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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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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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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
추천수 :
353
글자수 :
490,035

작성
22.07.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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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DUMMY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팟!”


다리위에서 전조등이 켜졌다.

그 가운데 굵은 빛줄기를 뿜어내는 대형서치라이트가 다리아래 추락한 캠핑카를 건져 올리고 있는 기중기의 수직 주행 축 고리부분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빛은 고리 아래로 점차 내려가더니 침을 흘리고 있는 운전석을 비추었다.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어쩌면 한강아래 놈의 사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행여나 잠수부들이 놈의 사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기에 허서장은 초조한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 가시죠...”


병연은 눈을 질끈 감고 돌아서며 말했다.


“아직 수색한지 한 시간도 안됐네.”

“더 기다려봐야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놈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욱... 가려면 먼저 가. 으.... 난 좀 더 지켜 볼 테니...”


허서장은 약통을 꺼내 몇 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허서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늑골이 아물기도 전에 몸을 심하게 움직였으니 어찌 탈이 나지 않겠는가? 병연은 이마를 짚어 보았다.

이마가 불덩이였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습니다. 제가 댁까지 모시겠습니다.”

“괜찮다니까...”

“고집부리지 마십시오.”

“놈을 발견할 때까지 이대로 지켜볼 걸세...우욱...”

“서장님....”


이때 한강 바닥을 수색하던 한 잠수부가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시체다.”


잠수부의 외침에 힘없이 검은 물결을 바라보던 허서장의 힘없던 눈이 번쩍 뜨였다.

내심,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내뱉은 말은 자신에게 화가 나 있어서 한 말이었다.

자신의 무능으로 직원들이 다치고 또다시 놈을 놓친 것 같아서 약으로 버틸지언정 자신에게 고통을 안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뜻밖의 희보에 심장을 찌르는 통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반면에 병연은 귀를 의심했다.

놈의 죽음이 이토록 허무하게 끝날 리가 없었다.

마치 김빠진 콜라를 마셔버린 기분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


허서장이 힘든 몸을 움직이려했다.


“여기 계십시오. 제가 대신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병연이 앞을 가로막았다. 아무래도 고집불통인 그에게 늑골이 온전하려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면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알겠네...”


허서장은 다시 다리난간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병연의 마음을 더 이상 무시할 순 없었다.


마른 땅으로 끌어올려진 시신을 보기위해 에워싼 경찰들과 수난구조대를 헤치고 앞으로 나간 병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주한 시신의 얼굴은 놈이 아니었다.

아마도 신고 되지 아니한 한강 투신자살 건으로 추정되었다.


“이건 놈이 아니....”


뒤이어 따라온 최팀장이 실망한 투로 말하려하자 병연이 서둘러 입을 막았다.


“쉿!”

“왜 그래?”

“팀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갑자기 웬 부탁?”

“저 시신을 김칠성으로 해 주십시오. 그리고 수사종결 보고를 해 주십시오.”

“뭐라고? 왜 그런....”

“지금 서장님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만일... 또다시 놈을 놓친걸 알면 저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이게 될 테고... 알잖습니까? 서장님 성격... 서장님은 회복을 위해선 절대적으로 쉬셔야합니다.”

“그러니까... 거짓보고를 하자? 서장님을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제가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거짓보고로 수사종결을 했다고 쳐... 그다음엔? 달아난 놈을 그대로 둘 거야?”

“아니요. 공식적으로는 끝나는 것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계속해서 놈을 쫓아야죠.”

“이게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들어 갈 거라는 건 알고 있나?”

“네,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잘못되면 자네나 나나 끝장이야. 알아?”

“그러니까... 이렇게 팀장님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미치겠군...”


최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유분수지 어떻게 허위보고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조형사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좋아, 내가 아직 총각이니까 허락 하는 거야. 유부남이면 절대 안 돼.”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팀장은 겉으론 쿨한 척 말했지만 속으로는 울상이었다.


‘지이미~ 장가도 못가보고 짤리게 생겼군.’


