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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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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9
추천수 :
42
글자수 :
21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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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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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일장(一章) – 15

DUMMY

딱 하룻밤만 머물렀다.


촌부의 뻔한 살림에 있는 거 없는 거 죄다 내놓으며 후하게 대접하는 터라 더 머물기도 민망하여 동이 트기도 전에 일찍 채비하고 문간을 나섰다.


“정말 가십니까요?”

“하루 더 머물다 가시지는···.”


아쉬워하는 아저씨 아줌마가 나를 붙들려 했지만 갈 길이 멀었기에 그 손을 물렸다.


“나중에 볼 일 있겠죠. 뭐.”


아줌마는 황금 조각을 꼭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나으리,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오세요. 그때는 개구리가 아니라 소라도 잡아드리겠습니다.”

“소까지 잡을 필요는 없고, 내가 뭐 대단하다고 신경을 써요. 이모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나 신경 쓰세요. 그럼 갑니다.”


떠나가는 등 뒤로 들려왔던 아저씨 아줌마의 작별인사는 지축을 울리는 걸음마다 점점 멀어져갔다.


동이 트며 초여름의 해가 떠올랐다.


유독 선명하고 붉은 아침 노을이 나를 비췄을 때엔 꽤 멀리 왔는지라 어느덧 아저씨가 말했던 강가에 도착했다.


폭이 백오십 장은 되는 너른 강을 보고 있자니 노역장의 산맥을 벗어날 적에 마른 통나무에 의지해 강을 건넜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 정말 물에 빠져 죽는 줄 알았는데 벌써 여름이 됐네···.


자잘한 빛이 눈부신 자갈밭을 걸어 다다른 나루터에는 다양한 오랑캐들과 중원인이 뒤섞여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잇, 배 놓쳤구먼.”

“방금 떠났으니 한 시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거외다. 그쪽은 뭔일로 건너가시오?”

“막내가 지병이 있어 미역을 꾸준히 먹여야 하는데, 상품(上品) 값이 점점 오르니 바닷가에 가서 직접 사오려 하오. 그리 먹고 싶다는 말린 전복도 사올 겸.”

“전복도 값이 많이 올랐던데?”

“저 치 말이 맞어. 나도 이번 참에 전복 장사나 해볼까···.”


지금껏 중원의 서쪽을 돌아다니며 배운 것은 서로 다른 부족들끼리 창칼을 겨누고 멸절에 다다를 때까지 싸우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굳이 싸우기 보다는 복식과 생활이 다른 이들이 물에 물을 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들만의 독특한 삶을 자아냈다.


그 모습을 구경하며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이들도 나를 구경하며 배를 기다렸다.


“···누구지?”

“···글쎄 낸들 아나. 괜히 쳐다보다가 싸움 날라.”


내게 흥미를 보이면서도 은근히 무서워하는 모습에 눈을 감고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었다. 괜히 시선을 계속 마주쳐 봐야 서로 좋을 일이 없었다.


쳐다보니 마니 하며 싸움 나는 일도, 괜히 다가와서 호구조사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지금은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흐아아암.”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잠이 부족한지라 턱이 빠지도록 하품이 나왔다. 노역장에 익어버린 몸은 돌밭이건 갱도건 머리만 대면 금방 잠들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감은 눈꺼풀이 만근의 쇳덩이처럼 무거워졌다.


도로롱, 쓰흐.

도로로롱, 쓰흐으으.


내가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선잠에 빠졌다. 이따금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결이 잔머리를 흩날리고, 나무그늘 바깥에서 볕을 쪼이는 발가락을 시원하게 식혀줬다.


“언제 오려나···.”

“···아직 한 시진이 남았···.”


나루터 선객들의 조잘조잘 떠드는 대화와 모래톱에 밀려드는 파도가 뒤섞였다.


솨아아.

새액, 색.


어느덧 깊은 강물을 따라 내 의식도 손이 닿지 않는 저 머나먼 곳으로 흘러갔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인 꿈, 지금 나무둥치에 기대어 잠을 자는 도백연이 아닌 백일몽 속의 또다른 도백연이 어둑한 갱도 안에서 쉬지 않고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어어이, 하.

어어이, 하.


나와 나의 사이에는 커다란 단절이 있어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고 또 느끼고 있음에도 상호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지금의 나보다 키도 작고 앙상한 도백연은 내가 있는 곳을 흘끗 보곤 곡괭이질을 계속했다. 나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과 억누르지 못할 초조함을 품고 지켜볼 뿐이었다.


목마르겠다. 물 좀 마시고.

손 아픈데 숨 좀 돌리고 해라.


꿈이 돌연 바뀌어 우리를 나누던 단절이 사라졌다.


어린 도백연은 곡괭이를 멈추고 내게 몸을 돌렸다. 고개를 아주 천천히 가로저으며 죄다 부러진 손가락으로 자신의 발목을 가리키는 순간이었다.


