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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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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26,030
추천수 :
353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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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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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80. 새로운 시작. 39

DUMMY

80. 새로운 시작. 39





처음엔 흐릿하더니 점점 주위가 밝아졌다.

체크무늬 환자복에 가슴을 칭칭 감은 붕대.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허서장은 갈비뼈에 통증을 느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우욱....“


주위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와 막 수술을 끝낸 환자가 아파서 못 견디겠으니 차라리 죽여 달라고 발악을 하며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이봐요. 간호사...“


허서장은 약간의 두통과 현기증을 느꼈다.


“정신이 좀 드시나요?“


간호사는 자신을 부르는 힘없는 목소리에 반기듯 말했다. 늑골골절에 가벼운 뇌진탕이지만 재수 없으면 기약 없은 혼수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담당의가 농담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임간호사는 환자가 생각보다 빨리 깨어나서 은근히 기뻤다.


“내가 왜... 여기 있소?“

“기억 안 나세요? 늑골 두 대가 부러지고 뇌진탕으로 실려 오셨잖아요.“

“아....“


허서장은 그때서야 환자복을 입은 연유가 생각났고 직원들에 대한 걱정과 칠성의 체포여부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놈은 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체포했다면, 아니 사살했다면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 나 혼자 왔소?“


하지만 확인질문을 하고 싶었다.


“네.“

“우리 직원들은?.... 또 그놈은?“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오. 됐어요.“


허서장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 입으려했다. 하지만 갈비뼈가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와 풀썩 주저 않았다.


“당분간 움직이시면 안돼요. 뼈가 어긋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단 말이에요.“

“우욱... 괘, 괜찮소...“

“모르시겠어요? 그렇게 움직이시면 큰일 난단 말이에요.”

“상관없소. 빨리 가봐야 해요.”


간호사는 자신의 말은 씨도 안 먹힌다고 생각했는지 담당 의사를 불러왔다.


“무슨 짓입니까?“


의사는 오자마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선생님... 전 꼭 가야합니다. 보내주십시오...“

“경찰이라는 거...압니다. 그치만 몸상태가....“

“지금 놈을 잡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휴.... 걸을 수나 있겠어요? 통증이 심할 텐데?”

“우욱... 참을 만합니다.”


허서장은 가슴팍의 통증으로 숙여진 허리를 억지로 피면서 말했다.

얼굴엔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렀지만 가야만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싶었다.


“음..... 정... 가야한다면 이거라도 가지고 가세요.“


의사는 하얀 약통을 내밀었다.


“진통제입니다.”

“선생님...고맙습니다...“

“이거면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병원으로 와야 합니다.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헬기가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냈다.


“푸다다다...”


놈이 탈취한 차량이 구급차라서 그런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구급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확실히 놈은 정상이 아닌 것이 주행하는데 걸리적거리는 차량은 모조리 밀쳐서 차선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미친놈...”


최팀장이 이 광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마도 놈이 흥분해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 거야?”

“되도록이면 빨리 놈을 저지할겁니다.”

“진짜로 뛰어 내릴 거야?”

“당연하죠.”

“그거 알아? 놈도 미친놈이지만 조형사도 제정신이 아냐”


헬기는 최대한 구급차 가까이 접근했다.

로프가 던져지고 병연은 안전장비 없이 로프를 잡고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갔다.


이때 칠성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차창 밖으로 내밀어 차량 주위를 살폈다.

역시나 로프를 탄 병연이 차량위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질긴 놈이군...”


칠성은 손을 더듬어 구급차 안에서 의료용 가위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모른 척 얌전하게 운전을 계속했다.


“어디한번 와봐”


허리를 숙여 구급차 박스위로 살금살금 걸어오던 병연은 백미러를 통해 잔인하면서도 무표정한 놈의 얼굴을 보았다.


‘눈치 못 챘을 거야.’


병연은 단번에 운전석문을 열고 놈을 제압하려고 마음먹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결심한 듯 몸을 날렸다.


바로이때,

갑자기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얼굴을 부딪쳤다.


