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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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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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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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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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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3. 새로운 시작. 32

DUMMY

73. 새로운 시작. 32




현장에는 치안센터 2개조, 감식반의 직원들이 시신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허서장은 당장 서울로 올라가야만했다.


그렇지만 칠성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지금으로썬 직원 모두를 데리고 올라갈 순 없었다.


“안양에는 박형사가 남아서 놈을 기다리고 오산에는 최팀장이 남는다.”


허서장은 조형사만을 데리고 다급하게 서울로 내달렸다.


“놈의 짓일까요?”


운전대를 잡은 병연이 물었다.


“휴... 모르지...”

“이번에도 놈의 취향대로 젊은 여자입니까?”

“아니야, 중년여자라고 보고받았네.”

“네? 그건 놈의 취향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놈의 짓이 아니란 말입니까?”

“알 수 없지. 놈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전혀 모르겠어....”


차가 서울톨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봄비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후두둑 내리는 비에 병연은 군복무시절 억수같이 비가내리는 날에 면회를 온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았으면서도 웃고 있었다.


“우산도 안 쓰고 오면 어떻게 해?”


병연은 옷이 다 젖었는데도 바보같이 웃고만 있는 아버지에게 화가 났다.


“임마, 오늘 비가 오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에이씨... 날씨도 안 봐?”


군복을 입고 빡빡 깎은 머리를 보고 있으면 그게 대견스러웠는지 아버지는 아들의 핀잔에도 흐뭇해했다.


“하하하, 알았다. 면회실이 어디냐?”


아버지가 면회실에서 펼쳐 놓은 것은 통닭과 족발, 보쌈 등 먹을거리였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아버지가 직접 만든 못생긴 김밥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도 이 모양이다. 하하하”


아버지의 김밥은 모양이 동그란 것인지 네모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게져 있었고 크기도 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버지가 만든 김밥이니까...


“맛만 좋구만 뭘...”


병연은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말했다.


“그래, 군 생활은 할 만 하냐?”

“그렇지 뭐... 제대하면 뭘 할지가 더 걱정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를 열심히 해둘걸 그랬어. 고졸이라서 그런지 마땅한 게 없네.”

“천천히 생각해. 아직 몇 달 남았잖아?”

“히히, 아빠처럼 경찰할까?”

“그건 안 돼”


아버지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했다.


“왜 정색을 하고 그래?”

“아무튼 안 된다면 안 돼. 네가 뭘 하든 아빠는 상관없다. 허나 경찰만은 절대 안돼. 알겠어?”

“아, 알았어...”


경찰일이 많이 힘들어서 그런가?

기분 좋게 웃다가도 경찰이야기에 별안간 정색을 한 이유가 뭘까?


면회실 안에는 부모님이 오셨거나 어머님이 면회를 오셨다.

병연처럼 아버지만 오신 경우는 없었다.


“근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뭔데?”

“왜 엄마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해 줘?”

“하하, 그랬냐?”

“어릴 때부터 물어도 성질만 내고 말 안 해 줬잖아.”

“하하하, 미안하구나. 그래, 이제 알 때도 됐지.... 네 엄마는 아빠 때문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옛 생각에 벌써부터 눈시울을 적셨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아픈 기억,


아버지는 은행 앞에서 잠복을 하고 있었다. 현금을 찾아 나오는 시민들의 가방을 가로채 쏜살같이 달아나는, 일명 ‘촉수’를 잡기 위해서였다.


임신한 엄마와 잠시 통화중이던 그때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나타나고 중년여자의 핸드백을 순식간에 낚아채 달아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급히 차를 몰아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뒤쫓았다.


경찰 사이렌 소리에 놀란 ‘촉수’는 더욱 속도를 내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했다.


바로그때 하필이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만삭의 엄마를 치고 달아났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아버지는 급히 쓰러진 엄마를 차에 태우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선택을 종용했다.


산모를 선택할 것인지 뱃속의 아이를 선택할 것인지...



“자책 하지 마. 아빠잘못이 아니잖아. 엄마도 이해할거야.”

