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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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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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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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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DUMMY

“비서실장, 자네 일 하나 해야겠네.”


“명령하시지요.”


“요즘···. 우리 황제 폐하께서 많이 심란하실 거야. 내부엔 기근, 외부에 전쟁이라니 쯧쯧”


그 말에 왕건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내 신하 된 몸으로써 이를 어찌 두고 보겠나. 해서 구휼미를 뿌리려 하네만”


“실례지만, 전하. 취하셨습니까?”


설마, 그럴 리가? 내가 아무리 술을 즐겨도 전장에서 취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해질 정도로 마시진 않는다.


“하여간 구휼미를 뿌려야 하네만 천자께 죄스럽게도 아국이 전쟁 중이라 모든 지역에 구휼미를 뿌릴 수는 없겠군···. 그러니 중원에만 뿌리고 이를 백성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게나.”


“...”


왕건은 ‘그럼, 그렇지.’라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집무실 서류함 가-10을 보면 관련된 서류를 준비해두었네, 필요하다면 관련 부서의 협조를 받고.”


“헌데, 전하. 굳이 구휼미로 당을 분열시킬 이유가 있는지요.”


“분열이라니 무서운 말을”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지요···. 합리적이라면 원인이 결과를 불러온다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에 원인을 끼워 맞추기도 합니다. 그걸 노리신 것이 아닌지.”


아, 이래서 똑똑한 사람이랑 일하는 건 참 편하다. 내가 말 안 해도 의도를 다 알잖아.


“공식적으론, 대답하지 못할 질문이군.”


“... 어디를 중점으로 노리십니까.”


“강남.”


왕건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내 답을 내렸다.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북방을 제외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번 확연히 느꼈지만, 강남과 강북의 문화와 언어는 상이합니다. 그리고 통일 전에는 서로 남북으로 전쟁을 한 경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확률이 높지는 않습니다만.”


“평소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해했습니다. 한 가지 더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말하게.”


“저라면 그냥 내버려 뒀을 것입니다. 헌데 굳이 이런 수를 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만”


“... 일부 지역은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들었네. 우리가 고구려를 집어삼키고 소화가 적당히 끝났을 때면 당 역시 지금의 죽어가는 환자 신세가 아니겠지. 지금 일본 상황도 영 애매해. 우리의 최우방은 영 상태가 그렇고 주적이 정신을 차릴 수도 있다는 건 딱히 달갑지는 않네. 이제 궁금증은 모두 풀렸나?”


“예, 전하.”


“그럼 가게나. 무사히 돌아오고.”


왕건이 제 짐을 꾸려서 나간 뒤 나는 간이의자에 푹 기댔다.


“젠장, 땅을 왜 이런 곳에 사가지곤···.”


피곤하잖아, 진짜.



-----



발해군은 이전에 없이 과감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주력이야 국내성 쪽으로 향하는 군단이라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다른 요새선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진격하고 있었다.


“이놈들이 미쳤나? 각 부대와의 연계가 엉망이지 않나! 당장 포위해 섬멸하라!”


“그래서? 그 포위하고 섬멸할 동안 전선을 지탱할 병력은 있습니까?”


지형이 따라주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포위는 더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발해군은 그런 죽기 딱 좋은 지형만큼은 얄밉게 피해가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고구려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방어선을 좁혀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넓어요!”


“땅을 더 포기하란 말인가!”


고구려의 방어선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를 지키는 고구려군도, 이를 공격하는 발해군도 너무나 명확하게 깨닫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안시성과 요동성 일대 방어선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면 고이산성을 필두로 한 열 개도 넘는 요새에 의지해 종심방어가 가능해진다. 즉, 방어선을 충분히 두텁게 짜고 시간을 끌며 출혈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드리우는 법, 고이산성을 필두로 한 종심방어 전략으로 돌아서면 외부와의 연결은 완벽하게 끊긴다. 어쩌면 말갈과의 연계 또한 약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둘 다 고를 순 없소. 하난 포기해야 하오!”


“소개령을 내리시오. 백성들을 새로운 방어선 안으로 최대한 옮기고 비축한 식량 역시 마찬가지로 옮긴 뒤 청야 전술을 실시하시오. 태왕껜 내 알리리다.”


“무슨...! 이는 반역이오!”


“나라가 망한 뒤에도 그런 말이 나오나 봅시다. 우리가 이긴다면 경이 태왕의 보검으로 내 목을 치든 말든 알아서 하시오.”


그래도 대를 이어 모신 노신이 아예 목을 걸고 나와버리자 노선 정리는 깔끔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발해군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집이 없다!”


“아···. 춥다.”


평소라면 그래도 실내에서 잘 수도 있었던 발해군은 죄다 야영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심지어는 나무도 없어서 땔감을 몇 km를 옮겨야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자 발해군도 아,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이건, 아니오. 정말 아니오.”


“나무도, 물도 없습니다. 전투는 한다 치지만 대체 뭘 먹고 마셔야 합니까?”


그래, 백날 양보해서 먹는 문제야 훈제 염장 고기와 수분을 완전히 빼지 않아 조금이나마 부드러운 건빵을 보급한다 치자.


