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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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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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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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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8쪽

과거사(2)

DUMMY

"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당장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

살짝 질린 얼굴로 오늘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헤드는 고개를 돌려 핸드를 째려봤다. 마치 왜 이 남자의 위험성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눈초리에 어깨를 으쓱하며 눈빛을 피한 핸드가 바위와 다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 정말.. 대단하네. 저 녀석들 비록 신세계 주축은 아니지만 두명을 상처 하나없이 때려잡다니.. 도대체 능력이.. 아, 미안. 능력치는 비밀이지. 일단 들어가자. "

자신들이 좀비를 상대하는 시간보다 적 사이퍼 두명을 잡는 시간이 짧았기에 그들의 전투광경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핸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이기에 저렇게 짧은 시간에 능력자 두명을 저런 상태로 만들 수 있는지 말이다. 겉모습만 봐서는 신체강화쪽인것 같지만 그의 상식에서는 절대 그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 핸드를 내려다 보며 문득 바위가 물었다.

" 너희는 능력치 상승, 업그레이드라고 해야하나? 어떤식으로 올리는 거지? 제대로 된 수련을 하는 건가? "

바위의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만나본 사이퍼들은 스스로의 힘에 도취되어 단순히 끌어다 쓰는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 단순한 활용, 자신만의 기술이랄것도 없이 처음 주어진 능력을 그대로 쓰는 정도에 불과했다.

바위는 이것을 마치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어준 것과 같다는 생각이었다. 누구의 손에 무기가 들어있느냐에 따라 전투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들은 갑자기 누군가 가져다 준 무기를 보이는 그대로 휘두르고 있을뿐, 그 무기의 활용법, 수련등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당장 핸드만 봐도 저 변형된 악마의 손을 단순히 휘둘르는 방식으로 좀비를 상대했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좀비를 찢어죽일수 있지만 그 이상의 상대를 만나면 그냥 단순 휘두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막힌다면? 후속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 으음, 그게··· 수련은 주로 좀비를 상대로 하지. 그럼 저절로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업하는거 아냐? "

역시 생각대로 였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 넌 네가 가진 힘을 제대로 모르고 있군.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바코드에 보이는 숫자가 모든것을 가늠하는건 아니야. "

거기까지 말한 바위는 핸드에게 시선을 떼고 다희와 함께 휠체어를 밀며 건물안으로 진입했다. 멍하니 바위가 남겨놓은 말을 곱씹는 핸드는 알듯말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헤드가 다가와 어깨를 치며 들어가자는 말을 전했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 핸드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바위의 말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핸드였지만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미래가 바뀐것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다.


병원. 그곳의 기억은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꿰매어주는 곳이자 그 상처로 인해 끈을 놓아버리는 곳. 상반된 두가지의 모습을 가진 곳이다. 이곳은 예전의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접수대에 접수를 보는 사무원, 각자 차트를 들고 다니는 간호사와 의사들.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환자와 보호자. 그 모든 것들이 바깥과 달리 예전과 달라진게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다희는 결코 바위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 곳은 자신의 상처를 벌리고 찢어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가정은 평범했다.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을 병원에 있는 엄마의 병든 얼굴은 그런 일상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자신의 어릴때 놀이터는 병원이었고 친구들은 대부분 환자복을 입은 아이들이었다. 오직 자신만 환자복을 입지 않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그런 아이였다.

언제쯤 일까, 문득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주변 사람 모두가 울고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지만 그 당시 이모, 이모부등 친척들의 얼굴도 온통 비애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엄마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불행은 계속 이어졌다. 초등학교때 쯤인가 아빠의 사업이 망했다. 조그만 치킨집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가끔 남은 치킨을 싸왔던 걸 기억이 남아 있으니. 그 당시는 무엇때문인지 몰랐지만 그때부터 아빠라는 사람은 굉장히 힘들어 했었다.

매일같이 술에 취해 살면서 고성을 지르는 아빠라는 사람의 기억과 더 이상 우리집를 찾아오지 않는 이모등 친척들. 그리고 버려져 있는 나 자신. 그 당시에는 그것이 힘들고 불편한 일인지 몰랐다.

