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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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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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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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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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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 새로운 시작. 30

DUMMY

71. 새로운 시작. 30




“뭐 좀 나온 거 있나?”


허서장이 임시 사무실로 들어서며 물었다.


“아직 없단께요...”


박형사는 힘없이 대답했다.


“왜 그러나?”

“기냥.... 기운이 하나도 없응께... 그러요...”


허서장은 박형사가 왜 이토록 어깨가 처진 건지 알 것 같았다.

매일 붙어 다니던 김형사가 아파서 누워있으니 무슨 힘이 나겠는가?


그래도 꼬박꼬박 배달음식은 시켜 먹었는지 구석구석이 난장판이었다.

허서장이 보기에 칠성을 감시하기 위해 서민아파트 맞은편에 마련한 임시거처가 돼지우리 같아 보였다.


하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그저 줄곧 쉬지 못한 직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김형사가 몸져누운 것이 아니겠는가?


“김형사는 좀 어떻던가?”

“긍게... 많이 아프지라...”

“당분간 자네도 좀 쉬어. 김형사 옆에서 간호도 좀 하고 말이야...”

“아니어라... 마법인께 간호하기가 거시기혀요...”

“마....법?”


이때 최팀장과 병연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조형사, 아까 국과수에서 결과가 나오려면 얼마나 걸린다고 했지?”

“네, 12시간정도 걸린답니다.”

“음... 12시간이라...”

“그런데 주차하고 오다보니까 김칠성 아파트에 불이 꺼져 있던데요?”

“뭐야? 박형사, 김칠성이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왜 말 안했나?”


허서장은 박형사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거시기... 저녁 배달 시켜 먹은 지 얼마 안돼서....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단께요...”


박형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허서장은 시간을 확인했다.

퇴근시간도 한참 지났을 무렵.

아직도 집으로 오지 않았다는 건 옆으로 샜다는 것.


‘아뿔사’


인력이 모자라서 퇴근길 미행을 붙이지 않은 자신의 불찰이다.

어쩌면 검사가 의뢰한 놈들에게 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큰일이다’


“조형사, 검사가 말한 나머지 두 명의 거주지가 어디라고 했나?”

“경기도 안양과 오산입니다.”

“그들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살인자가 노리고 있다고 주의를 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팀으로 나눠서 출발 하도록 한다. 나와 박형사가 안양으로 가고 조형사와 최팀장이 오산으로 가도록. 서둘러.”




정각 9시,


큐브주택에 처진 커텐이 걷혀지고 황수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영은 베란다로 나와 두 팔을 벌려 폐부 깊숙이 공기를 들이마셨다.


마치 타이타닉에서 선수에 선 여주인공이 팔을 벌려 바닷바람을 가슴으로 안는 장면처럼 수영의 얼굴은 희열에 차 있었다.


이때 허물어진 벽 뒤에서 이를 훔쳐보고 있던 동찬은 천사같은 수영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예...예쁘다...”


적어도 동찬이에겐 이 시간만큼은 자신이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관이 팽창되는 이 느낌...


그러나 기분 좋은 이 느낌이 오래가진 않았다. 곧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허물어진 벽 뒤로 몸을 숨겨야했다.


“음흉하게 으슥한 곳을 좋아하는군요? 그런데 이런 더러운 골목길에 스릴이 있기나 하나요?”


중년여자가 링모양의 귀걸이를 찰랑거리며 말했다.


“공짜는 곤란하지. 먼저 날 만족시키면 잊지 못할 스릴을 만끽하게 해 주겠소.”

“어떻게요?”

“저길 봐요.”


칠성은 베란다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는 수영을 가리켰다.

중년여자는 베란다의 여자를 보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를 내게 데려오면 난 아주 만족스러울 거요.”

“설마... 셋이서? 난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크크큭... 나도 그런 건 관심 없소.”

“그럼 뭐에요?”

“저 여자는 내 것을 훔쳤소. 난 그걸 되돌려 받고 싶을 뿐이오.”


수영이 칠성에게 훔친 것은 일반적인 물건이 아니었다.


