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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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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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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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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사이퍼(4)

DUMMY

" 누구냐? 여긴 어떻게 왔지? "

작은 공장을 감싸고 있는 담의 끝에 도로와 연결되어 있는 입구를 막고 장애물을 여기저기 설치한 것이 좀비를 막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고개만 삐쭉 내민 사내 두명이 바위를 보며 외치듯 물었다.

담너머로 보이는 공장건물과 창고, 물건을 실고 나르는 리프트카들이 멈춰선 채로 서 있었다. 가장 높은 건물로 보이는 기숙사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오층짜리도 담너머 위쪽으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위일행, 은혜, 다희, 두미까지 세 여자를 대동한채 다가오는 커다란 덩치의 바위가 위협적인지 바리케이트 뒤쪽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멈춰, 용건을 밝혀라. 더 이상 다가오면 총을 쏘겠다. "

바리케이트 사이로 총구가 내밀어졌다. 바위는 더 이상 다가서는 것을 멈추고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 우린 저쪽에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왔다. 너희들 대표와 얘기를 하고 싶다. "

" ···.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해라. "

그들도 바위일행의 정체가 의외였는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대꾸했다. 그런 와중에 급하게 안쪽으로 들어가는 발소리가 바위의 귓가로 들려왔다.

" 너희 대표를 만나야 얘기를 할 수 있다. 여기서 기다리지. "

바위의 말에 상대도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단지 구멍을 통해 이쪽의 움직임을 감시할 뿐이었다.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 하아~ 이게 뭔하는 짓이에요. 그냥 쳐들어가서 항복받고 이러저러하니 물건챙겨서 따라와라, 하면 끝나는거 아니에요? "

" 그런다고 저들이 우리를 믿고 따라올까요? 아님 의심하고 더 경계를 할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모든것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

" 오케이, 오케이. 은혜씨,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까.. 설교는 저 다희에게 하세요. 아무대나 힘 쓰지 말라고요. 제발. "

두미가 하품과 함께 턱짓으로 다희를 가리키며 은혜의 설교를 받았다. 그녀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다희를 힐끔 본 은혜가 두미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 다희언니가 얼마나 조용하고 차분한데.. 그런 질투와 오해는 좋지 않아요. 지금도 조용히 오빠말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두미언니만··· "

" 우와, 이거 진짜 속을 까보일수도 없고.. 저거 다 내숭이야. 저년이 얼마나 미.. "

" 그만, 저쪽에서 누가 온다. "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치며 억울해 하는 두미를 뒤로하고 바위가 집중시켰다.

두미는 이제야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지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런거 신경안쓰고 꼴리는대로 일단 저지르고 봤는데.. 저 여우같은 다희는 바위와 있을땐 아무말없이 조신하게 행동해 신뢰를 얻어놓은 것이다. 비록 그걸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이 다희의 진실을 이야기 하더라도 믿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똥싸고 있는 도중에 가시줄기로 후장을 뚫으려고 한 미치고 더러운년이 저 다희인데.. 아무도 믿어주질 않는다. 심지어 가족들도. 이런 현실이 억울하고 답답한지 요즘 가슴에 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이것이 한국인 특유의 질병인 화병인가 싶었다.

혹시 이걸 풀수 있을까 싶어 바위를 따라왔지만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 답답한 참이었다. 깽판을 놓을 수도 없고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바리케이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삼십대의 건장한 사내였다. 구릿빛 피부에 운동을 좀 했는지 근육이 제대로 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가을이라 그런지, 아니면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려는 것인지 특이하게 생긴 나시만 위로 걸친 그 사내는 담배를 꼬나물고 바위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 뭐요? 아파트단지에서 왔다고? 거기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나보네. 큭. "

약간 비웃는듯 여자가 세명이나 포함된 일행을 깔보며 나시의 사내가 이죽거렸다. 은혜는 혹여 다른 사람이 나서서 이 자리를 망칠까 재빨리 한걸음 나서며 물었다.