툭툭툭.

“이봐요, 총각. 배 왔어.”


누군가가 내 발목을 붙들고 거칠게 흔들었다.


“배 왔어. 어여 일어나.”

“어, 엇.”


소매로 입가를 훔치고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의 말대로 나루터의 잔교에 큼직한 돛단배가 두 척 서있었다.


배를 기다리던 선객들이 줄을 서서 배에 올라타는 걸 보다가, 그제서야 나를 깨운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


아까 미역을 사러 간다고 했던 아저씨였다.


“일어났으면 빨리 타러 가요. 이러다가 자리 다 차겠네.”

“어우, 고맙습니다.”

“갑시다. 빨리.”


미역 아저씨는 바로 나루터의 잔교로 뛰어갔다. 나도 배낭을 들고 잽싸게 뒤를 따랐다. 쿵쿵 소리를 내며 나무판을 질주하는 나를 보고 선원과 선객 모두 놀라 배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아저씨! 기다리쇼, 두 사람 더 있수다!”


하지만···.


“자리 다 찼수다! 오늘 배는 끝이니 글피에 오시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바로 내 앞에서 두 척이나 되는 배가 꽉 차버렸다. 게다가 다음 배를 타려면 글피에 오라는 말에 꼭지가 돌아버릴 듯했다.


“잠깐!”

“···뭐, 뭐요.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쇼.”


질겁한 선장이 코를 벌름거리며 씨근씨근 콧김을 뿜어내는 나를 보곤 잽싸게 선제를 거둬들였다.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돌닻을 끌어올리고 일부는 삿대로 강바닥을 찍어 배를 밀었다.


잔교를 떠나 강물에 둥실 떠오른 배를 향해 말했다.


“선장 아저씨! 우리도 태워줘. 돈 많이 줄게!”

“돈은 얼마를 줘도 필요 없소! 상류에서 비가 많이 내린 모양인지 강이 불어나서 더는 태울 수 없수다!”

“겨우 두 사람이잖아!”

“겨우 두 사람 때문에 사고가 날지도 모르오! 지금도 한계란 말이올시다. 나귀랑 짐짝이 한가득인 게 보이지도 않소?”


선장이 손을 모아 외쳤다.


“그리고 저쪽 하늘 좀 보시오, 적어도 글피는 돼야 하오!”


돛이 펴진 배는 흐름을 타고 순식간에 나루를 떠나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이제는 내가 몸을 던져도 잡을 수 없기에 대신 파심뢰정을 집어던져 배를 박살 낼까 싶었다.


“확, 쯥.”


물론 배를 타지 못한 짜증이 담긴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암만 미쳤어도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뇌정이 맺힌 곡괭이를 던져 배에 구멍을 내면 저 많은 사람들이 죄다 수장될 게 아닌가.


“아이구야 이를 어쩌나, 미역이랑 전복 사러 가야하는데. 집에 돌아가야 하나···.”


미역 아저씨가 잔교 위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나도 되돌아가 사동댁 아줌마에게 며칠 신세를 질까 싶었다가도 그랬다간 바다를 떠도는 사촌동생을 놓칠까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아저씨, 혹시 여기 말고 다른 나루터 있어요?”


낭패한 얼굴의 미역 아저씨가 기운없이 대답했다.


“이 앞쪽은 강이 굽고 폭이 좁아져서 나루터가 없어요. 자칫하면 배 뒤집어져서 다 물귀신 되거든.”

“그럼 물굽이 지나면 또 있나요?”

“물굽이 지나 다음 나루터로 가려면 한 육십 리 정도 걸어가면 될 거요.”

“하아···.”


서녘에 도사리는 먹구름이 강물을 불리는 상황에 육십 리 길을 걸어간들 다음 나루터에서 배를 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쨌건 가보기는 해야지.


잔교에서 자갈밭으로 내려서자 미역 아저씨가 다급히 나를 불렀다.


“이봐요, 총각.”

“예?”

“다음 나루터로 가실 생각이우?”

“우선은 그렇죠.”


아저씨는 하늘을 보고 강을 보고 나를 본 후에 슬그머니 내 옆으로 붙었다.


“나도 같이 갑시다. 영 아니다 싶으면 집에 가지 뭐.”



***



“배 없수다. 글피에나 오시오.”

“저기 배 있잖수, 대놓고 있구만 뭘 없다고 그래.”

“아, 없다니까?”


나루터지기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 말과 다르게 잔교 옆에는 큼지막한 돛단배가 선제를 대고 사람과 짐을 싣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뱃사람들이 죄다 큼직한 박도를 차고 있다는 것과 선객들의 차림새가 거지발싸개 처럼 허름하다는 것.


설마설마 하는 예감이 발목을 타고 슬그머니 올라왔다.


