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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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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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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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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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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9. 새로운 시작. 28

DUMMY

69. 새로운 시작. 28




병연은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우헤헤헤, 그렇게 내가 보고싶었쪙?”

“장난칠 기분 아냐. 어떻게 된 거야?”

“드디어 검사양반 구린내를 잡았수다. 알고 보니 약쟁이더만?”

“뭐? 약쟁이? 지금 어디야?”

“약에 취해서 잠들었지 뭐. 깰 때 됐으니 빨리 오슈...”

“알았다. 사진도 찍어 뒀겠지?”

“당근이지. 약에 쩔어 침을 질질 흘리는 얼굴이 아주 걸작이던걸? 우헤헤헤”









문반장은 무료함을 느꼈다. 조금 전 허서장으로부터 계속해서 대기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내심 좋았지만 무엇보다 좀이 쑤셔서 견디기 힘들었다.


거기다가 이 집에서는 무언가 오싹한 기분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문반장으로서는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는데 이집은 뭔가 달랐다.


뭐랄까? 보이지 않는 공포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박 잠이든 사이 누군가가 옆에 왔다간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틀림없이 뉴스채널을 켜 놓고 잠이 들었는데 깨고 보니 동물의 왕국 채널로 돌려져 있었다.


탕수육 조각이 없어진 것도, 채널이 돌려져 있는 것도 모두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따금씩 건망증이 생겨 곤란을 겪을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앗차!’ 혹은 ‘맞아, 내가 그랬었지.’ 라는 명쾌한 탄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기분이 더럽다. 헷갈린다. 그리고 등골이 오싹하다.


이는 정말로 귀신 곡할 노릇이었다.









박형사는 김형사가 사는 오피스텔 건물 앞에 왔다.


전에는 경비원 아저씨의 눈치를 보며 거의 몰래 들어가다시피 했었는데 지금은 당당히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제 아무리 금남의 집이지만 몇 번의 소동으로 얼굴이 알려진 뒤로는 경비원들 사이에서 ‘미친 돼지’ 로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무사통과다.


명색이 병문안을 오는데 그냥 올 수 없어서 전복죽을 사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어라?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이 깊이 들었나?


아무래도 그냥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귀찮은 방문객보단 잠이 보약이란 생각에 발길을 돌리려했다.


그 순간,


자지러지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박형사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현관문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어보았다.

그랬더니 역시 고통에 힘겨워하는 신음소리가 분명했다.


“쾅쾅쾅”


박형사는 문을 세게 두드렸다. 그 층의 사람들이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서 모두 나올 정도로 세게 두드렸다.


“쾅쾅쾅, 행자야, 괜찮은겨? 문 좀 열어보드라고잉?”


소란스런 소리에 이웃 여자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리... 가....”


문에 귀를 대고 있던 박형사는 안에서 들리는 느릿하면서도 힘없는 소리에 겁이 덜컥 났다.

행여 심각한 병이 찾아온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많이 아픈겨? 잉? 아따 문 좀 열어보드라고잉?”


박형사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웃여자들은 웅성거렸고 경비원 아저씨가 달려왔다.


“쾅쾅쾅, 행자야. 문좀 열어보드라고잉? 내가 왔응께 인자 걱정말고....”

“저...리....가... 새끼야....”

“잉? 뭐라고?”

“저리....가라고.... 새끼야....”


급기야 박형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댔다.


“쾅쾅쾅, 시상에... 월메나 아프면 욕짓거리를 다 할까나...”

“무슨 일입니까?”


그때서야 경비원이 물었다.


“안에서 사람이 다 죽어가는 것 같응께, 얼릉 구급차 좀 불러주쇼잉”

“아, 알겠소.”


바로그때 ‘띠리링’ 하며 문이 스르르 열렸다.


안에서는 창백한 얼굴의 김형사가 아랫배를 움켜쥐고 화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괜, 괜찮은가? 빨리 병원 가보드라고잉”

“내가.... 꺼지라고 안했어? 병원... 안가도 된다고....”

“시방, 뭔 야그를 하는거임? 딱 봐도 다 죽게 생겼는디?”

“마법에... 걸렸다고.... 등신아....”

“웨메, 마법이라니? 헛소리하는 것 좀 보소. 딴말 말고 어서 병원가게 등에 업히쇼잉?”


박형사가 뒤를 돌아 쪼그리고 앉아 등을 펼치자 김형사는 냅다 엉덩이를 걷어찼다.


