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23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10 06:00
조회
963
추천
16
글자
21쪽

만월회(4)

DUMMY

만월회 소속 전투 4팀의 오늘 목표는 간단했다. 변절자를 쫒는 것도 좀비를 척살하는 것도 아닌 단순 구조임무였다. 몇일전부터 자신들의 주파수를 통해 모스부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오고 있는 서울 강북의 한곳에 들러 생존자를 구조해 북한산 쉘터로 옮기는 작전이었다.

팀장 위퍼와 대원 십여명은 가벼운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단숨에 애마, 바이크를 타고 이동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콰르릉!

십여층에 달하는 상가건물의 옆구리가 터져나갔다. 그곳을 통해 한 인영이 급하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한손에 든 길다란 채찍인지 리듬체조에서 사용하는 리본의 형태를 가진 무언가로 옆 건물의 간판을 휘어잡으며 안정적으로 몸을 고정시켰다.

" 큭! 젠장할.. 본부! 본부! 왜 안되는거야? 읏차! "

머리에 쓴 헬멧으로 본부와 통신을 시도하였으나 불통으로 답답함을 외친 위퍼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시멘트 덩어리를 보며 급히 몸을 굴려 피했다. 그 이후 이미 상가건물에서 나와 자신을 올려다보는 대원들에게 가드를 올려 육성으로 소리쳤다.

" 전 대원, 변절자 사냥모드로 들어간다. 최대한 수비진형을- 큭! "

위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듯 머리통만한 시멘트돌덩이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는 것을 판단한 위퍼는 자신의 채찍을 들어 리듬체조처럼 돌려 머리위로 원을 그렸다.

가가각. 시멘트덩어리가 채찍에 갈리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파편이 튀면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먼지사이로 다시 집중하며 어디서 뭐가 날라올지 경계하는 위퍼의 귓가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아하하하.. 고작 이정도야? 실망인걸? "

처음에 옆구리가 터져나간 상가 부분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는 위퍼는 이를 갈면서 외쳤다.

" 둠스터, 이 개새끼. 어떻게 우리 주파수를 알고··· "

" 워, 워. 왜 머리는 니들만 쓰는줄 알아. 저 위에 날라다니는 것들과 같은 기계를 너희만 다룰거라고 생각하는거야? "

" 이, 이 식인말종의 변절자놈아. 넌 오늘 꼭 잡는다. 크악! "

헬멧 가드를 올린 그 사이로 보이는 위퍼의 얼굴은 이십대초중반의 곱상한 외모였다. 전체적으로 달라붙은 슈트를 입은 그의 몸 역시 강인해 보이지 않았지만 위퍼의 주위를 보호하듯이 빙글빙글 돌면서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는 채찍은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

" 네가 그 위퍼인지 뭔지 하는 놈이구나? 너 게이라며? 크크큭.. 새끼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

" 남의 성적 취향보다 니 식성이나 걱정해. 씨바라. 하앗! :

단숨에 벽을 타고 올라가 거리를 좁히는 위퍼의 기술은 대단했다. 채찍이 살아있는 것처럼 가볍게 외벽을 파고들며 고정하고 그 장력을 이용해 다시 위쪽으로 몸을 끌어당기는 일련의 동작은 춤을 추듯이 아름다웠다.

눈깜짝할새에 십여미터를 올라 둠스터의 면전을 향해 채찍을 날리는 위퍼를 놀란 표정으로 응시하던 둠스터가 희미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 잘왔다. 이제 내려가. "

아까와 비교도 안되는 크기의 시멘트덩어리가 위퍼의 바로 머리위에서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단순히 중력에 의한 속도라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내려찍듯 위퍼를 덮쳤다. 그런 기척이 느껴지자 마자 공격하던 채찍의 방향을 바꿔 거대한 시멘트를 향해 휘둘렀다.

파카칵. 그 크기가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것을 본 위퍼는 이것도 미리 준비한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깔리듯이 지면을 향해 내리꽂는 그 시멘트덩어리의 아래에서 위퍼는 단숨에 부수기에 힘들다는 것을 알고 채찍을 박아넣은 상태로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하아앗! 기합을 지르는 위퍼는 땀을 뻘뻘 흘리며 채찍과 한몸이 된 거대한 시멘트덩어리를 휘두르듯이 도로방향으로 던져버렸다.

꽈아앙!

엄청난 굉음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충격을 선사한 그 일련의 행동은 결국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크리에이터를 만들고 말았다.

