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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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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7
추천수 :
42
글자수 :
215,581

작성
24.03.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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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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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나락굴(奈落窟) – 8

DUMMY

“공청석유가 뉘집 개 이름인 줄 아느뇨?”


내공고자가 된 내 신세를 단전 트인 사람들이 어떻게 알까. 그나마 폐단을 당한 병신 신세의 사람들이 알아줄까 했으나, 이것들도 옛날에는 단전이 멀쩡했다고 내 기분을 몰랐다.


“에휴, 말을 맙시다.”

“쯧, 저 싸가지 하고는. 열다섯 처먹은 놈이 아직도 저러는구나.”


신풍노사가 옆에 주저앉아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천골을 타고난 이들 중에 운명의 장난인지 어딘가에 문제가 있어 그 기세를 펼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네가 딱 그 꼴이다 싶구나.”

“···젠장.”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라. 문제 해결 자체는 간단할 게야.”

“그러니까 그걸 하려면 영약이 필요하다며. 아니면 엄청난 고수가 타통을 시켜주던가.”

“후우, 본좌가 멀쩡했더라면···.”


물론 그랬다면 신풍노사가 여기에 잡혀 올 일이 없었을 거다.


노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노사가 잡혀왔기에 우리 모두가 무공을 배우게 됐고, 간수장의 정체도 알아내지 않았나. 이곳이 정기가 매우 풍부하여 수련하기에 좋은 땅이라는 사실도 알았고.


물론 나는 내공을 쌓지 못하지만···.


“대장, 왜 표정이 어두워.”


용이형이 다가왔다. 찬바람이 무색하게 뜨거운 땀에 젖어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공에 재능이 있는 용이형은 그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한다는 말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신풍노사와 춘석삼촌, 다른 흑도두령들도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형, 왜 자꾸 대장이라고 부르세요.”

“대장을 대장이라고 불러야지.”


내가 앞장서서 세를 잃은 파벌과 한판 전쟁을 벌여 놈들을 죽이고 복속시킨 후로 노역장을 피로 물들였던 죄수 간의 살육이 끝을 고했다.


그 후로 용이형이 나를 대장이라고 부르자, 죄수들 모두가 나를 대장이라 추켜세웠다.


이런 일이 있어 대장이 됐기는 한데, 용이형은 나를 쉬이 제압할 정도로 강해졌으면서도 꼬박꼬박 대장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나를 놀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대장은 무슨 대장, 내공도 한 줌 없는데.”

“그래도 대장이지. 백연이 너 아니면 누가 대장을 하겠어.”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보다 다들 별다른 일은 없죠?”

“딱히, 지금도 별다른 기색 없잖아.”


광장에 나란히 서서 무공을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이곳이 명문대파의 연무장인지 역적의 자식들이 잡혀온 노역장인지 헷갈렸다.


내공을 쌓은 걸 들켜 간수들이 당장이라도 쳐죽일까 전전긍긍하던 옛날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심지어 무슨 꿍꿍이인지 나날이 달라지는 우리를 제지할 생각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 못해, 무공을 배울 적에는 배불리 먹어야 한다며 돼지죽을 한가득 퍼주고 있다.


잔칫날에 잡아먹으려고 돼지를 살찌우듯 말이다.


그렇기에 신풍노사를 비롯하여 무림의 칼밥을 먹은 흑도두령들은 분명 머잖아 큰 사달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다.


우리가 무공을 극성으로 익히면 간수들을 제압하고 이곳을 탈출하리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버려 둘 리는 없지 않나, 이건 내가 생각해도 몹시 수상쩍은 일이었다.


몇 년 동안 조용했기에 더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살펴야 했다.


눈알을 좌우로 데룩데룩 굴리는 와중, 춘석삼촌이 다가와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백연대장.”

“응? 왜?”


춘석삼촌은 병신이 된 다리를 주무르며 피싯 웃었다.


“나가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

“···갑자기?”

“그냥 봄도 왔는데 생각나서 그런다. 지금 청명(淸明)도 지났다고 했잖냐.”

“왜 나이도 자실 만큼 자신 분이 봄을 타고 그러쇼?”


산맥으로 불어닥치는 봄바람은 매섭지만 겨울 지난 볕은 매우 따사로웠다. 개나리와 진달래를 꼬옥 품어줄 것처럼 파란 하늘을 보던 춘석삼촌이 눈을 깜빡였다.


저 까만 눈동자에 누가 담겨있을까, 털복숭이 아저씨를 내 또래 소년들처럼 아련한 표정을 짓도록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


“그러는 삼촌이야말로 나가서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 거 아냐?”

“···흑공작(黑孔雀).”

“여자야? 부인?”