바로 좀처럼 맛보지 못한 손맛, 쾌감이었다. 그것은 젊은 여자의 공포에 질린 눈에서만 느낄 수 있는지 칠성은 수영의 싱싱한 모습을 보며 갈증어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직접 달라고 하면 되지 않아요?”

“그러면 재미가 없지 않소?”


칠성은 여자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중년여자는 생각했다. 이 남자가 원하는 재미가 자신이 원하는 스릴과 일맥상통 한 거라고...

그리고 자신이 보기에 이 남자는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소를 가졌다고...


“알았어요. 대신 내게 줄 보상은 밤새워서 해야 할 거에요.”


중년여자는 큐브주택의 옆 골목을 주목했다.

유일하게 가로등이 비추고 있었고 큐브주택의 여자가 자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로 여겼다.


맞은편 냄새나는 쓰레기더미가 신경을 쓰이게 했지만,

자신의 연기가 돋보일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여겼다.


중년여자는 가로등 아래로 성큼 걸어가서 이내 비명을 질렀다.


“아악, 도와주세요. 누구 없어요?”


옷에 흙이 묻어 더러워질지도 모르지만 중년여자는 땅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여자의 얕은 비명소리가 들리니 수영은 난간을 붙잡고 아래로 굽어보았다.


가로등아래 중년여자가 한쪽 다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년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저기요. 좀 도와주세요. 다리가 삐었나 봐요.”


중년여자가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나 큐브주택위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중년여자는 한 번 더 소리쳤다.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절 좀 도와주세요. 다릴 삐어서 움직이기 힘들어서 그래요.”

“안...돼요...”


그때서야 위에서 응답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모습은 숨긴 채 떨리는 목소리만 들려왔다.


“지금 도와줄 사람이 아가씨밖에 없어서 그래요. 그러지 말고 내려와서 날 좀 일으켜줘요.”

“안...돼요...”


이때 큐브주택 위에서 매몰차게 커텐치는 소리가 들렸다.

중년여자는 자신의 유인책이 실패했음을 직감하고 김샜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잉... 까탈스런 기집애...’


중년여자가 옷을 털고 일어날 때 맞은편 쓰레기더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몇 걸음 다가가니 꿈틀대는 무언가가 있었다.


‘고양이 인가?’


이윽고 꿈틀대던 쓰레기더미에서 시커먼 얼굴하나가 쑥 올라오더니 히죽거렸다.


“모,..못, 못생겼다...”


중년여자는 그 시커먼 얼굴과 눈이 마주치자 머리칼이 곤두서면서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


그러면서 칠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장소에 미친 듯이 뛰어왔지만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중년여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칠성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헉...헉... 나쁜 자식!”


칠성이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줄 안 중년여자는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대로변을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중년여자는 방향감각 상실했다. 여자가 지쳐갈 때 쯤 칠성이 나타났다.


“장난하는 거 에요? 어딜 갔었어요?”


여자는 원망의 눈길로 쏘아 붙였다.


“크크큭... 장난하는 거 맞아.”

“뭐라고요?”

“참! 내가 말했던가? 여자를 유인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벌도 있다는 거...”

“미친 자식... 이제 관심 없으니 저리 꺼져.”

“내가 주는 벌에는 당신이 원하던 스릴도 있는데? 크크큭...”

“됐어. 여길 나가는 길이나 안내해줘. 그만 가야겠어.”


그 순간,

중년여자의 옆구리 쪽으로 찌릿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여자가 옆구리를 만지자 검붉은 피가 묻어 나왔다.


“아... 무슨 짓이야?”

“너 따위에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봐야겠지?”


칠성의 손에는 피 묻은 메스가 들려있었다. 중년여자는 공포에 사로잡힌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달아나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의식이 가물거리고 출혈이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걸음을 떼기도 힘들어서 엉금엉금 기었다.


“크크큭... 그래야지. 살려고 발버둥 쳐야지 스릴 넘치지. 안 그래?”

“미...친...놈...”

“약속하지. 이 선만 넘으면 살려주지.”


칠성은 온 힘을 다해 기어가고 있는 여자로부터 한 팔 간격 정도의 지점에 칼로 선을 그으며 말했다.


