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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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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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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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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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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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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일장(一章) – 13

DUMMY

“나라 꼴이 참 개판이네. 어지간하면 욕하기 싫은데 말이야···.”


할머니의 말대로 며칠 걷다 보니 오만 미친 것들을 다 만나게 됐다.


물길을 건너려고 쪽배를 탔더니 강 한복판에서 뱃사공이 삿대를 내지르질 않나,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행인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박도를 휘두르질 않나, 심지어 발이 아파 수레를 탔더니 잠든 사이에 수레를 벼랑 아래로 굴리려고 하는 놈도 있었다.


“나라 꼴 참 개판이라고요. 이 씨발 아저씨들아.”

“예, 예에! 맞습니다!”

“정말 개판입니다!”

“뭘 신나서 맞다고 맞장구를 치고 염병질이야. 니들 같은 새끼들 땜에 개판이야. 알어?”

“···맞습니다.”


지금 내 앞에 조아린 놈들은 길가에 허름한 반관을 세워놓고 행인을 납치하는 일당들로 물과 음식에 수면제를 타서 힘이 빠진 틈을 노리는 악랄한 것들이었다.


잠시 발을 쉬러 들른 나에게도 칼을 들이밀고 개수작을 부리려 했으나, 되려 내게 실컷 당했다.


평소와 같이 귀찮은 것들은 머리통을 부수고, 잠시 대화를 나눌 놈들은 정강이를 부순 터라 달아날 방도가 없었다.


“왜 노비도 아닌 사람을 잡아다 사고팔고 지랄들이야. 아저씨들 미쳤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끝이야? 나도 니들 토막 치고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돼?”

“나으리! 제발 살려주십쇼. 저희라고 사람 토막 쳐서 내다 파는 게 아닙니다. 어지간하면 산 채로 팔아넘기는 겁니다!”


반관의 창고에 널브러진 아낙을 바라봤다. 팔다리가 묶인 채로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저 촌부인지라 살가죽도 새카맣고 이목구비도 박색이었다.


“팔아먹는다고?”

“예예, 죽이는 게 아니라 팔려고 했습니다.


놈의 말을 듣자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역장에서 배운 여인을 대하는 법 세 가지.


첫 번째, 강간한다.

두 번째, 겁간한다.

세 번째, 윤간한다.


아, 세 가지가 아니라 네 가지였군.


네 번째, 살해한다.


그리고 바깥에서 배운 방법 하나를 더 추가.


다섯 번째, 매매한다.


이 혼절한 아줌마를 보고 있자니 과거의 강렬한 기억이 솟구치며 머리와 가슴을 뒤흔들었다.


【앞으로 두 마리 남았습니다.】


상태창 대협의 안내음성을 들으며 곡괭이를 들어올렸다.


“이 아줌마 어디다가 팔아먹으려고 했어.”

“흑시에 팔려 했습니다···.”

“흑시에 팔면 어떻게 되는데.”

“이 아줌마는 어디 부엌데기 종비로 팔려가겠지만···.”

“그나저나 흑시에 데려갈 수 있어? 관문 통과가 가능해?”

“꼭 관문으로 지나가야 하는 법은 없지요. 헤헤.”


맞네, 흑도들은 관문으로 지나다닐 일이 없겠지. 시간이 좀 걸리고 험하더라도 자신들이 아는 샛길을 이용해서 다니겠구나.


“그럼 젊은 것들은?”

“젊은 것들 대부분은 작은 흑시로 갔다가 큰 흑시에 가서 웃돈을 크게 얹어 팔릴 겁니다. 고관대작들도 있고, 해적들도 종종 쓸만한 걸 못 구하면 흑시에서 사기도 하고.”

“해적? 왜? 솔직하게 말하면 살려줄게.”


내 거짓말에 놈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배가 뭍에 닿기 전에는 여인들 구경을 못 하니 한둘 씩 태워서 재미도 보고, 표류하면 잡아먹기도 하고.”

“···또 싱싱한 처녀는 파도가 거친 곳에서 용왕님 달랠 용도로 바다에 던지기도 한답니다.”

