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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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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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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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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사이퍼(5)

DUMMY

주민센터 회의실 내부에는 단 다섯명의 인물만 자리하고 있었다. 계획되어 있던 회의가 아니었기에 급하기 모인 인물은 바위, 사장, 제비로 이루어진 아파트단지 쉘터 대표였고 나머지 두명은 사무엘과 경비대장이었다. 서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들은 탐색하듯 침묵을 지키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어서들 오시오. 차는 뭘로 하겠소? "

시종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장이 차를 권하며 말을 처음으로 열었다. 그리곤 뒤편에 마련된 좌판에 놓여진 티백과 종이컵들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일종의 가벼운 견제였다. 이런 세상에서 차나 커피를 마실 여유가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너희들은 그 정도의 여유가 되나 하는 물음섞인 질문이었다.

" 허허, 저희는 가벼운 티로 부탁을 드립니다. 커피를 워낙 많이 마셔서요. "

그런 사장의 말을 가볍게 넘기며 대꾸하는 사무엘은 시종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상대하고 있었다. 사장은 그런 그를 보며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는 생각을 하며 일어나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띄워 건내주며 다시 말을 걸었다.

" 그래, 예수님을 믿으신다고요. 천주교? 개신교? 아님 다른방향? 어느쪽신지.. "

" 지금 이런 시기에 성경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나눈 종파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냥 모든것이 하느님의 뜻대로 흐르는 법이지요. 굳이 그런 식으로 구분한다면 예수교라고 지칭하십시오. "

" 아, 예수교.. 그러시구나. 그럼 공장 쉘터내부에 믿음이 가득하겠습니다. 그려. 허허허. "

" 휴우, 이런 시기에 더욱더 믿음으로 극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허허허··· "

" 하하하.. "

서로 웃음지으며 환담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이빨은 드러내지 않고 서로를 물어뜯으려고 으르릉대는 맹수들처럼 보였다. 경비대장도 그들을 보며 긴장을 했는지 연신 식은땀을 훔치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그냥 평온한 얼굴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바위는 물론 제비도 알고 있는 것이다. 사무엘이 말하는 그런 믿음은 압도적인 폭력앞에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면서 궁금해 했다. 왜 사장이 저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거리를 하고 있는지 말이다.

문득 창밖으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주민센터 이층에 마련된 회의실 창문너머로 아파트 주민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는 모양이었다.

" 여긴.. 평화롭군요. 마치 예전 평범했던 시대로 돌아간듯 합니다. "

" 그걸 위해 우리 모두의 힘으로 해결하고 이루어 나길 목표이기도 하죠. 공장지역에는 아이들이 없나봅니다. "

" 우리측은··· 아시다시피 젊은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 이런 생활권과도 다르지요. "

그러면서 사무엘은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있다는 말은 가정을 이루는 세대들이 있다는 말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강압적인 통제를 한다면 저런 웃음소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식량, 식수문제등이 어느정도 자유로운 편이고 삶의 질이 나쁘지 않다는 말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생존에 대한 열망이 부족해 종교가 파고들 여지가 적었다.

그런 생각에 제법 심각한 얼굴을 한 사무엘은 본론을 들고 나왔다.

" 당신들이 전해준 쪽지에 적혀있던 사실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모두.. 사실이더군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보다는.. 우리의 생존이 당장 눈앞에 직면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공장쉘터의 전체회의에서 나온 결과는 이주를 선택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대들의 제안대로··· "

" 옳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우리 쉘터로 옮기신다면 우리의 통제를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

" 당연한 말씀입니다. 허허허, 그런데 이곳까지 오면서 느낀점은 본래 이곳의 주민들과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이지 않는가 봅니다? 마치 서로 떨어져서 지내는 듯해서 말입니다. "

눈썰미 좋은 사무엘이 느낀 것이다. 이곳까지 오면서 본 주민들의 눈초리와 행동, 감정표현은 경비팀과 바위를 향한 거리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대부분이 바위등의 초능력에 대한 경외감 내지 동경심이었지만 그런것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무엘은 단순히 거리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허허허, 잘 보셨습니다. 저희 큰돌모임은 자유로운 행동과 책임, 선택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단지의 경비 및 시설유지 외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니 말입니다. "

