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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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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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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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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일장(一章) – 17

DUMMY

장안의 황궁.


궁궐의 높다란 담벼락 안은 몹시도 소란스러웠다.


숨소리 하나마저 조심하던 구중궁궐 내에 장엄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차려져 내외의 황족과 고관대작을 비롯한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 바깥의 저자를 방불케 했다.


“공께서는 국사를 뵌 적이 있으시외까?”

“없소이다. 황상께옵서 매번 독대를 하시는 데다가 지밀의 환관들도 입을 닫고 있으니 말이오.”

“허어, 대체 누구인가. 황상께옵서 그리 괴이시다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구려. 곧 법회를 시작하잖소.”


황제의 총애가 정위천을 떠나 강천국사에게 쏠린다는 사실은 이미 귀족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렇기에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그들 모두 천리길도 마다 않고 장안으로 달려왔다.


강천국사라는 정체불명의 승려를 보기 위해, 또 얼굴을 비추고 연을 잇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국사라는 자에게 흉흉한 소문이 있던데, 그게 참말이라 보시오?”

“쉿, 쉿! 황상의 총애를 받는 승려에게 그 무슨 망언이오.”


기겁한 관리가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보곤 목소리를 낮췄다.


“저 먼 지방에 계서서 모르시나 본데, 궁 안에서는 혼잣말도 하지 말아야 하오. 하물며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는 길게 말해 무엇할까. 조심하시오.”

“아, 알겠소이다. 내 잠시 망령이 났나 보오.”


온갖 노괴들이 제각각 생존을 위해 웃는 얼굴로 간계를 꾸미고 혀 밑에 감춘 칼을 휘두르는 조정은 복마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살아남는 일이란 그야말로 창칼 위의 외줄타기나 다름없는 것, 한 걸음 헛디뎠다가는 도산지옥에 떨어져 자신은 물론이고 가문이 풍비박산 나기에 궁궐 안의 모두가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황제가 총애해 마지않는다는 강천국사와 친분이 생긴다면 절체절명의 순간에 목숨을 부지할 동아줄 하나를 마련해두는 셈이었기에 자리에 모인 이들은 국사라는 자가 언제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촉각을 한껏 곤두세웠다.


두웅.

두우우웅···.


어디선가 범종이 울었다.


이어 주변의 문에서 황포장삼에 적가사를 걸친 강천종의 승려들이 대거 등장하며 법회의 시작을 알렸다.


“개(開).”


승려들의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장내를 채우자 아까의 소란이 쥐죽은 듯이 가라앉았다.


두우우웅.


“예좌(猊座)께서 듭시오!”


다시 종이 울리고 야단법석이 차려진 궁정(宮庭)으로 강천국사가 들어섰다. 사미승들이 그의 앞으로 나서 금박지를 오린 금꽃을 한가득 뿌렸다.


“오오옴···.”


금빛으로 빛나는 길을 걸으며 음산한 목소리를 흘리는 팔척장신의 강천국사에게 모두의 이목이 단박에 쏠렸다.


세인들이 흔히 오방관(五方冠)이라 부르는 고승들의 모자, 그것도 황금으로 만들어 삼단이나 높게 올린 금관을 쓰고 있으니 거대한 신장이 더욱 크게 보였다. 또 백팔 조각의 헝겊을 기워 붙인 납가사가 아닌 금실을 넣은 황색비단으로 만든 금란가사(金欄袈裟)를 걸쳐 사치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채애앵!

짤랑, 짤랑, 데엥.


“고리생련, 화장멸법(苦裏生蓮, 華藏滅法).”


게다가 깃대를 세운 승려들이 뒤를 따르고, 그에 이어 젊고 말쑥한 소승(少僧)들이 자바라를 치고 법령(法鈴)을 흔들며 쫓으니 몹시도 장엄하였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고리생련, 화장멸법.”


