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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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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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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20쪽

쉘터(6)

DUMMY

쉘터메이킹 앤드 클리닝 작전이라는 우습지 않은 이름의 작전이 입회되고 시행에 옮겨지기로 결정이 났다. 이런 고아원에 상주하고 있던 임시수뇌부들의 결정으로 순식간에 조용하던 고아원이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남녀노소 할것없이 거진 백여명에 달하는 상주인원들의 시선은 작전에 투입될 인원들에게로 향했다.

" 이번에는 바위형이 대장으로 일우형이랑 다희누나, 소미누나까지 간데. 그리고 주몽형도 결사대에 포함되어 있어! "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번 결사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창 영웅, 초능력에 대해 관심을 가질 나이대였기에 이번에 출정하는 결사대에 많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들 외에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 오빠, 꼭 가야해? 안가면 안돼? "

수련을 시작할때 사거라파 조직원들보다 눈에 띈 고등학생, 손주몽을 설득하고 있는 중학생정도의 여자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릴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채영아, 우리 힘으로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해. 그래야 또.. 버림받지 않을테니까. 다시는 말야. "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버림받았다고 믿고 있는 주몽의 마음은 단호했다. 더욱이 세상이 이렇게 변한 상태에서 자신의 동생, 채영이까지 지켜줄 무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다행히 어릴때부터 운동신경이 좋아, 이런저런 운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남들보다 날쌘 몸놀림, 넓은 시야, 단련한 체력까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욱 한발 더 나간다면 혹시 초능력이 자신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선정된 결사대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것을 본 후 바위형의 힘을 떠올리며 더욱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외에도 덩치 좋은 고아원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주몽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런 오빠의 얼굴을 보며 더욱 말리고 싶은 채영이었지만 어릴때 일찍 철이 들어 남의 눈치를 오랫동안 봐온 그 소녀는 차마 더 이상 붙잡지 못한채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걱정말라는 눈빛으로 손을 꼭 잡아주는 주몽이었다.

" 걱정마, 바위형이 있잖아. 우린 걱정없어. 남은 네가 걱정이지. "

고아원에 초능력자가 다 빠져나가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진 고아원을 지키기 위해 남은 사거리파 조직원들에게 개인화기를 분배했다. 혹여라도 좀비나 다른 인간들이 습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제저녁부터 조금씩 내리던 부슬비가 그치자 고아원 앞마당이 어수선하게 변했다. 열댓명의 결사대가 모여 출정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 비록 날씨때문에 조금 늦어졌지만 예정대로 출발한다. 예상기간은 이틀정도. 모두 개인소지품과 무기를 다시 확인하고 승합차에 나눠 차례대로 탑승한다. 실시. "

이런 규모의 인원을 다뤄보지 못한 바위는 뒤로 살짝 빠져 있었고 익숙한 으뜸이 나서서 부관역할 겸 지휘관 역할을 하며 독려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조금 떨어진 쪽에서 보면서 도끼가 제비에게 물었다.

" 이거 괜찮을까? 저기 저놈.. 보통 야심이 아닌것 같던데 말야. "

" 괜찮을꺼야. 바위, 저것도 곰탈을 쓴 여우니까. 알잖아. 우리가 사고치면 항상 수습은 내가 했지만 정치질은 바위가 했다는 걸. 그만큼 수완이 좋아. 쉽게 휘둘리지도 않고.. 믿어봐. "

" 하긴.. 그런 걱정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돌아올지를 걱정해야 겠지? "

" 그게 문제긴 한데.. 그것도 크게 걱정은 안돼. 어짜피 좀비따위는 바위등에게 상대가 안되니까. 여기가 걱정이지. 이곳은 확실히 지켜야해. 예상은 이틀이지만 몇일이 걸릴지 아무도 몰라. 그쪽 상황을 아예 모르니.. "

이제 막 마지막 인원이 승합차에 탑승하고 총 네대의 차들이 출발하기 시작하자 마중나와 그들을 배웅하던 인원들이 손을 흔들며 도로를 돌아 사라질때까지 지켜보았다. 거기에 포함되어 지켜보고 있던 사장을 힐끗 본 도끼가 다시 말했다.

