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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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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26,017
추천수 :
353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28 18:00
조회
68
추천
1
글자
11쪽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DUMMY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

“뭘요. 다 대표님 덕분이지요. 범인을 잡은 덕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생치안 온도계’가 드디어 영상으로 회복하지 않았습니까? 허허”

“그래서 말인데요... 혁혁하게 공을 세운 오청장의 공천 건은.... 진행해도 무리가 없겠지요?”

“당연하지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대표님 소관 아닙니까?”

“맞습니다만.... 그래도 우리사람이 될 인물이니 허락을 하셔야....”

“하하하, 저야 대표님이 괜찮다면 무조건 오케이지요.”

“하하하,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소. 대표님이 오청장에게 직접 소식을 전달해 주시구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당대표는 먹기 전 뜨거운 고구마를 앞에 둔 것처럼 손바닥을 비벼댔다.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오청장이 일을 잘 마무리해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 인면수심의 흉악범에게 개인적인 원한도 있지 않았는가?





뿌연 먼지를 날리며 버스한대가 외진 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도 없는 흙길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병연뿐이었다.


병연은 청바지 주머니에 한손을 찔러 넣고 힘없이 오르막을 터벅터벅 걸어서 오르고 있었다.

다른 한손에는 작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왠지 처량하게 보였다.


그것은 단지 소박한 방문이어서가 아니었다. 병연의 표정마저도 음울하고 마치 지각생이 해명해야 할 변명을 떠올리지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었다.


무거운 발걸음이 당도한곳은 예전에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이었다.

병연은 3층으로 올라가 남동향의 햇살과 바람이 잘 드는 장소에 모셔둔 유골함 앞에 섰다.


사진 속 아버지의 얼굴은 바보처럼 늘상 웃고 있었다.


“거기서 나 없이도 좋아? 난... 항상 아빠가 그리운데....”


병연은 가져왔던 꽃다발을 유골함 옆에 놓고는 큰절을 두 번 올렸다.


“아빠가 좋아하던 물망초야.... 생각나? 엄마가 좋아하던 꽃이라서 아빠도 좋아하게 된 거라고 말해줬잖아...”


병연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진열장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휴... 미안해... 놈을 또 놓치고 말았어. 하지만 놈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다음엔 반드시 놈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말겠어.”


이때 대리석바닥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던 병연의 시선에 익숙한 하이힐이 멈춰 섰다.


“거기 앉아서 뭐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든 병연은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알고 왔어?”

“서장님 병문안을 갔는데 네가 여기 있을 거라고 알려줬어.”

“아... 그랬구나. 참! 여기 처음 와보지? 인사해. 우리 아빠야.”


병연은 자리를 털고 있어나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하나라고 합니다.”


하나는 큰절을 두 번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 병연이는 걱정 마세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요...”


그러자 병연은 풀죽은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명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쁘지? 그치? 아빠 며느리 될 사람이야. 헤헤헤.”

“부끄럽게 왜 그래....”

“뭐가 부끄럽다는 거야... 헤헤헤.”

“참! 서장님께 들었어.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병연은 하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말이라면 전적으로 믿고 따를 테니까...


“실은... 허위보고를 했어...”

“뭐?”

“내가 쫓는 놈은 어디선가 멀쩡히 활보하고 있을 거야.”

“도대체 왜 그랬어?”

“서장님도 그렇지만... 직원들이 다쳤어. 내 맘 같아선 지구 끝까지 쫓고 싶지만 회복이 우선이야.”

“뭐야? 그럼 너도?...”

“걱정 마... 난 별거 아냐. 그러니까... 서장님에겐 비밀로 해줘. 다른 직원들에겐 이미 양해를 구했어.”

“알겠어. 너만 괜찮다면 그렇게 할게. 넌 내가 말려도 멈추지 않겠지?”

“미안해... 날 믿고 조금만 기다려줘.”

“난 언제나 널 믿어. 다치지만 마. 제발...”