" 오호, 무조건적인 가입과 상하관계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식량배급 및 유지를 하시는지···? "

" 그것 역시 우리 모임의 채집조가 지속적으로 활동해 공수해 하루에 한번씩 배급하지만, 대체적으로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

그말은 아직 아파트내부에 식량등 생필품이 남아있어 그것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모임에 자발적으로 편입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 틈을 노리고 주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고 온다면..?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사무엘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아, 그렇군요. 저희가 이곳에 합류를 하게 된다면··· 어떤 제약을 받게 되나요? "

그동안 사장과 사무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제비가 나섰다.

" 그 부분은 제가 말씀 드리죠. 가장 최우선사항은 모든 무기를 반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어떠한 강제도 없고 상하관계도 없습니다. 물론 모임에 들어오신다면 그런것들의 제약을 받으실 수 있지만 그건 선택의 자유입니다. "

제비의 말은 당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반인으로 합류를 하라는 말이었다. 그 말에 당연히 반발을 할 줄 알았던 사무엘과 경비대장은 비교적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야지요. 우리가 이곳의 법도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 역시 하느님의 뜻이지요. "

사무엘은 그렇게 중얼거리듯 수긍하면서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 중요한 한가지가 남았습니다. 이곳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까? "

사무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사장이 그의 말을 받았다.

" 물론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종교모임이나 설교는 가능하지만 강제적이거나 무언가를 대가를 바차게 한다면 제재가 들어갈 겁니다. "

" 허허허,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 예수교는 전혀 그런것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모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

사무엘은 속으로 코웃음치며 생각했다. 대다수의 광신도들은 자신들의 의사로 몸을 바치고, 돈을 바친다는 사실을 이들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같은 시기의 종교는 하나의 구원이고 동아줄 역할이다. 사후에 천국을 갈 수 있다고 티켓을 팔아도 의심을 하면서도 불티 나게 팔릴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얼마나 나약한 인간들인가? 마치 말기암 선고를 받은 환자의 심리상태와 다를게 없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보다 남의 말에 귀기울이고 몇마디 선동에 넘어가 그 사실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한마디 던지고 거기에 몇사람만 동의하면 그것은 진실이 되는 것이다. 진실유무는 상관이 없다. 자극적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소식, 정보면 된다. 예전에 인터넷 선동할때 많이 쓰던 수법중 하나였다.

그런 경험이 많은 사무엘은 자신만만하게 동의를 하면서 순식간에 공장파가 아파트단지로 입주하기로 결정이 났고 그 사실은 곧 아파트 주민들에게 까지 전달이 되었다.

그 소식에 주민대표역할을 하던 몇몇이 항의를 하며 제비에게 찾아왔지만 몇마디에 기가 눌려 고개를 숙이고 되돌아갔다는 것은 가벼운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그런 그들은 분주히 움직여 아파트 각 세대내에 있을지 모르는 식료품등 생필품 찾기에 더욱 열을 올렸고 각자 제법 많은 물건을 챙길 수 있었다. 제비는 그런 그들을 보며 조삼모사라고 평했지만 주민들은 생존이 달린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날 아침이 밝기 무섭게 일우가 끌고간 버스에 공장사람들을 잔뜩 태워 아파트단지에 도착을 했다. 그 뒤로 트럭 두대가 통조림등 먹을거리를 가득채워 따라들어왔다. 각 공장에서 생산된 재고품인듯 했다.

사무엘과 협의 한대로 모든 인원들에게 공평하게 그것들을 나눠주었고 아파트주민들은 그 모습에 환호하며 그들을 반겼다. 거의 수백여명에 달하는 인원이라 제비와 사장 산하의 운영부 인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기존 주민이 살고 있는 동과 호수를 미리 파악해둬 겹치지 않게 아파트를 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온 대다수의 인원들은 이런 고급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 비록 전기가 끊겨 고층으로 올라가면 살기 힘들어 지지만 그동안 그들이 머물렀던 곳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었다.