“암만 그래도 배에는 여인을 안 태우지 않아? 큰물로 나가는 배에는 부정탄다고 안 태우는 걸로 알고 있는데?”

“헤헤헤, 그래서 젊고 잘생긴 소년도 나름대로 수요가 있습죠. 특히 어린 꼬맹이들은 용왕님 제물로 아주 인기가 많아서 말입니다요.”

“아, 그래?”

“옙옙, 그렇고 말고요. 나으리는 인기만점이실 겁니다요.”


그리 말하는 놈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놈의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곡괭이를 휘둘렀다.


뻑! 우적!


“이 새끼야, 죽여달라고 치성을 드려라. 어?”


옆에 있던 놈이 기겁하며 바닥을 굴렀다.


“으힉! 저는 그냥 길을 잘 안다고 심부름만 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알았으니까 좀 기다려 봐. 정신 사나우니까 입 닥치고 있어.”

“···읍.”


인신매매범을 하나만 남겨둔 상황에서 상태창으로 눈을 돌렸다. 이런저런 변화가 많았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지도창의 변화였다.


지상임무 ‘혈육을 찾아서’의 목표물인 내 형제자매 다섯 사람의 주변이 밝혀졌기에 유심히 관찰했었더랬다.


오랜 여정 중에 틈틈이 지켜본 결과, 무슨 일인지 광주에 있던 사촌동생이 슬슬 움직이더니 바다로 나가버렸다. 배를 탄 모양인지 바다를 누비다가 뭍에 다다르기를 반복하며 내가 있는 서쪽으로 오고 있었다. 물론 서쪽으로 온다 한들 나는 내륙 깊은 곳에 있으니 바닷길로 이동하는 녀석을 만나긴 어려운 일이었다.


지도창을 뚫어지게 보던 눈을 돌려 앞에 널브러진 놈의 낯짝을 죽어라 노려봤다.


“이봐, 이것 좀 봐봐.”

“예?”


곡괭이의 뾰족한 물미로 바닥을 긁어 대강의 지도를 그렸다. 광주에서 이곳으로 오며 들렀던 장소 등등, 사촌동생의 이동경로를 그려놓고 질문을 던졌다.


“이런 상황인데, 이 배가 다음에 멈출 곳은 어디인지 맞춰보시오.”

“예?”

“뭘 자꾸 예예 지랄이야. 못 맞추면 죽이고, 맞추면 안 죽이고.”


곡괭이를 들어 송곳날로 정수리를 살살 긁어주자 심부름꾼이 신들린 것처럼 바닥의 약도를 살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여기가 광주? 이건 대체 어디인지.”

“몰라? 그럼 죽어.”

“잠시만요! 알 듯도 합니다요!”

“나를 농락해? 그럼 죽어.”

“흐익! 기다려주십쇼! 뭐라도 떠올라야 말씀을 드릴 거 아닙니까요!”


우물쭈물하던 심부름꾼은 바닥의 약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아, 아마 상단의 배 같습니다. 먼바다로 나가지 않고 근해로 이동하며 기착하는 걸 보면.”

“해적은 아니란 말이지?”

“···해적이나 상단이나 그게 그거 아닙니까요? 배가 비면 해적선이고 물건 채우면 상선이니까.”

“그렇구만. 썩을 새끼들이네.”

“원래 그렇습니다. 그보다 여기를 좀 보십쇼. 제가 얼핏 듣기로는 광주 일대는 온갖 흑도가 다 몰려들어 난장판인데, 그중에서도 어느 섬에서 아주 큰 흑시가 주기적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저희가 잡아들인 노예들도 결국에는 그쪽으로 죄다 팔려갈 겁니다요.”

“그리고?”

“이게 흑시에 들렀던 해적선이라 친다면 도중에 어디에 들렀다 갈지는 몰라도 결국 도착할 곳은 한 곳일 겁니다.”

“그게 어딘데.”


심부름꾼은 헛기침을 하고선 약도 바깥의 어느 부분에 큼직한 땅덩이를 그렸다.


“주애주(朱崖洲). 하늘 아래의 모든 해적이 다 모인다는 땅입니다.”

“아···.”