“저 배는 나룻배가 아니올시다.”

“나룻배가 아니라면 뭐요.”

“저건 주인장이 자기 물건 나르려고 부리는 상선이올시다. 우리 나루에서 운행하는 나룻배는 끝났으니 돌아가시오.”


나루터에 딸린 배가 아니기에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말, 그럼 저 배를 타고 싶다면 내 스스로 선주나 선장을 만나 흥정을 보면 될 일이 아닌가.


“알겠수다. 내 알아서 할 테니 선주가 누군지나 알려주쇼.”

“으잉?”


나루터지기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상선을 흘겨봤다. 분명 강을 건너게 해달라 조르는 내가 아니라 배를 탐탁지않게 여기고 있었다.


“아서요, 저 배가 어떤 배인 줄 알고 함부로 타려고 해. 글피까지만 기다리면 다시 나룻배가 다닌다는데 왜 고집을 부리고 그러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저 배가 뭔데 겁을 내고 그러쇼?”


나루터지기가 내 팔오금을 붙들고 움막으로 끌고갔다. 입술을 핥고 침을 꼴딱 삼키고서는 작게 속삭였다.


“저거, 수적들이올시다. 수적. 지금 타는 사람들 보고도 이상한 점 못 느꼈소?”

“충분히 느꼈는데. 역시나 수적이었구만?”

“그런데도 저 배를 타겠다 이 말이오?”

“안될 거라도 있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루터지기가 어서 가라는 듯 내 등을 떠밀었다.


“거 젊은 총각이 덩치 크다고 자신만만하네. 무공 좀 익혔나 본데, 뭍에서 쌈질하는 거랑 배 위에서 쌈질하는 거랑 천지차이올시다. 총각처럼 번질번질한 이가 배에 오르면 옳다구나 하면서 냉큼 잡아다 팔아치울 게요.”

“뭔 가는 곳마다 도적이 들끓어? 수적이 대놓고 사람을 납치하는데 관에서는 가만히 있수?”

“허이구야, 순박하기도 하지. 저거 이 근방 세력가의 부하들이오.”

“그럼···.”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 놈들도 죄다 한통속이오. 저것들이 작은 쥐새끼면 그것들은 작은 쥐를 거느리는 늙은 쥐들이올시다.”


나루터지기가 절절 끓는 가래를 모으곤 세차게 뱉었다.


“퉷! 노략질하는 도적과 시비가 붙어 때리기라도 한다면 관아에서는 왜 뒷돈을 바치는 도적을 해쳤냐며 백성에게 치도곤(治盜棍)을 친다오. 미친 족속들이니 엮이지도 마시구랴.”

“알겠수다. 내 걱정일랑 마쇼.”

“거, 고집 지독하구만. 그렇게까지 건너가야 할 이유가 있소?”


그 물음에 강 건너를 가리키며 답했다.


“동생 찾으러 가야 해서.”

“에휴, 알아서 하쇼. 이제 동생이 형 찾으러 가게 생겼네···.”


나루터지기는 투덜거리며 움막을 닫고 아예 떠나버렸다. 나도 수적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하며 잔교 위로 오르려 할 때였다.


“꺄아아악!”


앳된 비명이 들려 고개를 쭉 뺐다. 잔교의 바닥에 열셋이나 됐을 법한 소녀가 드러누워 울부짖었다. 넝마 같은 치마는 허리까지 말렸고, 양 허벅다리를 수적들이 꽉 붙들어 활짝 벌리고 있었다.


그중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장한이 손을 깨끗하게 씻고는 소녀의 옥문을 손가락으로 벌려 자세히 들여다 보고 코를 가까이 대어 냄새를 확인했다.


“처녀 맞네.”

“헤헤, 당연합죠.”

“혹여 손끝이라도 건드리면 다 뒈진다. 알지?”

“당연합죠. 걱정 마십쇼.”


선장은 눈물 범벅의 소녀를 걸머지고 뱃전을 넘어갔다. 아마 팔아치울 속셈인 듯했다.


그 광경을 목도한 미역 아저씨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푹 숙이며 돌아섰다. 수적들은 히죽 웃으며 아저씨를 불러세웠다.


“거 자꾸 기웃거리네, 할 말이라도 있어?”

“강 건너 가고 싶어? 태워줘?”

“돈은 있어? 얼마나 가지고 있나?”

“바다에 장사라도 하러 가시나? 봇짐에서 돈소리가 나는 거 같은데?”

“아, 아니올시다. 구경 좀 해봤소.”


이기죽거리던 수적들이 노골적으로 흉심(凶心)을 드러내며 미역 아저씨를 겁박했다.


“왜 이래 이거, 배 타고 싶어서 기웃거렸잖아. 어서 올라가라고.”

“아, 아니올시다. 타기는 뭘 탄다는 말이오. 집에 가야 하오이다.”


