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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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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25,973
추천수 :
353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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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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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86. 미친놈 위에 미친놈. 2

DUMMY

86. 미친놈 위에 미친놈. 2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중앙에는 화장을 짙게 한 여자바텐더가 머리가 산발인 또 다른 여자 손님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고 좌측 구석에는 한물간 밴드가 잔잔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우측 화장실 옆 당구대에 구부정하게 걸터앉은 몇 명의 남자들은 큐대를 들고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병연을 노려보기도 했다.


병연은 되도록이면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녀석을 찾기만 하면 곧바로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무엇보다 퀘퀘한 냄새와 바닥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 그리고 끈적이는 의자와 테이블이 참기 힘들었다.


문지기가 안내한 자리는 그나마 견딜만했다.


“뭘 드시겠습니까?”


펌프실은 술집이었다. 간판만 보면 도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맥주 주세요.”


병연은 문지기에게 맥주 한 병을 주문하고 나서 녀석이 있는지 사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마침 문지기가 다가와 시원하게 반쯤 얼려진 맥주 한 병을 내려놓았다.


“잠시 만요.”

“네, 손님. 특별히 찾으시는 거라도?...”

“제가 찾는 손님이 안보여서 그러는데... 조금 전에 여길 왔을 거 에요. 머리가 어깨까지 긴...”

“아... 로니 말이군요?”

“로니?”

“아까 맥주 한 상자를 들고 다시 나갔는데요?”

“네?”


병연은 녀석이 다시 나갔다는 말에 황급히 선착장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녀석의 보트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녀석을 바로 코앞에서 놓치다니...

병연은 다시 펌프실로 되돌아갔다. 아마도 저 문지기가 녀석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오셨군요.”

“로니...라는 남자. 여길 자주 오나요?”

“가끔 옵니다. 와서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하죠. 그런데 오늘은 선생님이 와 있다면서 그냥 맥주만 들고 가더군요.”

“선생님?”

“그자에 대해서는 저도 모릅니다. 근데 로니는 왜 찾는 겁니까?”

“아...아는 사이인데 연락처를 잃어버려서요. 혹시 어디 사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건 모르죠. 로니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말을 잘 안 해요. 표정도 늘 같죠. 도무지 알 수 없는 녀석이에요.”

“여길 자주 오나요?”

“그전에는 자주 왔었는데 근래에는 거의 못 봤었죠.”

“아...네... 그런데 원래 이름이 로니입니까?”

“모르죠. 저 사람이 그렇게 부르니 우린 그렇게 알고 있죠.”


문지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사람은 당구대를 닦고 있는 절름발이였다.

그는 이곳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용돈벌이를 한다고 했다.


“로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병연이 다가서서 물었다. 그러나 그는 못들은 척 계속해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전 경찰입니다. 로니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대답대신에 병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걸레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의 얼굴은 겁에 질려있었고 필사적으로 피하려고만 하는 것 같았다.

병연은 하는 수 없이 화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그때 ‘붕’ 하는 소리와 함께 걸레봉이 병연의 어깨를 쳤다.


“윽!”


병연은 앞으로 넘어졌고 그는 다시 걸레봉을 휘둘렀다.


“저리 꺼져! 날 좀 내버려 두란 말이야.”


그러나 병연은 재빨리 그가 휘두르는 걸레봉을 손으로 막았다.


“진정하세요. 전 그냥 물어보러 온 거란 말입니다.”

“됐어. 옛날에도 네놈들이 날 다그치는 바람에 내가 이 꼴이 됐단 말이야.”

“대답안하시면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뭘? 자꾸 뭘 대답하라는 거야?”


그는 이미 50줄에 들어선 중년 같아 보였다. 피폐해지고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


“로니가 누굽니까?”

“로...니....”


이름을 되 뇌인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더니 힘없이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병연은 그를 일으켜 앉히며 다시 물었다.


“도대체 로니가 누구죠?”

“그걸... 왜 알려고 하는 거요?”

“우리가 쫓고 있는 용의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요.”

“후.... 로니... 본명은 장민호... 나이는... 20대 중반쯤 됐을 거요.”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더니 끔찍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로니, 아니 장민호는 11살 때 한 가정에 입양되었다.


양부모는 결혼한 지 십여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을 결심했다.

