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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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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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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52
추천수 :
361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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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2. 새로운 시작. 21

DUMMY

62. 새로운 시작. 21



하경은 기분이 좋았다.


오늘처럼 일찍 학교를 파하고 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더군다나 귀여운 동생 필승이도 있지 않은가?


필승은 멀찌감치 정원으로 달려오는 하경을 알아채고는 격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하경이가 없을 때 낚시터 할아버지가 지어준 새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많이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내 동생 필승이야. 귀엽지?“


하경은 필승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응, 근데 강아지 키워도 괜찮아? 어른들이 싫어하지 않아?”


수돌이도 혀를 날름거리는 필승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만히 보면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어른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은 귀를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필승은 단순한 강아지가 아냐. 내 동생이지.”

“헤헤,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너희 집 굉장히 크구나. 어디까지가 정원이야?”

“나도 몰라. 끝까지 가본적은 없어”

“왜?”

“주위를 둘러봐. 숲밖에 안보이지?”

“응”

“굳이 끝이 어딘지 관심도 없지만 만일 멧돼지라도 나타나면 우리 필승이가 다칠 수도 있거든...”

“아하...”

“그래도 궁금해?”

“응,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랬는데 깊은 숲속엔 그곳을 지키는 정령이 산데.”

“정령?”

“응, 가끔 그 정령은 아픈 사람을 고치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기도 한데.”

“바보야... 그 말을 믿어?”

“난 믿어. 그 정령을 만나면 울 누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부탁할거야”


정원너머 능선 끝을 바라보는 수돌의 눈은 마치 신비한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문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물론 하경의 입장에서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늘어놓은 허황된 헛소리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해 버릴 순 없었다.


수돌의 누나가 아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나를 낫게 할 수만 있다면 뭐라도 믿고 싶지 않을까?


“좋아, 우리 셋이 저 능선 너머로 가보자.”

“정말?”

“그냥은 안 돼고...”


하경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기다란 나뭇가지 두 개를 주우며 말을 이었다.


“최소한 무기는 있어야겠지?”



비탈길을 오를 때 조금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우려했던 멧돼지도 만나지 않았고...


하지만 능선을 넘었을 때 끝없이 산봉우리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이 보였다.


바로 아래에는 잘 조성된 관목과 울긋불긋한 꽃들, 그리고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작고 예쁜집, 걷다보면 누군가 오즈의 마법사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만 같은 아기자기하고 구불구불한 길이 펼쳐졌다.


“우와....”


수돌이가 감탄을 자아냈다.


“정말 의외인걸?”


하경은 새로운 놀이터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싶었다.


“내려가 보자.”

“괜찮을까?”

“정령을 만나고 싶댔지? 따라와”


산 아래로 내려가 꽃길을 걸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무언가 음침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꽃들은 비명을 지르는 것 같고 관목은 사람의 형체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어서 빨리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길을 돌아 나와 나가려는데 컨테이너박스 같은 것이 보였다. 아마도 사무실 용도로 쓰는 것 같았다. 간판에는 커다랗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체 수목원]



바로그때,


컨테이너박스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턱수염을 한 할아버지였다. 하경과 수돌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조성된 화단속으로 들어가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양철통에 장작을 담아 곧바로 다시 컨테이너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왜 숨었지?”


수돌이가 물었다.


“몰라, 가만히 있어봐”

“그냥 길을 잃었다고 말하면 야단치지 않을 거야”

“너도 느꼈지? 이상한 기분이 든 거?”

“응, 난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어”

“나도 그래. 그러니까 들키지 않게 나가야지.”


아까부터 하경은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동생 필승이가 보이지 않았다.

하경은 화단에 엎드린 채 강아지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필승은 보이지 않았다.


“필승아 ~”


하경은 나지막히 소리쳤다.


“필승아 ~ 어딨어?”


이때, 풀숲에서 필승이가 낑낑대며 나타났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도대체 어딜 갔다 온 거야? 걱정했잖아.”


그런데 필승은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 먹이도 아닌 무언가를...


“이리 내”


하경이 필승의 턱 아래에서 손을 펴자 물고 있는 그것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으악”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하경과 수돌은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틀어막았다.


“빠, 빨리 여기서 나가자.”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둘은 정신없이 달렸다. 꼭 턱수염 할아버지가 잡으러 뒤쫓아 오는 것 같았다. 갈 때는 한시간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올 때는 몇 분도 안 걸린 것 같았다.


하경은 뛰면서도 다시 뒤돌아갈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놀라서 떨어뜨렸던 그 손가락을 가져왔어야했다. 증거도 없이 누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 인가? 그렇지만 추호도 다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


온몸의 솜털이 돋는 경험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지내면 안 될까?


하지만 하경은 비밀을 간직할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성격상 말하지 않고선 배기지 못 할 테니까...









“이거 왜이래?”


최팀장은 모니터를 툭툭 치며 말했다.


“파일이 손상된 거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젠장... 확인되는 것 만 캡쳐 해 보게”


허서장은 책상을 치며 아쉬워했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는 군데군데 화면이 구겨져 나와 고급빌라촌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여체수목원을 방문한 사실은 명확하게 찍혀 있어서 위안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칠성이 여자를 납치해서 저 트럭을 몰고 두 군데를 거쳤다 이 말이지?”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김칠성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만 실종된 여자의 방을 조사한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됩니다.”


