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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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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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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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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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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21쪽

신세계(2)

DUMMY

쾅!

탁자를 주먹으로 치며 몸을 벌떡 일으킨 인물은 이십대중반의 사내였다. 아직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검정색 후드티를 입은 그는 한쪽 눈이 날카로운 무언가로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다. 상처가 많이 아물었지만 그 상처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직 시력이 온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 그 쌍년을 왜 그대로 두고보는 건데? 위치가 확실하고 힘도 약해졌을텐데. 지금이라도 쳐 들어가야 해! "

흥분도가 최고에 달했는지 사방으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그는 제너럴이었다. 일전 습격때 당한 상처가 아직 제대로 아물지 못한 상태로 이번 회동에 참석한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장내에 있는 그 누구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동조하고 있지 않았다.

" 야, 제너럴. 니 마음은 이해하는데.. 아까 구루가 계속 말했잖아. 지금 그 병원에 있는 인간들이 그동안 네가 잡아먹은 인간들과 같은 등급이 아니라고. 쯧,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을 탁자에 걸친 채 앉아 있던 삐적마른 사내, 야거가 한심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하며 쳐다봤다.

" 뭐, 이 독물면봉이? 그건 너같은 허약한 새끼들이나 하는 말이고. 지금 세상은 오직 힘, 그 힘 하나로 모든것을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야. 큭. "

자신을 욕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야거는 예전 국회 본회의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의 가장 상석, 국회의장석에 앉아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구루에게 말했다.

" 구루, 뭔가 생각이 있는거지? 제너럴의 말도 크게 틀린게 아니니까.. "

그런 야거의 발언에 본회의장 곳곳에서 널부러지듯이 앉아 있던 많은 사이퍼들이 시선을 옮겨 상석의 구루를 쳐다봤다. 그렇게 자리한 인원만 해도 수십명에 달했다. 실제로 밖으로 작전을 나간 사이퍼까지 합치면 더 많은 숫자의 사이퍼들을 보유하고 있으리라.

그 많은 숫자의 변절자, 사이퍼들이 모인 이곳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구루였다. 그런 구루의 입만 쳐다보고 있던 인물들은 그런 구루를 바라보며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 우린.. "

잠시후 구루의 입이 열렸다. 순간 조용해진 국회 본회의장에 구루의 낮은 음성이 깔렸다.

" 지배자다. 포식자이자 구원자들이다. 이 모든것이 신의 뜻이자 의지다. 아멘.. 하지만 이전이 세상은 권력을 쥐고 있는자, 금력이 있는자들과 그 자손들이 그런 역할을 해왔지. 말로는 민주주의, 자유라는 말을 쓰면서 상하계급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뚫지 못한 천민들은 그들이 주는 사료에 만족하며 세뇌되어 그들을 칭송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 우리가 왔다. "

우우! 우와! 좌중을 빨이들이듯 설득력있는 그의 음성은 여기저기 앉아있던 인원들의 공감을 얻었고 그를 지지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들을 한명한명 쳐다본 구루가 말을 계속 이었다.

" 하지만! 아직 우리의 힘은 미약하다. 고작 이 서울 전체를 감당하기에도 버겁다는 말이다. 우리와 같이 뜻을 하기로 한 능력자들의 숫자는 여전히 부족하고 우리의 뜻을 세상 곳곳에 퍼트릴 전도자 역시 부족하다. "

" 그래서, 인간들을 저렇게 우리가 보호해주는 것 아닙니까? "

" 그렇다. 개개인의 인간은 나약하지만 무리를 이룬 인간은 강하다. 결국 거름이 있어야 곡식도 자라고 벌레가 있어야 생태계가 보존되는 이치다. 장차 우리가 이룰 세계, 신세계는 최하위 인간들이 깔려있어야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

" 구루, 도대체 그거랑 그 망할 년을 치지 못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거야? "

그에게 어려운 말인지 미간을 찌푸린 제너럴이 반문했다.

" 아직 정부와 군대가 남아있다. 그리고 우린 그들을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해. 어설프게 병원을 공격했다가는 그런 정부와 기업, 타 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

" 그럼 이대로 두고보자는 말인가? 그 만월회인지 뭔지 하는 세력도? "

" 제너럴, 흥분하지 마라. 우리가 살아남은 인간을 수집하고 그들을 세뇌시켜 우리의 지지자로 만든 것은 다 이때를 위해서다. 우린 그 모든것을 집어삼켜 우리의 세계를 만드는 초석으로 삼을 것이다. "

구루의 연설을 듣고 있던 인원들은 정확한 말뜻을 모르는지 웅성대며 서로 속삭이며 의견을 전했다.

