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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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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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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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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2

DUMMY

계획의 골자를 짠 왕건은 직접 당나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비밀경찰국에 실무를 맡기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지영이 굳이 자신을 집어서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주장이라도 하듯 협상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백성들을 백날 흔들어봐야 그건 결정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 반란이 일어난다 해도 그건 ‘못 살겠으니 잘 살게 해 주쇼!’의 성격을 띠었지 분리독립을 노리고 일어나는 반란이 일어나지는 않으니까,


‘절도사를 설득해야 한다.’


많이도 필요 없었다. 강남 지역의 절도사만 설득하면 그만이다. 백성들의 거센 의견은 좋은 기폭제 중 하나가 되어 줄 테니.


또한, 지금 당나라 상태에서 해군을 움직이는 건 대단한 모험이다. 제대로 해군을 보유하는 지역도 많지 않거니와 절도사끼리의 내전 형태를 띠고 있기에 군대란 육군을 의미할 테니. 연합함대의 보고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았나.


“당어는 전부 익히셨는지요.”


“뭐, 지난번에도 다녀왔는걸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그 뒤로 딱히 할 말은 없어 왕건은 바다만 멀거니 바라보았다.



=====



“실장님, 이거 비단에 광택을 내는 방법에 대해 말인데요-”


“어허, 김 과장. 이번에 이쪽이 먼저라니까는? 이 양잠을 잘 해다가 우수한 실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신 씨, 이제는 신동일 실장이 된 그는 오늘도 몰려드는 질문 공세에 뻘뻘 댔다. 아니, 이만하면 나름 괜찮은 비단을 만들게 되었지 않은가. 하지만 이들은 만족이라고는 모르는 듯 더 좋은 비단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쪼아대고 있었다.


‘제발, 말을 천천히 좀 하란 말이야!’


자신이 발해에 온 지 어언 오 년이다. 나름 말도 이제는 잘 통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빌어먹을 회사에만 오면 말이 도통 안 통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고.


회사랑 발해 정부에서 지원을 해 줘서 중학교 과정까지는 어찌어찌 수료했지만, 이들은 엄연히 고등, 대학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이었다. 지금이야 그래도 천천히 들으면 알아먹지만, 전문 연구원이 와서 전문용어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면 통역이라도 고용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에이, 그래도 당나라에서 살 적보다는 훨씬 낫지!”


알던 지인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운이 좋게도 당에서 건너온 또 다른 비단 장인인 성씨와는 나름대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성시문 실장이었던가, 어찌 보면 참 출세한 셈이었다.


“안 그런가? 월급 따박따박 꽂히고, 집 너른 데서 살고, 시종까지 두어 명 고용하지 않는가 이 말이야. 난 당나라에서 이런 거 꿈도 못 꿨네”


“그래도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은가?”


“이보게. 신 씨. 헛꿈 꾸지 말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나?”


성시문 실장은 애초에 전부 흩어놓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술잔을 비웠다. 물론 명분이야 충분했다. 적성에 따라, 사람에 따라 최적의 주거지를 찾아 주겠다. 라는 명분.


그 결과 자체는 만족한다. 나름 고급인력으로 대우 다 받으면서 살고 있으니까. 솔직한 말로 이민자에게는 과분한 대우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나라 이민자들은 전부 흩어졌다. 마치 소금 덩어리를 쪼개 가루로 만든 후 물에 넣듯.


“하지만 그게 뭐 나쁜가? 맘 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지. 여기 괜찮네. 물 좋고, 산 좋고. 사람들 괜찮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그냥 이곳이 고향이다, 하고 살게나.”


지영이 보면 아주 흡족했을 장면이었다. 지영은 화교랍시고 외국인이 나는 중국인입네, 하는 꼬라지는 보기 싫었으니까.


“난 이제 발해인일세. 내 둘째 놈이 공부 머리가 있어서 학교에 갔어. 무사히 졸업해 시험만 보면 우리 집안에서도 관리가 난다 이 말이야. 당나라 가서 이게 가능할 것 같나?”


“...”


“여기가 뭐 이래저래 복잡해도 좆 대가리 없는 환관 놈들이나 뭐 그런 놈들은 없지 않나. 자네도 생각 고쳐먹게나.”


“아니, 내가 뭐 발해인 아니라 했나. 그냥 고향 사람들 좀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지.”


“뭐, 그거야 그렇다마는 어쩌겠나? 여기서 사람을 도대체 어디서 찾게.”


기본적으로 사람을 찾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대로 집 주소에 관한 것을 정리해놓은 발해에서도 어디 있는지 모를 사람 한 명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걸 알기에 두 실장은 그냥 술잔이나 부딪히며 비울 뿐이었다.



-----



“당나라 이민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이들이 각자 능력이 있던 이들인지라 자리 잡게 해주기도 쉬웠고요.”


“흠, 그 말은.”


“예, 뭐. 몇 인원들은 부적응자가 되었습니다만, 노동 교화를 거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인력이야 항상 소중한 법이니, 죽지 않게 잘 관리하게나.”


사용을 안 해서 그렇지 발해에 소모성 인력을 투입할 곳은 넘쳐났다.


예를 들면 대만도의 개척, 북해도 개척, 탄광 개발, 이런저런 토목공사 등등.