늙수구레한 눈꺼풀이 껌벅대며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남자가 의과대학 교정을 서성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갈등을 하는 눈치였다.

학교경비원 생각에 학생이라고 보기에는 연신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갓 상경한 시골촌놈처럼 어리숙해 보이고,


아니라고 하기엔 허름한 차림새가 영락없이 꼬릿한 냄새가 나는 자취생 같아 보였다.


교찬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눌 길 없어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가 버릴까?’


‘만일 그녀가 정색을 하거나 냉기가 돈다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지금 그녀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거절당하더라도 할 말은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교찬은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곧 그녀가 나올 시간.

왜 이렇게 가슴은 뛰는지, 다리는 왜 이렇게 후들거리는지, 왜 이렇게 쪽팔리는지...


드디어 멀리서 그녀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찬은 용기를 갖고 자신감 있게 발걸음을 뗐다. 그녀를 만나기 30미터 전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안. 혜. 지”


어떤 남자였다. 깔끔한 외모에 지적으로 빛나는 눈빛.

교찬은 순간적으로 근처의 히포크라테스 동상 뒤로 몸을 숨겼다.

그 순간 교찬은 자신이 얼마나 작게 느껴지는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역시 그녀는 자신에게 과분한 여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어울릴법한 남자가 나타나니 마치 자신은 외부인처럼 느껴졌다.


교찬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오기가 생겼다.

그냥 이대로 아무 말 없이 가버리기엔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 녀석이 뭐? 원래는 내 여자였어. 맞아? 아니야?’


교찬은 동상 뒤로 숨겼던 몸을 태연하게 다시 드러냈다. 그리곤 녀석과 혜지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 걸어오는 길을 막고 나섰다.


“오랜...만이네?”

“엉? 네가 여길 어떻게?...”


혜지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하긴 자기의 감정을 거부했던 과거의 남자가 아닌가?


“널 만나러 왔어. 시간 있어?”

“날?....지금?...”

“응.... 지금....”


교찬은 멀뚱히 옆에 서있는 녀석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녀석이 떨떠름하게 입을 뗐다.


“누구?....”

“아... 그러니까...”


혜지는 뭐라고 해야 할 지 난감해 뜸을 들이고 있었다. 단순히 전 직장 동료라고 소개를 할지, 아니면 좋아했던 남자였다고 해야 할 지 말이다.

게다가 이전과는 다르게 눈빛이 살아 있었다. 뭐랄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눈빛? 또 지금 자신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대신에 ‘너’라고 부르고 있지 않는가?


이때 교찬은 재빨리 녀석에게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전 안혜지 남자친구입니다.”

“서...교찬....”


혜지는 너무나도 당당한 교찬의 모습에 인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나이스 샷 ~ 대표님 ~ 호홍홍”


오청장은 골프채를 옆구리에 끼고 연신 박수를 쳐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당대표로부터 공천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나중에 골프밀회를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콧소리를 섞어가며 아양을 떠는 모습이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듯했다.


사건도 해결했고, 공천도 확정되었으니 이제 자신의 앞길에 거칠 것이 없지 않는가?

이때 또 다른 전화가 왔다. 아마도 소식을 들은 누군가가 축하를 하려는 게 분명했다.

오청장은 근엄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용?”

“혹시... 홍하경학생 보호자 되시나요? 다른 보호자 전화는 통 받지 않아서 이리로 했습니다.”


낯선 여자 목소리였다.

보통은 하경이 보호자 연락처로 딸인 오하나로 해 두었는데 이번에는 일이 바빠서인지 받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전 이번에 새로 담임을 맡게 된 ‘소재희’라고 합니다.”

“아이고~ 선생님. 하경이 할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미리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그런데 무슨?...”


오청장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하경이와 관련해서 학교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이라면 십중팔구 골치 아픈 일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하경이가 공진먹이라는 아이의 머리를 다치게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하필이면 오늘같이 좋은날 이런 전화가 올 줄이야...


“그래요? 그 아이는 어떻습니까? 많이 다쳤습니까?”