병연은 익사한 시신을 수난구조대가 가져온 엷은 천으로 덮었다.

봄의 끝자락에서 한강의 검은 물결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하게 출렁거렸다.


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또 아까운 희생자가 생겨야 놈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병연은 답답한 마음을 토해내듯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때 먼발치서 보트하나가 속도를 내며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다른 수색인원인가?’


그건 그렇고 다리난간에 기대어 겨우 버티고 있는 허서장을 빨리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저 잔잔한 물결처럼 당분간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서 가족과 식사도 나누고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해야겠지. 하지만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한다.


아직은 희망이 있기에,

아직은 기회가 있기에 말이다.





보트는 어둠과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고 있었다.

보트를 운전 중인 사내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장발을 하고 야밤에 어울리지 않는 선글라스를 꼈다.


한참을 내달린 보트는 인적이 드문 선착장에 정박했다.

사내는 장화신은 발로 점프를 해서 나무로 대충 만든 접안 구조물위로 몸을 실었다.

그런 다음, 보트를 줄로 고정한 후 근처에 미리 준비해 둔 외발수레를 끌고 왔다.


사내는 다시 보트위로 올라가더니 칠성을 들쳐 메고 나와서는 외발수레에 몸을 구겨 실었다.

진흙투성이인 외발수레가 굴러간 곳은 선착장에서 멀지않은 통나무집이었다.


사내는 기분이 좋은지 휘파람을 불렀다.

자물쇠를 열고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하얀 천이 깔리고 수액걸이가 달린 베드에 칠성을 뉘였다.


그런 다음, 의식을 잃은 칠성의 코에 손가락을 대 보았다.


‘죽진 않았군.’


형광등이 불안정하게 깜박거렸지만 사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의자에 묶어둔 성형의사가 그새 달아나지 않았는지 걱정될 뿐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옆방으로 가서 그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지쳐서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아킬레스 건을 자를 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정신을 잃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쫙~”


사내는 의식이 없는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힘껏 뺨을 후려갈겼다.


“이봐, 정신 좀 차려봐. 이제 일을 해야지.”

“우...”


그때서야 중년의 의사가 침을 흘리며 눈을 떴다.


“내게... 왜 이러...는 거요?”

“당신이 내 부탁 좀 들어줘야겠어.”

“으...부...탁?”

“간단한 일이야. 우리 선생님 얼굴을 좀 고쳐주면 돼. 아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얼굴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내는 ‘딱’ 소리가 나게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선...생...님?”


의사는 사내가 말한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한쪽 눈은 피멍이 들었고 입안이 터지고 찢어져 피와 침이 섞여 그의 바지위로 질질 흐르고 있었다.


이때 옆방 베드에 누워있던 칠성이 정신이 돌아오면서 힘겨운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왜 이곳에 누워있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지만 알 수 없었다.


‘잡힌 건가?’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경찰에게 잡힌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삐걱대는 마룻바닥에 발을 내 디뎠다.


“끼기기익...”


옆방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사내는 부리나케 달려가 칠성의 상태를 살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칠성은 모르는 사내가 자신을 다정하게 부르며 버선발로 뛰어온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내가 아는 사람인가?”

“절 모르실겁니다. 하지만 전 선생님을 알죠.”

“날 안다고? 음... 경찰은 아닌 것 같고... 네가 날 구했어?”

“네, 제가 물에 빠진 선생님을 구했죠.”

“왜지?”

“전 항상 선생님을 지켜보고 있거든요.”


사내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20대 중반의 남자. 선한 눈매에 흰 피부... 그리고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린 긴 머리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남자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마치 그리웠던 오랜 연인을 만난 듯한 표정이었다.


“우선 제 소개를 하죠. 이름은 장민호, 나이는 25살, 어릴 적 선생님과 같은 동네에서 살았죠.”

“크크큭... 같은 동네라... 그래서?”