여모산(黎母山)이라는 영산이 있다는 이곳은 나도 들은 바가 있었다. 어지간한 흑도두령은 죄다 잡혀왔으니 하늘 아래의 모든 흑도가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노역장에서 오만 이야기를 다 접했으니까.


“나으리, 제가 정답 맞혔습니까요?”

“···으음.”

“역시 맞지요? 그럼 살려주실 거지요?”


놈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곡괭이를 내리쳤다.


퍽!


수박 터지는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쪼개진 골통을 향해 마지막 질문에 대해 대답해 줬다.


“정답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미친놈아. 넌 그냥 죽어.”


【임무완료.】

「······을 완료. 보상으로 경험치 100획득. 수령 시에는 하단의 수령이라 적힌 단추를 눌러주세요.」


임무창 하단의 네모진 단추를 꾹 누르자 경험치를 수령했다는 알림과 경쾌한 나팔소리가 울렸다.


빠라바밥빠밥~!

【단수가 상승했습니다. 성장의 정수 세 개와 기술의 씨앗 한 개를 획득했습니다.】


단수상승의 푸른빛이 몸을 휘감으며 모든 상처와 피로감이 말끔하게 가셨다.


엊그제부터 경험치가 가득 찼다는 충만감이 느껴지더라니, 역시 단수상승이 코앞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음 단수상승까지 경험치를 꽉꽉 채워야 하는 막연함과 허탈함이 엄습했다.


“상태창 대협, 체력에 성장의 정수 전부 투자해.”

【사용자 도백연의 명령 확인.】

【체력이 삼 상승했습니다.】


즉시 몸에서 미미한 활력이 감돌았다. 조금 더 힘이 강해지고 튼튼해진 걸 느꼈다고 하면 허풍 같겠지만 진짜다.


체력에 성장의 정수를 투자하여 극한으로 성장시키면 상처가 빨리 낫기도 하거니와, 살가죽이 곰가죽처럼 탄탄해지고 근육은 용수(龍鬚)처럼 질겨지며 골격은 강철처럼 견고해져 도끼로 찍어도 토막 치기 어려워질 거라 했었다.


방구석 이론 상으로는 무학의 깨달음이 없이도 도검불침과 수화불침을 이루어 금강불괴를 넘보고 힘으로는 산을 뽑아낼 수 있다고도 했지.


감각을 극한으로 성장시키면 천리 밖의 소리를 엿듣고 몰아치는 눈보라를 젓가락으로 전부 잡아낼 정도로 예민하고 신속해진다 했었고.


이것도 방구석 이론 상으로는 무영환신(無影幻身)의 경지를 넘볼 수 있다고 했었다.


물론 체력과 감각은 독립적인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상호보완하고 종합배가적이라 했다.



「도백연의 상태창」


나이 : 18

신장 : 190 ▶ 191

체중 : 105

봉인 : 해금필요

직업 : 백상투사(白象鬪士)


단수 : 15 ▶ 16

감각 : 21 (20+1)

체력 : 72 ▶ 75

정기 : 26/26 ▶ 34/34


습득능력 : 마하금강신공

기타상태 : 커다란 분노, 커다란 증오, 커다란 슬픔, 큰 희망, 혈기왕성, 욕구불만, 성장기


「도백연의 기술」


파심뢰정(破心雷釘)

뇌기를 담은 단순하고 강력한 일격. 강화도 1/20, 정기소모 6


오뢰굉정(五雷轟頂) – 단수 18, 파심뢰정 십단강화 달성 시 해금

파심뢰정의 연계기로 타격점을 폭발시켜 뇌기를 머금은 강력한 파편을 퍼뜨립니다. 강화도 0/20, 정기소모 12


중뢰진(重雷震) – 단수 30, 파심뢰정 최대강화 달성 시 해금

파심뢰정의 연계기로 타격점으로부터 일정 범위에 뇌정의 고리를 연달아 퍼뜨립니다. 강화도 0/20, 정기소모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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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주(白象走)

육중하고 저돌적인 달리기. 하급 경공으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숙련도 6/20 ▶ 12/20


오뢰윤전(五雷輪轉)