그런 아빠라는 인간이 짐승이 된것은 자신이 중학교쯤이었다. 자고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아빠는 숨을 헐떡이며 딸인 나의 몸을 더듬었다. 소름이 끼쳤다. 무서웠다. 비명을 지르는 자신을 보고 정신이 들었는지 후다닥 뛰쳐나가는 아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이후 서로 대화가 없어졌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이어졌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몇일 혹은 몇달간 집에 들어오지 않던 아빠가 어느날 밤에 느닷없이 들아닥쳤다. 역시나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날 자신을 내리누르던 그 인간의 무게를 느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반항을 했지만 약한 힘은 오히려 그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프고 슬펐다. 엄마.. 엄마..

그런 상황이 몇번이나 지속되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대학교를 가고 나서야 그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나를 괴롭혔다.

그 아빠라는 인간을 무언가로 찌르는 꿈.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꿈. 나는 점점 말이 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그리고 어느날 자취방에 그 인간, 아빠가 찾아왔다.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그에게 항상 준비해 놓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몇번이나 상상하던 그 광경. 뜨거운 피가 솟구치고 벌벌 떨리는 몸을 바닥에 뉘인채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 사람의 꺼져가는 눈빛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저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느끼며 그 시체를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날 자신의 자취방에 불이 났다. 모든것을 깔끔하게 태우는 불길, 소방차가 오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멀찍이서 구경하는 틈에서 바라본 그 불길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몇일 뒤, 바위를 만났다. 그는 그때 본 불길보다 아름다웠다. 마치 세상을 모두 불사를것 같은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나 자신을 그 불길에 던져 놓고 싶은 그런 아름다움, 그는 지금 내 옆에 있다.

마치 예전의 병원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다희에게 바위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왜? 무슨 생각해? 그렇게 멍하니··· "

" 아니.. 그냥 예전 생각이 나서.. 헤에.. "

바위의 손길에 품안으로 안기듯이 달라붙는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바위는 여기까지 안내해 온 헤드에게 인사를 건냈다.

" 고맙다. 네가 말한 원장을 먼저 만나야 하는 건가? "

" 그렇지. 저기가 원장실이야. 일단 같이 들어가지, 흥정을 해야하니까.. "

병원에서 흥정을 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바위는 수긍했다. 뒤에 사지가 묶여 운반되어 온 능력자 둘을 지나다니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원장실은 바깥 세상과 달리 깔끔하고 화려했다. 상석 쇼파에 기대듯이 앉아 있는 남자는 이제 이십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하는 젊은이였다. 하얀가운을 입고 샤기컷으로 멋을 부린 남자는 덜렁거리는 귀걸이를 만지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 대형병원의 원장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한 비주얼이었다.

그의 뒷편에 건장한 사내가 짧은 머리를 한 채 서 있었다. 원장과 그 사내는 푸른색 바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 그러니까, 저기 휠체어에 앉아 환자를 치료해달라? 그리고 폴리스라인과 협력을 맺자고? 흐음.. 뭐 나쁘진 않은데 말야. 저기 저 능력자들을 써먹기에는 우리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거든.. "

고민을 하면서 귓볼에 걸린 귀걸이를 만지는 원장은 소파에 앉아 있는 바위와 다희, 헤드와 그 너머 사지가 묶인 적색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까지 둘러봤다. 그 중 바위와 다희는 서울에서 처음보는 사이퍼들. 관심이 동하는 표정이었다.

" 무슨 소리야. 원장. 이야기가 다르잖아. "

" 워워.. 진정해. 헤드, 잘 생각해봐. 저기 저 두놈이 여기로 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봤지? 그럼 신세계에 그 정보가 들어갈까 안갈까? 그럼 우린 신세계와 척을 지게 되는거야. 안그래? 우린 중립이지. 어느 한쪽을 정한게 아니잖아. 쯧. "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바위가 묵직히 입을 열었다.

" 그럼 저자들이 살아 있어서 문제인건가? "

" 휴우,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어이, 그렇다고 지금 죽여서도 안되지. "

내려놓은 자신의 망치를 들어올리는 바위를 말리며 원장이 다급히 제지를 했다.