수많은 승려들이 기묘한 진언을 외며 행진하는 광경에 법회에 모인 고관대작 모두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다른 세상에서 나타난 듯한 기이함과 강천국사를 필두로 한 승려들이 내뿜는 거대한 기세에 짓눌린 것이었다.


온갖 석물과 형형색색의 연등이 밝힌 길을 가로질러 단상의 연꽃방석 위에 앉은 강천국사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나지막이 진언을 읊은 강천국사가 눈을 떴다. 쇳소리처럼 칼칼한 목소리에 흉이 가득하고 귀신 같은 외양과 달리 그의 표정과 눈빛에는 푸근함이 가득했다.


맑고 선명한 눈으로 좌중을 훑은 강천국사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모았다.


“다들 부처 되십시오.”


그 인사말에도 모두 입을 꼭 다물고 침묵을 지킨 채였다. 면면을 살피던 강천국사가 합장한 손을 내려놓으며 좌중에게 말했다.


“자, 시주들께서는 다들 따라해 보십시오. 고리생련, 화장멸법.”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조가비처럼 앙다문 입을 좀처럼 열 생각이 없던 때, 누군가가 어색하게 입을 열어 진언을 따라했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그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진언을 따라했다. 워낙 중구난방인지라 저자의 소란처럼 시끄럽고 볼품이 없었다.


이윽고 소란이 잦아들자 강천국사가 다시 말했다.


“자아, 소승이 다시 진언을 욀 터이니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해보십시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때앵!


강천국사의 말에 맞춰 어느 승려가 종을 치니, 이번에는 좌중이 일시에 진언을 외웠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고리생련, 화장멸법.”

“고리생련, 화장멸법.”


강천국사가 흡족하게 웃고는 헛기침을 했다.


“껄껄껄껄! 커험, 흠!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인데 소승의 잡설 따위를 들으려 행차하셨으니 참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심후한 내공을 바탕으로 천리전음처럼 장내를 가득 채운 목소리는 끝자락에 있는 이라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들 부처 되고 싶어서 오셨지요?”

“예! 성불해야지요!”

“껄껄! 방금 말씀하신 시주께서는 잠시 일어나 보시겠습니까?”


인파 속에서 한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노인을 본 이들은 서로 귀와 입을 맞대고 수근거렸다.


“병부상서 아닌가. 욕심은 많아가지고.”

“평소에도 입방정을 떨더니만, 이런 때에도 제일 먼저 나서는구먼.”


연꽃방석 위에 앉은 강천국사가 병부상서를 향해 고개를 쭉 뺐다.


“부처 되고 싶어서 오셨다면 잘못 오셨습니다.”

“허허어? 예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승을 보십시오. 금관에 금란가사에, 이리 사치스럽게 입고 어찌 중생을 정법으로 인도하겠습니까.”

“그럼 왜 입으셨습니까? 벗으면 될 것을.”

“황상께옵서 내려주신 것들인데, 함부로 내팽개치면 제 목이 달아날 게 아닙니까?”


풉! 큭!


몇몇이 웃음을 터뜨렸다가 황급히 입을 막았다. 그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는 중에 강천국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자아, 질문을 바꿔 다시 여쭙겠습니다. 이 자리는 부처는 고사하고 죽기 싫은 사람들만 모인 자리 아닙니까?”


말 한 마디에 수백의 목숨이 날아가는 조정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여우와 구렁이들이 눈을 빛냈다. 강천국사의 입에서 나온 심상치 않은 발언에 귀를 바짝 세웠다.


“그렇지 않습니까? 목이 잘리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소승도 죽는 것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예좌께서 죽음을 두려워 하시면 어쩝니까?”

“허허! 죽음을 두려워하니 깨닫고 싶어서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괴로움과 두려움이 싫으니 부처님 옷자락이라도 붙들고 늘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강천국사가 금란가사 아래의 배를 문지르고 엉덩이를 가리켰다.