그 근처에서 달려드는 좀비들과 치열하게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던 팀원들도 그 충격을 그대로 받고 자세를 흐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좀비들도 같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 역시 사물계, 그 순간에 그런 판단을 하다니.. 대단해. "

여전히 건물 옆구리 구멍에서 깔보듯이 내려다보고 있던 둠스터가 감탄의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순간적으로 채찍과 하나가 된 시멘트덩어리를 에너지를 쏟아부어 경로를 비튼것이다.

" 하지만.. 이젠 에너지가 엥꼬잖아. 크크크,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말야. "

둠스터의 말대로 땀을 뻘뻘 흘리는 위퍼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가 지적한 대로 남은 에너지가 간당간당했다. 그렇다고 도망치기에는 저 변절자와 남은 대원들이 눈에 밟혔다.

위퍼가 숨을 몰아쉬며 이런저런 상황을 보고 있을때, 반대편 건물의 옥상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 둠스터, 장난 그만치고 빨랑 처리하자. 구루가 당부한것 잊지 않았지? "

" 쳇! 오케이, 짜쯩나네.. 구루는··· "

위퍼의 눈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한명으로도 만만치 않은데 또 다른 변절자의 등장으로 전의를 상실하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필사의 각오를 떠올리며 전의를 다졌다.

" 퉷! 오늘 제삿날이네. 와라, 개자식들아. 한 놈정도는 같이 데려가주지. "

까끌한 입속의 이물질을 뺏어내며 각오를 다지는 위퍼를 내려다 본 둠스터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짓에 따라 주변 사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이런, 넌 맨 마지막이야. 야차, 이젠 네 차례야. 크크큭.. "

그 말에 반대편 건물에 있던 야차가 그대로 뛰어내려 위퍼를 내리찍었다. 황급히 채찍을 들어올려 막아낸 위퍼는 둠스터의 말뜻을 깨달았다.

그의 염력에 올려진 물건들이 향한 곳은 자신의 팀원들이 좀비들과 싸우고 있는 한 가운데였다.

" 모두 피해! "

위퍼의 외침에 자신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물건들을 인지한 대원들은 급히 보호구를 내밀어 충돌에 대비했다.

파파팍! 내리꽂히는 물건들을 온전히 막지 못한 대원들의 슈트는 곳곳이 찢어지고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죽거나 중상을 입은 대원들은 없었으나 그 피냄새에 광분을 한 좀비들이 더욱 집요하게 달려드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이미 그 순간 둠스터의 염력에 의한 두번째 타격이 다시 그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만신창이가 된 팀원들은 간신히 서 있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다. 다행히도 둠스터의 공격은 피아를 가리지 않아 근처에 있던 좀비들도 사방에 널부러져 있다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다.

챙챙! 쾅!쾅!

한편에는 야차에게 확연하게 밀리는 모습의 위퍼가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 야차는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오직 공격 일변도로 위퍼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위퍼의 날카로운 채찍은 야차의 피부를 찢어냈지만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아무는 모습은 흡사 진흙을 때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아무리 때려도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는 그런 전투가 그들의 모습이었다.

야차의 양주먹에 끼여진 강철글러브는 연신 위퍼를 보호하고 있는 채찍을 때리고 있었고 그럴때마다 폭음과 함께 피가 나도록 입을 악다문 위퍼가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냥 봐도 이젠 정말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전투가 끝날 것 같은 순간 야차의 머리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늑대였다. 그것을 순식간에 눈치챈 야차가 옆으로 몸을 굴렸다.

소리없이 뛰어올라 단번에 야차의 머리를 씹어먹으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휘두른 칼날같은 발톱에 어깨부터 복부까지 그어진 상처는 치명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미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치료가 완료된 야차는 죽일듯한 눈빛으로 늑대 뒷편에 나타난 덩치 큰 여자를 노려봤다.

" 이 쌍년. 또 만났구나. 이번에는.. "

" 진정해. 미친 변태 식인종 새꺄. 나도 어짜피 널 보내줄 생각이 없으니까. "

그러면서 짧은 머리카락을 흔든 울프가 양손에 낀 건틀렛을 부딪히며 씨익 웃었다.

" 두놈이네. 좋아. 위퍼는 빠져서 쉬어. "

" 지랄하지마. 아직 팔팔해. 시발.. 오늘 저 새끼들 뼈째 씹어먹지 않으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 "

" 하아, 니 몸부터 보고 말해라. 저기 2팀장도 왔으니 적당히 해.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줄기 불길이 둠스터를 덮쳤다. 하지만 이미 이상함을 느낀 둠스터가 옆의 가구를 끌어와 자신의 앞을 방어하자 순식간에 재가 되면서 타들어갔다. 엄청난 열기였다.