" 혹시 넌 구루가 뭘 말하는지 알아? "

" 글쎄.. 내 생각에는 저 밑에 있는 인간들이 하나의 인질이 되어서 정부의 공격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말하는게 아닐까? "

" 그것도 맞지만, 내 생각은 우리가 지배자가 되려면 피지배자가 있어야 하잖아. 결국 그 피지배자는 인간일수 밖에 없고 말야. 그런 의미가 아닐까? "

" 흠, 그럴수도.. 그리고 인간들을 세뇌시켜 병사로 쓸수도 있지. 혹은 놀이감이나 비상식량으로도 말야. "

그렇게 속삭인 남자가 붉은 혓바닥으로 입술을 쓸며 입맛을 다셨다. 신선한 피맛이 생각난 것이다.

" 쉿, 식인은 아직 소문이 나면 안돼. 구루와 면담 생각 안나? "

" 어, 그치. 크크큭,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다 대충 뒷소문으로 알고 있을텐데.. "

" 그래도 여긴 우리같은 적색이 아닌 청색 바코더들도 있단 말야. 물론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실을 대놓고 다녀 그들의 반감을 사는 것도 좋지 않아.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그들도 우리와 한배를 탄 사이니까 말야. "

" 흐흐, 알았다고. 어, 구루가 쳐다본다. "

이마에 적색 바코드가 찍한 두 남자가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도중에 구루와 시선이 마주친 한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잡담을 멈추었다.

그러는 사이에 구루의 연설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 해서 조력자로 삼을 외부인을 소개하지. 들러오시게. "

구루가 성직자가 입는 옷, 수단을 정돈하며 누군가를 소개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본회의장의 옆문이 열리며 안경을 쓴 중년인과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젊은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긴장한 모습이 보이는 젊은 남성과 달리 중년인은 태연한 신색과 걸음걸이로 구루에게 다가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전방에 앉아있는 인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 방가워요. 태일그룹 사장단 대표로 오게된 김찬욱이라 합니다. 미력하게나마 태일식품을 맞고 있죠. 현재는 정부와 몇몇 도시에 식량을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일중공업, 태일산업에서는 군용 무기와 의류, 생필품을 생산해 군대에 직접 납품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

태일그룹은 예전부터 재계순위 3위안에는 항상 들었던 그룹이었고 그 힘은 여전히 발휘하고 있는 듯 했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중년인은 여유롭게 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이곳까지 오면서 느낀 신세계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수만명의 일반인까지 안전하게 보호해주시고.. 정부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그려. 허허허.. 앞으로 신세계 여러분들과 많은 부분에서 협력과 조력을 다해 상생하고자 이렇게 제가 직접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그런 김찬욱의 말을 듣고만 있던 대다수의 인원들은 시큰둥한 모습들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얼른 일어나서 한번이라도 눈에 띄도록 행동했을 위치였지만 지금은 그냥 한명의 영향력 조금 있는 인간일뿐이었다. 인간의 상위 존재라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는 일개미나 병정개미, 여왕개미는 다 같은 개미일뿐이었다.

짝짝! 구루가 손바닥을 치며 집중을 유도하자 그나마 시큰둥한 표정을 한 인원들이 집중을 했다.

" 자, 소개는 들었지? 외부에서 우리에게 많은 힘을 싫어주실 사람이다. 앞으로 신세계는 개방을 통해 더 많은 조직들과 교류를 하고 우리가 염원하는 신세계를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을 예정이니 알아두도록.. 오늘 여기까지하고 해산한다. 간부들은 내 방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해. "

그렇게 말하며 김찬욱 사장을 데리고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구루를 쳐다본 인원들은 홀로 혹은 삼삼오오 모여서 그 자리를 빠져나가거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잠시후 국회의장실에 모인 다섯명의 간부들. 본래는 더 있었지만 지방으로 파견나간 인원과 작전나간 인원들이 빠져 여기 모인 인원이 현재는 다였다. 그들 중에는 아까 말다툼을 한 제너럴과 야거가 포함되어 있었다.