“이놈도 뱃속에 사바세계의 알곡과 남새를 넣어줘야 움직일 수 있고, 먹고 나면 구린내 나는 방귀를 뀌고 뒷간에서 똥을 쌉니다. 혹여라도 제자들이 방귀소리를 듣고 흉을 볼까 조심스럽게 쪼그려 앉습니다. 이러할진대 국사가 뭐 대단한 자리겠습니까.”


그러다 갑자기, 황제가 거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입을 두들겼다.


“아차차, 어느 분께서 듣기라도 하시면 역정을 내시겠습니다. 국사의 자리는 대단하지만 소승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청정법신, 그분께서 노하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아직 목이 잘리기는 싫사옵니다.”


강천국사가 황제를 두려워하는 시늉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엄한 국사의 언행이라 보기에는 몹시도 격 떨어지는 푼수짓이었으나 이에 자리에 모인 노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허!”

“끌끌, 껄껄껄!”


웃음이 가라앉고, 또 다른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부처가 되려면 어찌 해야 합니까? 진언을 외면 됩니까?”

“글쎄요, 제가 그를 알면 이미 부처가 됐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예좌. 그리 질문을 피하시면 어찌합니까? 뭐라도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보는 눈이 이리도 많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소승의 얕은 앎을 시주들께 떠들기 전에 그에 대한 답부터 해야 옳겠지요? 진언만 왼다고 부처를 이루노라 한다면 그 무슨 사특한 말이겠습니까. 진언은 부처님의 마음을 잊지 않고 행하리라는 맹세나 다름 없는 겁니다.”


강천국사가 손을 포개어 연꽃처럼 만들었다. 쇳소리처럼 불쾌했던 목소리에 웅혼한 힘이 실리며 묵직한 범종이 울 듯이 장엄하게 퍼졌다.


“망령되이 말로만 진언을 외지 말고 몸으로 행하며 마음을 바꾸십시오. 우선 서로를 보듬고 자비로 감싸주십시오. 내가 상대를 부처 대하듯 대하면 상대도 부처 대하듯 나를 대할 겁니다.”

“예좌, 철천지 원수도 부처 대하듯 감싸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처님이 누굴 미워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부처가 되려면 부처님을 흉내내야 맞겠지요? 우리 같은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그리 하자면 엄청나게 고통스럽겠지요? 미움과 증오를 죽여야 하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겹겠습니까. 하지만 내 마음을 뒤집는 고통과 인내 속에서 연꽃이 만개하는 겁니다. 지금 옆에 앉은 이들에게 부처가 되겠노라 선언하시지요.”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강천국사의 말을 행하지 못했다.


서로 파벌을 나누고 중상모략을 펼쳐 정적을 멸문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권력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거짓말을 진실로 만드는 권모술수에 달통한 자들이었지만 부처가 되겠다는 허언을 지껄일 수는 없었다.


그저 가식으로 얼룩진 대화와 어색한 웃음을 나누는 게 전부였다.


“사바세계를 벗어나는 것이 이토록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그 대신으로 다 함께 진언을 외워봅시다.”


흐뭇하게 웃으며 그들의 면면을 살핀 강천국사가 천천히 눈꺼풀을 내렸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연등 아래의 무거운 정적 속에서 고관대작들이 일제히 진언을 외웠다.


“고리생련, 화장멸법.”



***



사월초파일이 지난 다음날.


전날이 축일이었던 것도 무색하게 먹구름이 잔뜩 낀 구물구물한 하늘과 시커먼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마주했다.


“쓰흡, 저기로구만.”


이 바다 건너에 주애(朱崖)라 불리는 거대한 섬의 입구, 뭍과 섬을 이어주는 항구인 백사진(白沙津)이라는 곳이 있다.


지도 상으로 봤을 때에 내 사촌동생은 지금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곳에서 해적들의 대규모 흑시가 열린다고 하니 분명 오래 정박할 거다.