" 아, 아깝다. 한방에 잡을 수 있었는데.. 크으.. "

3팀장의 오른편 도로에서 나타난 2팀장 아그니가 아직도 타오르는 손길을 든 채 안타까움에 탄식을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자 둠스터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하.. 개 한마리, 아니 두마리와 조루촛불이네? 니들 가지고 되겠어? "

허세담긴 말에 피식 웃은 유난히 코가 도드라지는 2팀장 아그니가 손을 들어올렸다.

투칵! 팍! 그 순간 AWSM 특유의 옅은 소음기 소리와 함께 둠스터의 귓가를 스치며 매그넘 총알이 지나가 벽을 때렸다.

" 하아, 역시 안되는 건가. 회주가 알려줬지만 너무 사기잖아. "

이미 저 멀리 건물 옥상에 배치된 저격수를 통해 둠스터의 대가리를 단번에 깨부수려고 시도한 작전이 빗나갔다. 아니 애초에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시도한 것이었다. 회주의 말은 사이퍼는 평상시는 몰라도 에너지를 쏟고 있는 시점에서는 저격수의 총알을 맞히기 힘들다고 했다.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로 말했는데, 역장이라는 용어의 한마디로 간략하게 압축했다. 특히 멀리서 레이저 스코프를 통한 저격은 더욱 힘들다고 한다. 그것을 통해 보이는 것과 실제사이에 오차가 발생한다는 말인데..

하지만 귓가를 스친 총알에 놀랐는지 잠시 할말을 잊은 둠스터가 점차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들어 소리쳤다.

" 이, 이.. 개새끼들이 전부 죽여버리겠다. 크아악! "

드드득, 둠스터의 주변 시멘트조각부터 쓰레기, 심지어 가벼운 자동차까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늑대를 타고 둠스터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울프가 했지만 야차가 막아섰고 그 옆으로 아그니도 힘을 모아 머리위로 거대한 불덩어리를 늘리고 있었다.

떠오른 물건들이 둠스터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사방을 할퀴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리고 이미 아그니도 커질때로 커진 화염구를 태풍의 중심에 있는 둠스터에게 던질 준비를 마쳤다.

" 모두 피해. 최대한 중심에서 멀어져라. "

다급히 팀원들을 챙기는 위퍼의 목소리가 팀원들에게 들리기도 전에 위험을 감지한 그들은 이미 자리를 최대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파편들을 뚫고 멀어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런 자신의 팀원들을 본 위퍼가 뛰어들어 그들을 중심에서 채찍을 최대한 길게 늘어뜨리며 사방으로 휘둘러 벽을 만들었다. 그것에 막혀 파편들이 튕겨져 나갔지만 이대로는 위험했다. 그 순간 아그니가 거대한 화염구를 둠스터를 향해 던졌다.

쿠르릉! 후앙!

그들 사이, 어느 부분에서 터졌는지 순간적으로 공기가 압축되었다가 터져나가며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엄청난 열기와 폭풍처럼 휘돌던 파편들도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거대한 폭탄이 직격한 그 중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폭발이었다.

엄청난 열기와 먼지가 차츰 가라앉자 장내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기저기 불이 붙었는지 매캐한 연기가 하늘로 넘실대며 올라가고 있었고 여기저기 시커멓게 된 그을음과 널부러진 온갖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니는 길거리는 마치 공습을 마친 현장과 같았다.

쿨럭쿨럭! 누군가의 마른 기침이 멍하니 풍경을 보던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울프는 서둘러 변절자를 찾았지만 이미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의 충격이면 중상일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은 식인 함으로써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는 회주의 말에 그런 희망을 버렸다.

이 한방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는지 아직도 헐떡이는 2팀장 아그니를 버려두고 4팀장 위퍼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들 역시 위퍼가 최선을 다해 막았는지 대부분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런 함정과 기습이란 소식에 놀라 급하게 뛰어온 그들에게 있어서는 다행인 순간이었다.

점점 변절자들의 암계와 능력이 올라가는 것을 느낀 울프는 표정을 굳힌 채 서둘러 본부에 통신을 넣었다. 먼저 부상자등 주변정리를 하고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후속팀원들이 도착하고 신속히 정리를 하는 것을 보고 있는 울프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 순간 과연 회주는 이 전쟁의 끝을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궁금한 그녀였다.


아침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급기야 오후가 되어서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북한산 쉘터가 안전지역이라고 하지만 산 아래에 위치해 있다보니 이런저런 걱정되는 명환이었다.

" 이거 산사태가 나거나 그러지 않겠죠? "

텐트에 앉아 멍하니 빗소리를 듣고 있던 지윤이 고개를 돌려 명환을 바라봤다.