" 구루,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물론 우리가 동의를 했다고 하지만 너무 이른거 아냐? "

전신에 근육이 생동감있게 꿈틀거리는 사내, 야차가 물었다.

" 그래? 저런 구시대 쓰레기같은 재벌을 끌여들여 어쩌자는 거야? "

야거가 야차의 편을 들어 구루에게 말했다. 그런 그들을 말에 어떤 반응도 없이 성경책을 쓰다듬고 있던 구루가 입을 열었다.

" 아멘. 간단해. 일단 우리의 존재가 어느정도 알려진 상태고 만월회가 언제 손을 써서 정부를 끌어들일지 몰라. 그때 그 작전이 실패만 하지 않았어도··· "

강화도 말소작전을 떠올린 이들은 그때 같이 작전을 나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만월회의 방해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실패로 인해 적지 않은 것을 잃어야 했던 신세계였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적대였다.

" 크윽, 우리가 신인류라고 하지만 총탄, 화기에 자유로울 수 없어. 만약 정부가 우리의 위치를 알고 미사일이라도 날린다면.. 그걸로 끝이야. 그걸 막아줄 방패가 필요해. "

" 그래서 선택한것이 저런 재벌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우리 밑에 있는 초능력자 중 몇명만 정부에 침투시키면 해결 될 일 아닌가? "

" 흠.. 그게 그리 쉽지 않아. 그 사건 이후로 정부의 대비가 제법 단단해. 무엇보다 사이퍼부대를 신설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저들을 통해 알게 되었지. 아마 우리측에서 침투한다고 해도 얼마 못가 잡힐게 분명해. "

" 과연.. 그래서 저런 돼지들을 이용하자는 거군. "

야거가 삐적마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 그럴바엔 쥐새끼를 이용하는게 좋지 않아? 정부에 바로 힘을 쓸 수 있는.. "

야차가 의문을 제기했다. 돼지는 재벌, 쥐는 정치인을 비유하는 그들만의 언어였다.

" 쥐새끼들은 겉으로만 실속있는 척하는거지. 실상은 거품일뿐이야. 지금 정부와 군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어. 위쪽에서 내려오는 좀비들을 막으려고 말야. " " 크크큭, 그렇군. 하지만 재미있네. 내려오는 좀비를 막으려고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잖아. 다른 여유가 있나? "

" 아니, 이제 여유가 생길 예정이지. 사이퍼부대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말이 있으니까. "

" 호오, 그럼 우리가 한 일들도 탄로가 날까? 북측에 있는 우리 연합들 말야. "

야거의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그 대답을 한 것은 이곳의 유일한 여자인 삐에로였다.

" 호호호, 그건 절대 불가능하지. 그리고 내가 시드좀비를 만들어 움직인 이유가 뭐야? 시선을 돌리는 것도 있고 서울 시내로 군대가 못들어오게 하는 것도 있지만 북측 우리 연합의 움직임을 가려주는 용도가 크단 말이지. "

그녀의 설명에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좀비무리의 이동은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 작게는 백여마리부터 많게는 수만마리의 좀비무리는 삐에로가 만든 시드좀비를 따라 계획된 경로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것이 삐에로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 삐에로. 지금 좀비가 대략 몇마리가 준비되어 있는거지? "

" 흠, 글쎄.. 나도 만들어두고 경로만 지정했지. 그 많은 좀비들을 일일이 컨트롤 하는게 아니니.. 일단 경기도 주변에 배회하고 있는 좀비의 숫자는 대략 이백만마리는 될껄? 아니 좀 줄었을라나.. 요즘 좀비 사냥 요령이 퍼져서 좀비들이 줄어들고 새로운 좀비들 유입은 안되고 있으니까 말야. "

그 엄청난 숫자를 입에 올리는 삐에로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다른 이들도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잠시 생각한 구루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일단 북측에 이야기를 해서 공세를 좀더 강화하라고 전해. 그리고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에 있는 좀비를 위로 올려 보내서 부담을 줘야 겠어. "

" 오호. 양동작전을 쓰자고? 그럼 정부에서 눈치 챌수도 있는데 말야. 누군가 좀비를 조종하고 있다고 말야. 괜찮겠어? "

" 그래. 그래서 저런 돼지들을 끌어들인거니까.. 그들이 정부의 눈과 귀를 어느정도 막아줄 꺼야. 욕심많은 돼지들이라면 말야. 아멘. "

그렇게 말한 구루는 시선을 돌려 둠스터에게 말했다.