근데 마시는 건? 아무리 물류를 중시하는 발해군이라지만 몇만 군대가 마실 물을 보급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군대의 진군로는 강이나 못, 하다못해 우물이라도 있는 이른바 수원지를 끼고 진군할 수밖에 없으며 이게 고대 전쟁 보면 그냥 직진하면 될 거 같은데 관 넘고, 성 깨고, 다시 관 넘고 지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여서 촉나라 출신 등산왕이 가정에서 패배한 이유기도 하고.


“강의 복구는?”


“느립니다. 예전의 수질을 되찾기까진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겨울이지 않습니까. 유량도 그렇고 유속도 너무 느립니다. 그리고 저들이 상류를 점하고 있는 이상 저희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나마 남부의 사정은 낫다지.”


그랬다. 고이 산성을 마주한 북부는 온갖 문제에 짓눌려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지만 고려 산성을 포위한 남부는 사정이 월등히 나았다.


우선 고려 산성을 포위하고 남부의 수원지를 확보해 목이 마를 일은 없었고 상대적으로 본국과의 보급로도 짧았다. 덕분에 북부보다는 풍족하게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환경이 열악해지는 건 비슷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거리가 짧아서 충분히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일까.


“지금부터 북부는 조공으로 남부를 주공으로 하세. 어쩔 수가 없군.”


“젠장, 전쟁 진짜 좆같이 하네···.”



=====



학교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그냥 학교를 막 세울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발해도 초반에 급히 학교를 세우는 바람에 지영이 직접 교사를 양성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렸었다. 하물며 글 배우는 난이도 자체가 높은 일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고도의 교육은 필요 없다. 읽고, 쓰고, 숫자 계산하고. 일단 이 정도만 하면···.”


지금 최우선 목표는 좌대신, 우대신 급의 고위 관료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최하급 관료들을 찍어내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개교를 해야 하냐는 것인데···.”


그냥 학교를 세워버리면 너무 노리는 것이 티 나지 않은가. 적어도 겉으로는 학교라는 티를 내면 안 되었다.


“이건 어려운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시종들로 위장해 교육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애초에 황제의, 국왕의 시종을 아무나 하겠는가? 적어도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계층이 여기에 속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을 하급 관료로 찍어내겠다고? 엄청난 반발이 따를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그렇다고 내가 식객을 받을 수도 없지 않느냐...”


황궁이 한두 명도 아니고 적어도 매년 수십 명 이상씩 식객을 받는 것도 되게 이상했다.


“무사로 위장하는 것도 문제가···.”


애초에 무사는 무사를 알아본다. 이미 북면의 무사들이 있는데 무사로 위장하는 건 발각될 위험성이 컸다.


그리고 무사 이놈들도 영 께름칙한 놈들이다. 독자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돈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라니.


이들이 명문세족의 편에 붙는다면, 아니 더 나아가 정치를 배워 토지를 소유해 실질적인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다면?


그렇게 이리저리 살피던 도중 다이고 천황은 적합한 사례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상단?”


상단.


물건을 사고팔며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집단···. 이지만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전략 물자의 독점, 혹은 일반 물자의 독점과 통제, 금수조치된 물자의 밀수 등 수만은 짓거리를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


이기 앞서서 상단은 기본적으로 글과 수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손익을 계산하고 장부를 남길 것 아닌가.


다만 이를 잊고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아니 상식적으로 상인이 계산과 문자를 모른다고 생각하겠는가?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상단을 세워 어떤 이익을 취하는지를 생각하지?


“이를 반대로 이용한다면···.”


경제적 이익? 오히려 약간 손해를 보아도 괜찮았다. 결국엔 하급 관료 양성이 목적이니 총체적으로 보면 이익이 될 테니까.


물론 상단 자체에서도 이익을 뽑아내 관료들의 월급을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해볼 만 하겠군.”



=====



“이걸 진짜 다 정리해 놓으셨네.”


만일 중국 대륙에 첩자를 보내야 한다면 어느 지역에 누굴 보내야 하는지, 각자의 습성은 어떤지가 아주 세세하게 적혀져 있는 서류를 보고 왕건은 고개를 내둘렀다.


이건 비밀경찰국에서 조사를 한 것이겠지. 하지만 결국 명령은 지영이 내리지 않았겠나 싶어 참 대단하다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그림을 그린 것 아닌가. 아직 어린 왕건으로서는 이 정도의 안목을 가지지 못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속사정을 살펴보면 위폐 공격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때를 대비한 안배의 산물이었지만 그걸 왕건이 알 턱이 있나.


그리고 어쨌건 초기 목적과는 다르게 이제는 스파이로 누굴 보낼지에 대해 준비해 놓은 문서였으니 왕건의 시선도 영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긴 했다.


문제라면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구휼미를 얼마나 뿌려야 하고 어느 지역에 집중적으로 뿌려야 하는지조차 없는데 나머지 계획이 있을 리가.


“총리 각하를 찾아뵈야겠군...”




작가의말

발해는 진정 충신이 맞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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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통일2 24.05.09 42 1 11쪽
» 통일 24.05.06 52 1 11쪽
299 남북전쟁50 24.05.01 56 2 11쪽
298 남북전쟁49 24.04.22 64 2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60 2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64 2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54 2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61 2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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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공지사항 +4 24.03.06 85 2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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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남북전쟁37 +2 24.02.15 8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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