" 자, 105동은 가득 찼어요. 106동에 남는 호수가 있으니 그쪽부터··· "

" 최소 한 호수당 3명씩 들어갑니다. 친한 사람이나 꼭 같이 있어야 하는 인원끼리 조를 짜서 오세요. "

" 배식표 사용은 하루에 한번 주민센터 앞에서 오전 열시에 하니 꼭 기억해주세요. "

"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것이 있는 분들은 주민센터 일층에 보건실로 가시면 됩니다. "

" 거기 아저씨! 질서를 지키세요! 네, 당신말이에요. "

그렇게 일우가 버스로 서너번을 왔다갔다하며 실어나른 인원들로 주민센터 앞 놀이터가 시끌벅적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활기에 아파트 주민들도 창문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구경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도 이곳저곳 기웃대며 깔깔대고 있었다.

공장쉘터에서 온 인원들이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보건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사전에 예약을 해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희망을 주었다. 생각외로 열악한 환경은 사람들의 면역력을 약화시켰고 이런저런 병들에 걸린 것이다.

" 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 "

보건실 안내 및 보조로 일하게 된 써니와 제니는 접수대에서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역할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민들의 건강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었다. 거기에 이번에 편입된 공장사람들까지··· 너무 바빠서 고개를 들 시간조차 없는 듯 했다.

그에 반해 보건실 내부는 비교적 한가했다. 의료침대 세개와 소미가 앉아있는 책상만 있었다. 흔한 진료도구나 주사기등도 전혀 없었다. 한쪽에 붕대와 소독약등 상비약이 보였지만 보건실이라기에는 부실한 편이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나마 치료능력자인 소미가 있어서 웬만한 상처는 치료가 가능했기에 지금 이 쉘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녀였다.

" 으음, 상비약들이 모자라. 다음 회의때 안건으로 올려야 겠어. "

소미는 자신의 능력은 상처등에는 즉효약이지만 감기등 면역력계통에 이상이 있는 질병은 치료가 어려웠다. 그나마 약화시킬수는 있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그래서 일우의 어머니도 완치를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 하아, 조금더 능력을 올려야해. 그래야 불가능했던 모든 치료를 할 수 있을 거야. "

72619505068, 소미는 꾸준한 능력사용과 개발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 정말 잠까지 줄이며 사람들을 치료해준 결과였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두미와 다희였다. 맨날 죽을 것같은 상처를 입고 그녀를 찾아와 치료를 받는 덕분에 이만큼 성장을 한 것이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보건실로 들어섰다. 깔끔한 양복을 입고 한손에는 성경을 들고 있는 사무엘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소미가 물었다.

" 여기에 앉으세요. 어디가 아프신가요? "

당연히 아파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 소미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미소를 지으며 사무엘을 쳐다봤다.

" 아, 이곳의 의사인 분이 바로 자매님이셨군요. 반가워요. 전 공장에서 온 사무엘이라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큰 희망을 내려주셨네요. 할렐루야. "

" 아··· 네.. 근데 어디가 아프셔서..? "

" 아픈것은 제 마음입니다. 밖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마음의 고통으로 제게 호소를 하고 있지요. 그런 그들을 보면서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의사님도 그런 제 마음을 이해하시겠죠? "

" 아, 네. 그러시군요. "

" 그래서 그런이들에게 더욱더 믿음이 중요한게 아니겠습니까?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고 희망을 찾아주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치료해줄 그런 존재 말입니다.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십니까? "

" ···? 저는 여기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

" 아니, 그런 말이 아닙니다. 예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내일 103동 앞 공토에서 조그마한 기도회를 가지려 합니다. 그곳에 의사님이 꼭 참석을··· "

" 아뇨. 그녀는 그런곳에 참석할 정도로 시간이 남지 않아요. 사무엘씨. 지금 밖에 다른 환자들이 밀려있는 모습인데 언제까지 그녀를 붙잡고 계실 생각입니까? "

어느새 그의 뒤에 나타난 제비가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 사무엘에게 질책하듯이 말했다. 갑작스런 제비의 등장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돌아보며 사무엘이 대꾸했다.