" 근데 저 영감, 사장은 무슨 생각이야? 자기 아들, 딸을 다 좀비 소굴로 밀어넣다니 말야. 그만큼 자신하는 건가? "

" 글쎄.. 일단 돌아오는 것을 보면 알겠지. 그도 아들, 딸을 그만큼 믿으니 보낸거 아니겠어? "

" 으음. 잘 버티려나 모르겠다. 우리도 들어가자, 그동안 할일이 많다. 이사준비도 해야하고 말야. "

남아있다고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착실히 준비를 해놔야 그들이 돌아왔을때 바로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준비를 위해 서둘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와앙-! 덜컥!

앞서 가던 승합차가 과속방지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차체를 들썩거리며 지나갔다. 그 안에 타고 있던 바위일행, 다희, 일우, 소미, 으뜸, 두미는 머리를 천장까지 들썩여야 했다. 특히 머리를 차 천장에 무딪힌 상태였다.

" 야, 일우야. 운전 좀 조심해라. 천장 뚫리겠다. "

특이하게 일우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의 운전실력을 탓하며 구박하는 사람은 두미였다. 언제 그렇게 친해졌는지 말을 까고 있었다.

실제로 바위가 부딪힌 차 천장이 움푹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보고 있는 바위에게 어느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다. 키가 큰게 그의 잘못은 아니니까.

" 아, 오랜만에 해서 그래. 미안. 너무 기분냈네. 하하하. "

뭐가 그리 좋은지 흥얼거리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일우를 보며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운전이 저렇게 즐거운 것이었던가? 그런 시선들을 백미러로 보며 대꾸했다.

" 나 원래 직업이 트럭운전사야. 1종 대형면허 소지자라고. 크음. 뭐 지금은 의미없지만.. 옛날 생각나서 그러니까 이해해라. "

이십대초반에 트럭운전사. 결코 흔하지 않은 나이대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없을 일도 아니기에 모두 수긍하며 각자의 시선을 외부로 향했다.

그들이 보는 풍경은 재앙이 터지기 전과 별로 다를게 없는 풍경이었다. 비록 벼들은 쓰러져 있지만 도로 갓길에는 펼쳐진 농경지와 듬성듬성 보이는 주택과 주차되어 있는 몇대의 차들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막 뭔가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쾅!

" 뭐야? "

갑작스런 충돌음과 충격이 차를 덮치자 누군가 물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으뜸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 어, 좀비. 아마 무리에서 낙오된거 같은데? 아마 뒤따라오는 차들이 깔고 가면 그대로 죽을꺼야.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 겪었던 장면 중 하나야. "

덤덤하게 말하는 으뜸과 아무렇지 않게 계속 운전하는 일우. 그리고 아무도 놀라지 않고 다시 시선을 돌리는 인원들. 모두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이 타고 있는 차들도 불법개조를 통해 여기저기 강철판을 덧대어 승차감은 안좋지만 방호력은 극대화 시킨 차량들이었다.

어느새 한적한 도로를 한참을 달려 저 멀리 야트막한 산을 끼고 아파트 위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강의 지류를 바라보는 방향이라 조금 돌아들어가야 할듯 했다.

그런 모습이 보이자 늘어져있던 실내의 공기가 바짝 쪼여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우는 차를 조심스럽게 몰아 아파트 입구로 보이는 곳까지 접근을 했다.

입구로 향하던 도로가에는 차들이 어지럽게 여기저기 서 있었다. 그 모습은 급히 어딘가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차량과 급하게 들어서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차량 내부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고 시간도 꽤 지난듯 곳곳에 기름자국과 알수 없는 것들이 말라 비틀어 있었다. 그나마 태풍에 많이 씻겨 내려간듯 했다.