본격적으로 뇌정을 다스리는 심법. 중급 운기법으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기술효과 – 정기 8 추가. 숙련도 0/40 ▶ 4/40


하위기술효과 – 정기 20추가


지자각보(之字脚步)

빈틈을 노리는 날렵한 걸음. 하급 신법으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숙련도 15/20 ▶ 17/20


척권술(踢拳術)

몸의 각 부위를 이용하는 날렵하고 강맹한 권각법. 하급 박투술로 상위 기술로 연결됩니다. 숙련도 16/20 ▶ 19/20


최상급 곡괭이 사용법

당신은 곡괭이에 미쳤습니다. 이미 달인의 경지로 상위 기술 진화에는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깨달음 0/1


하급 육체운용

기초는 벗어났으나 아직 몸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몸은 자신의 기본으로 모든 방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숙련도 14/20 ▶ 15/20


「미분배 기술의 씨앗 : 15」



상태창을 일람하고 창고 바닥에 늘어진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밧줄을 풀어주고 뺨따구를 몇 차례 후려쳤다.


“어이 아줌마.”


쩍쩍!


“아줌마! 좀 일어나 봐. 한가하게 잠이나 퍼잘 때가 아냐.”

“···으으? 끄어어억.”


아줌마가 기괴한 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뒤틀었다. 뺨을 맞은 덕에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아직 비몽사몽간이지만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급히 손을 털고 아줌마를 일으켜 앉혔다.


“끄어어, 아파아아.”

“아줌마, 괜찮아?”

“···흐?”


아줌마는 몽롱한 눈으로 나를 보곤 주변을 살폈다.


“······힉?”


머리통이 박살 나 썩은 두부 같은 뇌수가 잔뜩에 사방팔방이 피바다였다. 열 놈을 넘게 죽인 탓에 이곳이 푸줏간인지 반관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부위가 진열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인육 장사꾼인가 싶었다.


“아줌마, 지금 납치된 거 알아?”

“흐아아악! 살려주세요! 나으리 살려주세요!”

“내가 납치한 게 아니라 저것들이 납치했다고. 여기서 물 마시고 기절했었지? 왜 함부로 모르는 사람이 주는 물 마시고 그래.”

“흐이이익! 잘못했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녜요! 앞으로 물 안 마실게요!”


착란을 일으킨 아줌마가 제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공포가 완전히 가신 건 아니라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 저것들이 인신매매단이라고. 알겠어?”

“예, 예에.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고, 어디서 왔어?”

“저기 사동촌이라고···.”

“그럼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뺨을 두들기다가, 내가 후려친 곳을 때리는 바람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아윽!”

“저런, 왜 맞고 다녀.”


애써 모른척하고 있으니 인신매매단에게 얻어맞았다 생각했는지 그냥저냥 넘어갔다.


정신을 좀 차린 아줌마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쪼그려 앉았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셨지요? 저 남쪽의 선화현(宣化縣)입니다.”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알아서 갈 수 있지?”

“나으리는 어디로 가시나요?”

“남쪽 바다.”

“이곳에서 남쪽 바다로 향하자면 제 고향을 거쳐가야 합니다.”

“아, 그래?”

“그럼 혹시···.”


혹시?

혹시 다음에 뭐?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아줌마의 눈빛에서 왠지 불길함을 느꼈다. 섬찟한 느낌에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아줌마는 이미 말을 뱉어낸 후였다.


“···혹시 데려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 무지렁이 년이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띠링! 촤라락.

【돌발임무 발생.】

「추레한 중년여인이 사용자 도백연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임무를 완료하면 경험치와 함께 뭔가 좋은 걸 줄지도? 수락하시겠습니까?」


별다른 힘도 없는 이 아줌마를 혼자 가게 냅뒀다가는 또 곤경에 빠질 게 분명했다만, 친정까지 데려다주는 일은 너무나도 귀찮지 않나.


거절할까 말까, 심각한 고민에 빠진 내게 아줌마가 조곤하게 사연을 늘어놨다.


“마을에 역병이 돌아 자식 넷이 다 죽고, 남편과 시댁 어른들까지 죄다 돌아가셨는지라 집안에 살아남은 건 저 혼자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물어본 적은 없는데.


