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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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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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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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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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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50

DUMMY

“천조에서 보내준 원군으로 왕의 군대가 역도를 토벌하였나니 왕이 소신으로 하여금 감사의 뜻과 예물을 바치라 하였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에 천자와 주전충은 눈만 둥그렇게 뜨고 서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게 무슨 개 짖는 소리인지 아시오?’


‘신이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이 둘은 어쨌거나 다들 한 가락 하는 이들인지라 금세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아무래도 절도사가 원군을 보낸 모양이오.’


‘전에 고구려가 입조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근데 사신은 발해에서 보냈는데?’


“왕이 역도를 물리쳤다니 참으로 흥복이 아닐 수 없도다. 왕은 항상 천조에 감사하며 변방을 굳건히 수호하도록 하라.”


“황은에 감사드립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사신이 물러나자 천자는 퍽 궁금하단 투로 주전충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게 어찌 된 영문인 것 같소?”


“아무래도... 발해가 손을 내미는 게 아닐지 싶습니다.”


“손을 내밀다라...”“아마 원군은 고구려에 갔을 겁니다. 아마 절도사 중 하나가 멋대로 파병했겠지요. 그리고 발해는 이 원군을 대파하고 사신을 보낸 겁니다.”

주전충의 추측은 정확했다. 발해는 만주를 먹고 중국과 충돌하는 일을 꺼렸고 당나라와 일단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신을 보낸 것이었다.


‘아니, 우리가 이겼는데 고구려 편들어도 괜찮겠음? 니들 키탄은 어쩌게?’


“건방지군.”


“하지만 나쁠 것도 없습니다. 어쨌건 북적도 견제해야 하니 발해로 하여금 동방에서 견제하게 한다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번다면...”


“장담컨대 중화의 역량을 십분지 삼만 회복해도 발해는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도 발해와 당나라 사이에는 못해도 네 배의 차이가 난다. 물론 그 힘을 다 끌어다 쓸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당나라가 전성기의 30%라도 힘을 되찾으면 발해가 함부로 공격적인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해 보였다.


“승상의 뜻이 참으로 옳소.”


우습게도 주전충과 당의 천자는 끈끈한 동반자가 되어 있었다. 왜냐고?


발해가 일으킨 심각한 기근으로 인해 주전충에게는 현 황제라는 명분이 필요했다. 만일 원역처럼 황제를 갈아치우고 수도를 쓸어버린다면 현 상황에서 군을 움직이거나 행정 체재를 제대로 관리할 힘이 없으니 나라를 세우기는커녕 기근이 끝난 후 삽시간에 망하리라.


반면 황제에게는 주전충이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현 상황을 타파할 마스터피스 같은 존재였다. 주전충은 애초에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서 중앙의 권력과 연계가 없는 존재였고 무시할 수 없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중앙의 환관과 부패한 귀족에게 얽매이던 황제로서는 이보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던 탓이었다.


즉, 둘의 관계는 명분과 실권을 서로 완벽하게 상호보완해줄 수 있었다. 당의 황제는 모든 정치력을 쏟아부어 주전충을 영입했고 현재의 기근과 미친 듯 갈려 나가는 황제를 본 주전충은 자신의 미래를 가만히 점치고는 곧 황제의 제안을 수락.


결국엔 현재의 끈끈한 동반자가 된 것이었다. 원역의 둘이 본다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고 당나라에서 꿀 좀 빨려다 어쩌다 당나라의 중앙 조정을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버린 지영이 본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광경이었다.



=====



‘이건 임시조치에 불과하다.’


다이고 천황은 이걸 명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귀족 가에 대항해 무사 가문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그게 도대체 얼마나 갈까? 무사 가문이 제2의 귀족 가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


‘결국,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단 것인데···.’


그래서 외국의 제도를 도입하려고 애를 썼다. 지난 다이카 개신에서는 당나라의 제도를 도입했으니 지금은 발해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자문을 구했다.


그걸 나름 일본식으로 짜 맞추었지만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그럼 다이카 개신은?


율령제로 잘 알려져 있는 다이카 개신은 틀린 것이어서 망했는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이카 개신이 시행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270여 년 전, 반전수수법이 시행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210년 전, 삼세일신의 법이 시행된 것이 대략 190년 전, 간전영년사재법이 시행된 것이 대략 170년 전이다.


즉, 다이카 개신으로 율령제의 기틀을 잡고 반전수수법으로 다이호 율령으로 율령제를 다시 세운 지 20년 만에 일본의 율령제는 흔들렸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나라냐?’


무슨 제도가 가훈도 아니고 이리 쉬이 바뀐단 말인가.


‘결국 행정력이 문제다...’


다이고 천황의 지적은 나름 정확했다. 율령제라고 해도 언젠가는 모순점을 보일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이르지 않은가. 그리고 그 뒤에 실시된 삼세일신의 법은 아주 가관이었다.


삼세일신의 법. 중앙에 재정이 모자라니 개간을 독려한 법이다. 개간한 땅은 삼대까지 세금을 면세해주는 법. 이야기만 들어서는 참 좋다. 어차피 고대의 삼대라 하면 몇십 년 안에도 지나가는 법이니 몇십 년 좀 수그렸다가 새로 개간한 땅들이 중앙의 소유가 되면 귀족이고 나발이고 눌러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이득 앞에서 한없이 똑똑해졌고 이 똑똑한 인간들은 삼대의 마지막 인원이 죽기 몇 년 전에 밭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당연히 삼대가 지나기 전이니 그 전까지는 세금을 낼 리 없었고 삼 대가 지나고 중앙의 고쿠시가 향하면 몇 년간 관리가 안 된 황무지만 있을 뿐.