" 태성식품 사장님과 그 직원들은 아직 안쪽에 머물고 있나요? "

" 응? 네가 어떻게 태성식품을 알고 있는거야? 혹시 예전에 여기 직원이었나? 뭐, 상관없겠지. 알꺼 없어. 그리고 태성식품이니 거성식품이니 하는 공장은 이제 없다. 하나로 통합되었지. 우리 공장파로 말야. 크하하하. "

나시의 그말에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은혜를 뒤로 물리며 바위가 나섰다.

" 네가 공장파의 보스인가? "

바위가 나서자 그의 근육에 놀랐는지 움찔한 나시가 소리쳤다.

" 보스는 너희들과 말장난 할 시간이 없으신 분이다. 빨랑 할말을 하고 꺼져! "

퉁퉁! 나시는 내려놓았던 오함마를 콘크리트바닥에 몇번 두들기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 오함마에는 좀비의 체액등이 달라붙어 있어 꽤나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것에 쫄 인원은 여기에 아무도 없었다.

" 흠, 그럼 얘기하겠다. 몇일내로 좀비때가 여기를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엔 더 큰 무리의 좀비들이 들이닥친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 "

" ···. 뭐? 이거 미친놈들 아냐? 여자들을 봐서 그냥 보내주려고 했더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여? 크크큭. "

잠시 멈칫한 나시의 사내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음흉하게 웃으며 바위에게 소리쳤다.

" 그래서? 우리를 보호해 주겠다는 거냐? 그러지 말고 넌 그냥 가고 여자들을 우리가 보호해주지. 어때? "

표정에서 훤히 드러나있는 욕정이 조금 떨어져 있는 바위일행에게도 확실히 보였다.

까닥까닥. 다희가 불안하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두미도 허리에 차고 있던 마체테를 손가락을 훑으며 입술을 혀로 적셨다.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유일하게 그런 그들을 불안하게 보며 은혜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 제발! 태성식품 사장님 좀 만나게 해줘요. 이렇게 정보를 드리잖아요. 괜히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목숨을 낭비하지 말아요. "

그녀의 호소가 통했는지 뭔가를 생각하던 나시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나시의 뒤쪽으로 대여섯의 장정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소총을 들고 나타났다.

" 그래? 그럼 이쪽으로 들어와. 그럼 만나게 해주지. 흐흐흐. "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지만 바위일행은 거침이 없었다. 그런 바리케이트를 통과해 공장 안으로 들어선 바위일행을 포위하듯이 감싼 나시와 부하들은 감탄을 터트렸다.

" 이야! 가까이에서 보니 전부다 미인이잖아. 이 멀대같은 놈이 독식한거야? 부럽다. 이 새끼. 크큭. "

그들이 본 바위일행 중 여자들은 전부 새옷에 물로 씻은듯 깔끔했다. 거기에 화장까지 한 듯보여 공장안에 있는 꽤재재한 여자들만 보던 이들이 감탄을 내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지금 마실물도 부족한데 씻을 수 있다는 건 사치였으니까.

그 모습을 통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강물이 있음에도 무서워 여기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겁쟁이에 어리석은 자들인지 알 수 있었다. 연신 다희와 두미, 자신을 보며 침을 삼키는 이들이 성급하게 행동해 온몸이 잘려나가는 고어물을 찍을까 두려워 은혜가 앞서 나왔다.

" 일단 사장님부터 만나게 해주세요. "

" 그전에 먼저 우리끼리··· 컥! "

이미 말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바위가 몇발자국 안떨어져 있던 나시 사내의 목을 붙잡았다.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이었다. 어느 누구도 반응하기전에 붙잡힌 그를 한손으로 들고 있는 바위를 향해 부하들이 서둘러 총구를 겨누었다.