사람은 항상 부족했고 또한 비쌌다. 물론 노예에 비해 자유의지로 일하는 노동력이 월등히 좋은 효율을 발휘했고 그건 비용을 감안해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이 스무 사람, 서른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리고 항상 위험한 작업은 존재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여기에 노예를 투입하겠지만···.


“자국민을 노예로 부린다고? 미쳤어?”


지영이 지랄지랄을 하는 바람에 발해에는 일반적으로 노예라는 계급은 성립되기가 힘들었다. 사형수도 평생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건 노동교화형은 노예제에 비하면 훨씬 관대한 조치였다.


그래서 발해에 노예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가끔 ‘특별 관리’를 받는 노동교화자들이 있긴 하지만.


하지만 불순한 이민자들은 자국민도 아니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존재다. 결정적으로 저들에게는 뒷배가 없다.


그런 이들을 어떻게 굴리든 그건 발해의 자유였다. 뭐라 할 인간도 없고 지영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눈감아줬다. 지나치게 많은 이들이 죽게 하지만 않는다면.


“몇십 년은 더 활용 가능한 인적자원을 죽이면 아깝잖아.”


물론 완전히 전향하면 감시하에 풀어주거나 일반적인 노동교화형으로 형벌 강도를 낮춰주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경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이민자가 대략 십만 명 되던가.”


“예, 최근 들어 급격히 받았죠.”


“음, 더 받아도 되겠군. 팍팍 받아. 인력이 곧 국력이야. 그리고 산에 파묻히지 않게 조심 좀 하고.”


발해는 화전민에 대해 굉장히 강경한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그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발해는 화전민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먹고살고자 하면 발해에서 길을 다 마련해 주지 않은가. 농사지을 땅을 저리로 임대해 주는데 굳이 산속에 파묻혀서 산림 자원을 태워가며 세금조차 내지 않는 이들은 기생충 같은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법률적으로 이들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


지나치게 강경한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산악이 7할인 발해 입장에서는 하나둘씩 산속에 들어가서 지랄하기 시작하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



고구려의 영역은 이제 명백한 소국의 영역에 들어섰다. 실 지배하고 있는 영역은 기존의 1할도 채 되지 않았고 그나마 유지하는 건 병력과 물자가 전부였다. 이 말인즉슨 전쟁 중에 생산해서 보충한다는 개념이 거의 사라졌음을 의미했다.


“... 경들, 고가 진지하게 묻건데- 이길 수 있소?”


“어찌 그런 흉참한 말씀을 하십니까. 아직 몇만의 정병이 있고 이 년은 더 버틸 식량이 있습니다! 또한, 성과 지형이 험난하니 충분히 틀어막을 만합니다.”


“실로 그렇습니다. 폐하, 부디 어심을 굳건히 하시옵소서.”


신하들이 절절하게 외치는 말에도 고연후는 영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저들이 금세 물러간다는 자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는가. 저들은 이미 일 년을 버텼다. 그런데 이 년이라고 못 버틸까?’


무엇보다 외부의 원군이 없다는 건 더욱 절망스럽게 하기 충분한 요소였다. 그나마 당나라군 삼천 명은 자신과 함께하는 우스운 상황이 되었고 그들도 나름대로 일 인분은 하는 군대였지만 그래 봐야 삼천 명. 그리고 발해나 고구려군에 비하면 어설픈 군대나 마찬가지였다.


“저들은 이미 국내성 인근에 도달했소. 그리고 지난번 수당과의 전쟁과는 다르게 보급이 훨씬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지지···. 다시 묻건대 이 일을 해결할 방책이 있기는 한 거요?”


“...”


없다.


사실은 그들도 알고는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저들이 물러나길 바라며 버티는 것일 뿐.


물론 버티면 발해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리라. 하지만 결국 먼저 백기를 드는 쪽은 정해져 있었다. 발해는 손해를 입을지언정 죽지는 않는다. 반면 이쪽은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강화를 청하자고 하면···.’


아마 격렬한 반대의견에 부딪히겠지. 당나라와는 다르게 발해는 고구려를 완전히 집어삼키기에 더 적합하니.


그리고 모두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발해 왕실 역시 고구려 왕실의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 혈통이었다. 직계 몇 명 없애고 유력한 방계 몇 없애면 발해의 순서가 돌아오는 건 금방이리라.


결국, 고민하고 고민해도 항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미래란 것이 뻔히 보이는 것 같은데도.



-----


“종심 전투라···. 우리가 공격자의 입장에서 하나씩 뚫고 나가는 건 현명하지 못하지. 차라리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어떤가? 어차피 시간과 비용은 비슷비슷하게 들지 않겠나. 그럴바엔 차라리 임시 도로라도 건설하는 것이 낫지.”


종이 아닌 횡으로 공격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얇은 방어선이 되어버린다. 물론 저들은 그걸 감안하지 못했겠지만, 우리 발해군의 특기 중 하나는 바로 우수한 공병이다.


고작해야 몇 달, 일 년 정도 쓸 도로 만들어서 공격을 가하는 게 아무래도 공성전을 몇 차례나 치르는 것보다는 낫겠지.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거야 장군이 알아서 하시고 그.래서 차기 육군 상급대장은 누가 할지 생각해 두셨고?”


“그건···. 아직 고민 중입니다만.”


“전쟁 끝나고 사임한다면서. 얼마 안 남았는데. 흠, 뭐 알아서 하겠지.”


나야 사람 보고 도장만 찍어주면 되니까.


작가의말

점점 분탕 GOSU가 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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