“쾅!”


“욱!”


병연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간신히 창틀을 잡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발밑에는 아스팔트도로가 무지막지한 속도의 컨베이어밸트처럼 윙윙거리며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아아악~”


이때 운전석 문을 부여잡은 손에서 살이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놈이 가위로 병연의 손등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심지어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도록 찍어서 비틀기까지 했다.


“크크큭... 어때? 재밌지 않아?”

“우웅...너..이 새끼...”

“거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칠성은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하면서도 운전석 문에 매달린 병연을 번갈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덕분에 구급차는 술에 취한 듯 비틀대며 질주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이 재미있는 질주를 방해하고 있는 앞쪽의 거대한 유조차였다.

탱크에는 ‘LNG(액화천연가스)’라고 적혀 있었고 도로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옆 차선의 경차는 ‘나도 내가 무서워요’란 문구를 뒷좌석 유리창에 붙이고는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멀리서 터널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이때 대롱대롱 매달려 질질 끌려가던 병연은 깃발처럼 펄럭이는 운전석문 때문에 중심을 잡을 수가 없자 몸을 오므림과 동시에 긴 다리를 뻗어 놈의 얼굴을 찼다.


“퍽!”

“우왁!”


놈은 얼굴을 맞고 조수석으로 밀려났다. 그 틈을 타 병연은 운전석에 안착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내 놈이 내려친 가위로 인해 허벅지를 찔렸다.


“아악~”


허벅지에서는 붉은 피가 흘렀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기필코 놈의 숨통을 끊어 놓으리란 의지로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곤 놈의 얼굴을 인정사정없이 갈겼다.


“팍!, 퍽! 파바바박!...”

“욱!, 억!, 우악!....”


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머리채를 잡아 조수석의 차창 유리창이 깨지도록 몇 번이고 힘껏 밀쳤다.


“팍!...퍽!...퍽! 와장창...”


유리가 깨지자 조각조각 우박처럼 조수석에 쏟아져 내렸다.


“으허억..으....”


놈의 옆머리에서 피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이제 놈의 상태는 거의 실신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놈의 머리가 앞쪽으로 축 처지자 병연은 구급차를 갓길로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깜박이를 키고 핸들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얼굴이 쓰라리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놈이 병연에게 유리조각을 던진 것이다.


칠성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발길질을 해 병연을 운전석 밖으로 내몰았다.

병연은 또다시 운전석문에 매달리게 되었다.


칠성은 미친 듯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유조차 옆의 경차가 가로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빵!, 빵!”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지만 경차안의 중년부인은 크게 틀어놓은 트로트를 듣느라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터널은 가까워지고 도로는 유조차와 경차에 막혀 이대론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때 칠성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어차피 이판사판이야...”


유조차의 앞머리가 터널입구로 들어서자 칠성은 구급차를 아치형 벽면으로 바짝 들이댔다.


“무, 무슨 짓이야?”


그러면서 최대한 속력을 높였다.


“기이이잉...”


이때 운전석 문에 매달린 병연은 터널입구 벽면에 부닥치게 되자 잡았던 손을 놓고 재빨리 몸을 굴려 위기를 모면했다.


“쿠당탕...”


마침내 터널 벽면에 부닥친 운전석문이 떨어져 나가고 구급차는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칠성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으며 유조차로 돌진했다.


터널입구에서 몸을 일으킨 병연은 분한 마음에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이 개새...”


이때 터널 안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입구까지 화염이 분출되어 나왔다.


“콰콰쾅....콰쾅...”


그 충격에 터널입구가 무너지고 주위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럴 수가...”


하늘을 맴돌던 헬기도 폭발 때문에 휘청거리다가 도로변 가장자리에 겨우 착륙을 했다.

헬기에서 내린 최팀장이 서둘러 병연에게로 뛰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아마도... 놈이 유조차를 들이받은 것 같습니다.”

“뭐야? 아무리 미친놈이라지만... 그럼, 그대로 자살했단 말이야?”

