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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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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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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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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20쪽

신세계(3)

DUMMY

그롸악-! 크아아악!

서울시내의 좀비들이 모조리 몰려온 듯 보이는 곳 전부가 좀비로 가득차 있다. 멀리서도 그 괴성과 특유의 악취가 귀와 코를 찌르듯 퍼져나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욱 몸을 숨기고 자신을 감추었다. 이건 어떤 세력을 나눌 필요도 없이 공통된 행동이었다. 그 정도로 많은 좀비들이 지나치고 있었다.

" 이정도면 그 쥐새끼들도 알아차렸겠지? 크크큭.. "

그 좀비들의 선두그룹에 있던 제너럴이 오픈카, 외제 오프로드 SUV에 타고 개선장군처럼 몸을 드러낸채 주변을 쓸어봤다. 몸을 일으킨 제너럴의 옆자리에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던 삐에로가 핀잔을 주듯 말했다.

" 야, 정신사나워. 이런 퍼레이드를 하는 이유도 다 그때문이잖아. 만월회에서 눈치를 못챌리 없지. 호호호, 북한산의 그 이만명의 인간들을 포기하기로 한다면 몰라도 말야. "

" 크흐흐, 과연 포기를 할까? 뭐 그것도 재미있겠네. "

자동차 앞 조수석에 앉은 야거가 피식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런 야거가 운전을 하고 있는 인물, 붉은 두건을 머리에 쓴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 얼마나 남은거야? 왜 이리 늦어. 해가 지고나서야 도착하겠네. "

해가 중천에서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간대였다.

" 지,지금 대략 30분정도 남았습니다.. 도로 상태가, 죄송합니다. 더,더욱 빠르게 가도록··· "

" 호호호, 일부러 천천히 가고 있는거잖아. 서울 시내를 삥 둘러서 말야. 최대한 홍보해야지. 안그래? "

뒤좌석의 삐에로가 그런 사내의 편을 들며 변명해줬다. 물론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좀이 쑤신 야거가 괜히 투덜대 본 것이었다.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제너럴은 여전히 서서 주변을 굽어 보며 어디론가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채 삐에로에게 물었다.

" 삐에로, 저 장난감은 네가 만든거야? 진화한건가? "

제너럴이 자세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좀비였다. 다른 좀비와 다른 생김새를 지닌 그것들은 일반적인 좀비와 달랐다.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괴성과 악취는 비슷했지만 일반인이 변한 좀비와 외형이 달랐다.

여기저기 기운듯 보이는 바늘자국이 넝마같은 옷의 틈새사이로 여기저기 나 있는 것은 둘째치고 덩치가 일반 좀비의 두배이상이었다. 키는 이미터가 훌쩍넘어 보였고 마치 여기저기 붙인듯한 근육들과 손톱 대신 붙어있는 무언가는 대검처럼 날카로웠다. 가끔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이빨은 마치 톱날처럼 보였다.

제너럴의 질문에 슬쩍 그것들을 바라본 삐에로가 자신만만하게 웃음지었다.

" 호호, 이번에 좀비를 개량했지. 너희처럼 무식하게 몸쓰는게 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지. 기대해도 좋아. "

그 개량 좀비의 숫자는 열마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삼만마리가 넘는 좀비들의 가장 선두에서 움직이고 있고 머리 하나이상이 튀어나와 있는 그 높이는 마치 병사를 이끌고 있는 장군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제너럴은 이내 관심을 끊고 다시 주변을 훑었다. 어짜피 좀비는 좀비일뿐, 소모품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 먼저 간 구루와 선발대는 지금 한창 준비중이겠네. "

" 흐흐흐, 작전은 완벽해야지. 한방에 그것들을 다 쓸어버려야 하니 말야. "

" 과연 그 회주라는 년이 나올까? 아니, 나오지 않더라도 지 부하 다 죽으면 나가리되는건가? 크크큭.. "

생각만으로도 통쾌한지 제너럴이 흉소를 흘리며 눈빛을 번뜩였다. 오늘 있을 전투가 기대되는 표정이었다.