" 아, 골치 아프네. 저것들이 살아서 여기로 들어왔는데.. 여기서 죽여버리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럼 모든게 끝이야. 끝. "

그의 복잡한 사정에 눈쌀을 찌푸린 바위가 헤드를 돌아봤다. 그도 역시 상황을 대략 눈치를 챈 듯 심각한 얼굴이었다.

" 내 생각이 짧았네. 최대한 저것들을 숨겼어야 했는데 말야.. 크으. 젠장, 이러면 우리까지 위험해지는거 아냐? "

여지껏 두눈을 가리고 사지를 결박당한 채 여기까기 끌려온 두명중 하나, 스네이크가 우읍 거리며 발버둥쳤다. 헤드가 눈짓을 하자 입을 가리고 있던 재갈을 빼주자 말을 쏟아냈다.

" 이 개새끼들.. 구루가 가만히 있을꺼 같아? 당장 쳐들어와 니들 모가지를 다··· 흐흡. "

헤드가 다시 눈치를 주자 입에 재갈을 물린 그를 뒤로하고 원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 자, 봐. 저렇다니까. 너희들이 골치 아픈 폭탄을 가지고 온거란 말이지. 차라리 시체를 가져왔으면 환영이겠지만, 큭. "

" 원장, 그런거 치고는··· 별로 긴장을 안한거 같은데? "

" 아, 크큭.. 생각해봐. 여긴 입원한 환자들이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설마 저기 밖에 숨어지내는 일반인들이 여길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그 신세계의 괴물들이야 입원이나 치료받을 일이 없겠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세력들이 한번씩은 여길 방문하고 누군가 입원을 한 상태란 말이지. 쉽게 말해 우린 그 정도의 위협은 이미 많이 겪고.. 막아낼 역량과 뒷배가 있다고. "

원장의 말에 헤드는 그가 너무 쉽게 신세계를 생각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단순히 신세계는 서울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들 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들은 포식자이자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원장에게 전한다고 알아들을 인물이 아니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인 헤드는 심사숙고했다. 그런 헤드를 슬쩍보며 웃음을 터트린 인물은 원장이었다.

" 크하하, 너무 큰 걱정에 헤드 얼굴이 늙겠다. 더 이상 놀리면 안되겠는걸, 사실 저 사이퍼들을 원하는 곳이 있어. 마침 네가 그걸 배달해 왔으니 받아줘야지. 크크큭, 뒷일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흔적은 완벽하게 지울테니 말야. "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 헤드는 원장을 노려보며 대꾸를 했다.

" 큭, 너..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어.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여기에 틀여박혀 있는거 같아. 조심해. 이건 경고이면서 충고니까. "

" 흥, 현재 대한민국에 우리 머천다이저들 보다 큰 세력은 없어. 만월회랑 신세계가 크다고 하지만 우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마.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고. 그만 나가봐. 담당의사를 불러놨으니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돼. "

손짓으로 축객령을 내린 원장은 소파에 기대 담배 한대를 꼬나물었다. 그 상태로 뒷편에 석상처럼 서 있는 사내에게 지시를 내렸다.

" 저것들.. 지하에 내려보내서 피 좀 뽑으라고 하고.. 영감들에게 물건 들어왔으니 받아가라고 전해. 후우.. 경고와 충고라.. 과연 그것이 누구에게 향한 것일까? 재미있네. 재미있어. 우리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사이퍼들이 있단 말이지. 만월회나 신세계 소속도 아닌데 말야.. "

방금 나간 바위와 다희를 떠 올린 원장은 잠시 담배연기를 뿜으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바위는 차돌을 태운 휠체어를 끌고 앞서가는 담당의사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당연히 다희는 바위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 그들보다 한발짝 뒤에서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진 헤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 위험해. 위험해..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아. 흐음.. "

연신 위험하다는 말을 중얼거리는 헤드를 돌아본 바위가 말했다.

" 약속대로 그 여자를 각성시켜 주지. 여기로 데려와라. 치료가 끝나는 순간 약속을 지켜주지. "

" 어? 음, 그래. 고맙다. 그나마 우리 전력이 올라간다니 안심이 되긴 하는데.. "

바위의 말에 조금 빛이 돌아온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걱정이 줄지 않았는지 연신 혼자 말로 무언가 중얼대는 모습의 헤드였다. 그런 그에게 신경을 끄고 앞서 가는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 의사선생, 언제쯤 결과가 나오는 거지? "

지긋한 나이대 의사는 희끗한 새치가 검은색 머리보다 많아 보였다. 그런 그가 머리를 돌려 바위를 쳐다보고는 대답을 했다.