" 갑자기 뭔소리? "

" 글쎄, 그런 얘기를 예전엔 한번도 듣지 못해서··· 문제 없을 꺼야. "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인혜를 보며 한숨을 내쉰 명환이 중얼거렸다.

" 그렇겠죠. 하아.. 비가 와서 그런지 센치해지네요. "

그런 명환이를 놔두고 인혜는 생각에 잠겼다. 이곳 쉘터의 세력구도는 본부가 가장 위에 있지만 그들은 이곳의 관리와 참견을 거의 하지 않는다. 즉,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쉘터로 만들어져 있다는 말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몇번 본부직원을 뽑는 행사가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기미가 없었다.

그리고 뽑힌 직원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다고··· 뭔가 영화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다른 사람들도 인지 했는지 몇번 항의한 끝에 그들의 무사를 확인했고 잘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또 다른 항의를 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렇게 본부가 있고 서울자치당, 자칭 서울당이 가장 큰 세력으로 있고 최근에 그에 반해 생긴 한국당이라는 모임도 세를 끌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세력 그리스트교, 약간 사이비 냄새가 풍기는데 이곳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가입해 있고 그외 소소한 모임, 부녀회라는 엄마들의 모임, 자경단이라는 청년들의 모임, 여권회라는 여자들의 모임까지 꽤나 많은 모임이 있었다.

그들 스스로가 뭉쳐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일환으로 보였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임들이 세력을 갖추고 서로를 적대하면서 더 많은 이득을 가지려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 언니, 근데 오늘 아침에 있었던 남녀간의 싸움은 왜 그랬을까요? "

멍하니 빗소리를 듣고 있던 지윤이 문듯 생각이 난듯 질문을 던졌다.

" 글쎄.. 배식문제였던거 같던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

" 아, 그거 내가 들었는데 말야. 어린아이들도 성인기준으로 배식을 해달라는 의견을 부녀회에서 본부에 냈고 그걸 들은 자경단 사람들이 항의를 한거야. 아이들과 어른이 어떻게 기준이 같냐면서.. 그렇게 남는 배식표는 곧 돈이니까 말야. 여기서는··· "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표할 수 있는 사항이었고 항의할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생존이 달려있는 세상에서는 그런것들은 꽤 민감하게 반응되어지고 있었다.

" 헐, 그래서 그렇게 주먹질까지 하면서 싸운거야? 그 아줌마들도 장난아니던데.. 대등하게 주먹질을 하다니.. 예전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

부녀회의 인원수가 자경단보다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굳이 아줌마들과 드잡이 하기 싫은 남자들이 빠진 상태에서 꽤 큰 싸움이 났다. 보통 여자끼리는 머리카락 붙잡거나 뺨을 때리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있는 아줌마들은 그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서로 많은 상처를 남기고 본부 인원의 중재로 끝이 났지만 두 세력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듯 했다.

" 근데 명환이. 너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하루종일 우리랑 같이 있었잖아? "

" ··· 큼. 사실은 둘이 화장실갔을때 저쪽에서 제의가 들어왔거든. 자기들 쪽으로 오라고 말이야. "

" 누구? 자경단? "

" 엉, 그런데 일단 거절했어. 도저히 그럴 여유가 없더라고··· 밖은 지옥인데 말야. 큭. "

어쩌면 명환의 경우는 오랫동안 밖에서 지내며 최근까지 그 참상을 그대로 보아온 사람으로 어쩌면 당연한 이유였다. 하지만 여기서 오랫동안 지낸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많이 희석이 되면서 이런 생활에 물들어 버린 상태였다.

" 휴우, 언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세요? "

" .. 내 생각은 말야. 여기 쉘터에 있는 모임에 들어가기 보다는 본부에 편입되는것이 좋을꺼 같아. 니들 생각은 어때? "

" 당연히, 그러면 최고죠. 근데 본부에서 사람을 뽑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던데요. 설사 있다고 해도 경쟁이 엄청 심하다고··· "

선선이 고개를 끄덕이는 인혜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주로 전투인원을 선발했다고 하지. 그외 몇몇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뽑힌 경우도 있고 말야.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야 해. "

" 그게 뭐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

" 그건.. 이제 찾아봐야지. "

맥빠지는 인혜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푹 숙이며 각자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 혹시 드론 조종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취미로 드론을 좀 날려봤거든요. "

뭔가 생각이 난듯 고개를 번쩍든 명환이 말했다.

" 뭐.. 그것도 나쁘지 않고··· "

미적지근한 반응에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명환의 뒤로 조용히 지윤이 말했다.