" 무,뭐야? 죽고 싶어? 형님을 내려놓아라. 당장! "

바위는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도 전혀 떨림이라든지 두려움없는 얼굴로 붙잡힌 나시사내에게 말했다.

" 당장 은혜가 얘기한 태성식품 사장과 직원들을 불러와라. 아님 니 부하들에게 총을 쏘라고 시켜보던가. "

나시의 사내는 컥컥대면서 필사적으로 생각을 했다. 여기서 총을 쏘면 자신이 피격될 확률이 존재한다. 우선은 물러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모,모두.. 커억.. 쏘지말고 물러서! 어서! "

바위가 조금 느슨하게 기도를 풀어주자 그제야 부하들을 보면서 큰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나시였다. 공업용 렌치에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에 반항조차 할 수 없던 나시는 비굴하게 바위에게 말했다.

" 이,일단 이거 놓고.. 신사답게 대화로.. 컥.. 하아, 참치야. 가서 태성식품 사장님 좀 불러와라. 최대한 빨리.. "

뭔가 협상을 시도하려고 했던 나시 남자는 무표정한 바위의 얼굴을 보면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빨리 깨닫고 자신의 부하중 하나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공장안쪽으로 부리나케 뛰어들어가는 부하를 보며 애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바위를 바라봤다.

" 저,저기요. 일단 이,이것 좀··· "

자신의 몸무게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시남자는 땀 한방울 안흘리고 자신을 한손으로 들고 있는 바위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도저히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시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공장안쪽을 한참을 지그시 노려보던 바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협상결렬인가? 너따위는 죽어도 아무상관없다는 건가? 그런건가. "

무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바위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쳐다보던 나시남자는 아직도 총을 겨눈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부하들에게 역정을 부렸다.

" 야, 이새끼들아. 총 안내려! 그리고 빨리 가서 태성인지 뭔지 하는 사장불러오라고! 빨랑 안움직여!? "

그의 말에 슬그머니 총구를 내린 사람들 뒤로 누군가 황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라기엔 젊은 장년인이었다. 그 뒤로 아까 보낸 참치라는 부하와 몇명의 남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온 하얀머리 장년인은 안경을 고쳐쓰며 바위일행을 둘러봤다. 그들 사이에 있는 은혜의 얼굴을 보고 놀란듯 외쳤다.

" 아니! 너는 은혜, 아니냐. 어떻게··· "

" 사장님! 지은이랑 지석씨는 살아있는거죠? "

" 아니.. 뭐, 살아는 있다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거냐? 경비대장은 왜 저러고 있고..? "

아직도 바위의 손에 잡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나시의 사내를 가르키며 묻는 장년인은 상황파악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상대는 빈손이고 경비대는 소총까지 휴대한 상황에서 뭔가 핍박받는 인상을 받는 쪽이 경비대인 듯 했기 때문이었다.

" 여기 보스가 당신인가? "

" 아, 아니.. 난 그냥 공장을 돌리는 책임자일뿐이오만··· 누군데 이런 행동을 하는 거요? 일단 경비대장은 풀어주시고 대화를 나눕시다. "

무표정하게 묻는 바위의 눈치를 살피던 하얀머리 장년인은 힐긋거리며 은혜를 보며 좀 어떻게 말 좀 하라는 듯 보았다. 그 눈빛에 은혜가 바위를 살짝 붙잡으며 진정시켰다.

" 오빠, 일단 사장님도 나왔으니 대화를 하는게··· 그러다 저 사람 죽겠다. "

오랫동안 목이 잡혀 있는 경비대장의 얼굴을 허옇게 탈색되어가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듯 했으나 눈도 반쯤 돌아가 있었다.

