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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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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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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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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22쪽

과거사(5)

DUMMY

" 도대체 왜 자꾸 따라오는거야? 당신. "

" 허, 참. 이 길이 당신꺼요? 내가 가고싶은 길을 맘대로 가지도 못하나? "

바위가 병원의 정원으로 꾸며진 길을 따라 휠체어에 탄 차돌을 데리고 조용히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 뒤로 평범한 체구의 핸드와 덩치가 바위와 비슷한 철우가 투닥거리며 따라가고 있다.

핸드는 이 어설픈 염탐꾼을 쫒아내려 애쓰고 철우는 얼렁뚱땅 그것을 넘기며 태연스레 바위의 뒤를 따랐다. 핸드도 그런 철우를 포기했는지 신경끄고 다시 바위옆에 달라붙어 온갖 아양을 떨어댔다.

" 역시, 바위의 우애는 대단해. 이런 세상에서 바위처럼 형제를 챙기는 사람도 없을꺼야. 정말··· "

그런 핸드를 돌아보지도 않고 조용히 갈 길을 걷고 있는 바위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제껏 강해지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치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바위는 요즘들어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이퍼를 보고 상대하고 많은 좀비들, 위험상황을 넘기며 여기까지 오면서 변한것이다.

예전에는 경험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휘둘렀던 한번의 주먹도 지금은 전혀 새롭게 보였다. 자신을 받치고 있는 지면, 그것을 지탱하는 다리와 근육, 근신경계. 그것이 감싸고 있는 뼈를 비롯한 장기와 불수의근들. 단 한번의 주먹이 나갈때 사용되는 온몸의 미세한 회전과 나선들. 그리고 주변을 감싸는 공기와 그 저항감까지 모든것들이 새로웠다.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와중에 느껴지는 근육과 신경들의 상호작용. 땅을 밟고 지나가는데 쓰이는 힘과 그 반작용들. 주변에 흐르는 공기와 미세한 저항감까지 지금 바위는 예전과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바위는 소위 말하는 천재였다.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는 분명히 천재의 부류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노력하고 쉼없이 정진하는 천재, 그게 바로 바위였다.

" ··· 그래서 말인데, 전에 말한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가르쳐 줄 수 없을까? "

핸드도 나름의 목적이 있는지 길고 긴 잡담의 끝에 간절한 눈빛으로 바위를 쳐다보며 물었다. 예전 경찰서를 떠나오며 짧게나마 수련방법에 대해 바위가 말한 것을 귀담아 듣고 이렇게 정확히 다시 묻고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물론 진짜 이유도 있었지만 철우때문에 그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핸드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는지 제법 넓은 잔디밭에 이뤄서야 휠체어를 멈추고 핸드를 돌아보는 바위였다.

" 뭐 말이지? 그때 네가 수련한다고 좀비들 때려잡고 무작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건가? "

" 그래, 그게 잘못되었다고··· 맞는 수련방법을 찾으라고.. 어떻게 하면 너처럼 강해질 수 있는지 힌트라도 주면 안될까? "

강함의 열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특히 지금 시기에는 강함이 생존의 큰 수단이고 사람을 지키는 힘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사이퍼들은 강함에 목매고 있었다.

" 그걸 왜 나한테 묻지?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야 가야하는 거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사이퍼는 자신만의 수련법을 찾아야 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

" 그니까. 도저히 모르겠어. 나한테 맞는 수련법이 있긴 한거야? "

" 넌··· 네 힘을 아직 다 알지도 못하면서 쓰고 있는거 아닌가? 네 힘은 뭐지? "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살짝 미간을 찌푸린 핸드가 오른손을 내려다보며 대꾸했다.

" 내 힘은 5번 변형계로 이 손을 전투형으로 변형시켜서··· "

" 아니.. 그런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진정한 네 힘에 대해서 생각해봤냐는 거다. 네힘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고 어떤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또는 그 오른손이 아닌 다른손으로 가능한지, 네가 진짜 가지고 싶어하는 능력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냐는 거다. "

" 그건··· "

" 넌 네 힘에 한계를 짓고 있어. 아닌가? 여기까지가 내가 낼 수 있는 힘의 총량이라고 선을 그어놓고 사용한거 아닌가? 아직 그 레벨이 낮아서? 에너지가 모자라서? 아님 무서워서? 그 어떤 것이든 넌 네 힘에 대해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

핸드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석상처럼 서서 생각에 잠겼다. 그 뒤를 따르던 철우 역시 바위의 말에 무언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휠체어를 밀며 그 자리를 빠져나갔지만 그 둘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뛰어넘으며 고양이처럼 은밀하게 바위에게 접근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기척을 느낀 바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왔어? "

" 히잉. 또, 들켰네.. 이젠 제법 자신 있는데··· 어째.. 점점 더.. "

모습을 드러내며 바위의 옆구리에 파고든 다희가 투정부리듯 중얼거리자 한손을 들어 습관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바위가 다시 물었다.

