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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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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6
추천수 :
42
글자수 :
21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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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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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일장(一章) – 7

DUMMY

투두두두두!


말을 탄 오랑캐 무리가 달려와 우리의 주변을 에워쌌다. 스물 남짓한 놈들이 창과 활을 쥐고 말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봤다.


“이놈들이냐?”

“그렇습니다.”


아까 보도를 보고 슬그머니 빠졌던 오랑캐들이었다. 놈들은 내게 삿대질을 하며 족장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히죽거렸다.


“저것들이 보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래?”


띠링!

【앞으로 서른 마리 남았습니다.】


상태창 대협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곡괭이를 꽉 움켜쥐고 기세등등하게 눈을 부라렸다.


적어도 저 중에 이름이 붉거나 까만 존재감을 가진 놈은 없었다. 가장 강한 놈이라 해봐야 분홍색 정도, 하지만 이름의 색이라는 게 옅다고 하여 놈들의 창칼이 내 몸에 박히지 않는 건 아니다.


상대가 암만 약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어이, 아저씨들 얘들 돈 뺏었다며. 사정없이 줘패고, 상투까지 잘라 크게 모욕하고.”

“무슨 소리를, 그건 우리 보물이다. 우리 선조들의 유물을 왜 네놈들이 가지고 있는 거냐? 도둑에게 맞는 대접을 해줬을 뿐이다. 살려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희한하게도 오랑캐와 대화가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소한 부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뭔 소리야. 어쩌다 보니 주운 거지. 주운 사람이 임자 아냐?”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행인이 흘린 걸 주운 거니 우리가 임자로군.”

“어디서 개수작이야. 그건 강탈이지.”


솔직히 도굴해서 손에 넣은지라 속이 좀 뜨끔했지만 이런 일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뻔뻔스럽게 나갔다.


언제는 체면 차리고 예의 갖춰서 사람 죽였던가? 내 인생이 원래 이런데 이제 와서 뭘 가리고 있어?


“이 배워처먹은 거 없는 오랑캐 새끼들아. 사람소리를 하랬지 누가 개소리를 하랬냐?”

“뭐라, 오랑캐! 중원놈 간덩이가 부었구나!”

“볼 거 없이 죽여버려!”

“기다려라!”


아우성치는 놈들 사이로 한 중년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존재감은 분홍색으로 나보다 살짝 강하다는 뜻, 그리고 다른 오랑캐들의 행동을 봤을 적에는 아마 족장이나 그에 준하는 신분으로 보였다.


“노인장, 중원에서 흘러온 고수라 들었소. 우리 선조들의 물건이 어떻게 세상에 흘러나왔는지는 대강 짐작하는 바, 서로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그 보도를 내려놓고 물러나시오.”

“그리 생각하나?”

“···흠, 아무리 고수라 해도 우리 부족 전체를 감당할 수는 없을 터. 체면 세워줄 때 물러나시오.”


대검을 끌어안은 사일검객이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렸다. 자신 있게 말한 오랑캐 족장도 내심 사일검객이 무서운지 쉬이 행동하지 못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 노인네가 보기에는 체면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 같은데?”

“뭐라?”

“네놈들도 선조의 유물이니 뭐니 떠들지만 금붙이를 팔아서 말을 사고 병기를 사들일 셈 아니냐. 이미 네놈들이 선조들의 무덤이고 남의 무덤이고 다 파헤쳐서 부장품을 죄다 털어먹은 걸 알고 있는데 어디 뻔뻔스럽게 입을 놀리느냐.”


사일검객의 지적에 족장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는지 이를 악물었다가 괜히 역정을 냈다.


“노인장! 말로 할 때 순순히 내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이 일대의 중원인을 죄다 도륙할 터이니!”

“허허허, 그래? 죄다 죽인다라, 그럼 나와 해보자는 말인가?”


사일검객은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다루듯이 조곤조곤하게 타일렀다.


