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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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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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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92
추천수 :
353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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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0. 새로운 시작. 29

DUMMY

70. 새로운 시작. 29




병연은 굴삭기가 화단과 수풀사이를 헤집어 놓을 동안 사무실용도로 쓰고 있던 컨테이너박스 안을 들여다보았다.


집기류 하나 없이 텅 빈 사무실, 물청소의 흔적.


‘이게 뭐야?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수목원 노인은 팔짱을 끼고 직원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교활한 영감탱이’


이때 바람을 타고 비릿한 냄새가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비록 아주 미세한 냄새이긴 하지만 저번에 와서 맡았던 것처럼 똑같은 냄새였다.


‘뭔가 있어.“


병연은 냄새를 쫓아 덜컹거리며 작업 중이던 굴삭기 옆으로 다가갔다. 역시 굴삭기의 커다란 삽이 땅을 헤집을 때마다 냄새가 올라왔다.


“왜 그러나?”


킁킁거리며 다가온 병연을 보며 허서장이 물었다.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노인네가 비료를 잔뜩 뿌렸는지 냄새는 난다만... 그게 왜?”

“화단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습니다.”

“피비린내?”


허서장은 아무리 코를 버렁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비료냄새 말고는 아무것도 맡을 수 없었다.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허서장의 행동에 옆에 있던 최팀장도 덩달아 킁킁거렸다.


“정말인가?”

“네, 확실해요.”


생각해보니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로 병연의 이런 특별한 감각 때문에 놀란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기사양반 그곳을 집중적으로 파도록 해요.”


허서장은 굴삭기 기사에게 소리쳤다.

병연의 예민한 후각이 맞다면 틀림없이 뭐라도 나올 것이다.


“그럽시다.”


굴삭기 기사는 이미 깊이 파헤쳐진 구덩이 쪽으로 코를 풀며 어이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기이잉 ~ 기잉”


버켓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덩이가 깊어졌을 때 기사는 운전을 멈추었다.


“더 파요?”


허서장은 절벽아래를 내려다보듯 구덩이 밑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병연의 코가 잘못된 것 같았다.


“됐어요. 그만해요.”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만큼 파헤쳤으면 손가락 주인이 나올 법도 한데...

허서장은 병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병연은 웅크리고 앉아 흙더미를 천천히 살펴보더니 코에 갖다 대기도했다. 그러더니 증거채취용 비닐봉지를 펼쳐 한줌의 흙을 그 안에 담았다.


“흙은 어디에 쓰려고 그러나?”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미세하지만 피 냄새가 배여 있으니 국과수에 보내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때 이를 지켜보던 육성은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화단에는 많은 여자들의 혈액과 미세하게 분쇄된 살점들이 흙과 섞여 있는데

흙을 가져간다면 육성은 영락없이 철창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 뻔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그런데 저 젊은 형사는 어떻게 흙속에 뿌려진 사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의 코에선 개똥같은 비료냄새 외엔 아무냄새도 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음... 알겠네. 최팀장! 이제 그만 철수하도록 하지.”


더 이상의 작업은 어려워 보였다. 수목원에는 이미 땅거미가 지고 그림자들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괴이한 형상의 수목들을 들어내는 것 말고는 더 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미 헤집어 놓은 화단만으로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최팀장은 작업 중인 현장을 마무리할 것을 굴삭기 기사에게 전달하고 수풀을 뒤지고 있던 의경들에게도 철수를 지시했다.


철수중인 의경들을 보며 병연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놈의 살인행각에 대한 단서로 이어질 손가락 주인이 나왔더라면 모든 것이 순조로왔을텐데...

이제 어쩐다? 결국 다음 희생자가 나올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하나?


병연은 흙을 퍼 담은 증거채취용 비닐봉지를 들어보았다.


‘그래, 어쩌면 손가락 주인은 여기에 있을지도 몰라.’


돌아가는 차량에서 모두들 말을 잊었다.


칠성이 시체를 트럭에 싣고 와서 여길 들렀다는 점, 그리고 그 시체의 손가락이 이곳 화단에서 발견됐다는 점.


그렇다면 당연히 시체의 나머지 부분들이 여기 어딘가에서 발견되었어야 정상이 아닌가?

병연은 혼란스러웠다.


“노인을 구속하고 좀 더 자세하게 수색해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흔들리는 차량 속에서 병연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 문젠... 신중해야 하네. 구속수사는 할 수 있어도 시체를 못 찾을 경우 강압수사라는 뭇매를 맞을 수 있네.”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가야하는 겁니까?”

“그럼, 어쩌자는 건가? 저 노인네를 잡아두고 족치기라도 할 셈인가?”


허서장도 답답했다. 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병연이 담아온 증거 채취용 비닐봉투안의 흙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그 냄새 말일세.... 흙에서 피냄새가 난다는...”

“네, 그게 왜요?”

“정말 인가? 자네가 전에부터 소리나 냄새에 민감하다는 생각은 했었네만...”

“모르겠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 경찰학교 뒤쪽에 묶어놓았던 백구 아시죠? 한쪽 눈에 백태가 있던...”

“잘 알지. 유독 사나워서 묶어두긴 했었지. 근데 왜?”

“제가 그놈에게 먹이를 주다가 물려서 몇 바늘 꿰맨 것도 아시죠?”

“알다마다 그때 난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서?”

“그때 그놈에게 물린 뒤로 감각이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 거참...”

“만일, 여기에서 실종된 여자의 DNA가 나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병연은 비닐봉투를 들어보였다.


“그땐, 시체를 찾지 못하더라도 구속수사를 해야겠지. 강아지가 화단으로 물고 온 손가락만으로는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장소적 한계에 부딪히지만 DNA가 나왔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정황증거가 되니까...”