세금을 거두질 못하니 그 땅은 가치가 없었고 그 황무지를 또 다른 사람들이 와서 ‘이거 황무지니까 개간할게요. 삼대간 세금 면제 ㄱ?’를 외치며 눌러앉아 버리니 결국에는 귀족의 배만 불려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간전영년사재법으로 토지의 사유화를 공인해버리고 일부 장원 영주들에게는 조세불수권이라는 면세권까지 뿌리니 중앙에서는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밑의 것들은 부패로, 윗것들에겐 관직 추천권을 주었지···.’


그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였다. 고쿠시라고 해도 월급을 받지 못하니 부정부패로 먹고살아야 했으며 당연히 장원의 백성들이나 영주들이 이를 좋아할 리 없었다. 여기서 인간의 위대한 지성이 한 번 더 발휘되니 바로 장원의 주인은 영주거늘 이 명의만 고위 귀족이나 사원에게 올려놓고 그들에게 보호비를 납부한다! 이래 버리니 천황이 건드릴 수조차 없어졌다.


이 문제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어디긴 어디야. 공지공민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지.’


전국에 공지공민제를 실시하지 못한 것?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시행한 지역만큼은 제대로 관리해야 하지 않는가. 적어도 영주들이 세금을 납부하게 했으면 그 납부하는 세금을 제대로 챙겨서 나라를 운영해야 할 것 아니냐 싶었다.


그런 와중에 도로를 깔고 사원을 짓고 하야토와 에미시의 전쟁, 수도 이전, 비대한 중앙 상비군의 관리까지... 국고가 남아나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오랜 시간 동안 다이고 천황을 괴롭혔으나 문득 생각해 보니 이미 답을 준 이가 있지 않은가.


‘신은 이제 물러나 후학을 기르려 하옵니다.’


그의 미련하고도 충실한 신하는 죽어서도 그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시간은 벌었다. 타이라 가문이 충실한 검으로만 남아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


계산의 결과인지 본능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신했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이 황금 같은 시기를 놓쳐버린다면, 천황은 못해도 천 년간은 꼭두각시로 살아야 한다고.



=====



“전하, 슬슬 환궁하심이 어떠십니까?”


“환궁?”


“예, 궁을 비우신 지도 벌써 일 년이 다되어갑니다.”


“흠, 난 발해의 관료들을 믿는다네.”


“하지만···. 아니, 알겠습니다.”


“음, 이해해줘서 고맙네. 난 사실 이걸 정말 오래 기다려왔거든···.”


짐작이나 할까, 무려 120년이라는 시간이다.


이곳에 온 뒤 차근차근 발해의 역량을 증진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이건 주변국에게 처음으로 과시하는 것이다. 바로, 발해의 국력을!


“그리고 어쨌건 내가 있어서 작전이 수월한 것은 맞잖나?”


지영의 전술, 전략적인 부분은 평범하거나 그보다 약간 더 좋은 수준이다. 미래의 전술이 꼭 과거에 맞는다는 보장은 없으니만큼 지영이 가진 것은 약간의 전략적 안목, 고작 그것이 전부인데 굳이 그걸 위해 지영이 여기에 남아있을 필요야 없었다.


하지만 지영의 존재는 다른 부분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점령지의 통치, 병사들의 사기 증진으로 인한 자발적인 교대 거부 및 연장 근무 등, 중요하지만 특별히 티가 나지 않는 부분에서 그 영향력을 확고하게 미치고 있었으니.


“아무튼, 그거야 되었네. 그것보다 이거나 같이 보세나.”


“정부 인사 개편안... 이걸 지금 말입니까?”


“이번 전쟁 끝나면 은퇴할 자들이 한둘이 아닐세. 그러니 미리미리 봐야지.”


“그... 렇지만”


“어허, 어서.”


왕건은 한숨을 내쉬며 개편안을 받아들었다. 오늘만큼 비서실장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원망스러울 순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왕건은 욕을 가득 내뱉으며 나왔다.


비서실장: 왕건 역임


적어도 십 년은 더 붙어있어야 했기에.



-----



발해군은 공격용 참호를 파자마자 일제히 공세를 개시했다.


일제히 발포되는 백 발이 넘는 포탄은 이제는 익숙해진 발해군이 보기에도 든든했지만, 안시성은 그보다 더 든든했다.


“그런 거로 몇 미터짜리 성벽을 뚫을 수 있겠습니까”


“썩을”


안시성은 그렇게 규모가 큰 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튼튼하게 지어진 성벽이 좁기까지 하니 성벽은 굉장히 빠르게 보수되었고 발해군은 다음 날이면 멀쩡히 보수된 성벽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노려! 더 접근해서 고각 사격을 하란 말이야!”


“아아, 이것은 불이라는 것이다.”


생각보다 철통같은 안시성의 방어에 발해군은 한 달을 지속한 공세를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우회합시다. 어쨌건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했어요. 굳이 저 무식하게 단단한 성을 공략할 필요 없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주력군 대부분이 봉쇄된 것 같으니 상대적으로 다른 방어선은 느슨할 겁니다.”


한참을 쑥덕거린 발해군은 이윽고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적의 방어선이 더 단단해지기 전에 하고성을 뚫고 국내성을 공략하자!’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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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통일2 24.05.09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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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전쟁50 24.05.01 50 2 11쪽
298 남북전쟁49 24.04.22 60 2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54 2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62 2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51 2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8 2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57 2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60 2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65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82 2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7 2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83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6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8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80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9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92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8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9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92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7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92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9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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