" 갔던 일은? 확인해 봤어? "

" 응, 그, 신세계? 그곳과 만월인지 하는 모임과 전쟁중.. 이번에 크게 붙었다고.. 그래서 그 만월회 회주가 이 곳에···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 "

중간중간 생략된 말이 있었지만 충분히 알아들은 바위는 고민을 했다. 수술한지 얼마되지 않아 회복단계 중인 차돌은 당장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부담이 될 것이 확실했다. 의사의 말로는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해 거부반응과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혹여 그런것들이 소미의 힘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도박을 하고 싶지 않은 바위였다. 하루의 대부분을 기절한 듯 잠들어 있는 형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 본 바위는 결심을 했다.

" 일단은 조금 더 상황을 보자. 아직은 움직일때가 아니야. "

무조건 바위의 말을 따르는 다희는 별 생각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정신을 차린 핸드가 뛰어서 다가왔다.

" 어, 다희씨도 있었네. 하하하, 요즘 내가 정신이··· "

다희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자 말을 흐리며 머쓱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한 핸드가 바위를 돌아봤다.

" 큼, 바위. 부탁하나 하자. "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바위를 보며 결심어린 표정을 핸드가 말을 이었다.

" 대련 한번만 해줘! 이렇게 부탁한다. "

이미 몇번의 대련부탁을 거절한 바위였기에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핸드였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막혀있는 이 답답한 가슴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런 핸드의 뒤통수를 힐끗 본 바위는 머리를 흔들었다.

" 의미없다. 그리고 나와의 대련으로 넌 얻을 수 있는게 없어. "

"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씨발, 그냥 한번 붙자고! "

고개를 든 핸드가 이글거리는 눈빛과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바위는 그런 그를 보고도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 다시 한번 말하지. 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라. "

" 이익.. 존나 잘난 새끼. 이래도.. 커억! "

뭔가 결심한 듯한 핸드가 능력을 일으켜 악마의 손을 들어 바위를 공격하려는 순간 어느새 공격을 당했는지 정원의 한구석으로 처박히듯 날라갔다. 주변 어느 누구도 공방의 기미를 느낄 사이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생각보다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는 듯 금새 몸을 일으킨 핸드가 죽일듯한 눈빛으로 바위를 쏘아보았다. 그런 그를 다희가 보며 바위에게 말했다.

" 내가.. 상대해도 될까? "

그런 다희의 말에 잠시 생각한 바위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대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희가 한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런 다희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은 핸드가 무섭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 그래, 누구라도 와라. 지금 기분이 어떤지 네 몸에 새겨주마! "

그런 핸드를 무시하듯 가볍게 다가와 어느새 빼어든 바늘을 크게 불려놓은 듯한 칼, 레이피어 계열의 칼로 핸드의 전신을 찔러넣고 있는 다희였다. 막 뭐라고 하려던 핸드는 어느새 다가온 칼끝을 보고는 변형시킨 악마의 손을 휘둘러 칼을 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다희는 핸드의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몸을 살짝 옆으로 띄우며 진로를 바꿔 하체를 찔러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한 핸드가 뒤로 물러서며 사방으로 악마손을 휘둘러 방어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시점부터 이미 수세에 몰린 핸드는 사방에서 교묘하게 찔러오는 레이피어의 끝을 간신히 피해내며 어떻게든 다희에게 유효타를 적중시키려 사방을 쓸어갔다. 화단에 심어져 있던 이름모를 꽃과 잔디, 나무가지들이 그들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회오리치듯이 날려갔다.

그 중심에서 연신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공격을 퍼 붇는 다희와 허둥지둥대면서 거대한 악마손을 이리저리 흔드는 핸드까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장내에는 그 둘과 바위외에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철우가 멍하니 그들의 대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창문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들의 다툼을 훔쳐보는 시선이 존재했다.