평소 아이 욕심이 많았는지 입양을 하다 보니 민호가 세 번째로 입양한 아이가 되었다.


아이는 말이 없었고 감정표현이 서툴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았거나 부모에게 야단맞을 때 그 억눌린 감정을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었다.


어느 날, 동네 형이 길고양이를 불태워 죽이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는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깊은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잔인한 성격이 박차고 나온 것이다.


그때부터 자신을 놀리던 친구의 입을 돌로 짓이겨서 밥도 제대로 못 먹게 하고 평소 귀찮게 여긴 동생을 차가 싱싱 다니는 건널목에서 밀어버려 반신불수가 되게 했다.


이로 인해 양부모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은 민호는 분노가 끌어 올랐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모든 창문과 출입구를 잠그고 가스밸브를 열었다. 그런 다음, 전자렌지에 부탄가스통을 넣고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은 폭발과동시에 화염에 휩싸였고 가족은 몰살되었다.

민호는 어떻게 혼자 살아남았냐는 경찰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냉장고 안이 얼마나 시원한지 아세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몰래 지켜본 이웃이 있었는데 민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황하기는커녕 무섭도록 차가운 웃음을 지었는데 한 가지 경고도 남겼다.


“발설하면 다리를 잘라 줄 거야.”


그는 회상의 끝에서 내뿜은 담배연기가 몸서리친다는 듯 허공에 흩어졌다.


“그럼 로니라는 이름은 뭡니까?”

“낸들 아오? 아이러니 하게도 성격과 다르게 베트맨을 좋아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로빈을 동경했다고 말했소. 베트맨은 로빈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라면서...

아마 그 비슷하게 불러달라는 것 아니겠소?”

“민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는 곳은 모르오. 몇 년 전부터 우연히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들락거리는 것이니까...”

“아직 앙금이 남아서?”

“후... 그런지도 모르지요. 그때 경찰에게 꼬마애가 불을 질렀다고, 내가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는데도 믿지 않았소. 물론 그 덕분에 이렇게 됐지만...”


그는 상처 난 오른쪽 뒷 발목을 어루만지면서 한탄했다.


“암튼 고맙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제가 여기로 오면 뵐 수 있을까요?”


병연은 화장실문을 열고 나가면서 말했다.


“신문 부고란을 보시게. 어쩌면 내가 이미 고깃덩이가 되어있을지도 모르지. 그럴 각오로 당신에게 말한 것 아니겠어? 차라리 잘됐어. 그만 살고 싶었는데...”

“걱정 마십시오. 제게 털어 놓은 건 비밀로 할 테니...”

“소용없어. 펌프실 인간들도 눈치는 있으니까...”

“아....”

“하하핫. 농담이오. 농담.”


병연은 되돌아가는 배위에서 생각했다.

그날 밤, 김칠성이 추락한 그 지점 인근에서 장민호의 보트가 스쳐 지나간 것이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놈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왜 자꾸 공중전화박스 신고자와 장민호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걸까? 그러면서 김칠성과의 연관성에 강렬한 육감이 발동되는 건 왜 일까?


일단 무슨 수를 쓰더라도 놈을 잡아야겠다. 놈이 출몰하는 한강변을 24시간 잠복해서라도 잡아야겠다.


이때 최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팀장님”

“신고자 신원이 확인됐어.”

“그래요? 생각보다 빨리 됐네요?”

“이름은 장민호, 나이는 25세. 어릴 때 입양한 가정에 큰 불이난 이후로 행방불명으로 되어 있어.”


병연의 육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그때 놈이 추락한 인근에 장민호가 괜히 나타난 것이 아니란 것이 된다. 그럼 피살된 성형의사도?


“그럼 흉기에 찍힌 지문도 장민호의 것이겠네요?”

“그게... 좀 곤란한 상황이 됐어.”

“왜요?”

“아무튼 서장님이 급히 찾으시니까. 와서 이야기하세.”

“알겠습니다.”


곤란한 상황이란 게 무엇일까? 병연의 예상대로라면 흉기에는 틀림없이 장민호의 지문이 묻어 있을 텐데...


병연은 급히 서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서장실에 모인 직원들의 표정이 무거웠다.


“절 찾으셨다고...”


허서장은 말없이 병연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뇌 속이라도 들여다 볼 것 같은 눈빛이었다.