이곳부터 더 이상 차량으로 진입이 불가능 했기에 비상깜빡이를 키며 뒷차에게 신호를 주었다. 갓길로 승합차를 세운 일행은 각자의 무기와 생존물품들을 챙기고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바위일행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뒤따라오던 차들에서도 비슷한 복장과 준비물을 한 인원들도 속속이 내리기 시작했다.

잔뜩 굳은 얼굴과 움추린 어깨들이 보였다. 대부분이 좀비와 실전을 겪지 않은 멤버들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일행들이 각자의 위치를 잡으며 2열 종대로 서자 가장 앞에 서 있던 바위가 수신호를 내리자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는 한낮, 내리던 부슬비가 그친 청명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그들의 머리위를 달구고 있었다. 제법 더운 날씨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은 초가을이었다. 그런 더위를 물리치며 움직이는 인원들은 제법 두툼한 옷과 여러가지 장비들을 몸에 달고 있어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편하다고 말하지 못한채 긴장한 표정으로 연신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 일단 입구방향 도로와 자동차안에는 좀비나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는 조직원이 다 둘러보았는지 보고를 했다. 으뜸도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위를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할지를 묻는 것이다.

" 먼저 생존자를 탐색해야 겠지만 흩어지면 어디서 기습을 당할지 모르니,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좀비를 불러들이도록 하죠. "

바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재차 물으려는 조직원을 제지하며 으뜸이 대꾸했다.

" 그 말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좀비를 끌어모아 일망타진 하겠다는 말인가요? "

단번에 바위가 말한 핵심을 짚은 으뜸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으뜸이 주변을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 흠, 확실히 고급아파트라 정문과 주변 울타리가 견고하네요. 높기도 하고.. 보강만 잘하면 요새화시킬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파트는 입구에 상가가 들어서 있죠. 그 상가부터 정리해 거점으로 삼아 좀비를 끌어들이는게 어떻습니까? "

도로가 들어가는 입구 좌측으로 늘어선 상가를 가리키며 으뜸이 말했다. 확실히 다수의 인원을 상대하면서 이런 개활지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그다지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상가에 들어가 농성하듯이 정화작업을 한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비가 있다면 시원하게 해답을 내려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바위를 응시하며 차두미가 제안했다.

" 오빠 의견이 틀린건 아닌데 말야,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당장 고아원으로 좀비떼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며? 차라리 전면에 초능력자들이 서고 후면에서 흘리는 좀비들을 잡으면서 움직이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그녀다운 말이었다. 물러서는 것을 광적으로 싫어하는 동생, 두미의 성격을 알고 있기에 으뜸은 별말없이 바위의 결정을 기다렸다. 으뜸은 이런 결정은 오롯이 바위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취한 행동이었다.

잠시 생각한 바위는 자신의 결정을 모두에게 알렸다.

" 먼저 일우가 움직여 좀비들을 끌어온다. 그 후에 나와 다희가 전면에서 좀비들을 상대하고 후위에 일우, 소미와 함께 결사대원들이 나머지를 처리하는 것으로 하지. 일우가 처음에는 상대할 수 있는 좀비의 수만큼만 끌고 오면 되니까 차차 수를 늘리며 정리하자. "

" 그래? 내가 얼만큼 끌고오면 되는데? "

" 흐음. 일단은 열마리부터 시작할까? 저기 상가안에 있는 좀비부터 정리하자. "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모두에게 그 사실을 알린 바위가 전면에 나서자 그 옆을 지키며 다희도 뒤따라 나섰다. 바위는 그런 그녀에게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투덜대며 상가로 다가서는 일우를 봤다. 그사이 나머지 인원들은 뒤가 막힌 장소를 택해 슬금슬금 움직여 앞만 보고 상대하면 되는 위치로 으뜸과 두미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숨막히는 시간이 흘렀다. 상가에서 창문깨지는 소리,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고 뒤따라 무리가 뛰는 발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워어! 크롸앗!