그렇게 구경거리로 전락한 대결은 한동안 이어졌다. 땅이 파이고 나무가 꺽이는 와중에 핸드는 자신의 에너지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에 전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신체능력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다희를 보며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미 그녀의 능력을 경험한 핸드로써는 수치심과 자격지심, 분노, 좌절이 뭉쳐 기묘한 정신상태가 되었다. 쉽게 말해 정신을 놔버렸다.

" 나를! 나를 무시하지 말아! 크아악! "

변형된 오른손을 들어 사방을 할퀴듯 휘두른 핸드의 왼손도 오른손과 비슷한 악마의 손처럼 변형되어 빠르게 비어있는 공간을 쓸어갔다. 그런 모습에 훌쩍 뒤로 물러선 다희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바위를 돌아봤다.

그런 다희에게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는 바위를 본 다희가 약간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금새 자세를 잡고 자신의 몸뚱아리만한 악마의 손, 두개를 휘두르며 미친듯이 달려오는 핸드를 직시했다.

꽈드득!

달려오는 핸드의 좌우앞뒤로 가시줄기가 순식간에 자라나 그를 감싸 앉고 줄기의 끝에 한송이 장미모양의 꽃이 피어났다. 피처럼 붉은색 장미는 직경만 이미터가 넘게 자라났고 꽃잎들이 벌어지자 마치 괴물의 입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그 안을 감싸듯이 돋아나 있었다. 그상태로 순식간에 줄기가 감싸고 있던 핸드를 한입에 잡아먹었다.

정확히는 잡아먹는 듯 보였지만 어느새 사라진 가시줄기들 사이로 기절한 듯 보이는 핸드가 널부러져 있었다. 그런 그의 사지 중 떨어진 부분은 없었고 피도 흐르지 않는 것이 별다른 상처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널부러진 핸드를 그냥 두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다희가 미소를 지으며 바위에게 달려가 안겨들었다. 이미 핸드는 그녀의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 바위 역시 별다른 제스처없이 휠체어를 밀어 자리를 천천히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철우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바위의 진로를 방해했다.

" 저,저기.. 도대체 당신들 정체가 뭐야? 어떻게 저런··· "

철우도 만월회에서 수많은 진실을 알았고 수련방법, 능력진화등에 대해서 배우고 수련해 왔다. 그런 그가 보기에는 방금 대련은 대련이 아니라 상대방의 능력을 진화시켜주기 위한 수련의 한 방법이었다. 방금 핸드가 보여준 능력은 분명 한단계 진화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바위와 다희를 바라보는 철우는 혹시 바위가 드레드노트가 아닐까 하는 선샤인의 의심에 따라 돌발적으로 이곳까지 따라 왔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휘발유처럼 날아가고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부러웠다.

그가 보기에는 핸드의 능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회에 당장 들어온다고 해도 중상위권 실력자일 정도였다. 그런데 방금 능력이 진화라고 할 정도로 발전을 하는 것을 눈앞에서 본 철우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잠시 걸음을 멈춘 바위는 그런 철우를 보고는 대꾸없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말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철우 역시 그런 바위를 따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뒤로 여전히 기절한 채 버려져 있는 핸드의 위로 꽃잎이 날아와 앉았다. 하지만 곧 바람에 날려 떨어져 나간 꽃잎은 어디론가 날아가 사라졌다.


병원의 옥상. 그곳에 꾸며진 쉼터에서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한 여자가 국화 한송이를 들고 묵념을 하고 있었다. 만월회의 회주, 임나연이었다.

한참을 묵념한 그녀가 국화를 내려놓으며 뒷편에서 대기중이던 선샤인에게 말했다.

" 그래, 내가 얘기하던 드레드노트와 비슷한 행색의 남자를 봤다는 말인가요? "

" 네, 언니. 분명히 비슷했어요. "

" 알아는 봤나요? "

그런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선샤인은 술술 대답했다.