“선생님이 길고양이를 불태워 죽이는 광경을 본이후로 줄곧 동경해왔죠. 이 세상에 나 혼자 떨어진 것처럼 생각해왔는데 동족을 만난 기분이었죠. 전 너무 기뻐서 날뛰었어요. 그러나 쉽게 말을 걸 수 없었죠. 감히 나 같은 초짜가 어떻게 선생님 같은 대범한 분을 마주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뵐 날을 학수고대하며 살인을 연습해왔죠.”

“크크큭... 재미있군. 그런데 왜 날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어떻게 보면 제겐 멘토같은 분이니...”

“크크큭... 맘대로 해.”


칠성은 통나무집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 집이야?”

“아뇨, 집주인은 자루에 담겨 한강바닥에 잠들어 있죠.”

“네가 죽였어?”

“어쩔 수 없었어요. 마침 보트도 필요하고 해서...”

“근데 내가 한강에 빠질 것을 어떻게 알고?”

“헤헤, 몰랐어요. 전 원래 물가를 좋아해서 차보다는 배를 더 좋아해요. 선생님이 쫓기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부근을 서성이다가 마침 선생님이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했죠. 운이 좋았죠. 뭐.”

“크크큭... 잘했어. 참... 저기 의자에 묶인 인간은 뭐야?”


칠성은 나무의자에 묶인 중년남자를 가리켰다.


“제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선물?”

“선생님이 많이 다친걸 알고선 뭔가를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성형의사랍니다. 이번 기회에 상처도 치료할 겸 아예 얼굴을 바꾸시죠.”

“엉? 그것 참 굿 아이디어인데?”





다음날아침


비로소 허서장의 얼굴에는 평화가 찾아 왔다.

어젯밤 병연으로부터 놈이 한강으로 추락하여 익사를 했으며 사건은 종결됐다고 들었다.

당연히 허서장이 직접 청장님께 이 사실을 보고해야 마땅하나 치료중이라고 해명한 후 최팀장이 대신 보고를 올렸다는 후문도 들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최소 두 달 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전해왔다.


“기분이 어떤가?”


병실에 누운 허서장이 병연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하하하, 아버지를 해한 범인을 잡은 기분 말이네.”

“아....네.... 좋습니다.”


병연은 묵뚝뚝하게 대답했다.


“이제 그만 인상 펴...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기뻐하고 있을 거다.”

“안 그래도 오늘 납골당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응? 아무렴. 그래야지. 가서,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게... 기어코 놈을 잡고야 말았다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쉬십시오.”


병실을 나서면서 병연은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허서장을 위한 거짓이지만 마음을 속인다는 게 이토록 죄짓는 기분일 줄이야...

복잡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곳은 역시 아버지가 있는 납골당인 것 같았다.


허서장은 병실을 나서는 병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 ~ ”


친구인 조반장이 숨을 거두기전 부탁했던 아들의 안위라는 숙제와 반드시 놈을 잡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모두 지킨 것 같아서 간만에 단잠을 잘 것 같았다.

하지만 기분처럼 잠이 들것 같지 않았다. 밤새 눈을 좀 붙여서 그런가?

아니다. 그것하곤 다른 문제였다. 머릿속에 친구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보게, 친구... 보고 있나? 이제는 편히 잠드시게... 자네 아들도 걱정 마소. 내가 끝까지 지켜 낼 테니... 하지만 야속하게도 자네가 없는 빈자리가 너무 허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네.

이럴 때 자네가 옆에 있어서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면 얼마나 좋았겠나?”


허서장은 텅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멍한 눈으로 애꿎은 텔레비전 채널만 하염없이 빙빙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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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미친놈 위에 미친놈. 1 22.07.29 69 1 12쪽
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9 1 11쪽
»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1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2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3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4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3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68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69 1 12쪽
76 76. 새로운 시작. 35 +1 22.07.20 7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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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새로운 시작. 32 +2 22.07.17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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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88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99 2 12쪽
65 65. 새로운 시작. 24 22.07.09 9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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