허리춤에 당당히 손을 올리고 섬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기다려라. 이 형아가 간다.”


자신만만하게 하늘과 바다를 마주한 내게 미역 아저씨가 조심스레 물었다.


“소협, 저도 같이 갈까요?”

“아저씨 집에 안 가세요? 막내 기다린다며요.”

“그게 어쩌다 보니 욕심이 조금 생겨서, 내일 전복 매물 나오는 것들만 확인하고 돌아가려 합니다.”


미역 아저씨는 이곳까지 나를 따라와서 질 좋은 미역과 말린 전복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심지어 이 일대에 있는 방파에서 호위로 무사들까지 고용했다. 알뜰하게 모았던 돈과 내가 나눠줬던 수적의 재물을 밑천 삼아 크게 장사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소협 덕에 여기까지 무사히 왔고 볼일도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띠링! 촤라락.

【임무완료.】

「······을 완료. 보상으로 경험치 600획득. 수령 시에는 하단의 수령이라 적힌 단추를 눌러주세요.」


경험치를 수령함과 동시에 단수가 상승했다. 그간 일일임무로 꾸준히 쌓았던 경험치와 이번 임무로 받은 대량의 경험치 덕이었다.


경쾌한 나팔소리가 울리고 단수상승의 푸른빛이 몸을 휘감았다.


빠라바밥빠밥~!


【단수가 상승했습니다. 성장의 정수 세 개와 기술의 씨앗 한 개를 획득했습니다.】

“상태창 대협, 이번에도 체력에 전부 투자.”

【사용자 도백연의 명령 확인.】

【체력이 삼 상승했습니다.】



「도백연의 상태창」


나이 : 18

신장 : 191

체중 : 105

봉인 : 해금필요

직업 : 백상투사(白象鬪士)


단수 : 16 ▶ 17

감각 : 21 (20+1)

체력 : 75 ▶ 78

정기 : 34/34 ▶ 38


습득능력 : 마하금강신공

기타상태 : 커다란 분노, 커다란 증오, 커다란 슬픔, 큰 희망, 기쁨, 설렘, 그리움, 걱정, 허기, 혈기왕성, 욕구불만, 성장기


「도백연의 기술」


파심뢰정(破心雷釘)

뇌기를 담은 단순하고 강력한 일격. 강화도 1/20, 정기소모 6


오뢰굉정(五雷轟頂) – 단수 18, 파심뢰정 십단강화 달성 시 해금

파심뢰정의 연계기로 타격점을 폭발시켜 뇌기를 머금은 강력한 파편을 퍼뜨립니다. 강화도 0/20, 정기소모 12


중뢰진(重雷震) – 단수 30, 파심뢰정 최대강화 달성 시 해금

파심뢰정의 연계기로 타격점으로부터 일정 범위에 뇌정의 고리를 연달아 퍼뜨립니다. 강화도 0/20, 정기소모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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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주(白象走)

육중하고 저돌적인 달리기. 하급 경공으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숙련도 12/20 ▶ 14/20


오뢰윤전(五雷輪轉)

본격적으로 뇌정을 다스리는 심법. 중급 운기법으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기술효과 – 정기 12 추가. 숙련도 4/40 ▶ 6/40


하위기술효과 – 정기 20추가


지자각보(之字脚步)

빈틈을 노리는 날렵한 걸음. 하급 신법으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숙련도 17/20 ▶ 18/20


척권술(踢拳術)

몸의 각 부위를 이용하는 날렵하고 강맹한 권각법. 하급 박투술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숙련도 19/20


최상급 곡괭이 사용법

당신은 곡괭이에 미쳤습니다. 이미 달인의 경지로 상위 기술 진화에는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깨달음 0/1


하급 육체운용

기초는 벗어났으나 아직 몸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몸은 자신의 기본으로 모든 방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숙련도 15/20 ▶ 16/20


「미분배 기술의 씨앗 : 17」



드디어 단수 십팔을 코앞에 두었다. 이제 한 번의 단수 상승을 거치면 새로운 기술인 오뢰굉정의 해금 조건 하나를 충족하게 된다.