" 아, 덕환씨.. "

" 그냥 제비라고 불러요. 그게 편하니까. "

" 허허허, 그런.. 그럼 제비씨라 부르죠. 지금 우리 쉘터는 마음의 병이 넓게 퍼져 있어요. 그런 그들을 위로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부디 제비씨도 내일 기도회에 참석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구원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그렇게 말을 전하며 일어서 소미에게 다시 인사를 건내고 보건실 밖으로 향하는 사무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제비는 소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 휴우, 소미야.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이번에 합류한 공장사람들의 종교적으로 묶은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야. 약간 사이비 냄새가 나는데.. 아직 별다른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 않아서 제재하기가 좀 그러네. 신경쓰지 말고 하던 일 하면돼. "

" 뭐, 신경 안써. 안그래도 한번 찾아가려고 했는데 말야. 이번에 공장에서 온 사람들 중에 말야. 많은 사람들, 그중에 많은 젊은 여자들이 성병을 가지고 있어. 마치 성매매여성들처럼 말야. 그말은 청결하지 못한 장소에서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말이거든. 은근슬쩍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봐도 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도 없고··· 조금 이상해서 말야. "

" 흠.. 그래? 그 부분은 사장아저씨랑 얘기해 봐야겠네. 그리고 더 필요한 건 없고? "

" 응, 그리고 채집조 나갈때 약국에 들러서 거기에 있는 약들 좀 담아오라고 해줘. 생각보다 약 쓸 일이 많네. "

" 오케이! 그럼 나 간다. 좀더 고생해줘. "

쪽! 나가면서 소미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한 제비가 부끄러워하는 소미를 두고 문을 나섰다. 이미 연인관계가 된지 시간이 제법 흐른듯 편한 스킨쉽을 보여주는 둘이었다. 그런 제비와 교대하듯이 들어온 두미가 투덜거렸다.

" 젠장! 누군 아직 뽀뽀는 커녕 맨날 쇠덩이같은 주먹과 스킨쉽을 하고 있는데.. 하, 씨발. "

팔뼈가 부러졌는지 덜렁거리는 팔을 붙잡고 들어선 그녀의 입에선 한숨이 흘러나왔다. 부러진 팔보다 그런 현실이 더 맘에 안드는 듯 소미를 쏘아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 야, 다희 그년 치료 좀 안해주면 안되냐? 분명히 어제 옆구리에 칼빵을 내서 내장이 쏟아질 듯 했는데 오늘 왜그리 펄펄 날아다녀.. 씨발. "

" 안돼요. 그건 두분다 비슷하잖아요. 그리고 바위씨가 화를 낼거에요. "

바위 얘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순한 양처럼 변한 두미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어찌할 수준을 넘어선 요구였다.

" 그건 그렇고.. 그 양복입고 성경책 들고 다니는 미친놈이 여기도 왔다갔어? 그거 완전 또라이아냐?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칼을 들어야지 성경책을 들고 다녀. 뭐가 예수니 하느님이니.. 하, 미친놈이.. 성경책 들고 있는 팔을 잘라버리려다 참았다. 아야! "

소미가 부러진 팔을 접골하자 그제야 아프다는 듯이 비명을 지른 두미를 신경쓰지 않고 에너지를 불어넣으면서 대꾸했다.

" 예, 왔다갔죠. 제비씨가 쫒아냈어요. 다음에 또 올 듯하지만.. "

" 그 미친놈이 오면 내 얘기해. 다시 보이면 내가 와서 팔이든 다리든 잘라버리겠다고 말야. "

그녀의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준 소미는 금방 뼈가 붙어 이리저리 휘휘 팔을 돌리고 있는 두미를 보며 말했다.

" 좀 몸상태를 살피면서 싸워요. 죽을듯이 싸우지 말고. "

" 아, 알았어. 꼰대같이 굴지 좀 마. 요즘 친아빠도 안그런다고. 칫. "

그건 포기구요. 라는 말을 차마 입에 담지 않은 소미는 치료를 다 했다는 말에 마체테를 장난감처럼 돌리며 문을 나서는 그녀를 배웅했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듯 보건실도 뭔가 들이닥쳤다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소미의 진료는 아직 진행중이었다.