“아... 살려줘...”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키키킥... 여기까지만 오라니까? 그럼 살려준대도...”


여자의 얼굴은 마스카라가 번져 엉망이었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갔지만 살고 싶은 마음에 가까스로 칠성이 그은 선까지 다다랐다.


“사...살려...줘...”

“음... 약속했으니 그래야겠지? 크크큭... 그런데 거짓말이었어.”


칠성은 말을 마치자마자 메스로 여자의 목을 단숨에 그어 버렸다.








만능키로 골목길에 세워진 자동차를 훔친 칠성은 고급빌라촌을 향해 차를 몰았다.

피로 얼룩진 자신의 옷을 갈아입을 장소가 필요했다.


자신의 아파트로 향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주칠지도 모르는 주민들이 부담스러웠고 재수 없으면 형사들과 맞닥뜨릴 수도 있었다.


빌라촌 돌고래광장을 지나 높다란 담장의 저택을 마주하자 급히 차를 세웠다.

자신이 없는 저택에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설마 은신처가 발각된 것인가?


‘제길...’


저 저택에 자신도 모르게 뿌려진 증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곳을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왠지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다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지만 마무리는 하고 싶었다.


‘두 녀석을 먼저 제거해야겠어.’


칠성은 거칠게 핸들을 틀었다.





처음에는 아픈 다리를 잠시 쉬게 하려고 했는데 이젠 음식물이 사라지는 미스터리를 알고 싶어졌다.

문반장은 집안의 조명을 있는 대로 환하게 켜놓고 몰래 숨어있는 자가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이층구조로 되어있는 이집에서 돌아보지 못한 장소가 있는지 일일이 점검했다.


‘쥐새끼가 있으렷다?’


1층의 침실, 화장실, 주방, 그리고 서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서 위층으로 올라 방마다 열어 벽장 속을 뒤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거참 이상하군?’


이때 아래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옳거니!’


문반장은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나선형의 나무계단을 내려와 소리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놀랍게도 거기엔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등을 보이며 거실에 앉아 있었다.


‘어쭈? 요고 봐라?’


문반장은 최대한 자세를 낮추어 빠르게 남자에게 다가가서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었다.


“드디어 잡았다. 요놈!”


모자 쓴 남자는 놀라는 기색 없이 풀이 죽어 있었다.


“반장님... 접니다. 서교찬...”


교찬은 얼굴을 돌리면서 말했다.


“어? 난... 또.... 웬일이냐? 이 밤중에?”

“반장님 심심하실까봐. 말상대라도 해 드리려고 왔지요.”


교찬은 소주와 안주거리가 든 비닐봉지를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마침 잘됐군. 안 그래도 한잔 생각이 간절했는데...”


문반장은 입맛을 다시며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한잔 하시죠.”

“좋지.”


교찬은 종이컵에 소주를 따르고 안주거리로 고추참치캔을 땄다.

문반장은 목이 탔는지 건배를 하자마자 한입에 털어 넣었다.


“캬 ~ 아, 이제 좀 살겠군.”

“급하게 드시는걸 보니 소주생각이 간절했나 봅니다.”

“허허, 간절하다마다.... 쥐새끼를 잡으려다보니 긴장을 좀 했네.”

“쥐새끼요?”

“자네부터 말해보게.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던데 무슨 일 있나?”

“실은... 고민이 있긴 합니다.”

“그래? 무슨 고민인가? 말해보게. 내가 들어줄만한 내용인지 보자구...”

“여자문젭니다.”

“여자문제? 자네는 조형사와 동기 아닌가? 여자문제는 조형사와 의논하는 게 더 좋을 듯 싶네만?”

“병연이는 조금 전에 통화했습니다. 지금 급하게 오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이 밤중에 오산으로?”

“네,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못 물어봤습니다. 운전 중이라고 하길래...”

“그거야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럼 이제 읊어 보시게.”


문반장은 곁눈질로 벽에 걸린 동그란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거의 11시.


아까부터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문반장은 소주잔을 또 한 번 들이키면서 오늘밤은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더운데 천천히 쉬엄쉬엄 가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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