“모르겠다. 난 여전히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구나. 경찰을 그만두고 분식집이나 하면서 오순도순 살자던 네 엄마의 부탁을 거절했단다. 그때 잠복만 하지 않았더라도 네 엄마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어.”


아버지는 흐르는 눈물을 주채하지 못했다. 비에 젖은 옷 위로 하염없이 아버지의 눈물이 떨어졌다.



“북, 북”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 윈도우 브러쉬가 바삐 창을 긁었다.


“무모중검사에게 연락온건 없지?”


허서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오산으로 가기 전에 전화를 넣었습니다만 김칠성이 두 사람을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전화는 없었답니다.”

“이상하군... 희생자는 중년의 여자라고 했는데 놈의 표적과는 거리가 멀고... 놈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또 저번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나타날 겁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어째 거나 우리 감시망 안에 있어야 일이 될 테니 말이야.”


어느새 차는 독산동 골목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저편에 우의를 입은 경찰관들이 서성이고 우산을 받쳐 든 감식반이 시신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차가 폴리스라인 앞에 정차하자마자 허서장이 몸을 일으켰다.


“오셨습니까?”


관내 지구대 대장이 앞으로 나와 허서장을 맞이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신고자에 의하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동행자는 보질 못했답니다.”

“목격자는?”

“없습니다.”

“음....”


허서장은 턱을 매만졌다.


우산을 받쳐 든 지구대 대장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때 허서장의 시선에 지구대 대장의 어깨너머로 비를 맞으며 시신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병연이 들어왔다.


허서장은 지구대장을 밀치고 병연에게로 다가갔다.


“그놈인가?....”


시신은 엎드린 채로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몸통 아래로 잉크처럼 번진 붉은 피가 빗물에 튀고 있었다.


“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여길 보십시오...”


병연은 엎드린 여자의 길게 뻗은 팔을 가리켰다.


“팔이 왜?”

“여자의 손이 여기 그어진 선에 닿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선?”


그러고 보니 땅에 금이 그어져 있었고 여자는 엉금엉금 기어서 그 선에 손이 닿으려 안간힘을 쓴 것처럼 보였다.


“이것이 놈과 무슨 관련이 있지?”

“놈은 여자와 게임을 한 것 같습니다. 놈의 사이코적 성향을 볼 때 가장 부합된 살해방식입니다.”

“음... 하긴 일반적인 살해방식과는 거리가 멀 군. 감식반, 직접적인 사인은 무엇인가?”


허서장은 시신을 살펴보고 있는 감식반에게 물었다.


“우측 옆구리에 자상, 그리고 목 부위의 절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입니다.”

“추정되는 흉기는?”

“좁고 깊게 단번에 경동맥을 끊어낸 것으로 보아 의료용 메스로 보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허서장은 병연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렇군... 의심의 여지없이 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시려고?”

“어쩌긴... 여자를 중심으로 탐문을 해봐야지. 그러다가 놈의 꼬리라도 걸려들면 더욱 좋고...”

“우리는 놈의 행방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습니까?”

“맞다. 놈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놈을 찾아 헤맬 수도 없고 지방에 있는 직원들을 철수 시킬 수도 없다. 게다가 아픈 김형사를 불러다가 이 건을 맡길 수도 없다.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탐문수사를 하기 전에 들릴 곳이 있습니다.”

“놈의 아파트 말인가?”

“네... 만약 놈이 있다면 수사력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거긴 내가가서 확인하겠네. 자넨 여자의 주변을 조사해보게.”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허서장은 지구대 대장을 불렀다. 그는 노쇠하고 비쩍 마른 탓인지 우산을 받쳐 든 손을 와들와들 떨었다.


“네, 부르셨습니까?”

“신원확인은 됐습니까?”

“마침 지갑에 신분증이 있더군요. 관내 초등학교 교사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요? 어디 초등학교입니까?”

“무지개 초등학교입니다.”


지구대 대장의 말에 병연은 귀를 의심했다.