“모르겠습니다...”


병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놈이 이렇게 허무하게 자폭하리란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무너져 내린 터널엔 먼지만 가득히 날렸고 피 흘리는 사람들과 이를 수습하러 출동한 소방차량, 그리고 경찰차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때 한 순찰차에서 허서장이 내렸다.

허서장은 가슴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힘겹게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모습을 본 최팀장과 병연은 눈이 커지며 달려가 허서장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네....”

“여길 어떻게...?”


병연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전으로 들었네. 그건 그렇고 놈은 어떻게 된 건가?”

“터널 안에서 자폭한 것 같습니다.”


최팀장이 대신 말했다.


“휴... 그럼... 끝난 건가?”


허서장은 무너진 터널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병연이 머리를 흔들었다.


“저렇게 큰 폭발과 화염으로 터널입구가 무너졌는데 그 속에서 어느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어?”


최팀장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허서장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뭔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었다.


“터널 중간 중간에 비상탈출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놈이 비상탈출구로 탈출을 해서 폭발을 피할 수 있었다?”

“네, 놈의 시신을 확인할 때까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좋아, 현장에 터널관리소 직원들도 왔겠지? 비상탈출구 위치를 파악해서 주변을 수색해본다.

어서 서둘러.“

“네, 알겠습니다.”



한편,

가까스로 폭발을 피해 비상탈출구로 탈출한 칠성은 터널 반대편으로 걸어 내려왔다.

가속페달을 밟아 유조차에 충돌하기 직전,

구급차에서 뛰어내려 재빨리 비상탈출구로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통구이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냥 차를 타고 달아나도 되었지만 굳이 이 방법을 택한 까닭은 하늘에서 헬기가 뒤쫓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집요한 조형사의 성깔로 볼 때 어차피 자폭 따윈 믿지 않을 테니까...


터널반대편에는 구경꾼들로 멈춰선 차량이 많았다.

웅성거리며 사람들은 모두 차 밖으로 나와 폭발음이 들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터널입구 쪽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휘이익.”


칠성은 일그러진 몰골에도 불구하고 휘파람을 불렀다.

얼굴과 온몸은 피투성이고 욱신거렸지만 경찰을 따돌렸다는 생각에 짜릿한 통쾌함을 느꼈다.


이제 슬슬 탈것을 골라야한다. 눈에 보이는 많은 차들이 모두 문이 열려있었다.

따로 만능키로 차를 훔치지 않아도 되니 칠성은 느긋하게 가장 안락해 보이는 차량을 골라 서울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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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미친놈 위에 미친놈. 2 +1 22.07.30 70 2 12쪽
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69 1 12쪽
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9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0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2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3 1 12쪽
»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4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3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68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68 1 12쪽
76 76. 새로운 시작. 35 +1 22.07.20 71 0 12쪽
75 75. 새로운 시작. 34 +2 22.07.19 83 2 11쪽
74 74. 새로운 시작. 33 22.07.18 78 1 12쪽
73 73. 새로운 시작. 32 +2 22.07.17 83 3 12쪽
72 72. 새로운 시작. 31 22.07.16 108 1 13쪽
71 71. 새로운 시작. 30 22.07.15 83 1 12쪽
70 70. 새로운 시작. 29 22.07.14 83 1 12쪽
69 69. 새로운 시작. 28 +2 22.07.13 92 2 12쪽
68 68. 새로운 시작. 27 22.07.12 88 1 14쪽
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88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99 2 12쪽
65 65. 새로운 시작. 24 22.07.09 95 1 12쪽
64 64. 새로운 시작. 23 +2 22.07.08 96 2 11쪽
63 63. 새로운 시작. 22 22.07.07 124 1 13쪽
62 62. 새로운 시작. 21 +2 22.07.06 117 2 12쪽
61 61. 새로운 시작. 20 22.07.05 125 1 13쪽
60 60. 새로운 시작. 19 22.07.04 115 1 12쪽
59 59. 새로운 시작. 18 +3 22.07.03 12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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