“내가 예전에 몸을 담았었던 흑관정의 우두머리였다. 부인은 아니다만, 한때 마음을 줬었지.”

“어떤 사람이길래 무뚝뚝한 춘석삼촌을 다 홀리셨나?”


그에 대한 답은 빙그레 웃는 춘석삼촌이 아닌 신풍노사가 대신했다.


“흑공작은 당찬 여걸이지. 재기가 뛰어나 어려서부터 구주십걸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린 고수다.”

“예뻐?”


내 질문에 신풍노사가 코웃음을 쳤다.


“요놈이 이제 가랭이터럭이 수북해졌다고 여인을 물을 적에 부용의 아름다움부터 찾는구나.”

“누가 뭐라 했수? 춘석삼촌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서 예쁘냐 물어봤던 거지.”

“본좌도 봤던 적이 있었다. 자태가 참으로 고왔더랬지. 이제 세월이 흘렀으니 그 흑공작도 마흔을 넘었겠구나.”

“······아, 마흔. 돌아가신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네.”


시큰둥한 답을 하자 춘석삼촌이 내 상투를 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백연대장, 그래도 한때 내 정인이었던 사람인데 그런 반응 보이면 돼?”

“아아, 알았어. 미안해.”


이번에는 돌칼로 땅을 긁적이던 용이형이 말했다.


“저도 있습니다. 가족이 몰살당하는 바람에 피붙이는 없지만, 제게 글을 가르치셨던 스승님이 계시거든요.”

“용이에게 가르침을 베푼 스승이라, 필시 학식이 뛰어난 사내였겠구먼?”

“혹시 성금장(盛金章)이라는 유사를 아십니까?”

“그게 네 스승의 존함이더냐? 미안하다만 들은 바는 없구나. 어떤 분이셨는고?”

“역시 그렇겠죠. 초야에 묻혀 사는 분이었으니. 돌아가신 아버님의 친우였기에 연이 닿아 글월을 배우게 됐었습니다.”

“그리고?”


돌칼로 바닥을 끄적여, 두 자를 적은 용이형이 중얼거렸다.


“그 집에 동생같이 여기던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더분해서는 오빠오빠하며 잘 따르던 녀석이었는데, 필화(筆禍)를 잘 피해 갔을까 모르겠네요.”


바닥에는 봉례(鳳禮)라고 적혀있었다. 성씨까지 붙이면 이름이 성봉례라는 말이었다.


“용이형.”

“···응?”

“예뻐요? 이름은 좀 구린데.”


눈을 열 번 깜빡일 동안 묵묵하게 나를 보던 용이형이 주먹을 들어 머리통을 후렸다.


딱!


“대장, 적당히 좀 해라.”

“아, 씨잉. 때릴 것까진 없잖아요.”


머리를 문지르고 있으니, 신풍노사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흐허허헐! 저놈을 보고 있으면 꼭 내 제자 놈을 보는 거 같단 말이지. 따박따박 말대꾸나 하면서 사람 속썩이는 꼴이 똑같구나.”

“노사, 제자가 어떤 사람인데? 인품이 굉장히 고결하고 훌륭한가 보지?”

“옛날에 길가에서 우연히 고아 하나를 만났는데 성질머리가 고약할 뿐만이 아니라 머리가 아주 비상해서 사람 크게 등쳐먹을 놈이었어. 그대로 냅뒀다가는 큰일이겠다 싶어 냉큼 끌고가서 가르쳤다.”

“아, 그러셔요? 이름은?”

“동방태호(東方太虎), 이제 스물다섯이나 됐겠구먼. 그동안 나 없이 어떻게 지내고 있었으려나 모르겠다···.”

“잔소리하는 사부 없어졌다고 신나서 돌아다녔겠지 뭐.”

“허허허! 네 말도 맞다. 그간 갑갑하다고 얼마나 투정을 부렸는지 몰라.”


잠시 하늘을 보던 신풍노사가 물었다.


“백연아, 너는 보고 싶은 사람이 없더냐?”

“나야 뭐, 노예로 끌려간 내 형제자매들 다 보고 싶지. 특히 내 동생은 더더욱.”

“동생이 몇이나 있다고 했지?”

“지금까지 셋이 있었는데, 둘째랑 셋째는 세 돌 지나기 전에 열병으로 죽었고. 마지막으로 막내 하나 남았네.”

“그럼 막내가 몇 살인고?”

“멸문지화를 당할 때에 뒤집기 떼고, 걸음마 시작하고 있었으니까 지금껏 살아있으면 일곱 살 됐겠네. 말도 아바바붑 이런 것밖에 못했었어. 내 얼굴도 기억 못 할걸.”


사실 얼굴만 기억 못 하면 다행이다. 노비가 되어 끌려간 녀석이니 혈육이 살아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뿌리마저 모르고 자랐겠지.


