좋아? 여럿이 달려들어 내 소유물을 빼앗아서? 크윽, 존나 아프네. "

" 물어볼 것이 있다. 사이퍼가 초능력자를 말하는 것이 맞나? 신세계는 뭐지? 바코드에 대해 알고 있는건? "

" 뭘 물어, 씹새야. 그냥 죽여! 캬악! 퉷! "

바위가 턱과 목부위를 잡아 들자 다리가 잘린 부위에서 쏟아져 내리던 핏물이 튀었다. 일반인이라면 즉사할 정도의 상처인데, 그녀는 고통스런 표정도 없이 빈정거리고 있었다.

무심히 그녀의 눈을 바라봤지만 불그스름한 기운외에는 어떠한 삶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좀비에게 물려 변하면서 그런 의지 자체가 사라진것은 아닐까? 도대체 이 여자는 누가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지? 모든게 다 미스터리였다. 이 여자도 답을 모를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 그래, 잘가라. "

" 흥! 지랄.. "

뭔가를 더 말하고 싶은듯 버끔거리는 입에서는 더 이상 말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뽑힌 머리로는 호흡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잠시 들여다본 바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결사대와 어느새 그들 곁으로 다가온 주민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 전투는 끝났습니다. 모두 뒷정리를 부탁합니다. 혹시 이 여자가 살고 있는 곳을 아시는 분? "

" 제,제가 알고 있습니다. 111동 꼭대기 팬트하우스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아까 결사대와 대치때 가장 앞에 나와서 외치는 중년인이었다. 그런 주민들의 대표인 모양이었다.

바위는 소미에게 다친 사람들 치료 및 감염여부를 봐달라고 부탁하고 일우와 으뜸에게 좀비 및 야나를 화장시키라는 말을 전하고 그녀의 거처로 향했다. 혹시 모를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 바위를 따라나선건 다희와 두미였다. 다희는 두미의 이마에 있는 푸른색 바코드를 봤지만 별다른 액션이 없었다. 두미도 초능력자들의 바코드를 보긴 했지만 의문보다 호기심이 생겨 이렇게 바위를 따라온 것이다.

그 중년인이 말한 야나의 거처 111동은 산 중턱을 깍아 지은 아파트 중에서 가장 깊숙하고 높은 위치에 있는 동이었다. 그곳으로 걸어가면서 두미에게 바코드에 알고 있는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 그럼 저도 바위오빠처럼 신체를 강화시키는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요? "

" 흠, 글쎄. 그것까지는 확신할 수 없어. 일단 단련시켜보고 결과를 확인해봐야 할 듯해. "

사실 바위도 모르는게 아는 것보다 많았다. 대략적인 사실만 경험을 통해 짐작할 뿐이지 중요한 내용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정보라도 많은 도움과 의문이 해소되었는지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가볍게 발을 놀려 따라왔다. 그런 그녀를 보는 다희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일행은 111동의 앞에서 조금 막막한 채로 서 있었다. 21층 아파트에서 팬트하우스면 21층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말인데 전기가 끊긴 시점에서는 걸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초능력자로 각성하게 되면 신체능력이 수배정도 올라가게 되고 자신의 능력에 맞게 또 바뀐다. 그래서 바위의 경우에는 한번의 도약의 삼사미터는 가뿐히 제자리에서 뛸수 있을 정도니 열대여섯번만 제대로 뛴다면 충분히 올라갈 높이였다. 아마도 야나도 그런식으로 이용했을 것이다.

물론 다희의 경우는 더욱 쉽게 올라갔다. 만들어진 가시줄기를 타고 최대한 길게 자라게 해 몇번 바꿔타니 도착한 것이다. 그렇게 도착해 열려있던 베란다로 들어간 그 둘과 아직까지 능력에 익숙하지 않은 두미는 1층부터 걸어서 올라오고 있었다.

팬트하우스는 말로만 들었지만 이렇게 넓고 좋은줄 몰랐다.

" 와, 넓다. "

심지어 별다른 감정변화가 없는 다희조차도 감탄을 할 정도였다. 한층 전체를 쓰고 있는 이 팬트하우스는 방이 몇개인지 일일이 체크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게 확인하는 도중에 두미가 도착했고 그들은 다시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방, 침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주풍으로 꾸며놓고 생활 흔적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했다. 그런 광경에 바위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렇게 미친듯이 싸우고 죽이고 하는 그런 심성의 여자가 이런 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곧 그런 마음은 깨어졌다. 다른 방에서 발견된 흔적은 야나의 죽음에 당위성을 부여해 주었다.

" 이거.. 진짜 미친년이었네. 인간을 잡아먹다니.. 어떻게 이럴수가.. "

두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말을 채 잇지 못하며 방안에 널려있는 인간이었던 고기덩어리들을 바라봤다. 곧 두미가 떨어져 있던 팔한짝을 가리키며 분노를 일으키며 외쳤다.

" 저 팔로 봐서는 어린아이 같은데.. 이 미친년을.. 그냥 쉽게 죽이면 안됐는데. "

하지만 이미 야나는 죽었고 이런 일은 예전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현실만 바라볼 때였다.

그외 욕실부터 전부 뒤져봤지만 예전에 이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만 발견될뿐 다른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전 주인은 중년부부로 아이 둘을 두고 화목하게 살았던 모양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길이 없었지만 말이다.

" 없군. 단서가 될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 흐음.. "

그렇게 집에서 바라본 외부의 풍경은 현실과 다르게 아름다웠다. 해가 지고 있는 와중에 물든 오랜지빛깔의 하늘과 앞을 지나는 한강지류의 물결에 부딪혀 바스라지듯이 햇빛을 산란시키고 있는 풍경. 장관이었다.

" 우,우리가 여기서 살면 안될까요.. "

그런 풍경에 문득 진심이 세어나왔는지 다희가 바위에게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녀에게는 저 방안에 있는 인육과 핏물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이런 곳에서 바위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둘을 보면서 두미도 얼른 반대편 팔짱을 끼며 말했다.

" 둘만 살기에는 너무 넓죠? 제 방하나 정도는 있을테니.. "

갑작스레 끼어든 두미를 쳐다보며 손가락을 불안하게 까닥거리는 다희의 머리를 바위가 쓰다듬자 금세 바위에게 집중하며 헤벌레 웃음지었다. 그 모습에 바위의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위에 올려놓는 두미에게도 같이 쓰다듬어주자 기분좋은듯 눈을 감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런 평화스러운 광경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영원하길 빌었다. 자신의 형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이 팬트하우스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차돌형과 같이 있을꺼면 안전한 위치에 같이 지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아래 놀이터부근에서 연기가 쏟아올랐다. 좀비 시체를 모아 태우고 있는 듯했다.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큰 고비를 넘었지만 곳곳에 남아있을 좀비들도 소탕해야 했고 혹시 모를 위험까지 감안해야 했다. 또한 인원파악 부터 사람들을 통제해 새로운 쉘터의 질서를 만들어야 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제비에게 넘길 예정이었지만 그전에 대략적인 청소는 마무리 지어야 하기에 더 이상 이곳에서 상념에 젖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십여개의 아파트들을 다 돌아보며 청소해야 하기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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