대략봐도 스무마리가 넘는 좀비떼가 바위일행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 야! 일우 씹새꺄! 열마리라며? "

대뜸 좀비 숫자를 본 두미가 욕을 날리며 소리쳤다. 좀비 뒤로 따라 달려오던 일우가 그 욕을 듣고 외쳤다.

" 씨바, 내가 건물안에 몇마리가 있는지 언제 일일이 세워보고 있어. 그냥 불렀는데 다 튀어나오는걸 어쩌라고! 아, 몰랑. 바위가 있으니 알아서 하겠지. 우왓! "

속편한 말을 지껄이며 일우가 좀비들을 따라 뛰다가 화들짝 놀라 옆으로 굴렀다.

콰꽈광!

굵은 쇠사슬이 일우가 있는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중간에 걸린 좀비들은 대가리가 터져나가거나 혹은 다른 부위가 터져나가며 한쪽으로 쳐박혔다.

단 일격에 대부분의 좀비가 행동불능이 되거나 바닥에 쳐박혀 꿈틀되는 신세로 변한 것이다. 쇠사슬의 반경을 운좋게 벗어난 좀비들은 다희의 가시줄기에 걸려 산산히 조각나며 체액을 바닥에 뿌리고 있는 중이었다.

" 야! 씨바라! 공격할꺼면 한다고 말을··· 안할수도 있지. 그럼, 나 다시 갈까? "

" 먼저 남아있는 좀비들을 확인사살한다. 으뜸. "

" ··· 하, 그래. 얘들아 뒷정리하자. 대가리만 노려. 괜히 다른 곳 노리다 물려서 내손에 뒤지지말고, 알았냐? "

" 네! "

각자 들고 있는 쇠몽둥이부터 야구배트등 다양한 타격무기로 여전히 꿈틀대며 아스팔트를 기고 있는 좀비들에게 다가가 휘둘러 확인사살을 시작했다.

팍! 퍽! 그어어..

일정하게 좀비대가리를 때리는 소리와 죽어가는 좀비들의 괴성이 섞여 아파트단지를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번의 소탕이 끝나자 일행 대부분이 땀에 몸이 흠뻑젖어 있었고 각자 무기에는 좀비체액과 핏줄기가 말라 붙어 있었다.

아마 그들의 생각보다 인간의 두개골은 단단했을 것이다. 아무리 무력화되었다고 해도 그들을 노려보며 이빨을 딱딱 부딪히는 좀비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보면서 두개골을 깨뜨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실전에서 주먹 좀 쓰던 인간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한번, 두번, 세번을 내리쳐야 겨우 두개골을 깨고 회백질의 뇌가 흘러나왔으니 나중에는 미친듯이 내리치는 조직원들도 보였다. 광기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런 그들을 진정시키는데 더 힘을 뺀 으뜸이 좀비를 다 처리했다고 보고하며 잠시 쉬자는 의견을 제시하고서야 그런 광기가 진정이 되었다.

그렇게 모여앉은 인원들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쳤다. 더욱이 고등학생정도의 아이들은 그런 증상이 더욱 심했다. 그 아이들은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그런 전투를 생각했을 것이다.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서 일격에 좀비를 처지하고 단 한군데도 다치지 않고, 피로 물든 옷을 걸치고 여주인공을 구하는 클리세를 가진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런 몽상에 초능력자들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구토를 하고 탈진한 아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멍하니 허공을 보고 넋을 놓은 아이들까지.. 그나마 주몽이란 아이가 나서서 아이들을 다독여 주고 있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바위는 이런 상황을 대략적으로 예상했기에 시간을 주었다. 그런 가운데 두미가 슬쩍 바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바위도 그런 그녀가 신경쓰였다.