" 언니, 사실 말이에요. 그게··· 하아.. 이게 무슨 영화같은 일인지 혹은 제가 착각했을 수도 있는데··· "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주저하는 지윤을 지긋이 참을성있게 기다린 인혜를 보며 결심한 표정으로 그녀가 입을 열었다.

" 그때 우리 건물 옥상으로 도망칠때.. 사실 신발이 좀비에게 빼앗기고 넘어지면서 살짝 좀비에게 물린 느낌이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겁이나고 무서워서 말을 못했는데··· 미안해요. "

인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물렸다고 생각하면 그 사실을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아마 힘들것이다. 몰래 이들과 헤어짐을 선택했겠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 지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한 어조로 인혜가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지금은 괜찮잖아. 혹은 그냥 환각통일수도 있고 말야. "

너무 상황에 심취한 나머지 스스로 물렸다고 몸이 통증을 가짜로 느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런 인혜의 말에 바지를 걷고 양발을 내렸다. 그곳에는 꽤 선명한 이빨자국의 흉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꽤 아팠을텐데 참고 견딘 모양이었다.

" 진짜네? 지윤이 너 괜찮아? 하긴 그 시간도 벌써 얼마나 흘렀는데··· 상처도 벌써 다 아물었네? "

" 응, 전혀 이상은 없어. 본부 설문조사때 들은 얘기는 48시간내에 발작한다고 하는데.. 이미 그 시간은 한참전에 지났고 말야. 나 정말 괜찮은걸까? "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인혜가 뭔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 일단 지윤이의 말대로라면.. 지윤이가 항체를 가진 인간이라는 말이야. 그것은 정말 대단하고 위험한 일이지. 무슨 말인지 알지? "

평소 공포영화를 못보는 지윤을 제외하고 명환이는 그 의미를 단번에 이해했다. 항체를 가진 인간은 영화에서 보통 구속되어 실험대상이 되거나 다른 쪽에게 살해를 당한다. 물론 현실은 영화와 다르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기에 조심해야 했다.

" 지윤이는 지금 한말은 다른곳에서 하지 말고.. 일단 본부쪽에 선을 만들어야 겠어. 이런 사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지 알아야 하니까. 알겠지? "

" 네, 언니. "

" 네, 누님. 근데 그 동안은 우리끼리 쥐죽은듯이 지내야 겠죠? 서울당 놈들이 바라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던데 말이에요. 그 자식들··· "

서울당원들의 눈빛은 인혜는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빠른 결정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아마도 내일부터 더욱더 바빠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가끔 들어오는 검정색 슈트의 무소음 바이크를 탄 대원들과도 충분히 친분을 만들어야 했다. 어쩌면 그들이 인혜일행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투투툭. 여전히 장대비가 텐트를 때리는 소음이 악기 연주처럼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서로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서브웨이(1) 18.07.27 941 21 23쪽
52 신세계(5) +1 18.07.26 927 19 18쪽
51 신세계(4) 18.07.25 848 19 20쪽
50 신세계(3) 18.07.24 879 20 20쪽
49 신세계(2) 18.07.23 948 16 21쪽
48 신세계(1) 18.07.20 922 17 21쪽
47 과거사(6) +1 18.07.19 945 19 21쪽
46 과거사(5) +3 18.07.18 940 21 22쪽
45 과거사(4) 18.07.17 930 17 19쪽
44 과거사(3) 18.07.16 905 16 22쪽
43 과거사(2) 18.07.14 916 18 18쪽
42 과거사(1) 18.07.13 933 21 23쪽
41 만월회(6) 18.07.12 922 16 21쪽
40 만월회(5) +1 18.07.11 956 15 21쪽
» 만월회(4) 18.07.10 964 16 21쪽
38 만월회(3) 18.07.09 978 17 19쪽
37 만월회(2) 18.07.06 991 18 20쪽
36 만월회(1) 18.07.05 1,031 15 21쪽
35 사이퍼(7) 18.07.04 1,027 19 21쪽
34 사이퍼(6) 18.07.03 1,009 18 19쪽
33 사이퍼(5) 18.07.02 995 20 21쪽
32 사이퍼(4) 18.06.29 1,001 20 20쪽
31 사이퍼(3) 18.06.27 1,045 21 22쪽
30 사이퍼(2) 18.06.27 1,080 24 21쪽
29 사이퍼(1) 18.06.26 1,082 22 20쪽
28 쉘터(7) 18.06.25 1,071 27 20쪽
27 쉘터(6) +2 18.06.24 1,192 24 20쪽
26 쉘터(5) 18.06.23 1,067 22 22쪽
25 쉘터(4) 18.06.22 1,067 21 21쪽
24 쉘터(3) +1 18.06.21 1,111 2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