그렇기에 슬슬 파심뢰정의 강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였다.


파심뢰정을 십단강화 하면 정기소모가 십오, 오뢰굉정의 일단은 정기소모가 십이, 그런고로 오뢰굉정을 사용했을 때의 최소 소모량은 정기 이십칠이라는 엄청난 수치였다.


이십칠, 무려 이십칠!


지금 내 정기가 삼십팔이거늘, 어떻게 이십칠이나 소모할 수가 있단 말인가!


깊은 고민에 빠진 내게 미역 아저씨가 몹시 겁먹은 투로 물었다.


“······저, 저기 소협?”

“네?”

“바, 바, 방금.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지던데, 괜찮으십니까?”


뭐야, 단수상승하는 모습이 이 아저씨한테도 보이는 건가?


“체질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 그렇지요. 몸에서 시퍼런 번개도 뿜어내셨는데. 허허.”


진땀을 닦은 아저씨가 말했다.


“저는 내일 돌아갈 생각 중이기는 한데, 소협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오늘 내로 건너가야죠.”

“오, 잘 됐습니다. 마침 제가 좋은 소식을 들어서 말입니다.”


좋은 소식?

새로운 임무라도 생기는 건가?


“오늘 저자를 돌다 귀동냥을 하게 됐는데, 이 동네 어부 하나가 얼마 전에 천년자패(千年紫貝)를 잡았다지 뭡니까. 그게 축제의 상품으로 올라간다고 하니 노려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천년자패라면, 바다에 사는 영물을 말하는 거죠?”

“예예, 맞습니다. 먹으면 죽을 병이 낫고 심후한 공력을 얻게 된다는 놈이죠.”

“근데 무슨 축제인가요?”


아저씨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팔을 힘껏 구부렸다.


“해적이고 어부고 죄다 모여 바다사나이의 힘을 겨루는 잔치라고 합니다.”

“힘을 겨뤄요?”

“예에, 그렇습니다. 돌닻 던지기, 잠수하기 등등 갖가지를 겨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힘 하면 소협도 어디가서 빠질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암, 그야 물론!

도백연은 체력 칠십팔!

힘 하면 나, 나 하면 힘!


어디 가서도 힘으로 빠질 몸뚱이가 아니지. 지금도 단수상승의 여파로 온몸의 근육들이 불끈불끈 울부짖는걸!


하지만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으니, 내가 광부라면 모를까 바다사나이는 아니지 않나.


그런 내 걱정을 알아챈 것처럼 아저씨가 뒷말을 이었다.


“걱정 마십쇼. 축제에는 바다사나이들만이 참가하는 게 아니라 오랑캐 부족의 어지간한 역사(力士)들도 죄다 참여한답니다. 소협도 참가해 보시지요.”


오, 좋아.


동생을 주우러 온 김에 영물까지 줍다니, 이런 횡재가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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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일장(一章) – 19 24.04.14 38 1 17쪽
31 일장(一章) – 18 24.04.13 39 1 14쪽
» 일장(一章) – 17 24.04.12 41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28 일장(一章) – 15 24.04.10 49 1 16쪽
27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26 일장(一章) – 13 24.04.08 46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0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0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20 일장(一章) – 7 24.04.02 61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8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69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6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4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8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19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20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4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3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31 1 13쪽
8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7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3 1 13쪽
6 나락굴(奈落窟) – 6 24.03.19 162 1 14쪽
5 나락굴(奈落窟) – 5 24.03.18 180 2 11쪽
4 나락굴(奈落窟) – 4 24.02.02 306 4 14쪽
3 나락굴(奈落窟) – 3 24.02.01 348 3 12쪽
2 나락굴(奈落窟) – 2 24.02.01 389 3 17쪽
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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