" 역시.. 그렇군. 그 녀석에게 예전의 나와 비슷한 모습이 보이더라니.. "

제비는 사장과 독대하고 있었다. 공장사람들을 흡수하면서 여기저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자 찾아간 것이다. 그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는 사무엘의 전도행위였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가장 큰 인기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라도 일순위로 소미를 지목할 정도로 인지도를 가진 그녀를 포교하기 위해 사무엘은 수시로 그녀를 찾아가 전도를 했다. 사무엘도 그 시점에서 초능력자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타겟으로 잡은 사람이 소미였다.

" 사장아저씨, 그게 무슨 말이죠? "

" 흠.. 뭐 뻔해. 제비씨 또래에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말야. 사람은 나이가 들면 점점 나약해지거든,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어지지. 꼭 나이탓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 그걸 이용하는게 바로 사이비종교나 우리같은 조직폭력배들이야. 그게 꼭 나쁜건 아니야. 서로 상부상조하면 좋은 결말을 가질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종교는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지. 뭐, 사후세계니 천국이니 하면서 말야. 그래서 이쪽 세계에서는 그걸 최악으로 뽑아서 배척하는 거고.. 그런데 이런 시대가 왔으니 어쩌면 당연하게 그런 종교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거지. "

사장은 제비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슬그머니 웃으며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나아갔다.

" 거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안돼. 그 이후에 돈, 물질적인 것들을 원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예를 들면, 십일조 명목의 헌금 또는 세례를 미끼로 갈취하고 천국행 티켓을 팔고··· 뭐 그런 참신한 짓거리를 시작하는 거지. 그때쯤이면 교주가 하는 말은 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진다는거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거라고 할까. 그중 하나가 아까 자네가 말했던 여신도들을 창녀로 돌린다거나 자신의 노리개로 쓰는 그런 짓거리지. 생각보다 세상은 상식적이지 않아. 왜 매년 교회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잡음이 나겠나. 종교는 나라에서도 인정한 불가침의 성역과 다름없으니 아무도 터치하지 못하는 거지. "

" 하아··· 그래서 해결방법이 있는 겁니까? "

" 껄껄.. 이거 대차고 뭐든 잘할꺼 같은 제비씨도 그런걸 물어오네? 이거 의외인걸.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없네. "

" 그럼 문제가 커지는거 아닙니까? "

그런 사장의 결론에 제법 심각한 표정을 한 제비가 다시 반문했다.

" 흠, 그건 말이야. 문제가 될 일은 조금 있겠지만 크지는 않을꺼야. 왜냐면 지금 우리의 희망이자 구원은 다른 것이거든, 바로 사이퍼들말야. 그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생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고 있네. 물론 그들을 무서워하지만 그건 오히려 더 좋은 일이지.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는 이제 무력이 없어. 무력과 결합한 종교는 강력하지만 무력이 빠지면 쭉정이만 남게 되거든.. "

" 아, 그럼 지금 작업하고 있다는··· "

" 맞아, 경비대장과 그 부하들부터 건장한 청년들에게 우리의 희망을 보여주고 큰돌모임으로 끌여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네. 결국 그들이 멍청하지 않다면 우리를 따를 수 밖에 없어. 사이퍼란 그런 존재들이니까. 껄껄껄... "

그런 자신감 넘치는 사장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단 몇일이 지나지 않아 사이퍼의 존재들이 공장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진실을 확인한 공장경비대 전원이 큰돌모임에 가입을 한 것이다. 거기에 이제까지 망설이고 있던 아파트 주민 청년들도 대거 가입함으로써 무력의 대부분을 큰돌모임이 가져가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멀뚱이 있다 자신의 무력을 빼앗긴 사무엘이 그제야 나서서 항의를 하고 설득을 해봤지만 사무엘의 진실을 알고 있는 대다수의 공장경비대원들은 그를 무시했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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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이퍼(1) 18.06.26 1,082 22 20쪽
28 쉘터(7) 18.06.25 1,070 27 20쪽
27 쉘터(6) +2 18.06.24 1,192 24 20쪽
26 쉘터(5) 18.06.23 1,067 22 22쪽
25 쉘터(4) 18.06.22 1,067 21 21쪽
24 쉘터(3) +1 18.06.21 1,111 2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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