그러자 수적 하나가 박도를 치켜들었다.


“이런 씨발새끼가!”


쾅, 발을 거칠게 굴러 잔교의 바닥을 찧었다.


“히익!”

“구경? 우리가 구경거리야?”

“미, 미, 미안하게 됐소이다.”

“이 씹새끼야. 그럼 처녀 보지 구경한 값이라도 내놓고 가야지. 사람을 아주 좆으로 보네? 나이 처먹고 사리분별 못 해?”


이 소란에 뱃머리에 있던 선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뭐냐, 손님이냐?”

“이놈이 우리가 하는 걸 재미나게 구경했답니다.”

“그래? 그럼 배 위로 모셔라.”


선장이 몸을 돌리자 수적들이 박도를 주물거리며 킬킬 웃었다.


“들었지? 배 위에 올라서 우리 선장이랑 이야기하자고.”

“흐이익? 사, 살려주십쇼.”

“누가 죽인대? 왜 겁을 먹고 지랄이야.”


잔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다가 곡괭이를 뽑아들고 위로 올라섰다.


턱, 텅!


어깨에 거대 곡괭이를 걸치고 다가서는 모습에 놈들이 흠칫 놀라며 박도를 내게 겨눴다.


“···덩치 형씨, 우리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배 좀 타려고 했는데 인심 드럽게도 흉흉하구만.”


침을 모아 뱉고 잔교의 끝을 향해 걸었다. 수적들이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어색하게 선 미역 아저씨가 중간에 외따로 남았다.


“아저씨, 뒤로 빠져요.”

“고, 고마우이. 총각.”


아저씨가 잽싸게 자갈밭으로 달아났다. 이제 잔교 위에 있는 것은 나와 수적 몇 놈이 끝이었으나, 정박한 배에서 십수 명에 달하는 수적들이 흉흉한 기세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선장이 매우 귀찮은 표정으로 뱃전에 올라섰다.


“덩치, 우리한테 불만이라도 있나? 올라와서 이야기하지.”

“불만? 내 불만도 불만인데 나보다는 아저씨 배에 있는 사람들한테 불만 있냐고 물어봐야겠는데?”


내가 가리킨 것은 수적들이 아니라 거지 차림을 하고 억지로 배에 올라탄 사람들이었다. 저들은 아마도 사동댁 아줌마처럼 길을 가다 봉변을 당해 납치당한 이들일 터였다.


“어이, 거기서 집에 가고 싶은 사람 있어? 만약 내가 납치됐다, 갑자기 끌려왔다, 어거지로 팔려왔다 하는 사람들은 손 내리고 있어.”


삼삼오오 모여 서로 달라붙은 이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선장과 나를 번갈아 살폈다. 그런 와중에 단 한 명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거 선장 아저씨? 아니, 두목 아저씨? 저 사람들 죄다 억지로 끌려와서 집에 가고 싶다잖아.”

“이 새끼가, 사지 멀쩡하게 데려가려고 했더니 화를 자초하는구나···.”


수적 두목과 신경전을 벌이며 슬슬 몸뚱이와 성질머리를 덥히는 중, 어린 처녀가 처절하게 울며 뱃전에 매달렸다.


“소협,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눈물을 터뜨리며 아우성쳤다.


“집에 늙은 아버지 혼자 계십니다! 제발 보내주세요!”

“젖먹이 아들이 기다립니다! 소협!”

“제발요! 제발 풀어주세요!”


띠링! 촤라락.

【돌발임무 발생. 거절 불가한 임무로 강제진행되오며 조건 달성 여부에 따라 보상을 산정하는 특수임무입니다.】

「납치된 이들이 사용자 도백연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임무를 완료하면 경험치와 함께 뭔가 좋은 걸 줄지도?」

「해당 임무는 생존자의 수에 따라 일급 이급 삼급으로 나뉘며, 일급보상에는 성장의 정수 또는 기술의 씨앗이 반드시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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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일장(一章) – 19 24.04.14 38 1 17쪽
31 일장(一章) – 18 24.04.13 39 1 14쪽
30 일장(一章) – 17 24.04.12 41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 일장(一章) – 15 24.04.10 49 1 16쪽
27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26 일장(一章) – 13 24.04.08 46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1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0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20 일장(一章) – 7 24.04.02 61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8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69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6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5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8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20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20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4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3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31 1 13쪽
8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8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3 1 13쪽
6 나락굴(奈落窟) – 6 24.03.19 162 1 14쪽
5 나락굴(奈落窟) – 5 24.03.18 180 2 11쪽
4 나락굴(奈落窟) – 4 24.02.02 306 4 14쪽
3 나락굴(奈落窟) – 3 24.02.01 348 3 12쪽
2 나락굴(奈落窟) – 2 24.02.01 389 3 17쪽
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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