" 이름 고바위, 푸른색 바코드를 가진 육체강화형 능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 형 고차돌의 치료를 위해 이곳까지 찾아옴. 폴리스 일파와 연관점이 있음. 그와 같이 온 여자 역시 사이퍼로 어떤 능력인지 파악불가. 여기까지가 병원이 파악한 자료에요. 그가 가지고 있던 무기의 형태가 언니가 말한 그자의 무기와 비슷한··· "

" 음. 그것만으로 그를 드레드노트라고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그자는 육체강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아니, 아니에요. "

문득 회주는 일기장에 적혀 있는 드레드노트에 대한 평가를 상기했다. 초반에는 육체강화형 능력자라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후반에 갈수록 그런 판단은 힘을 잃고 있었다. 가장 흔한 1번 육체강화로 그런 짓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래의 자신이 한 생각이었다.

"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열어놓아야 하니, 그와 만남을 추진해··· "

" 언니, 너무 위험해요. 그 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험을 감지할 정도에요. 정 만나야 한다면 천둥을 불러서 같이 보는게 어때요? "

" 이런, 저도 사이퍼에요. 그 정도 위험은 벗어날 수 있어요. 하지만 선샤인의 의견도 틀린 것이 없고 차후 신세계에서 위협이 있을 수 있으니 천둥팀과 2팀을 불러들이죠.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해요. "

그렇게 말한 회주는 아련한 눈빛으로 국화를 잠시 응시한 뒤 미련없이 등을 돌려 발걸음을 떼었다.

" 김집사, 아니 총관은 어떻게 됐죠? "

" ··· 휴, 병원 개자식들은 무조건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분명히 그들이 정보를 흘린게 확실한데. "

" 이미 예상한 일이에요. 단지 그 변수의 크기를 짐작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 크죠. 그것 말고 그들과 협의하기로 한 내용은? "

" 그건 별다른 잡음없이 그대로 체결하기로··· 언니, 아니 회주님. 굳이 이런 병원, 머천다이저 거머리들과 거래를 해야 하나요? 차라리 정부와 손을 잡고.. "

그런 선샤인의 격앙된 질문에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 회주가 입을 떼었다.

" 아직은, 아직은 아니에요. 지금 정부와 손을 잡는 것은 이 서울을 포기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괴물들을 막으러 가야한다는 말이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렇게 해야 겠지만 당장은 서울을 포기할 수 없어요. "

겉으로 드러난 지금의 정세는 정체되어 있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그건 38선 부근 외세의 침입을 방어하는 역할만으로 그 역량이 모자랐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서울로 군대가 진격해 정화작업을 실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를 파고든 기생충과 같은 조직들이 이 대한민국을 좀 먹고 있지만 정부로써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었다. 요즘들어 이륙한 헬기들이 연속적으로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구급헬기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런 헬기를 향해 콘크리트 덩어리등를 던져 추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신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별다른 손실없이 신세계를 소탕해야 하는 회주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 휴우, 조만간 신세계 말살 계획을 시행해야 할거에요. 그러니 조그만 변수라도 일일이 확인하고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선샤인, 움직이세요. 그 사람이 드레드노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편으로 끌여들여 힘을 더하도록 설득해야 해요. 지금은 한 사이퍼의 힘도 아쉬워요. 또 미래의 전쟁을··· "

마지막 말은 작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하고 있는 걱정의 크기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회주를 굳건한 눈빛을 보내는 선샤인은 단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 네, 반드시 그 버러지들을 잡아야 해요. 이미 괴물이 되버린 그놈들은 인간의 천적이자 재앙일뿐.. 지금 당장 그를 만나는 것을 추진하도록 해볼께요. 본부에 통신을 넣어 팀장들 호출한 뒤에 말이죠. "

선샤인의 대답을 들은 회주는 조금 미안한 눈빛으로 선샤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세상을 살리는 일이지만 쌍둥이들에게 너무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그녀였다. 그런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는 선샤인은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예전의 표정으로 돌아와 농담을 건냈다.

" 호호호, 겨우 이정도 일에 너무 기합이 들어갔네요. 이것보다 더 큰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낸 우린데.. "

그렇게 이런저런 지시와 대화들이 오고가는 그들의 귓가로 폭음이 들려왔다. 미약한 소리지만 분명한 소음이었다.

가장 먼저 몸을 날려 병원 아래를 확인한 선샤인이 놀란 목소리로 회주에게 말을 전했다.