“퍽”

“으악”


그리고 엎어진 박형사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생리통이라고 이 등신아 ~”












주점으로 달려온 병연은 헤롱대는 무모중의 꼴을 보니 가관이 아니었다.

의식은 차렸으되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얼 ~ 썩”


병연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따귀를 한방 먹였다. 그랬더니 흐리멍텅하던 눈동자가 똑바로 박혔다.


“정신 좀 차리시지. 검사양반....”

“으응? 조형사? 내가 왜 이 꼴로 있는 거지?”

“선택해”

“뭘?”

“우리에게 협조할 것인지 아님 추잡한 약쟁이 검사로 낙인찍혀 쫓겨날 것인지 말이야.”

“흐흐흐... 날 엿 먹인 이유가 고작 그거였어? 김칠성 말이야...”

“잘 아는군. 둘이서 통화한 내용도 다 알고 있어. 검사가 살인자에게 청부살인을 의뢰해? 덕분에 어젯밤 김칠성이 한명을 제거해 버렸지. 네가 의뢰한 나머지 두 명은 누구야?”

“젠장... 제대로 걸렸군. 그놈들은 쓰레기야. 그냥 누군가 치워주는 게 좋지 않아?”

“그럼 너도 쓰레기니 내가 치워줄까?”

“젠장.... 날 어떻게 할 셈이야?”

“간단해. 협조하면 유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너란 놈을 세상에 까발리는 거지.”

“음.... 유보라.... 날 꼭두각시처럼 가지고 놀겠다?”

“왜? 싫어?”

“빌어먹을... 좋아, 대신 내가 불었다는 걸 알면 칠성이 날 죽이려 들 테니 날 보호해줘.”

“그야 어려울 것 없지. 등빨 좋은 애들로 붙여줄게”


병연은 무모중을 둘러싼 사람들 중에 흑곰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병연은 애초에 ‘보호’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오히려 김칠성이 무모중을 죽이면 일거양득이다.


“음... 든든해 보이는군.”


모중은 흑곰과 그의 똘마니들을 훑어보더니 흡족해 했다.


“한 가지 더”

“또 뭐야?”

“사무실에 가면 여체 수목원에 대한 수색영장신청서류가 있을 거야. 그걸 즉시 처리해”

“그건 지금쯤이면 수색영장이 발부 됐을 걸?”











“증거야 만들면 되지 않소?“


유선전화 너머로 청장의 칭얼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생각을 안해 본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왜요? 그깐 놈에게 인권 같은 거라도 생각해주고 싶은 거요?“

“천만에요. 다만 그것은 우리 경찰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일이라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허서장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놈의 머리에 총을 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복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명예롭지도, 후련하지도 않는 방법이다.


허서장이 흥분한 병연을 만류한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명예가 밥 먹여 줍니까? 당장 우리 모두의 목이 달아나게 생겼어요. 내 말은 안했지만 대통령과 당대표가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를 원해요. 그런데 아직도 진척이 없으니 나더러 어쩌란 말이오?“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제게 생각이 있으니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엉? 그래요? 허서장에게 계획이 있었군요? 하하하 그럼 그렇지.“


청장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명랑해졌다.


“네, 어떤 방식으로든 잡아들일 테니까 너무 걱정 마십시오.“

“하하하, 알았어요. 내 좋은 소식 기다리리다.“

“네, 그럼 쉬십시오.“


전화를 끊은 허서장은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오전에 병연과 말했던 ‘정당성’의 기회가 빨리 찾아오기를 바랬다. 이대로 영영 증거를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도 불사할 계획이었다.


“똑... 똑”


이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최팀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인가?“

“수목원에 대한 수색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잘됐군. 이번에는 담당검사가 영장발부에 협조하리라 생각했지.“

“손가락 때문에요?“

“그렇지.... 수색을 해서 수목원을 기점으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자구...“

“수목원에서 손가락의 주인이 나올 거라고 보시는군요?“

“내 짐작으로는 그곳 어딘가에 시체의 나머지가 묻혀 있을 거야. 그것을 빌미로 수목원 노인을 추궁하고 칠성이 새벽에 트럭을 몰고 시체를 갖고 왔다는 진술을 확보해야지.“

“그런데 아버지의 마음은 다 같지 않을까요? 아무리 살인자라도 자식인데 보호하려고 본인이 다 뒤집어 쓸 것 같은데요?“

“아니야. 놈의 피가 어디서 왔겠어? 수목원 노인에겐 놈이 필요할 땐 자식이지만 불필요할 땐 방해물이 될 뿐이야.“

“그렇군요.“

“놈은 아직 병원에서 근무 중이겠지?“

“네, 조금 전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해가 있을 때 수색을 하는 것이 좋겠지? 조형사에게 연락 온 건?“

“거의 다 왔답니다.“

“좋아, 조형사가 오면 셋이서 1개 중대 의경을 풀어서 수목원을 수색한다.“


때마침 병연이 노크와 동시에 서장 사무실로 들어섰다.