" 호호, 바위오빠는 원래 그렇게 강했나요? 저기 언니처럼 초능력인거죠? 부럽네요. "

짧은 단발, 고양이 상에 가까운 얼굴에 살짝 째진듯한 눈매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종종 보이는 광기, 호전성은 그녀가 쉬운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것보다 바위는 그녀의 이마에 박혀 있는 바코드가 더 신경이 쓰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표식인듯 했다. 벌써 자신의 주위에만 다섯명이나 보이는 것을 보니 말이다. 바위의 경험상 하얀색은 미각성, 푸른색이나 붉은색은 각성을 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각성이 죽음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도 다희와 자신을 보며 짐작을 했다. 단지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나뉘는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한동안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선악의 기준인가? 아님 죽음의 시간대에 따라? 어떤 죽음인가에 따라? 이것저것 가정을 해봤지만 결과는 알수없다 였다. 표본이 되는 흰색 바코드를 가진 인간을 많이 데려다 실험하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은 가정으로 끝이났고 결론도 내지 못했다.

그런 시선에 오해를 했는지 몸을 배배꼬며 두미가 부끄러워하자 다희가 바위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으뜸도 그런 두미를 보며 기가 찬듯 어이가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의 동생이 얼마나 미친년인지 알고 있기에 가능한 시선이었다.

" 크음. 바위씨. 이제 전진하기로 하죠. 더 이상 쉬면 퍼질 위험이 있어요. "

으뜸의 제안에 몸을 일으킨 바위는 좌중을 둘러보며 나아갈 것을 지시했다. 여전히 일우가 앞서 나가고 그 뒤를 바위와 다희,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이 따라 아파트단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여기 생각보다 좀비가 없네? 못해도 삼천세대 이상은 될듯한데 말야. 최소 만명정도는 생활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좀비가 너무 없어. 이상할 정도로. "

뒤따라오던 소미가 중얼거리듯 의문을 표했다. 다른 이들은 긴장한 채 움직였고 사방에 혹시 좀비가 튀어나올지 몰라 집중하느라 그런것을 못느끼고 있었지만 바위 역시 그런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막 101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옆에 그려진 아파트 한동을 지나쳐 막 아파트단지의 중심, 놀이터와 삼층짜리 주민센터가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자 일행의 앞을 막아서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제법 건장한 남자들로 한손에는 연장을 들고 적대적인 눈빛으로 바위일행을 막아섰다.

" 스탑! 너희는 누구냐? 왜 경비를 서고 있는 좀비를 죽인거지? "

" 무슨 소리냐? 좀비가 어떻게 경비를 선다는 말이지? 너희는 인류의 적이 좀비인걸 겪지 않았나? "

으뜸이 그들의 말에 대꾸를 하며 한걸음 나섰다. 아무래도 바위보다는 이런 경험이 많은 으뜸이 나서기로 사전에 얘기가 되어 있는듯 바위가 한걸음 물러섰다.

" 그런 소리를 하려고 이곳에 온것이냐? 당장 꺼져라. 여긴 우리들이 지키는 곳이다. "

이런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설득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이미 다른이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을 강제로 빼앗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어떻게 할지 몰라 바위를 쳐다본 으뜸은 그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뜸도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대치중인 사람들 건너에 있는 삼층짜리 주민센터의 옥상에 닿았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한 여인이 짧은 스커트를 입고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위는 그런 그녀를 응시하다 외쳤다.

" 네가 여기를 관리, 보호하는 능력자냐? 이사람들은 왜 겁에 질려있는거지? "

바위의 말대로 사람들은 어설프게 연장을 들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공포에 질려있었다. 개중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 그들은 바위가 정확히 누구를 보고 얘기를 하는지 알고 있을텐데도 어느 누구도 고개를 돌려 옥상에 있는 여자를 보지 않았다.

" 호호호, 재미있는 조합이네? 색이 다른 사이퍼조합에 인간들까지 끼어있다··· 재미있어. 거기에 하얀 백지같은 년도 하나 끼어있네. 호호, 저번에 온 신세계쪽은 아닌거 같고.. 누구지? "

신세계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대치중인 인원중에 움찔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옥상위 그녀도 바위일행을 계속 살펴보고 있었던 듯 대략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런 그녀의 이마에는 붉은색 바코드가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무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바위는 곧 상념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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