" 근데 정부, 군대는 어떻게 처리한거지? "

" 크큭, 그 재벌, 기업 돼지들이 있잖아. 이럴때 써먹어야지. 걱정하지마라. 오늘 전투는 군대가 개입될 여지가 없으니까. 오히려 만월회와 정부사이가 틀어질 가능성이 높지. 이만명의 시민이 죽을테니 말야. "

야거의 말이었다. 구루가 한참전부터 설계한 이 작전은 그가 보기에도 빈틈이 없었다. 이 한방으로 만월회의 전력뿐아니라 대외인지도, 영향력까지 날려버릴 생각인 것이다.

" 역시.. 크크큭. 우린 맘껏 날뛰면 되는건가? "

" 그래. 어디 한번 미쳐보자고, 흐흐흐··· "

그렇게 이번 작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그들을 실은 SUV는 어느새 북한산 산자락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 뒤로 수만의 좀비를 달고서.


" 본부! 회에.. 회에 통신 넣었어? 엉? 지금 저것들이 눈에 안보여!? "

특경 제복을 입고 소총을 어깨에 맨 사내가 본부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아까부터 보이기 시작한 좀비떼가 이제는 쉘터를 감싸듯이 빼곡히 포위하듯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다행히 아직 진격을 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 공격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늘 침착하던 경비들도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이 이런 상태인데 쉴테 내부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눈만 돌려도 보이는 개미떼처럼 보이는 좀비들이 지르는 괴성과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악취에 정신을 놓은 것이다. 이미 통제권을 잃은 본부와 경비대는 여기저기서 고함치며 몰려오는 주민들을 막기에도 벅찼다.

" 뭐야! 왜 좀비들이 갑자기 몰려온거야? 본부! "

" 해명하고 상황을 설명해라! 우리의 안전은 어떻게 되는거냐? "

이미 이성을 잃은 군중은 상식과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 소리를 지르며 연신 본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밖의 소란과 별개로 본부안에도 난장판이었다. 군용회선을 이용한 전화기를 붙잡고 뭔가를 말하고 있는 직원부터 불안에 떨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는 사람까지.. 거기에 경비대까지 합세를 하자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상황이었다.

" 대,대장!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

" 뭐? 어떻게? 좀비가 사방을 막고 있는데? "

" 그게··· 입구쪽방향으로는 좀비가 없습니다. 마치 길을 내주는 것같은.. "

그 보고에 경비대장은 잠시 밖의 상황을 그렸다. 사방을 막고 있는 것같이 보이던 좀비무리는 무엇때문인지 일정거리에서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정문방향은 오히려 길을 내주고 있는 모습. 마치 잘 훈련된 군대와 같았다.

" 지원군은 누가 도착했어? "

" 전투조 대다수가 온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나오셔서 확인을··· "

어느순간인가 본부의 정문을 울리는 민원이 사라진 것을 느낀 경비대장은 서둘러 대원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곳에서 그들이 본 것은 특수부대 슈트를 입은 전투조들이 주민들에게 둘러쌓여 성토당하는 모습이었다.

" 왜! 우리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거요! "

" 맞아. 미리 알렸으면 대비를 하든 피난을 가든 했을꺼 아냐! "

" 도대체··· "

타앙!

전투조 중 누군가 하늘로 총알 쏘아 올렸다. 그 소리에 기겁한 주민들이 일제히 한걸음이상 물러서며 놀란 눈을 치켜떴다.

" 아니! 지금.. "

" 모두 조용! 이제부터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겠다. "

가장 앞서 있던 남자가 헬멧의 가드부분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의 말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장내에 다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모두 자신들의 텐트에 가서 대기한다. 지금부터 벌어질 전투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남는다. 이상! "

예전과 다른 고압적인 말투, 시선, 행동들은 주민들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자각시켜주었다. 대부분 여성으로 이뤄진 선동꾼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더니 물러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단호한 전투조의 얼굴에 입술을 깨물며 물러났다.