" 원장이 최우선 대상자로 분류 했으니 늦어도 오늘 중에는 결과가 나와. 일단 일인실에 입원해 놓고 있으면 통보가 갈 것이야. "

그렇게 시큰둥하게 말한 의사와 함께 도착한 곳은 예전 재벌 회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입원해 티비에 가끔 비추곤 하던 일인용 병실이었다. 이곳은 그 댓가에 따라 서비스가 확실해 보였다.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는 병실안으로 들어선 일행이 한 일은 먼저 차돌을 휠체어에서 들어 침대에 눕히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형의 무게는 마치 솜털처럼 가벼웠다.

예전부터 건강한 자신과 달리 병약하고 소아마비로 불편한 형과 같이 다닐때, 자신이 늘 형을 업고 다녔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도 가벼워 가슴이 아파왔다. 물론 자신도 변했고 형도 변했기에 그런것이지만 그 미안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혹시나 놀랄까, 충격이 갈까 항상 조심하며 형과 있을때는 자신의 힘을 제대로 쓰지 않고 다녔다. 지금도 형의 치료를 위해 어려운 길을 돌아와 이곳에 있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그런 마음이었다.

어제 저녁에도 통증을 호소해 소미가 건내준 진통제 몇알과 알 수 없는 약들을 먹여 늦게 잠이 든 형을 끝까지 보살피다 밤을 세워 여기까지 온 바위였다.

그렇게 간절하고 아련하게 형의 얼굴을 쳐다보며 손을 조심스레 쓰다듬는 바위의 곁으로 다희가 다가와 안겨들어왔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런 그들을 무안하게 쳐다보는 헤드는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 두리번 거리고 있는 와중에 입원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 복장을 한 여자가 차트를 든 채로 들어왔다.

" 고차돌 환자 보호자분. 검사결과가 나왔어요. "

본래라면 의사가 직접와서 검진결과와 상황등을 말해주지만 지금 시기에는 그런 것들은 사치였다. 검사결과지를 넘겨준 간호사가 짧게 검사결과와 향후 대처법을 알려주었다.

" 고차돌 환자는 소아마비 증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진단받았아요. 루프스라는 병인데 평상시라면 크게 위험하거나 하진 않는데.. 지금 시기에는 암이나 불치병정도로 위험한 병입니다. 면역계 질환인데 지금 환자의 신장이 망가져 환자가 점점 더 괴로워 하고 있을 거에요. 치료방법은··· "

마치 기계처럼 병명, 증상, 치료방법을 말하는 간호사의 말대로라면 먼저 투석을 통해 피를 희석시키고 경과를 본 후에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두개의 신장이 있다. 그 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생활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바위였다.

바위는 당장 자신의 신장을 하나 떼어 이식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헤드의 저지를 받고 뒤로 미루었다.

" 먼저 투석부터 하고 증상이 완화되면 수술을 해야하니까. 성급히 결정을 하지마. 그리고 여긴 예전의 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던 의사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야. 잘 생각하고 결정해. "

그런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다희는 고개를 돌려 간호사를 보며 물었다.

" 그.. 신장.. 차돌오빠에게 맞는 것만 있으면.. 되는거야? "

어수룩한 다희의 질문에 짧게 고개를 끄덕인 간호사는 이후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브리핑한 후 냉정하게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 이미 그 간호사에게 관심이 없는지 고개를 숙인채 뭔가를 생각하는 다희는 불안하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 시간을 가져야 해. 무작정 저들이 하자는데로 이끌려 다녀서는 안돼. 너희들도 지키는 사람들이 있을꺼 아닌가? 잘 생각하도록 해. "

헤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당부를 하며 병실을 나갔다. 아마 경찰서를 오랫동안 비워두지 못하거니와 뭔가 아까부터 불안한듯 보이는 헤드의 발걸음이었다.

그렇게 병실에 바위와 다희, 차돌만 남아 각자 서로의 생각에 잠겨 있는 병실은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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