털썩. 그제야 힘을 푼 바위에게서 떨어져 나간 경비대장의 정신은 이미 가출한 상태였다. 슬금슬금 다가와 경비대장을 챙기는 그 부하들을 무시하며 태성식품 사장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이곳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까 저자와 얘기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으니.. 일단 이걸 받으시오. "

" 어서 받으세요. 진짜 여긴 위험해요. 사장님. "

바위가 내민 것은 고이 접힌 종이였다. 바위 일행이 간다는 소리를 듣고 제비가 어떻게 하면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생각하며 몇가지 조치를 해 놓은 것이었다.

은혜가 전해주는 쪽지를 펼쳐 눈으로 읽으며 연신 바위일행을 살펴보던 태성식품 사장은 놀란 눈으로 금세 쪽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쪽지에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좀비떼들 이동경로가 몇 개 적혀 있었고 마지막에 어느정도 규모의 좀비들이 이 공장지대를 지난다는 것까지 적혀 있었다. 쉽게 설명해 앞에 적혀 있는 좀비떼의 움직임이 맞다면 마지막에 적혀 있는 공장지대로 들어오는 좀비떼의 말도 진실이라는 말이었다.

그 쪽지를 정독한 태성식품 사장이 놀란 눈으로 바위를 바라보며 다시금 진의를 물었다.

" 확인하면 될 사항. 그리고 원한다면 당신들을 우리 쉘터로 받아들이겠다. "

바위가 말한 이 사항은 간부회의에서 결정이 난 사항이었다. 당장 필요한 즉시 전력이 되는 젊은 남자의 수가 생각보다 적었고 제비와 사장이 하려는 일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기에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하자는 의견이었다. 그 일환으로 이렇게 교전없이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 큼, 이건.. 내가 결정할 사항은 아닌것 같소. 일단 보스와 사장단회의를 통해 알아보고 말씀드려도 되겠소? "

태성식품 사장이 말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인 듯 했다. 당연한 결정 수순이었기에 바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당연히.. 결정이 되면 아파트단지로 사람을 보내면 된다. 그럼.. "

작별을 이야기하는 바위를 보며 안절부절 못다한 얘기가 많은지 은혜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 지은이랑··· 지석씨는 괜찮은거 맞죠? 혹시 잠깐이라도.. "

" 아니,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어렵다. 다음에 만나거라.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 무사히 지내고 있으니. "

은혜에게 들은 지은, 지석은 사장의 아들,딸인 듯 했다. 저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고작 경리인 은혜와 사장의 아들,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거기에 고아출신인 은혜를 귀여워한다고 해도 지금 시대에서 그 이상의 배려는 사치일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 짧은 회사 근무시간동안 꽤 친하게 지냈는지 여기에 오는 동안 들떠있던 은혜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어찌보면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 그만 가자. 저 사람의 말이 맞다. 우린 불청객이고 저들은 외부인을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들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다. "

아쉬워 하는 은혜를 달래며 다시 정문을 나서는 바위일행은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경비대를 뒤에 두고도 전혀 두려워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았다. 언제라도 저 정도의 병력은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그런 것들이 행동에 묻어나온 것이다.

그렇게 떠나간 바위일행의 뒷모습을 보면서 공장지대가 갑작스럽게 떠들썩해졌다. 고여있던 물이 흘러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반듯한 양복차림에 넥타이까지 멘 사십대 남성이 소총을 든 남자들의 경호를 받으며 아파트단지 입구로 다가섰다. 이미 멀리서부터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챈 쉘터 무력부 산하 경비팀이 마중나왔다.

" 누구냐? 정체를 말해라. "

" 난 하느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사무엘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중에 예수님을 믿으시는 분은 없으신지요? "

갑자기 나타나 예수를 찾는 멀쩡하게 생긴 중년인을 잠시 멀리서 보다 경비팀원이 물었다.