그리고 남은 주민들. 남녀노소 할 것없이 제법 많은 인원이 그 자리에 남았다. 대부분 앞서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 아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나온 주민들이었고 조금 있을 전투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 좋다. 이들에게 무기를 지급하도록. "

전투조의 조장이 지시하자 뒤에 서 있던 육공트럭에서 장비들을 꺼내와 주민들에게 건내주었다. 길다란 쇠로 만든 창모양의 냉병기였다.

" 아니, 이걸로 어떻게 저들을 상대하란 말이오? 최소한 총기류는 줘야.. "

" 훈련도 되지 않은 당신들에게 총기는 오히려 소란만 일을킬뿐.. 굳이 전투에 참가하기 싫으면 뒤로 빠져서 있어라. "

전투조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훈련도 되지 않은 이들에게 총기를 주면 오히려 그 총알에 전투조가 피해를 볼 상황이 생길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입술을 깨문 사내들은 나눠준 쇠창을 굳게 쥐며 일그러진 얼굴로 각오를 다졌다. 이곳이 무너지면 자신들은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알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가족들이 있는 이들은 뭔가를 결심한 얼굴이었다.

" 조장님. 좀비들이 공격을 하려고 합니다! "

전투조, 경비대들과 무기를 나눠준 주민들까지 방어를 위한 인원은 대략 삼백여명.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주민들을 빼면 이백명. 이미 작전내용을 알고 있는 전투조장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훈련이 아닌 실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상황이었다.

" 모두 준비를 마쳤나? 모두 자리로 이동한다. "

" 네! "

몇대의 트럭에서 내린 전투조들은 아까부터 철책부근에 뭔가를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 그런 작업이 끝이 났는지 철책에서 조금 떨어진 진지에 각자 자리 잡은 전투조와 경비대들은 굳은 얼굴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런 상황을 멀뚱이 바라보던 주민들에게 조장이 지시를 했다.

" 너희들은 저들의 뒤편에 자리해 뒤로 흘러들어오는 좀비들을 막으면 된다. 이해했나? "

조장이 가르키는 방향은 일차 저지선인 철책과 그 뒤의 진지를 사수중인 대원들, 그리고 얕은 벽이 세워진 후선이었다. 그 얕은 벽뒤에 있다 흘러들어오는 좀비를 잡으라는 말이었다. 뛰어서도 넘을 수 있는 그런 장애물도 되지 않는 벽을 바라본 주민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이 최후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그 사이에 괴성을 지르며 돌격해온 좀비들이 부딪힌 곳은 굵은 쇠그물로 만들어진 철책이었다. 그 레이저빔에 나있는 가시들은 좀비들의 피부를 뜯어내고 갈라냈다. 맨몸으로 부딪힌 좀비들은 사방에 체액을 날리며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살이 갈리고 내장이 뜯겨나가는 참혹한 현장을 필터링없이 그대로 바라보는 대원들은 차분히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만의 좀비들에게 덮쳐진 철책은 예상대로 얼마가지 않았다. 좀비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서서히 무너지는 철책을 손에 땀을 쥐며 바라보던 조장이 소리쳤다.

" 클레모아 발사! 이차적으로 투척무기를 던져라! "

꽈르릉!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매설한 클레모어가 일제히 터져나갔다. 그 먼지폭풍이 가라앉기도 전에 사방에서 수류탄과 세열탄등 투척무기가 좀비들의 한가운데로 날아가 떨어졌다. 이제 좀비들과 간격은 불과 십미터는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쾅! 쾅!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그 뒤를 잇는 것은 총에서 불을 뿜는 총탄들이었다. 매캐한 화약내음과 사방에서 울리는 폭음, 그리고 좀비들의 괴성까지 이곳은 전장의 참혹한 현장이었다.

십미터, 구미터, 팔미터··· 수많은 총탄과 폭탄을 뚫고 좀비들은 두려움없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철책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 그 주위에는 온통 좀비들의 시체들만 가득했다.

이 북한산 쉘터의 전면에 쳐져 있던 철책이 무너지자 그 뒤로 다시 엄청난 숫자의 좀비들이 뒤덮듯이 달려온다. 끝이 없는 해일과 같은 모습이었다. 저지선을 유지하며 필사적으로 탄알을 꽂아넣고 있는 대원들은 점차 가까워지는 좀비들의 이빨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 있었다.