“네... 웬만하면 연락을 안 드리려했는데... 병원에 실려 갔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학교로 오셔야...”

“아이고 ~ 죄송합니다. 아이를 맡겨놓고 이렇게 매번 사고를 치니...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오청장은 이동하면서 선생님에게 들은 내용을 곱씹어 보았다.


내용인즉슨,

하경이가 여자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을 때 진먹이라는 아이가 휴지에 불을 붙여 밑 칸으로 던져 넣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화가 난 하경이가 달려들어 볼펜으로 진먹의 머리를 마구 찍어 피를 많이 흘렸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말이었다.


‘젠장...’


하경이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성질이 사나울까? 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말썽만 피울까?


물론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녀석은 아니지만 그 나이 때에는 순수해야하지 않나?


학교에 도착한 오청장은 급히 담임을 찾았다.

교무실에서 처음 하경이의 담임과 대면한 오청장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심지어 웃는 모습까지...

자신을 ‘소재희’라고 소개한 담임이 자리를 안내하며 상황을 설명하지만 전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냥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꿈결 같은 이 순간이 마치 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았다.


“제 말... 듣고 계시나요?”

“네? 아.... 네.....”

“이제부터라도 하경이에게 관심을 더 가져 주셔야...”

“아...네... 그럼요. 아무렴요. 근데 여보... 아니, 선생님.”

“네?”

“나이가?...”

“저요? 나이는 왜?...”

“그럼 나이는 됐고 차나 한 잔?...”

“네에?”



두 달 후.


사건이 접수됐다. 망자는 40대 후반의 성형외과 의사이고 견갑골에 갈고리가 걸린 채 발견됐으며 배가 갈라지고 내장이 전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있는 상태로 발견, 우측 발목의 아킬레스 건이 절단됐고 심한 폭행흔적이 다수 관찰됨.


발견 장소는 망자의 집.

병연은 갈고리에 걸렸다는 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필시 놈이 자신에게 보낸 사인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이 이렇게 건재하다고 과시라도 하듯이 말이다.


“외부 침입흔적은?”


허서장이 턱을 매만지면서 물었다.


“없습니다. 아마도 면식범의 소행 같습니다. 스스로 현관문을 열어줬거나 아님, 같이 들어왔거나...”


최팀장이 현관문과 창문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음... 흉기는?”

“시신 바로 밑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요?”


최팀장이 라텍스 글로브를 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흉기를 조심스럽게 들며 말했다.

흉기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고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선명하게 지문이 찍혀 있었다.


“엉? 이것은 메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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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미친놈 위에 미친놈. 2 +1 22.07.30 70 2 12쪽
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69 1 12쪽
»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9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0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2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3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3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3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68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68 1 12쪽
76 76. 새로운 시작. 35 +1 22.07.20 70 0 12쪽
75 75. 새로운 시작. 34 +2 22.07.19 82 2 11쪽
74 74. 새로운 시작. 33 22.07.18 78 1 12쪽
73 73. 새로운 시작. 32 +2 22.07.17 83 3 12쪽
72 72. 새로운 시작. 31 22.07.16 108 1 13쪽
71 71. 새로운 시작. 30 22.07.15 82 1 12쪽
70 70. 새로운 시작. 29 22.07.14 83 1 12쪽
69 69. 새로운 시작. 28 +2 22.07.13 92 2 12쪽
68 68. 새로운 시작. 27 22.07.12 88 1 14쪽
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88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98 2 12쪽
65 65. 새로운 시작. 24 22.07.09 95 1 12쪽
64 64. 새로운 시작. 23 +2 22.07.08 95 2 11쪽
63 63. 새로운 시작. 22 22.07.07 124 1 13쪽
62 62. 새로운 시작. 21 +2 22.07.06 117 2 12쪽
61 61. 새로운 시작. 20 22.07.05 125 1 13쪽
60 60. 새로운 시작. 19 22.07.04 115 1 12쪽
59 59. 새로운 시작. 18 +3 22.07.03 12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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