" 그게 무슨 소리냐? 여긴 온 용건부터 말해라. "

이런 일이 일상적이지 않지만 가끔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도심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방향에서 말이다. 대부분 받아들였고 큰돌모임의 가입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이 상황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간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였고 생각보다 가입이 저조했다. 그래서 요즘 수뇌부에서 뭔가 큰 결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 인간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 경비팀원들이었지만 그 정장을 입은 남자를 호위하며 따라온 남자들이 들고 있는 소총을 보고 좀더 신중하게 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라면 입구 상가에 마련된 대기실에 데려가 인적사항을 작성하게 하고 면담실에서 가벼운 면담을 한 뒤에 아파트가 배정되는 절차를 밟겠지만 이들은 달랐다.

" 우린 저쪽 공장에 위치한 쉘터에서 왔다. 그대들의 보스를 만나고 싶다. 예전에 우리에게 한 제안이 유효한지 알아보고 싶다. "

그렇게 말하는 근육질의 사내는 정장남자의 호위를 서는 사람들의 대표인지 한걸음 나서서 자신들을 경계하는 경비팀에게 말을 전했다. 그말을 들은 경비팀은 예전에 내려온 지침을 떠올리고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며 안쪽으로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달려들어갔다.

" 흠, 확실히 체계가 잡혀 있군. 경비대장이 보기에는 어떤가? "

" 예, 그렇군요. 저들 역시 총을 휴대하고 있고 우리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 저기 어딘가 초소가 위치해 있을껍니다. "

경비대장이 말하는 곳은 단지의 가장 앞에 지어진 아파트로 꽤 높은 층에서 내려다 보며 멀리까지 보일 위치였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낮은 산을 끼고 있는 이 아파트단지를 제외하고는 주변이 모두 낮은 지역뿐이었으니 말이다. 자신들이 차로 움직이는 것까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었다.

" 후후, 좋군. 이 곳을 우리의 손아귀에 넣는다면 당분간 걱정이 없겠어. 저들이 전한 정보도 확인했으니 어서 우리 보금자리를 옮겨야 겠어. "

마음에 든다는 듯이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정장의 중년인, 사무엘은 당장이라도 이 곳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는 확신에 찬 믿음을 보이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경비대장은 그가 만난 바위와 그 일행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 사무엘님. 하지만 이곳의 지도부가 결코 만만치 않을 껍니다. 공장의 늙은이들과는 다를··· "

" 어허, 대장. 어짜피 모든 것은 예수님의 뜻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저들도 곧 예수님의 품안에 들어올 것이니 말입니다. "

경비대장도 처음에는 이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겁에 질린 사람, 희망이 없는 지금 세대에는 종교라는 이 단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눈으로 보았기에 대꾸를 하지 못했다. 오직 몇마디 말과 진실하게 보이는 행동, 기도등으로 공장지대를 통합한 인물이 바로 그였으니 말이다.

예전이라면 사이비니 이교도니 하면서 사회 일면을 장식할 일들이 버젓이 공장쉘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십일조 명목으로 부역을 하고 식료품을 통제해 믿음을 강제하는 것은 약과였다. 여자신도들을 남자신도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사창가까지 운영한 인물이었다. 매주 벌어지는 광신도 집회는 경비대 외에 모든 인원들이 참석해 세기말 광신도 집단을 보는 것 같은 종교적인 모임을 가졌다.

결국 인간은 누군가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경비대장은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거기에 자신도 무력을 통해 한 몫을 하긴 했지만 예전을 생각한다면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파트 단지 입구에 커다란 덩치의 사내,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비대장은 처음 만난 그날을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렸지만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 그때 말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렇게 사무엘님을 모시고 왔소. 협상을 하고 싶소. "

경비대자의 외침을 듣고 있던 바위는 그 옆에 서 있던 조각같은 미남자가 귓속말로 뭐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 좋다, 무기는 경비팀에 맡기고 들어오도록.. 일단 말을 들어보지. "

바위가 긍정하며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도록 지시하자 금세 만들어진 길 사이로 사무엘과 호위사내들이 따라 들어섰다. 공장지대로 좀비가 지나갈 예상일 하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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