' 좀더.. 조금 더 버텨야해. 작전 시작되기 전에 뚫릴 수 없어! '

전투조장은 어느새 바로 코 앞까지 전진해온 좀비들의 회백색 눈을 노려보며 다짐했다. 그리곤 자신의 무기인 검푸른색의 단봉 두개를 꺼내들었다. 지금 막 대원들을 덮치려고 하는 좀비에게 몸을 날려 머리를 단숨에 부숴버렸다.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몸놀림이었다.

" 모두 조금만 힘을 내라! 사이퍼팀이 오고 있다! "

자신도 비록 1번대 근력강화형 사이퍼였지만 대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연신 소리를 지르며 독려하고 있는 중이었다. 회의 최강인 팀들은 대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콰앙! 크헉! 그런 조장이 불시의 일격을 맞고 뒤로 내동댕이치게 한 것은 하나의 좀비였다. 다른 좀비와 다른 외형을 가진 그 좀비는 성큼성큼 다가와 거대한 팔을 들어 조장을 내리쳤다. 잠깐 정신이 나간 조장은 다가오는 위협을 느낀듯 몸을 굴러 겨우 그 손을 피했다.

" 크윽.. 무,뭐야. 이것도 좀비인건가? "

수십번을 넘게 좀비를 상대해 봤지만 처음보는 형태의 좀비는 조장의 정신을 번쩍들게 만들었다. 이미터가 훌쩍 넘는 키에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저 근육질에 단검같은 손톱과 톱날같은 이빨까지.. 이건 더 이상 좀비라고 부를 수 없는 괴물이었다.

옆으로 구른 조장은 벌덕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잡았다. 멀리서 폭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눈치 챈 조장은 양동작전대로 뒤쪽에도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 전투가 진짜 전투일 것이다. 우린 이곳을 방어하기 위해 투입된 예비병력일뿐이고.

그런 소리를 다른 대원들도 들었는지 한층 밝아진 얼굴로 연신 총알을 쏟아붓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투척무기까지 던지며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후면에 배치시켜둔 주민들도 꽤 필사적인지 들어오는 좀비들에게 연신 창을 찔러넣고 있었다. 어설프지만 좀비들의 발을 묶기에는 충분했다.

조장도 이제 이 변형좀비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 퉷! 한번 해보자. 괴물아. "

그워억! 좀비는 말보다 괴성을 내뱉으며 거리를 좁혀들었다. 오로지 일직선 공격만 할 줄 아는 좀비답게 투우처럼 달려드는 좀비를 보며 마주 달려가는 척하다 옆으로 반바퀴 돌며 후두부에 단봉을 꽂아넣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어느새 나타난 괴물과 비슷하게 생긴 좀비가 그의 옆구리를 향해 손톱을 꽂아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둘을 동시에 상대하게 된 조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 도대체 얼마나 되는거야. 이 괴물들은..? 이거 다른 조장들이 위험하겠는데.. "

자신과 함께온 전투조와 조장들에게 걱정이 미쳤다. 비록 자신과 같은 하위번호대의 사이퍼였지만 실전경험이 많지 않고 이런류의 좀비들을 상대해 본적이 없는 조장들이 대다수였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도 지금 많이 위험한 상태였다.

쾅! 쾅! 미꾸라지처럼 변형좀비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전장을 옮긴 조장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을 틈틈이 처치하면서 변형좀비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것들은 동작은 단순했지만 파괴적이었다. 휘두르는 손길에 걸리는 족족 찢어지고 갈라졌고 이빨로 물어뜯는 공격은 걸리면 최소한 팔하나는 날라갈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에 반해 지능은 좀비와 비슷해 주변 좀비들의 사정은 봐주지 않고 마구잡이로 휘두른 변형좀비의 공격에 주변의 좀비들이 갈려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것때문에 전장을 옮긴 조장이었지만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두꺼운 변형좀비의 두개골은 아무리 근력증가형 사이퍼인 자신이라도 한방에 깨부시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했다. 벌써 몇번의 공격을 성공시켰음에도 생생하게 움직이는 이 변형좀비들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던 조장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쇠창을 본 것이다. 두들겨 깨지못하면 뚫어버리면 된다는 생각인것이다. 얼른 집어든 조장은 또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두마리의 변형좀비의 공격을 피한 다음 무릎 연골을 후려쳐 중심을 흐트렸다. 그리고 벌어진 입안으로 쇠창살을 있는 힘껏 박아넣었다.