" 둠스터, 요즘 여의도 신세계 관리는 어때? 문제는 없나? "

여의도 지역의 관리를 맡고 있는 둠스터는 얼굴을 구기며 대꾸했다.

" 별일 없어. 그리고 재미도 없고. 언제까지 그 인간들에게 구원자 역할을 해야 하는거야. 벌레같은 인간들이 자꾸 기어오르는 꼴을 언제가지 봐야하고.. 큭. "

요즘들어 뭐가 불만인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아 짜증이 솟구친 둠스터가 불만을 터트렸다. 대부분 홍건조가 막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뿐이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과 폭동으로 인한 죽임등 인구감소를 최소화하라는 구루의 부탁때문에 맘대로 인간을 죽이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둠스터였다.

" 미안하다. 조금만 참아라. 그 인간들은 우리의 철저한 신도가 되어야 해. 웃으며 스스로 인신공양을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아직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금은 세뇌가 어려워. 천천히 그러나 끊이지 않고 깊숙이 진행되어야 할 작업이야. "

이미 구루가 신신당부하며 그 타당성에 대해 설득당한 둠스터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인정했지만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구루였다.

" 그렇다면 방법을 조금 바꿔봐. 인간은 술과 마약, 섹스에 중독되면 더 정신력이 약해지는 습성이 있거든.. 시간이 조금 부족하니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방법을 동원해야지. 나약해진 인간은 누군가에 기대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지. 이번에 삐에로가 수집해온 젊은 여자들을 이용하도록 해. "

" 호호, 나야 상관없지만 다크가 허락해줄까? "

다크는 그런 여자들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퍼였다. 실제로 다크는 그런 역할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녀는 그냥 옆에 있으니 조금 도와준다는 마음이었다.

" 삐에로, 네가 도와줘. "

" 오케이, 오케이. 그 정도는 도와줘야지. 같은 동족인데 말야. 아하하하. "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파안대소를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삐에로였다. 그녀는 다크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평소에 옷을 아예 입고다니지 않는 다크가 매력적이라나.. 여튼 미친년이었다.

그런 삐에로의 도움을 받는 입장의 둠스터는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모습에 여태껏 참고 있던 제너럴이 분통을 터트렸다.

" 저런 쓰잘데기 없는 가축들의 일 말고.. 진짜 우리의 적, 만월회 그 쌍년은 어쩔꺼냐고..? "

그때 당한 상처가 쓰라린지 눈두덩이를 쓰다듬으며 구루를 쳐다보는 제너럴이었다.

" 그래. 지금 현재 서울지역에서 우리와 어느정도 맞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인 만월회.. 어쩔까..? "

" 그걸 묻는 거잖아. 구루! 당장이라도 쳐들어가자고! "

그런 제너럴을 말리며 나서는 야거는 골치가 아픈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제너럴, 너 아무리 그녀에게 당했다고 해도 너무 심한거 아냐? 아이도 아니고 왜 그리 보채는 거야? "

" 뭐? 이 새꺄? 넌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한방이었어. 나니까 이렇게 살아난거지. 그리고 어짜피 만월회진 하는 세력을 쳐야 할꺼 아냐? 그냥 놔둬? "

상성상 제너럴의 말이 사실이었다. 육체파인 제너럴이나 아귀같은 이들이야 그 정도 타격을 받아도 살아나지 자신같은 특수능력자들은 그녀에게 걸리면 뭣도 못하고 죽어나갈 것이 분명했다.

" 진정해. 어짜피 그들을 처리할 생각이었으니까. 단지 시기문제야. 지금 우리가 해야 할일이 너무 많아. 적들에게 둘러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신중해야해. 하지만··· "

그렇게 말한 구루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확실히 만월회는 처리해야 겠지. 아직 그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니, 그 방법을 써야겠네. "

" 응? 무슨 방법? 기습, 유인, 잠입. 뭐든 말만해. "

" 에효. 그런 방법으로는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 힘들어. 고작 한두놈 잡자고 시간을 낭비하자고? "

야거가 딴지를 걸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은 이미 여러 번 실행했고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같은 방법이 또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점점 만월회의 정보망이 세밀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 아니,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거점이 있다. "

" 어디? 왜 그동안 놔둔 거야? 어딘데? "

" 그건··· "

잠시 뜸을 들인 구루가 마침내 모두에게 계획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제너럴도 만족한 얼굴로 전의를 다지며 실행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날짜가 다가왔다.