병연의 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수고했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나?“


허서장이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두 명의 신원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놈을 먼저제거할지는 무모중검사도 모른답니다.“

“그렇겠지. 놈이 녹취에서도 그렇게 말했고 검사에겐 순서보단 제거여부가 더 중요하니까 별다른 재촉은 없었겠지...“

“무모중검사는 아직 이용가치가 있어서 체포는 보류했습니다.“

“잘했네. 그래 구린네가 많이 나던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금품수수, 품위손상, 성비위, 폭행, 약물중독....“

“약물중독?“


최팀장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약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검사가 마약을? 갈 데까지 갔군...“


최팀장은 머리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이건...“


병연이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허서장에게 내밀었다.


“나머지 두 명의 신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거주지가 서울이 아니네?“


허서장은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미리 현장배치를 하려면 수사 인력을 분산시켜야 하지 않습니까?“

“할 수 없지.... 참! 수목원에 대한 수색영장이 발부됐어.“

“그렇지 않아도 무모중검사가 수색영장이 발부됐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오후4시.

허서장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빠르게 말했다.


“암튼, 최팀장! 당장 출동할 준비를 하게. 미리 기동대에도 연락을 취하고 공문을 띄워”

“네, 알겠습니다.“









육송은 손님 맞을 채비를 이미 끝냈다.


해가 산봉우리에 걸터앉아 졸고 있을 때 멀리서 경광등을 단 차량과 닭장처럼 철망을 친 버스, 그리고 그 뒤로 느릿하게 굴삭기 한대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육송은 어깨에 걸쳐 둔 더러운 수건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면서 차량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소떼가 도착한 듯 먼지를 날리며 수목원 입구에 당도한 일행을 보자 육송은 덥수룩한 수염을 움켜쥐듯 한번 훑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거 쓸데없는 일을 거창하게 시작하는군?“


차에서 내려 수색영장을 보여주고 있는 병연에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응대했다.


“쓸데없는 일일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요.“

“그래, 어디 맘대로 해 보시게나.“

“안 그래도 여길 다 파 엎을 겁니다.“

“그러시겠지...”


육성은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은 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여길 홀로 방문했던 여성들과 얼마 전 칠성이 트럭에 실어온 시체는 모두 분쇄기에 갈아서 관목과 화단에 영양분으로 주었다.


특히 아름다움이 나무에 배이길 원했던 육성은 어떤 여성은 분쇄기를 이용하지 않고 나무뿌리 깊숙히 온전한 상태로 묻은 것도 있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설마 저들이 나무뿌리 밑둥까지 살피지는 않을 게 아닌가?


또한 피비린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모든 화단위에 비료를 두텁게 뿌려 두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 냄새를 맡는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절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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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놈이 살아있는 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22.07.28 69 1 11쪽
83 83. 별도수사 그리고 추종자. 1 +1 22.07.27 72 2 12쪽
82 82. 새로운 시작. 41 +1 22.07.26 73 2 11쪽
81 81. 새로운 시작. 40 22.07.25 64 1 12쪽
80 80. 새로운 시작. 39 +1 22.07.24 75 2 11쪽
79 79. 새로운 시작. 38 +2 22.07.23 74 2 12쪽
78 78. 새로운 시작. 37 +2 22.07.22 70 2 12쪽
77 77. 새로운 시작. 36 22.07.21 70 1 12쪽
76 76. 새로운 시작. 35 +1 22.07.20 7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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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 새로운 시작. 28 +2 22.07.13 94 2 12쪽
68 68. 새로운 시작. 27 22.07.12 89 1 14쪽
67 67. 새로운 시작. 26 +1 22.07.11 90 1 13쪽
66 66. 새로운 시작. 25 +2 22.07.10 100 2 12쪽
65 65. 새로운 시작. 24 22.07.09 97 1 12쪽
64 64. 새로운 시작. 23 +2 22.07.08 97 2 11쪽
63 63. 새로운 시작. 22 22.07.07 126 1 13쪽
62 62. 새로운 시작. 21 +2 22.07.06 11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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