이곳에서 나간다 해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


괜히 푸른 하늘이 울적해 보였다. 코에 파와 마늘을 댄 것처럼 눈이 시큰해졌다.


“······꿀꿀한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보다 다들 여기 나가면 먹고 싶은 거 있어?”

“본좌는 닭이나 푹 삶아서 뜯고 싶구나. 거 닭고기 맛을 봤던 것도 오래됐어. 거기에 달큰한 술 한 바가지 곁들이면 원이 없겠다.”

“나는 국수, 국수면 다 좋으니까 좀 먹고 싶다. 고향에서 먹던 것처럼 칼칼하게 해서 먹으면 더 좋고.”

“허허, 나는 부드러운 장육에 오래 묵은 백주. 백연대장은 뭘 먹고 싶냐?”


춘석삼촌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이 나왔다.


“난 뽀얀 쌀밥, 뽀오얀 쌀밥에 묵은 장 넣고 끓인 생선조림 먹고 싶어. 엄마가 해주던 것처럼 생강이랑 마늘 듬뿍 넣은 걸로.”

“껄껄! 민(閩)땅의 생선조림도 별미지, 구주사해 각지에서 잡혀온 것들이라 먹고 싶은 것도 참 제각각이구나. 우리 중 누구 하나라도 이곳을 나가면 죄다 먹기로 하자꾸나.”


신풍노사의 호탕하게 웃는 얼굴을 한 번, 춘석삼촌의 눈동자를 한 번, 용이형의 잔잔한 미소를 보고 마지막으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이 다시 푸르게 보이며 쨍한 볕이 눈을 따끔하게 만들었다.


“······왜 재수없는 소리를 해. 우리 중 누구 하나라도 나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나가야지.”



***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산골짝을 스쳤다.


높다란 나무 가지가지마다 가득한 연둣빛 여린 잎사귀에 맺힌 이슬이 아래로 흩어졌다. 숲빛을 머금은 영롱한 방울이 낡은 초가지붕 위로 젖어들었다.


울타리도 없이 대문도 없이 홀로 선 단칸 모옥.


모옥의 지붕에서 노랗게 빛났을 갈짚은 검게 삭아가는 중이었고, 다듬지 않은 거친 기둥은 이끼가 가득했다. 댓살을 엮어 세운 얇은 벽 또한 성긴 틈 사이로 바람이 드나드니 이곳이 사람 사는 집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터였다.


안쪽을 보자면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경전과 허름한 법구 몇몇, 세간살이는 바가지와 거적떼기가 전부였다.


이 안에서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정좌를 한 강천승통은 입술을 달싹이며 끊임없이 뭔가를 중얼거렸다.


“오백이십삼만의 순결한 피로 흙을 적셨고, 사백칠십칠만의 가녀린 넋이 바람을 타고 떠도니 비통하게 울부짖는 절규가 천지에 가득하구나. 거룩한 아이들아 서러워 말거라, 곧 하늘이 열려 모든 고통이 끝날지니.”


중천에 떴던 해가 한 뼘이 남을 때까지 염불을 외던 강천승통이 문득 고개를 까딱였다.


모옥의 바깥에서 인기척이 난 탓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옥의 문이 열리고, 한 중년사내가 들어섰다.


그의 외양은 이 허름한 모옥과 어울리지 않았다.


희끗한 새치가 섞인 흑발을 위로 올려 상투를 틀고, 은비녀와 은제 상투관으로 정리하여 한 가닥 흐트러짐도 없이 정갈했다.


칼자국이 난 넓은 이마 아래, 길게 찢어지고 정광 가득한 용안에 산마루 같은 코는 기세가 충천했으며 앙다문 입술과 단단해 보이는 턱은 참으로 고집스러운 모양새였다.


옷차림 또한 그윽한 맛이 있었다.


검게 보일만치 짙은 심람색(深藍色)의 질 좋은 무명으로 지은 상하의 한 벌, 그 위에는 무늬 없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공단으로 만든 장포를 걸쳤고, 허리춤의 백공단 허리띠는 주름이 반듯하도록 정리하여 단정하기 그지없었다.


그 빳빳한 허리띠에 달린 의천맹의 은패가 중년무인의 신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정에서 세운 어용연맹인 의천맹의 수뇌이자 그 근본은 녹을 먹는 군관으로 황제의 칼이나 다름없는 자.


의천맹 위정단장(義天盟 衛正團長).

흠차사신 정위천(欽差死神 鄭衛天).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방중에 앉아 명상에 잠긴 강천승통을 노려봤다.


“······.”

“오셨소.”


미동도 없는 강천승통의 뒤통수를 향해 정위천의 깐깐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닿았다.


