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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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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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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8
추천수 :
353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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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4. 새로운 시작. 23

DUMMY

64. 새로운 시작. 23




“어머, 저기 있군요.”


하나는 벌떡 일어나 분홍빛 화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데모르 군락지 속에서 하경이가 말한 손가락이 있는지 빠르게 살폈다.


이때 노인은 컨테이너박스 옆에 세워두었던 도끼를 집어 들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땅에 도끼머리를 질질 끌면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하나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한 하나는 손가락을 찾는데 정신이 팔려서 자신의 몸이 화단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마침내 흙속에서 반쯤 솟아오른 새끼손가락을 발견한 하나는 얼른 그것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이와 동시에,


바로 뒤까지 걸어온 노인은 도끼를 머리위로 쳐들었다. 서슬퍼런 날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도록 번득였다.


노인의 그림자는 해시계의 바늘처럼 움직이더니 하나가 웅크리고 있는 방향으로 길게 늘어졌다.


그때 노인은 엄청난 아귀의 힘이 느껴질 정도로 도끼의 손잡이를 고쳐 잡고 상대방을 조준했다. 금방이라도 내리칠 기세였다.


“빵, 빵”


바로 그 순간,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입구 쪽으로 들어오면서 경적을 울려댔다.

노인은 깜짝 놀라며 머리위로 치켜 올렸던 도끼를 재빨리 내리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차는 먼지를 날리며 빠르게 다가오더니 정문을 지나 노인이 서있는 화단에 급정거했다.


그때 땅에서는 흙먼지가 일어 시야를 가렸고 차 뒤에는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이윽고 경광등을 단 이 차에서 여러명이 동시에 내리더니 노인에게로 걸어왔다.

노인의 시각에서는 이들이 걸어서 사막을 건너오고 있는 카우보이처럼 보였다.


“김육성씨 되시죠?”


병연이 바람에 날리는 먼지 속에서 차츰 모습을 드러낸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두터운 노인의 입술은 메마른 땅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김육성씨 맞습니까?”


병연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다가 덥수룩한 수염을 한 찡그린 얼굴과 화단 속에서 쪼그리고 있던 하나의 놀란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시선이 바뀌었다.


“어? 여긴 어쩐 일이야?”

“어머머, 여기서 보네?”


하나가 화단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그러게, 우린 사건 때문에... 넌?”

“응, 이따가 설명해줄게. 어머, 서장님 잘 지냈셨어요?”


허서장은 반갑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최팀장님, 박형사님, 김형사님도 잘 지냈셨어요?”


하나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직원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당신들 뭐요? 경찰이오?”


노인의 찡그린 얼굴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김칠성씨 아시죠?”


병연은 노인의 눈이 자신을 향하도록 다가서며 물었다.


“아들놈이오. 그놈이 무슨 사고라도 쳤소?”

“며칠 전 새벽에 트럭을 몰고 여길 방문했었죠?”

“그렇소. 그게 어떻다는 거요?”

“무슨 이상한점이 없었습니까?”

“뭐가 말이오?”


노인은 시종일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병연은 노인을 건드려보고 싶었다.


어차피 곧이곧대로 말할 노인이 아니지 않는가? 김칠성의 잔인한 피가 대물림 되었다면 원흉은 저 노인 일 테니까...


“트럭에 시체를 싣고서 여길 왔잖아요. 왜 모른 척 하시죠?”


육종은 자신을 떠 보고 있는 병연이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자신이 그 정도도 눈치 못 채리라 생각한 햇병아리가 가소로웠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시체라니? 우리 아들이 살인자라도 된단 말이오?”

“시치미 떼지 마세요. 다 알고 왔으니까...”

“맘대로 생각하시오. 난 아무것도 본 것이 없으니까.”

“그럼 그 새벽에 무슨 일로 왔답니까?”

“밤이든, 새벽이든 자식이 애비를 찾아오는 것이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된답니까?”


노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병연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울창한 숲과 나무, 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비릿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와 코끝을 자극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범죄의 냄새인 것만은 확실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을 조사해 봐도 되겠지요?”

“왜? 이곳에 시체라도 있을까봐?”

“또 모르지요. 그것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이 있을지...”

“뭐야? 말이면 단줄 알아? 앙?”


그때 허서장이 나섰다.


“노인장. 흥분하지 마십시오. 그냥 절차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절차 좋아하시네. 수색영장 가져왔소?”

“그건....”

“공무원이라는 양반이 수색영장도 없이 남의 집을 뒤지겠다는 거요?”

“나중에라도 가져 올 테니 협조 부탁합니다.”

“필요 없소. 수색영장 없이 함부로 뒤졌다간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요.”


노인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켕기는 거라도 있는가보죠?”


병연이 다시 끼어들었다.


“내가 뭘?”

“깨끗하다면 못하게 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내 맘이야. 당장 꺼져.”

“정 협조 안 해 주시면 강제라도 수색하겠습니다.”

“뭐야?”


병연이 노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하나는 허서장에게 뭘 보여줄게 있다고 귓속말로 전했다.


“그게 뭔가?“


허서장도 하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본청 사무실로 가서 보여드릴게요. 여기선 곤란해요.“

“알았다.“


이때 노인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말은 병연과 하면서도 눈은 두 사람의 수근 거리는 모습에 가 있었다.


“자, 그만하고 철수하지.“


허서장이 뒤에서 소리쳤다.


“철수라뇨? 수색도 하기 전에요?“


병연이 뒤돌아서며 말했다.