" 어, 저기 그 남자에요. 아까 말한··· 근데 왜 저기서.. 어 저놈은 철우인데, 그렇게 사고치지 말라고 당부를 했거만··· 이 쇠대가리를.. "

" 무슨 일이죠? 철우씨가 싸움을 벌이고 있나요? "

어느새 다가온 회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 아뇨, 싸움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데.. 구경하는 저기, 저놈은 분명히 아까 병실에서 누워 자빠져 있던 놈이었는데.. 그건 그렇고, 저기 멀뚱히 서 있는 장신의 남자가 제가 말한 그 남자에요. "

회주가 보는 광경은 긴머리의 여자와 한 남자가 대결을 벌이는 있는 광경과 어느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선샤인이 말한 장신의 남자가 그들을 보면서 휠체어를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 자세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보였기에 장신의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는 회주였다.

일기장에 표현된 드레드노트는 이미터가 넘는 키에 산발을 한 머리, 온몸에 쇠사슬을 휘감고 있는 모습을 피에 굶주린 악마처럼 형상화해서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저 남자의 모습은 분명히 닮아 있었지만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라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휠체어를 끌고 있는 모습은 결코 일기장에 표현된 드레드노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마친 회주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대결을 벌이는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저 두사람 꽤 잘 싸우네요. 선샤인이 보기에는 어때요? "

" 으흥, 그냥 그런데요. 뭐 여자쪽이 우세하긴 한데 저 남자에게 직접적인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고 있고 남자는 아예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있으니··· 어? 저.. "

그렇게 말하는 선샤인이 본 것은 남자가 폭주하는 듯 보이고 양손에 변형시킨 손을 달고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그 동안 한손으로만 공방을 주고 받던 그 남자의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선샤인이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여자였다. 가까이서 치고받길래 근접 능력자인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식물줄기를 소환한 것이다. 그리고 단숨에 남자를 집어삼킨 그 괴물식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쓰러진 남자만 남겨지자 선샤인이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 뭐지? 저런 능력이 있는데 왜 근접전을··· 대단한데요? 언니. "

" 그렇군요. 그 보다 대단한건 저 남자가 대련중에 능력을 진화시킨 것이죠. 뭔가 깨달음을 얻은 건가? 알수가 없네요. "

" 네? 그냥 감춰두고 있던 비장의 수가 아니었을까요? "

" 글쎄요. 그건 모르지만 아마 아닐 가능성이 커요. 저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들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냉정하게 그런것까지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없으니까요. "

" 흐응, 대결 도중에 진화라니.. 진짜 오랜만에 보네. 저거. "

뭔가 흥미를 느낀 선샤인은 대결이 끝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신의 남자에게 달라붙어 강아지처럼 따라가는 여자를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회주 역시 그들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자, 다희가 아니라 남자, 바위를 더욱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접근하는 철우를 보며 선샤인이 당장 달려가 철우의 뒤통수를 칠 듯 흥분했지만 회주의 말리는 소리에 겨우 참아 내고 씩씩 거렸다.

" 저 쇠대가리, 내가 그렇게 당부했건만.. 결국 저렇게.. 으휴. "

" 아뇨. 오히려 잘되었네요. 자연스럽게 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할 수 있으니.. 무작정 찾아가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죠. "

오히려 전화위복이라 생각하는 회주를 응시한 선샤인도 그제야 한숨을 쉬며 수긍했다. 하지만 뒷끝이 있는 그녀는 철우를 쉽게 용서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바위일행이 건물을 돌아 사라질때까지 쳐다본 두 여자는 각자의 생각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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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만월회(4) 18.07.10 964 16 21쪽
38 만월회(3) 18.07.09 978 17 19쪽
37 만월회(2) 18.07.06 991 18 20쪽
36 만월회(1) 18.07.05 1,031 15 21쪽
35 사이퍼(7) 18.07.04 1,027 19 21쪽
34 사이퍼(6) 18.07.03 1,009 18 19쪽
33 사이퍼(5) 18.07.02 995 20 21쪽
32 사이퍼(4) 18.06.29 1,001 20 20쪽
31 사이퍼(3) 18.06.27 1,045 21 22쪽
30 사이퍼(2) 18.06.27 1,081 24 21쪽
29 사이퍼(1) 18.06.26 1,082 22 20쪽
28 쉘터(7) 18.06.25 1,071 27 20쪽
27 쉘터(6) +2 18.06.24 1,192 24 20쪽
26 쉘터(5) 18.06.23 1,067 22 22쪽
25 쉘터(4) 18.06.22 1,067 21 21쪽
24 쉘터(3) +1 18.06.21 1,111 2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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