“준비는 다 끝났나?”

“정공, 걱정 마시오. 재촉하는 바람에 몇 년 앞당기기는 했으나 문제는 없소이다.”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나. 몇 년을 당긴 게 아니라 당초의 예정보다 너무 늦어지지 않았나.”

“···설마 십 년이 넘도록 흑도두령들이 아이들에게 무공을 한 구절도 가르치지 않을 줄은 몰랐소이다.”

“멍청한, 흑도 놈들이 당연히 그리 행동하리라는 것도 몰랐나. 그럼 지금은 준비가 완벽하다는 말이겠지?”


강천승통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땅을 적신 피와 절규가 용맥에 스며들었음을 확인했고, 아이들 스스로 피에 물든 용맥에 동화된 것을 확인했소. 제자들도 대법의 준비를 마쳤으니 심려 마시오.”

“확실한가?”

“용정에서 끓어넘치는 정이 용맥을 타고 흘러 용혈에 고이고, 용혈이 살아 숨쉬는 땅은 정기가 충만하고 순수한 법. 그곳이 바로 그런 조건을 갖추었기에 예로부터 대법을 거행하기 위한 땅이었던 게요. 소승이 전부 확인했으니 문제는 없소이다.”


정위천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렇다면 진작 술법을 실행할 것이지. 황상께옵서 얼마나 기다리고 계신지 아는가?”

“대법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외다. 천지를 채운 우주만물의 성정(聖精)을 범하는 것이 쉬운 줄 아시오이까? 대법에는 자연의 이치마저 어그러뜨릴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강천승통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제 쇄혈봉정대법(灑血奉精大法)으로 용혈의 정을 퍼내어 응축하면 공청석유에 비견되는 천고의 영약인 금광신혈(金光神血)을 얻을 수 있소.”

“정말이겠지?”

“물론이올시다. 금광신혈을 취하면 백독이 침습할 수 없고, 만병이 감히 침범할 수 없으며, 세월마저 버티는 육신을 얻게 될 것이오.”

“알겠다. 대법의 날이 언제라 했지?”


지금껏 면벽하고 있던 강천승통이 눈을 부릅떴다. 흰자위가 붉게 물들어 혈안이 되고, 눈동자가 누렇게 빛을 발했다.


“앞으로 달포 뒤, 사월초파일.”

“미쳤군. 날을 잡아도 그런 날을 잡나?”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이오. 스스로 얻은 가련한 희망이 지독한 절망으로 바뀔 때, 구원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기적을 일으키는 법이오.”

“구원을 바라는 마음이라? 지독한 절망?”


잠시간 고민하던 정위천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실상은 노역장 자체가 고독주법(蠱毒呪法)의 항아리였나. 서로 죽이고 죽여 독기를 품게 하더라니.”

“술식의 기반은 고독주법이 맞긴 하오만, 결과물은 다를 것이외다.”

“인간고독이라, 좌도방문의 술수는 이해할 수 없군. 그럼 내달 초파일에 다시 보도록 하지.”


나가려던 정위천이 문설주를 잡고 멈춰섰다.


“······아, 이전에도 물었지만, 중이라는 자가 이런 혈겁을 일으켜도 되나?”

“중생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무간지옥에 들어간들 무에 두려울까, 모든 업보는 소승이 지고 갈 것이오.”

“외도(外道)에 발을 들이고선 중생을 구제한다니. 뻔뻔스럽군.”


강천승통은 눈꺼풀을 닫고 나지막이 읊었다.


“외도의 힘으로 세세무궁토록 천하를 다스리실 황상께옵서 하찮은 일에 신경 쓰시지 않도록 정공이 잘 보필해 드리시오. 공사다망하실 터인데 이만 가시구려.”


정위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방자하다! 감히 그 더러운 입에 지고한 황상을 올렸느냐!”

“······끌끌, 참으로 송구하외다.”

“놈!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본관이 동귀어진을 해서라도, 사해삼절과 구주십걸을 불러모아서라도 네놈의 뜻을 꺾어주겠다. 명심하도록.”


바깥으로 나가는 정위천의 귀에 강천승통이 몸을 일으키는 음산한 소리가 닿았다.


“심려 마시오. 그날, 구원을 갈망하는 아이들의 피로 신혈이 태어날 것이니. 끌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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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일장(一章) – 18 24.04.13 39 1 14쪽
30 일장(一章) – 17 24.04.12 41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28 일장(一章) – 15 24.04.10 49 1 16쪽
27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26 일장(一章) – 13 24.04.08 46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0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0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20 일장(一章) – 7 24.04.02 61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8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69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6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5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8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20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20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4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3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31 1 13쪽
»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8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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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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