“노인장 말대로 수색영장 없이 여길 뒤지는 건 불법이야. 오늘은 이만 철수해”


허서장은 병연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그때서야 병연은 허서장에게 무슨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노인도 이들이 주고받는 사인에 수상쩍은 기운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가서 수색영장을 가져와야겠군요...“


병연은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노인에게 돌아섰다.


“조만간 다시 올 겁니다. 아시겠어요?“

“뭐... 그러시든지...“


노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형사들이 요란하게 먼지를 날리며 떠나는 모습을 보던 노인은 쓴 웃음을 지었다.


‘글쎄? 네놈들이 뭐라도 찾을 수 있을까?‘


노인은 컨테이너박스에 들어가서는 먼지가 내려앉은 라디오를 틀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노인은 다이얼을 돌려 소리를 최대한 올렸다.


이윽고 더러운 소파와 냉장고를 밖으로 들어냈다. 그리고 바닥을 쓸고 물걸레질을 한 후 커텐을 뜯어서 태웠다. 이어서 꽃길주위의 화단에 새로운 흙을 덮고 화물차를 불러 소파와 냉장고, 분쇄기를 다른 장소로 옮겼다.


노인은 마치 봄맞이 대청소를 하듯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호스를 연결하여 이곳저곳에 물을 흠뻑 뿌려댔다.



“뭐? 손가락을 발견했다고?“


본청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은 마치 합창을 하듯 소리쳤다.


“이거에요. 새끼손가락 같은데...“


하나는 주머니에서 손가락을 꺼냈다.


“문반장님 말이 맞았군요? 잔인한 피가 대물림된다는... 설마 했는데...“


병연이 손가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속단하긴 일러. 이게 그 장소에 있었다고 살인자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순 없어.“

“그건 찾으면 됩니다.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서 본격적인 수색을 벌이면 틀림없이 또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신원파악부터 해야 돼. 수목원을 뒤지는 건 그 다음이야. 이걸로 신원을 파악할 수 있나?“


허서장이 하나에게 물었다.


“물론이에요. 안면인식 프로그램의 부가기능을 사용하면 돼요. 신체일부만으로도 완벽히 복원하여 3차원 영상으로 표출되죠.“

“그럼 서둘러주게.“

“네, 따라오세요.“


직원들은 하나를 따라 보안이 철통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하나는 손가락을 지문인식으로 열리는 유리상자안에 넣었다. 그러자 상자 안에서 발생된 레이저가 증폭되더니 3차원 스캔이 시작되었다.


곧이어 스캔이 완료된 영상이 대형스크린으로 옮겨지더니 블록을 쌓듯이 전체 이미지가 차츰 복원되기 시작했다.


“왐마, 시방 21세기가 맞는감?“


박형사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말하자,


“어머 세상에... 기술이 좋다고는 들었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김형사도 놀란 눈으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전체이미지가 생성되자 곧 누군지 밝혀졌다.


“엉? 저 여잔... 1111호?“


최팀장은 안쪽 주머니에서 실종된 여자의 사진을 꺼내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그동안 우리가 했던 추론이 맞는 것 같은데요?“


병연이 허서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김칠성이 여자를 납치해서 죽이고는 수목원에서 뒷처리를 했다?“

“네. 문제는 김칠성이 죽였다는 증거, 노인과 증거인멸을 도모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서교찬에게 usb찾으라고 했던건?“

“아직입니다.“

“음... 일단 문반장님이 김칠성이 첫번째로 들렸던 장소인 고급빌라촌을 찾고 있으니 맡겨두기로하고 우리는 수목원을 뒤져서 시체를 처리한 증거를 찾아보도록 하자고.“

“거시기.... 질문있는디요?“


이때 박형사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뭔가?“

“놈을 계속해서 감시해야 쓰것는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아니, 저녁부터 밤새도록 창가에 앉아서 카메라만 들여다보려니 눈도 아프고, 똥구멍도 아프고 혀서...“

“힘든 거 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주기 바란다.“


허서장은 조금 더 견뎌달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숙명과도 같은 올빼미의 삶,


지난 30여년 간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 들였지만 여전히 나아진 것은 없었다.


사명감이랍시고 물불 안가리던 시절을 자부심삼아 여태껏 버텨왔지만 자신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형제같은 친구를 잃은 슬픔 말고는 남은 것이 없지 않는가?


허서장은 3차원 영상으로 복원된 희생자를 보고 있는 병연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자신의 고뇌에 비할 순 없겠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지을 수 없는 멍울이 자리 잡았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소명은 단 하나,


놈을 법 앞에 세우고 친구의 향로에 불을 붙여 편히 잠들기를 소망 하는 것.




“그런데 무모중검사가 이번엔 순순히 협조할까요?“


최팀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허서장에게 물었다.


“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만약 계속해서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검찰청에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하겠어.“


허서장이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자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는 수색영장이 발부되도록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라고 병연이 말하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성공했어?“


허서장이 이렇게 물은 것은 무모중검사의 약점을 잡아 좋은 말로 구슬린 뒤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만들어 일의 진행이 쉽도록 하겠다는 병연의 말이 있어서였다.


“그건 조만간에 될 겁니다. 애들에게 얘기해뒀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

“그럼 무모중이 협조할거란 장담은?”


병연은 몇 걸음 걸어서 하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 다음 그녀의 엄지손가락을 쥐고 유리상자 지문인식기에 갖다 대었다.


‘지잉’ 하고 문이 열리자 그 안에 스캔을 위해 넣어 두었던 손가락을 꺼냈다.


병연은 그 새끼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명백한 객관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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