“괜히 여기서 기싸움하다가 애꿎은 목숨 잃지 말고, 뺏어간 금관이랑 다른 보물들이나 가져와. 나도 성질이 급해서 언제까지 참아줄 수 있을지 몰라.”

“···큽! 그리 나오겠다 이 말이냐!”

“처음부터 그리 나왔다. 이 오랑캐 놈아.”


사일검객은 아주 태연자약했다. 앞으로 기병 천 기가 몰려온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듯한 모습으로 천하에서 손꼽히는 고수인 구주십걸의 일원다웠다.


저 당당함과 본인의 힘에 대한 자신감은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안목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여기에 있는 놈들 중 내 털끝이라도 스칠 놈이 없어. 앞으로 반 각 내에 물러나지 않으면 내가 칼날을 뽑아들 수밖에 없으니 잘 처신해.”

“이 노인네가 미쳤구나!”


많은 오랑캐 전사들이 보는 앞에서 수모를 당한 족장은 체면이 말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이대로 순순히 돌아간다면 족장의 위엄이 사라졌으니 우두머리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놈들이 들이받을 게 분명한 상황, 사일검객의 말대로 이건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화살을 메겨라!”


말 위에 오른 오랑캐들이 일제히 단궁을 겨눴다.


뜨득, 끄으으으.


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저 손을 놓기만 하면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들어 이 일대를 들쑤실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앉은 어죽집은 물론이고 어시장의 사람들이 죄다 달아났는지라 싸움에 휘말릴 이는 없었다.


하지만···.


“흐익!”

“사, 살려줘!”

“살려주십쇼. 으아악!”


막손파의 세 소년이 기겁하며 식탁 아래로 몸을 움츠렸다. 이들은 딱히 저항할 힘이 없기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을 위기였다.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 사일검객이야 엄청난 고수이니 화살을 쳐내고 피할 수준이 되겠지만 나는 저 많은 화살에 저항할 방도가 없었다.


“총각,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은 해봤어?”

“···그야 뭐, 해봤긴 한데.”


내 전략이야 항상 똑같았다.


상대가 준비하기 전에 기습하기, 그게 여의치 않으면 빈틈을 만들어 습격하기. 뭐가 어찌 됐건 벼락처럼 공격하여 숨통을 끊는 것이 내 전략.


곡괭이를 휘두르는 내게 중요한 것은 절묘한 술수보다는 압도적인 속력과 파괴력이 아니던가.


앞뒤 볼 거 없이 곡괭이를 들어올려 ‘기술을 사용한다’라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의념이 곧게 서고 상이 선명하게 맺히며 입에서는 우렁찬 기합이 절로 뿜어졌다.


“비다르나아!!!”


단전에서 정기가 쑥 빠짐과 동시에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상황에 맞춘 완벽한 움직임으로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일체 된 천의무봉의 경지라!


이것이 기술, 파심뢰정(破心雷釘)!


쩌저엉! 펑!


내 몸은 이미 한달음에 튀어나가 족장의 앞에 섰고, 사선으로 휘두른 곡괭이가 족장의 골반과 올라탄 말까지 박살을 낸 이후였다.


“···꺼억??”


사람과 커다란 말이 동시에 터져 대량의 피와 살점이 비산했다. 울려 퍼진 뇌성에 놀란 말들이 일제히 난동을 부려 낙마한 오랑캐들이 바닥을 굴렀다.


【두령 처치, 앞으로 스물아홉 마리 남았습니다.】

“히히힝!”

“족장! 족자아앙!”

“뭐야, 방금 번개는!”


그 와중, 눈먼 화살이 막손파에게 날아들었으나 모조리 사일검객의 손아귀에 붙들렸다.


“총각, 말을 하고 시작하지는.”


사일검객은 혀를 차고선 화살을 한 줌 움켜쥔 손을 휘둘렀다. 봤기에 던진다는 걸 알았지, 못 봤으면 어떻게 던졌는지도 모를 쾌속한 수법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화살이 바닥에 쓰러진 오랑캐들의 눈을 파고들었다.


퍼퍼퍼퍽!