병연은 손그림으로 그린 차트를 집어가며 설명했다.


“우선, 현관문 비밀번호는 거주자 두 사람만이 알고 있으며 외부침입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면식범이거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진술에 의하면 룸메이트가 퇴근시각 현관문 앞에서 인상착의가 김칠성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김칠성이라고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팀장님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저층의 수동휠체어가 누군가에 의해 2층까지 옮겨진 점, 여체수목원이 김칠성의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곳 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뭐? 여체수목원이 김칠성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네”

“음... ”


허서장은 턱을 매만졌다.


“왜 그러시오?”


이때 문반장이 물었다.


“여체수목원은 수년전에 조반장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땐,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김칠성의 아버지라니... 놀랍습니다.”

“놀랄 것도 없소”

“네?”

“전에도 김칠성의 아비를 언급한 사실이 있을 거요. 잔인한 피는 되물림 되기 마련이오.

내 생각에는 그놈의 아비도 정상적인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소.“

“그럴까요?”


허서장은 수목원노인을 기억한다. 텁수룩한 수염을 하고 세상과는 담을 쌓은 듯이 사는 자연인이었다. 왜 그땐 면밀히 조사하지 않았을까?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며 깨달을 때까지 되풀이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수목원엔 왜 들렸다고 생각하나?”


허서장은 시선을 병연에게로 돌렸다.


“1차로 빌라촌을 들렸고 다시 2차로 수목원으로 갔으니... 시체를 처리하려고 간 것이 아닐까요?”

“놈이 전에 하던 방식이 있잖나?”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전시하던 걸 말씀 하시는 겁니까?”

“그렇네.”

“운구버스에서 발견된 시체를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생겼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굳이 노숙자를 시켜 이미 시체가 입관된 관에 처리한 시체를 넣은 것은 완전범죄를 노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화장터에 가면 재로 변할 테니까요. 따라서 이제는 노출이 부담스러운 겁니다.“

“음... 과시에서 이제는 은폐라... 그렇다면 혹시 표적이 달라질 수도 있겠군요? 반장님?”


문반장은 말없이 녹취된 녹음기를 틀었다.


거기에서 무모중과 통화중 언급되었던 ‘놈들’을 허서장에게 상기시켰다.


“달라진 표적을 곧 보게 될 거요.... 죽은 채로 말이오.”

“이번엔 그렇게 제 멋대로 날뛰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조형사! 무모중검사는 어떻게 됐나?”


병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입니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저 여체수목원부터 조사해봐야겠군? 놈이 1차로 들렸던 빌라촌은 어떻게 한담?”

“그건 내가 조사해 볼 테니 걱정 마시오.”


문반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반장님 혼자서 말입니까?”

“관내 CCTV는 모조리 살펴봐야하니까 시간을 좀 걸릴 테지만 문제없소. 조형사! 트럭번호는 알고 있지?”

“네, 혼자서 괜찮겠습니까? 제가 옆에 있는 것이....”


병연은 환갑을 앞둔 문반장이 무리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허서장의 입장에서도 대선배인 문반장이 혼자 행동하는 것에 걱정스런 눈치였다.


“아닐세, 저번에 섬에서도 내가 방해만 되지 않았나?”

“무슨 그런 말씀을?....”

“실은 다리가 아파서 그러네. 컴퓨터만 이리저리 돌려보면 되니 걱정 말게.”


하긴 왕거미의 칼에 찍힌 대퇴부가 멀쩡하진 않으니 그럴 만 도 했다. 거의 표시가 나지 않지만 절뚝대며 직원들을 따라다니는 것 보단 그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여체수목원을 조사한다. 물론 수색영장없이...”


이로써 허서장은 회의를 마무리했다. 칠성의 아파트 맞은편에 임시로 마련한 거처에서 지낸지도 며칠이 지났다. 놈은 움직임이 없었고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창가에는 박형사와 김형사가 여전히 건너편 김칠성의 아파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불 켜진 놈의 아파트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건질만한 게 있었나?”


허서장이 다가와 물었다.


“웨메 ~ 맨날 똑 같단께요. 들어오면 씻고, 커피마시고, 책보고...”

“전화 온 것은 없었나?”

“왕따 아닌가 몰것네? 거시기... 며칠동안 전화한통 안 올수 있단께요? 나...참...”


박형사는 툴툴거리며 카메라와 허서장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남자가 인내심이라곤 붕어새끼 조둥아리보다도 못하니... 쯧....”


듣고 있던 김형사가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왐마, 그동안 눈깔빠지게 지켜본거 알면서 그러면 섭하제?”

“으이구 ~ 그게 일주일이됐냐? 한달이됐냐?”

“환장하겠구먼? 하두 앉아 있어서 똥구멍에 종기난거 보여줘야 속이 시원하겠는감?”

“어머, 숙녀 앞에서 더럽게 그런 말을....”


허서장은 박형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힘든 것 알겠네. 하지만 조금만 더 고생해주게.”


이렇게 말하면서 허서장은 팔짱을 낀 채 김칠성의 아파트를 바라다보았다.

은밀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놈이 눈치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건너편 김칠성의 안식처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다만 그의 불안한 영혼은 살인으로 향한 중독의 시간으로 점차 다가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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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72 1 12쪽
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70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3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5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7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7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6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73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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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새로운 시작. 21 +2 22.07.06 12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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