“네에?”

“왜 그러나?”


허서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거긴 하경이가 다니는 학교가 아닙니까?”

“뭐라고?”


봄비치곤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늙수구레한 지구대 대장의 얼굴에서 긴 콧잔등위로 빗물이 물줄기처럼 흘렀다.


병연은 흠뻑 젖어버린 엎드린 시신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목 부위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붉은 피가 무심한 빗방울에 흩어지고 있었다.


좁고 깊은 상처를 내는 메스.


놈이 주로 쓰는 흉기.


병연은 허리춤에 항상 차고 다니는 일체형 단검을 꺼내 보았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숨지게 한 이 단검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병연이 쫓아야 할 범인이 따로 있단 말인가?









폐가에 은신한 칠성은 점점 옅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이곳을 더 이상 머물기는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떠나기 전 처리할 두 사람과 그냥 두기엔 너무나 아쉬운 여자.


칠성은 주변의 폐자재를 모아 겹겹이 쌓은 뒤 그것을 밟고 올라가 천장과 반자 사이에 두었던 헝겊뭉치를 꺼냈다.

헝겊을 펼치자 손잡이와 일체형인 세 개의 단검이 나왔다.

3년 전 여기서 조반장을 제거할 때 썼던 단검이었는데 이걸 다시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칠성은 물기를 털어내듯 손을 털어내더니 단검하나를 들었다.

그리고는 썩은 나무창틀을 향해 던졌다.


“쓕 ~”

“팍!”


단검이 창틀에 깊이 박히더니 파르르 꼬리를 흔들었다.


‘아직 녹슬지 않았군?’


곧이어 칠성은 휴대폰을 들었다.


“오! 친구! 어쩐 일이야? 전화를 다 주고...”


저편에서 가식적인 무모중의 음성이 들렸다.


“지금 나머지 두 놈을 처리하려고 해.”

“잘됐군. 지금 어디야?”

“아직 출발 전이야. 그럼 이제 서로 빚은 없는 거지?”

“당연하지.”

“일이 끝나고 여길 떠날 생각이야.”

“이거 섭섭한데?”

“그전에 네가 해줄 일이 있어.”

“뭔데?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뭐든 좋아.”

“독산동에 사는 한 여자를 유인해 와줘야겠어.”

“독산동?”




서민아파트에 도착한 허서장은 여전히 불 꺼진 칠성의 아파트를 한동안 지켜보았다.


또 한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상대방이 실수하기만을 바라는 기회만 엿보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었다.


일찌감치 비는 그쳤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놈이 이대로 종적을 감춰버리면 어떻게 되지?’ 하는 문득 스치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때 국과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장님? 여긴 국과수입니다.”

“어... 그래. 무슨 일인가?”

“일전에 의뢰한 수목원 흙... 직접 전화 달라고 하셨다기에...”

“맞아. 직원들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결과는?”

“네, 분석한 결과 다량의 혈흔, 살점, 뼈조각이 나왔습니다.”

“정말인가?”


허서장은 흥분했다.


“네, DNA를 분석해봤는데 실종된 여자의 DNA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수고했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실종된 여자의 DNA외에도 다른 여러 사람의 DNA도 함께 검출됐습니다. 마치 여러 사람의 피를 믹서기에 넣고 섞은 것처럼 말입니다.”

“뭐야?”


수목원 노인은 따지고 보면 놈에게 악마의 피를 물려준 장본인이 아닌가?


어쩌면 노인은 김칠성보다 더 지독한 악마일지도 모른다.


허서장은 권총을 꺼내 탄창 속 탄환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철컥’ 소리 나게 탄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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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69 1 12쪽
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8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0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2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3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3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3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68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68 1 12쪽
76 76. 새로운 시작. 35 +1 22.07.20 70 0 12쪽
75 75. 새로운 시작. 34 +2 22.07.19 8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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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 새로운 시작. 32 +2 22.07.17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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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88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98 2 12쪽
65 65. 새로운 시작. 24 22.07.09 9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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