【앞으로 스물네 마리 남았습니다.】


뇌성벽력으로 시작된 혼란 속, 말에 깔린 놈들은 버려두고 멀쩡한 놈들을 쫓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흐이익! 사, 살려···.”

“싫어.”


퍼억!


송곳날이 머리통을 파고들면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바르르 떨었고, 허파를 파고들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오랑캐들 사이로 난입하여 곡괭이춤을 추자, 놈들은 활과 창을 버리고 허리춤의 단도를 빼들었다.


“이 중원놈!”

“죽여버려!”


곧장 몸을 회전하며 곡괭이를 횡으로 휘둘렀다.


우적, 송곳날이 어느 오랑캐의 갈비뼈를 파고들었다.


“꺽, 꺽···.”


놈은 숨을 깔딱이며 틀어박힌 곡괭이를 움켜쥐었다. 재수없게 먼저 표적이 되어 옆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으니 살아남기는 글러먹었지만, 다른 놈들은 이를 기회 삼아 내게 단도를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죽엇!”


오랑캐 사이로 뛰어들었기에 놈들과 내 거리는 몇 걸음이 고작이었다. 앞으로 뛰어 팔만 내질러도 단도가 내 몸뚱이 어딘가를 쑤시고도 남았다.


그렇다고 순순히 맞아주면 내가 도백연이겠는가, 눈을 부릅뜨고 온몸의 힘을 쥐어짜냈다.


“쿠흐, 우워어어어어!!”


사람이 꿰인 커다란 곡괭이를 그대로 들어올렸다. 나를 찌르려던 놈들이 기겁하는 찰나.


“비다르나아!!!”


사람을 꿴 곡괭이를 그대로 휘둘러 파심뢰정을 사용했다.


뇌성이 울리며 가느다란 번개줄기가 이리저리 튀기고, 두 사람 분량의 선지와 고깃덩이가 마구잡이로 뿌려졌다.


일순 정적이 흘렀다.


피와 살점, 내장을 잔뜩 뒤집어쓴 오랑캐들의 눈이 흔들리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곡괭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모조리, 다 죽여버리겠다아아!”

“흐아악! 괴물이다!”

“한 놈도 살려두지 않으리!”

“도망, 도망쳐! 도망쳐!”


내가 선보인 체력 칠십이의 괴력에 놈들이 전의를 상실하며 병아리 떼 달아나듯 우르르 빠질 때였다.


투웅! 착!


등 뒤에서 활시위 놓는 소리가 퍼졌다. 동시에 살가죽에 회초리가 들러붙는 소리도 울렸다.


고개를 돌렸다.


손을 뻗은 사일검객이 나를 향해 날아든 화살을 앙상한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쯔쯧, 총각. 난전 속에서는 사방을 경계하고 천지를 주의하여 육합에 신경을 써야 하는 법이야.”


그리 말한 사일검객은 움켜쥔 화살을 던져 내게 활을 쏜 오랑캐의 미간을 쑤셔버렸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털고는 어시장을 벗어나는 놈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반 각이 지나지 않아 칼날을 뽑을 수 없는데 어쩌누. 저것들 다 도망가면 골치가 아플 텐데. 혹시 애먼 아이들을 인질로 잡을지도 몰라.”

“이미 화살 던져서 꽤 죽였잖아요. 칼날을 뽑건 안 뽑건 상관있어요?”

“어쨌건 내 입으로 말한 게 있으니 본 실력은 못 드러낸다 이거지. 기왕 자네가 시작한 거 자네가 끝을 봐야겠어.”

“뭐, 걱정 마십쇼.”


몰려온 토번족의 태반은 말과 함께 깔려 움직일 수 없거나 낙상으로 다리를 다쳐 제대로 운신할 수 없는 상태, 곡괭이를 들어 기어가는 놈의 척추를 쪼개며 대답했다.


“다 찾아서 죽여버릴 거니까.”