푸욱. 크라악!

이미터에 이르는 창살이 입을 사선으로 뚫고 올라가 박힌 상태로 변형좀비가 비틀거리다 쿠웅 지면을 울리며 쓰러져 부들거렸다. 조장의 생각이 맞은것이다. 그렇게 한마리의 변형좀비를 쓰러트린 조장은 아직 남은 한마리를 찾았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자신의 시야에서 잠시 잃어버린 그 변형좀비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손톱을 휘두르고 있는 도중이었다. 쓰악! 찌직! 급히 몸을 날렸지만 손톱이 옆구리를 스치며 방검복 겸 방탄복을 찢어내고 그 안의 맨살까지 갈랐다.

크윽! 신음을 지를 새도 없이 이어지는 변형좀비의 공격에 지혈을 시킬 새도 없이 연신 뒤로 몸을 날려 변형좀비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자신들 조장의 위험을 감지했는지 총구를 돌려 변형좀비에게 총알을 쏘아댔지만 퍼퍼퍽 살에 박히는 총탄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전방에 좀비들을 막아! "

조원들이 자신에게 총구를 돌린 틈을 타 이미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좀비들을 보면서 조장이 외쳤다. 하지만 총구를 돌려 저지하기에는 늦은 시간. 순식간에 백병전으로 돌입했다. 그런 상황이 여기저기 전선에서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위태로웠다. 빠른 시간내 이 변형좀비를 처치하고 합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위험이 보였다.

으라찻!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누군가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조장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 자식. 열심히네. 읏차. "

누군가를 떠올리며 미소지은 조장은 어느새 다가와 이빨을 들이민 변형좀비를 피하며 다시 전투에 들어갔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좀비웨이브를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대원들에게 눈을 뗀 조장은 눈앞에 있는 변형좀비를 바라보며 결의를 다졌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산악지형으로는 좀비들이 덮치지 않은 것과 점점 좁아지는 지형덕분에 막아야 할 부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밀려도 한참전에 밀렸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점점 탄약도 떨어져가고 체력도 떨어져가는 시점이라 조급한 마음이 드는 조장이었다.

조장은 진짜 전투가 벌어지는 저 언덕너머의 사정이 궁금했다. 여기의 승패와 별개로 저 전투의 여부에 따라 자신과 이 쉘터주민들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쉘터의 뒷부분, 북한산 방향에서 헬기소리가 들려왔다. 전투 도중이라 고개를 돌릴 수 없었지만 모터돌아가는 소리는 분명 아파치헬기의 모터음이었다. 어떻게 된것인지 몰라도 아군이 도착한 것이다. 좀비가 헬기를 몰고 있지 않은 이상 아군이 확실했다.

그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한듯 어느새 상공에 도착한 헬기의 케틀링건에서 불꽃이 튀었다. 투투투르르 그것에 걸리는 좀비들의 머리, 몸둥아리 할 것없이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와아아! 쉘터 내부에서 우렁찬 함성이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도 헬기가 도착해 사격을 하는 것을 본 것이다. 총 네대의 아파치 헬기는 가지고 있던 총탄을 쏟아붓은 다음에 기수를 돌려 다시 돌아갔다. 그 덕에 많이 줄어든 좀비들의 숫자였지만 여전히 아래에서 치열하게 좀비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 사이에 변형좀비에게 마지막 일격을 먹인 조장은 사방을 둘러보며 전황을 파악했다. 다행히 완전히 밀린 방어선이 없어 좀비들이 난입을 막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전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서둘러 가장 밀리고 있는 지점으로 몸을 날린 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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