“이리와 앉게.”


이때 굳은 표정의 최팀장이 나섰다.


“뭔가 착오가...”

“가만있게. 내가 직접 질문 할 테니...”


병연은 영문을 몰랐다. 직원들의 굳은 표정은 무엇이며 숨이 막힐 것 같은 분위기는 또 무엇인가?


“시신 밑에 떨어진 메스에서 자네 지문이 검출됐네. 자네가 말해보게. 어떻게 된 건가?”

“네에?”


병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 지문이라뇨?”

“내가 알기론 자넨 그 흉기를 만진 적이 없어. 맞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흉기에서 자네의 지문이 나올 수 있나?”

“저도 황당해 미치겠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꽝!”


허서장이 소파 가운데 있는 탁자를 세게 치며 화를 표출했다.


“내 눈을 똑바로 봐.”

“............”

“정말인가? 지문과 상관없다는 거...”

“네, 맹세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알리바이를 대봐.”

“절 못 믿으시는 겁니까?”

“아니, 널 믿어서 그래. 못 믿었다면 당장 윗선으로 보고를 했겠지.”

“사건 신고전날... 한강변에 있었습니다.”

“왜 거길 갔나?”


병연은 망설였다. 김칠성이 익사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허위보고를 했다고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게다가 별도로 수사한 성과는 아직 없다. 다만 놈과 관련이 있는 미친놈 한명만을 알아냈을 뿐. 또 신고자와 그 미친놈이 동일인물이란 것도.


“그냥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거기 편의점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음... 그걸 증명해줄 증인은 있나?”

“.......... 없습니다. 허나 정말입니다.”

“음... 알리바이가 확인될 때까지 당분간 사건에서 손 떼.”

“네? 서장님....”




모처럼 일요일.

필승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빗질에 여념이 없다.

과감하게 그녀에게 전화를 했더니 데이트 거절대신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역제안을 해왔다.


필승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게 무엇이든 그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반은 성공 한 거나 다름없다.

‘소재희’ 그녀가 진정 필승을 싫어한다면 역제안 따위를 언급조차 했겠는가?


하경을 구슬려서 알아낸 정보는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것이다.

노처녀, 말술 혹은 주사, 독실한 크리스천, 경찰을 무지하게 싫어함.


경찰을 싫어한다는 끝의 말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치장을 끝내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는데 흰색 봉고차가 다가왔다.


“어서 타세요.”


놀랍게도 봉고차 운전자가 소재희 선생님이었다.

조수석에 타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남자가 타고 있었다.


‘둘만의 오붓한 봉사활동이 아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별 수 없이 뒷문으로 타려는데 필승은 입이 떡 벌어졌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꽉차있어서 비집고 앉아야 할 판이었다.

필승은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뭔가 낚인 기분도 들었지만 그녀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자위하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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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미친놈 위에 미친놈. 2 +1 22.07.30 70 2 12쪽
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69 1 12쪽
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8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0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2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3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3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1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68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68 1 12쪽
76 76. 새로운 시작. 35 +1 22.07.20 70 0 12쪽
75 75. 새로운 시작. 34 +2 22.07.19 82 2 11쪽
74 74. 새로운 시작. 33 22.07.18 77 1 12쪽
73 73. 새로운 시작. 32 +2 22.07.17 82 3 12쪽
72 72. 새로운 시작. 31 22.07.16 108 1 13쪽
71 71. 새로운 시작. 30 22.07.15 82 1 12쪽
70 70. 새로운 시작. 29 22.07.14 82 1 12쪽
69 69. 새로운 시작. 28 +2 22.07.13 91 2 12쪽
68 68. 새로운 시작. 27 22.07.12 88 1 14쪽
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88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98 2 12쪽
65 65. 새로운 시작. 24 22.07.09 95 1 12쪽
64 64. 새로운 시작. 23 +2 22.07.08 95 2 11쪽
63 63. 새로운 시작. 22 22.07.07 124 1 13쪽
62 62. 새로운 시작. 21 +2 22.07.06 117 2 12쪽
61 61. 새로운 시작. 20 22.07.05 125 1 13쪽
60 60. 새로운 시작. 19 22.07.04 115 1 12쪽
59 59. 새로운 시작. 18 +3 22.07.03 12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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