북한산 쉘터. 만월회가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쉘터였다. 총 거주인구는 대략 이만여명.

제법 넓은 대지에 빽빽히 들어찬 텐트들은 아프리카 난민촌을 연상시켰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피곤에 찌든 한국, 서울시민들이었다.

" 야, 이새끼! 도둑넘 새끼. 내 물건을 감히 훔쳐? "

퍽퍽! 아악! 텐트 사이 골목길에 중학생정도의 남자아이가 건장한 청년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중학생의 절도 사건.

그런 광경을 흘낏 본 주민들은 의욕없는 눈길을 보내고 지나쳐갔다.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 현장에 다가와 소리쳤다.

" 이봐요! 저 얘 죽겠어요. 이미 기절했잖아요. "

쓰러진 아이를 짓밟고 있던 청년은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고래를 돌렸다. 짧은 머리카락에 약간 수척하지만 반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인혜였다. 인혜는 오늘도 본부에 들러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보러갔다 오면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 그래서? 네가 이 새끼가 훔친 물건을 보상해줄꺼야? 엉? "

청년은 잘 걸렸다라는 얼굴로 인혜의 곱상한 얼굴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 속셈이 뻔했다.

" 당신 이런식으로 나오면 본부에 신고하겠어요. 그럼 알죠?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

신고하겠다고 대차게 외치는 인혜의 목소리에 잠시 주춤한 청년은 이를 갈며 말했다.

" 씨발. 그래서? 어짜피 오늘 죽나 내일 죽나 희망도 없는데.. 한번 같이 죽어볼까? 엉? "

이판사판인 청년의 태도에 멈칫한 인혜는 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타이르듯이 말했다.

" 희망은 이제부터 만들어 가야죠. 일단 이 배식표를 드릴테니 그 아이를 용서해주세요. "

잠시 배식표와 발 밑의 아이를 번걸아 쳐다본 그 청년은 침을 탁 뱉더니 대꾸했다.

" 퉷, 이 자식, 운좋네. 한번만 더 걸리면 그땐.. "

퍽! 마지막으로 발길질을 한 청년은 그녀가 내민 배식표를 빼앗듯이 가져가며 몸을 돌려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인혜는 그런 그를 보지않고 쓰러진 아이에게 다가가 상세를 살폈다.

" 얘! 얘. 괜찮아? 정신차려봐. "

순간적인 충동에서 나선 일이지만 고아원의 아이들이 생각이 난 인혜는 그 아이의 상처를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깨우려 시도했다. 그렇게 몇분이 흐르자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뜬 아이는 눈앞에 있는 인혜를 보곤 놀라 말했다.

" 누,누구세요? 나,난 훔치지 아,않았어요. 크흑.. "

" 괜찮아. 그 사람은 갔단다. 몸은 좀 어때? "

아직도 전신이 쑤시고 아픈지 구겨진 얼굴로 사방을 쓸어본 아이는 그 청년이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뭐,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죠. 여기서는.. 헤헤.. "

분명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맞은 상처임에도 웃음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인혜는 마음에 아팠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온 것이다. 약자는 착취당하고 강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는···

" 그래. 이제 혼자 갈 수 있겠어? "

" 네, 고맙습니다. 누나. "

" 그래. 조심해.. "

오랜만에 듣는 아이의 누나라는 목소리는 예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천사고아원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원장님은? 조금 복잡한 심정으로 변한 그녀는 절뚝거리며 어디론가 가는 그 아이를 멀뚱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 팀장이라는 사람을 통해 전달한 소식의 답변을 듣지 못한 인혜와 일행은 그렇게 북한산 쉘터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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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이퍼(5) 18.07.02 995 20 21쪽
32 사이퍼(4) 18.06.29 1,001 20 20쪽
31 사이퍼(3) 18.06.27 1,045 21 22쪽
30 사이퍼(2) 18.06.27 1,080 24 21쪽
29 사이퍼(1) 18.06.26 1,082 22 20쪽
28 쉘터(7) 18.06.25 1,071 27 20쪽
27 쉘터(6) +2 18.06.24 1,192 24 20쪽
26 쉘터(5) 18.06.23 1,067 22 22쪽
25 쉘터(4) 18.06.22 1,067 21 21쪽
24 쉘터(3) +1 18.06.21 1,111 2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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