구구절절한 사연에 대해 듣고 있자니 임무를 거절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내가 사람 마구잡이로 죽이는 인간백정이기는 해도 인정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결국 마을의 남은 이들도 제각각 살 곳을 찾아 떠나고, 저도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 친정으로 돌아가는 중에 이런 일을···.”

“그럼 빨리 가. 꾸물거리지 말고.”

“저기 나으리, 남쪽 바다로 가실 예정이라면 저도 데려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발.”


듣자하니 썩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만, 하필이면 집 데려다주기 임무라?


하늘 아래 세상만사 많고 많은 일들 중에 왜 하필이면 집 데려다주기인가. 차라리 도적들을 때려죽이는 임무가 더 편한데. 이럼 혹을 달고 이동하기에 이동이 느려지지 않나···.


“쯥, 임무수락.”

【사용자 도백연의 명령 확인. 임무를 수락했습니다.】

【새로운 조원이 합류했습니다.】

【미답사지역이 해금됐습니다.】


동시에 지도창에서 선화현 일대가 해금되며 어둠이 걷혔다. 바깥에서도 초심자의 표식이 내려오며 빛기둥을 세웠다.


내가 모르는 지역까지 밝혀주다니, 집 데려다주기 임무는 의외로 괜찮을지도?


“아줌마, 굼벵이처럼 굴면 버리고 갈 거니까 빨리 일어나. 시간 없어.”

“예, 나으리. 감사합니다!”



***



“사동댁(沙東宅) 아줌마 발이 꽤 빠르네?”

“산 타며 나물 캐는 팔자인데 산비탈 정도는 가뿐하죠.”


심산궁곡에서 나물과 버섯을 한가득 캐어 등짐을 지고 다니길 십수 년, 아줌마는 이팔청춘 못지않게 체력도 좋고 걸음이 날랬다.


처음에는 혹이라 생각했으나 아줌마는 의외의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나으리, 나으리.”

“응? 왜?”

“이 나물이랑 저 새순은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이따 밥 먹어야 하니까 좀 캐서 가요.”

“좋아, 기왕이면 맛있는 걸로.”


보자기를 펴놓고 나물을 캐던 아줌마가 눈을 번쩍 뜨며 낫으로 나무둥치를 가리켰다. 거기엔 노란 줄무늬를 입은 새하얀 버섯이 서있었다.


활짝 핀 갓 하며, 밀가루처럼 뽀얀 결이 곱상했다. 겉보기에는 꽤나 맛있게 생긴 버섯이었다.


“어머, 이 버섯은 말예요. 이 일대에서만···.”

“오, 구워 먹으면 맛있어? 나 버섯 엄청 좋아하거든.”


아줌마는 발로 흰 버섯을 짓뭉개고 흙으로 덮어버렸다.


“아뇨, 먹으면 창자에 구멍나서 죽어요.”

“좋은 거네. 조금만 챙길까···.”

“예? 좋다뇨?”

“아냐, 아무것도.”


여정 중에 식용버섯과 독버섯, 나물과 독초 등 임산물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알려줬다. 그 외에도 기초적인 조리법이라던가 세탁법, 살림에 관한 전반적인 일도 알뜰살뜰하게 배웠다.


【새로 습득한 지식과 정보가 백과사전에 수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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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일장(一章) – 19 24.04.14 38 1 17쪽
31 일장(一章) – 18 24.04.13 39 1 14쪽
30 일장(一章) – 17 24.04.12 41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28 일장(一章) – 15 24.04.10 50 1 16쪽
27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 일장(一章) – 13 24.04.08 47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1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0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20 일장(一章) – 7 24.04.02 61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8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69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7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5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9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20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20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4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3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31 1 13쪽
8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8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3 1 13쪽
6 나락굴(奈落窟) – 6 24.03.19 162 1 14쪽
5 나락굴(奈落窟) – 5 24.03.18 180 2 11쪽
4 나락굴(奈落窟) – 4 24.02.02 306 4 14쪽
3 나락굴(奈落窟) – 3 24.02.01 348 3 12쪽
2 나락굴(奈落窟) – 2 24.02.01 389 3 17쪽
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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