***



지도창과 초심자의 표식이 안내하는 대로 하나하나 찾아 죽이다 보니 남은 것은 고작 둘, 놈들은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어느 민가에 숨어들어 아낙과 아이를 인질로 잡았다.


“다, 다가오지 마!”

“이년이랑 애새끼 죽여버릴 거야!”


인질로 잡힌 것은 중원인이 아니라 이곳의 토박이인 백족이라는 오랑캐들이었다.


“꺄악! 엄마아!”

“제발 우리 애는 살려주세요!”


그 민가 근처로 많은 백족 사내들이 몰려들어 창을 겨누었다. 이곳에 있는 인원들만 해도 머릿수가 백을 넘어갔다.


예전에는 백족들이 이곳을 다스리고 있었다나? 그러나 사나운 묘족과 본토에서 밀려난 토번족이 줄기차게 침공하는데다가, 중원인으로 이루어진 화적떼가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바람에 쫄딱 망했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가 어우러져 산다지만 주기적으로 본토에서 밀려난 토번족들이 나타나 싸움을 일으키니 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이 개 같은 토번 새끼들아!”

“당장 튀어나와! 비겁하게 인질을 잡다니!”


내 뒤에서 팔짱을 끼고 사태를 관망하던 사일검객이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총각, 자네가 할 수 있겠어?”

“···글쎄요, 인질이 잡힌 상황은 좀 어려울 거 같은데.”

“저것들 세력은 이걸로 끝이 아냐. 본진에는 기마병이 수십은 더 있다고. 이 상황이 빨리 안 끝내면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몰라.”


일대의 토번족 전체를 따지면 머릿수가 천을 넘어간다고 했다. 물론 놈들이 죄다 기마병도 아니고 통일된 하나의 세력은 아니었다. 방금 내 손에 죽은 족장처럼 제각각 무리를 거느린 우두머리가 난립했는지라 중구난방이라나.


어쨌건 이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 당장은 눈앞의 일을 해결해야지.


“그럼···.”

“하기 어려우면 내가 할까?”

“아뇨, 우선 제가 나서 봐야죠.”


내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이 상황을 타개하겠냐마는, 따지고 보면 나로 인해 시작된 일이기도 하거니와 저것들을 안 죽이면 임무실패니까.


백족 사내들을 가르며 앞으로 나섰다. 곡괭이로 바닥을 후려치며 가슴을 활짝 폈다.


“나와라,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 미친놈, 너 같으면 나가겠냐? 이것들이 사는 꼴 보고 싶으면 우리 부족에게 연락해라.”

“너 같으면 연락하겠냐?”


그렇지 않아도 족장이 도륙 났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질 텐데, 불난 집에 부채질해서 내 위기를 앞당길 필요는 없었다.


“말을 타고 기세 좋게 달려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아이와 여인의 엉덩이 뒤에 숨어 구차하게 연명하냐! 사내라면 창피한 줄 알아라!”

“뭐? 이 새끼가 장난치는 줄 아나! 이년부터 죽여주마!”


의도치 않게 불난 집에 부채질을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토번족 놈이 아낙의 목에 단도를 꾹 눌러 베어버리려는 순간이었다.


“거참, 허어업!”


사일검객의 기합과 동시에 서늘한 검기가 일자로 곧게 뻗었다. 내 발치를 찔렀을 때처럼 단 한 번의 찌르기로 놈들의 몸에 아홉 개의 구멍을 뚫어버렸다.


정말, 다시 봐도 믿기 힘든 수준의 자천검(刺穿劍)이었다.


미간을 비롯하여 온갖 급소에 구멍이 뚫린 놈들은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절명했다. 아이와 아낙을 잡은 손이 풀려 그대로 널브러졌다.


【처치 완료, 임무완료를 위해 보물을 회수하세요.】


철컥, 납검한 사일검객은 인상을 가득 찌푸렸다. 영 뒷맛이 좋지 않다는 것처럼 입맛을 쩝쩝 다셨다.


“총각,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도발하는 게 아냐. 자네 탓에 저 애기가 어미를 잃을 뻔했어.”