“그렇다면 이것을 국과수에 맡기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목원 노인을 감시하고 있겠습니다.”

“도주 우려 때문에?”

“네...”

“그건 안 돼. 김칠성이 곧 움직일 거야. 지금으로썬 저 노인보단 칠성이가 먼저야.”

“하긴...”


병연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디야?”

“어디긴... 나와바리 순회중이시지... 근데 무슨 볼 일로?”


따치는 잔뜩 늘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하나 감시해야겠다.”

“알았수... 똘똘한 놈으로 보낼테니 어떤 놈인지나 말해보슈...”

“이번엔 네가 직접 감시해.”

“엥? 내가 돌았수? 동생들 놔두고 쪽팔리게...”

“그래서? 못 하시겠다? 푸닥거리 한 번 더 해?”

“아니이이... 못하겠다는게 아니고... 가오도 떨어지고... 명색이 그래도 조직의 우두머리인데... 너무 하잖수...”

“가오는 달나라 가서 찾고 시키는 대로 해.”


전화를 끊은 따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날려 뭐라도 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모처럼 양복을 빼입은 터라 사업가로서의 정중함을 가지기로 했다.


게다가 마주앉은 부동산업자들의 시선도 고려해야하지 않겠는가?


“하하하,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따치는 찡그린 인상을 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면 그 임야는 용도변경 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미리 손을 써야....”


박사장이 데리고 온 또 다른 사업가는 입에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그러나 따치는 이 사업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 햘 수 없었다.


“허참... 간단하게 말하쇼.”

“그러니까... 그게...”


사업가는 번들거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한마디로 용도변경 해야 보상을 많이 받고 용도변경 하는데 돈이 든다... 이말입죠.”

“뭐? 또 돈이 든다고? 전에는 그런 말 없었잖아? 안 그래 박사장?”


따치가 다리를 꼬고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헤헤, 원래 투자라는 게 돈이 좀 들긴 합니다. 이젠 뒷골목 양아치... 아니, 영업주에서 사업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감안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무원들에게 줄 과자값으로 전전긍긍하신다면 사업가로서 가오가 떨어지지요. 헤헤헤“


박사장의 눈빛엔 쨉이 안되면 괜히 덤비지 말고 업주들 똥구멍이나 빨고 살아라 하는 뉘앙스가 진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따치는 자기를 비꼬는 그 얼굴에 일격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앉은 자리는 깡패가 아닌 사업가의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박사장의 입에서 나온 ‘가오’ 라는 단어가 힘주어 쥔 주먹에 힘을 빼게 만들었다.


“우헤헤헤. 농담이야. 농담. 그래서 얼마가 더 든다고 했더라?”


따치는 아까와는 다르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


“2억!”


사업가는 손가락 두 개를 펴 꽤나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헉! 2억....’











칠성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칵테일바를 찾았다.


늘상 앉던 자리에는 못 보던 중년여자가 웨이터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커다란 링 모양의 귀걸이가 인상적인 중년여인은 칠성을 보자 유혹적인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칠성은 눈길을 교환하지 않고 한적한 자리에 앉았다.


“간만에 오셨군요. 늘 드시던 걸로?”


단골을 알아본 웨이터가 허리를 굽혀 말했다.

칠성은 고개만 까딱일 뿐 별말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드시던 걸로 준비하겠습니다.”


웨이터가 자리를 뜨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년여인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옆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미남씨?”


칠성은 짧은 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중년여인의 굵은 허벅지를 기점으로 매부리코를 한 얼굴까지 애무하듯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여자는 배시시 웃고 있었지만 칠성은 내키지 않았다.

그녀의 부은듯한 얼굴과 출렁이는 뱃살은 도무지 원하던 손맛을 느끼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요. 전 혼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칠성은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여자는 칠성의 냉정함에 오히려 호감을 느꼈다.


무릇 남자들이란 그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치마만 둘렀다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항상 그렇듯이 자신에게 갖은 아양을 떠는 족속들만 보아온 여자는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칠성에게 더욱 이끌렸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아니길 바래요. 전 이미 그쪽에게 반했거든요.”


여자가 옆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때 웨이터가 다가와 쟁반에서 투명한 술잔 두 개를 내려놓으면서 칠성에게 윙크를 날렸다.


“한잔은 여자분에게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칠성은 시간을 확인했다.


자신이 왜 여길 이끌리듯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옮겼는지 그때서야 깨달았다.

습관처럼 배회하던 독산동 골목길...


“초초해 보이는군요? 누굴 기다리는 건가요?”


여자가 칠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칠성은 여자의 살집 있는 손이 거북스러웠는지 손을 스르르 뺐다.


“미안하지만 다른 자리에 앉아 주겠소? 미리 말하지만 난 무척이나 위험한 남자거든.”

“어쩜... 난 위험한 남자... 좋은데...”

“뭐라고요? 크크큭... 취향이 특이하시군.... 위험한 남자가 왜 좋소?”

“그야... 스릴 있으니까... 참고로 전 거친 것도 무척이나 좋아해요.”


여자는 끈적이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빠그닥...”


칠성은 바지춤에서 힘껏 호두알을 굴렸다.


“후회하게 될 텐데?”

“전혀...”

“진짜?”

“진짜로...”


칠성은 여자의 말대로 초조했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서였다.


칠성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손맛은 독산동 큐브주택의 소녀였다. 어제 손을 본 ‘사마귀’는 자신의 초조함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칠성의 초조함은 곧장 손떨림으로 표출되었다.


저녁8시30분,


이제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


“그럼 건배합시다. 우리의 스릴을 위하여...”


칠성이 잔을 들며 말했다.


“스릴을 위하여...”


여자도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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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69 1 12쪽
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8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0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2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3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3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3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6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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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88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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