“···그래야겠네요. 아찔했습니다.”

“그리고 자네의 무공을 대성하면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야, 홀로 싸우는 난전에는 어울려도 이런 상황에는 영 아닌 거 같어. 그러니 다른 술수도 꾸준히 익히는 게 좋겠구만.”

“옙···.”


주변의 백족 사내들이 우리에게 뭔가 말을 걸고 있었지만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일검객 또한 그들이 뭐라 나불거리건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쯥, 결국 보물은 돌려받지 못했구만? 어찌할 생각인가?”

“별 수 있습니까? 보물 찾아달라고 했으니 쳐들어가서 가져와야죠.”

“자신은 있고?”

“솔직히 수백이나 상대할 자신은 없습니다만.”

“자신 없어? 그럼 보도도 받았는데 내가 좀 도와줘야지.”


사실 사일검객은 이미 보도의 값을 치렀다. 아까 등 뒤에서 날아오던 화살을 잡아 내 목숨을 한 번 구하지 않았나. 지금부터 내게 베푸는 일은 돈값을 넘어선 일이자 과한 친절이었다.


용이형은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가르쳤었다.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푸는 이를 믿지 말라고, 과한 친절 속에는 내게 해코지하려는 검은 마음이 있으니 그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노인장은 신풍노사의 친우라 하더니 그와 동류의 냄새가 풍겼다. 노역장에서 마음을 기대었던 시절이 떠올라 조금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같이 가서 놈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기 전에 후딱 정리해버리자고.”

“그럴까요? 그러시죠.”


사일검객에게 그리 대답했을 때, 익숙하면서도 처음 듣는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촤라락.

【조원창 해금, 새로운 조원이 합류했습니다.】


「도백연의 패거리」

• 사일검객 임용대


“엇···.”

“응? 뭘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 하늘에 뭐라도 있어?”

“아뇨, 아닙니다.”


조원으로 합류하는 조건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저번에 관짝 도굴하러 막손파와 함께할 적에는 이런 알림이 뜨지 않았었는데?


여튼 영문 모를 일은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지금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게 더욱 생산적이지 않나.


성큼성큼 걸어 토번족 소굴로 향했다.


“길은 알고 가는 건가?”

“네.”

“뭐야, 길을 어떻게 알아.”

“잘? 저쪽 아닌가요?”


초심자의 표식이 내려와 빛기둥을 세운 방향을 가리키자 사일검객이 흠칫 놀랐다.


“정확한데? 그럼 내가 먼저 가서 정리하고 있을 터이니 알아서 달려오라고.”

“엇.”


사일검객이 발을 굴러 뛰어올랐다. 오랑캐 가옥의 지붕을 가볍게 밟으며 몇 번 뛰자 순식간에 그 모습이 사라졌다. 육안으로 보는 시계만이 아니라 이미 지도창에서도 나와 한참의 거리가 벌어졌다.


“젠장, 뭐 이리 빨라.”


나도 호흡을 가다듬고 발을 앞으로 내질렀다. 코끼리가 달리는 것처럼 육중한 뜀박질에 속력이 점점 붙으며 발자취에 흙먼지가 나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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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일장(一章) – 19 24.04.14 38 1 17쪽
31 일장(一章) – 18 24.04.13 39 1 14쪽
30 일장(一章) – 17 24.04.12 41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28 일장(一章) – 15 24.04.10 50 1 16쪽
27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26 일장(一章) – 13 24.04.08 47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1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0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 일장(一章) – 7 24.04.02 62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8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70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7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5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9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20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20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4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3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31 1 13쪽
8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8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3 1 13쪽
6 나락굴(奈落窟) – 6 24.03.19 162 1 14쪽
5 나락굴(奈落窟) – 5 24.03.18 180 2 11쪽
4 나락굴(奈落窟) – 4 24.02.02 307 4 14쪽
3 나락굴(奈落窟) – 3 24.02.01 348 3 12쪽
2 나락굴(奈落窟) – 2 24.02.01 390 3 17쪽
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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