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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006
추천수 :
42
글자수 :
215,581

작성
24.03.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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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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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나락굴(奈落窟) – 5

DUMMY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다른 놈들 눈치 볼 필요 없이 밤중에 치자고 했잖아!”

“저 개새끼 죽여!”


내 머리를 향해 곡괭이가 날아들었다.


송곳날을 똑바로 노려보며 방패처럼 든 송장을 들이댔다.


우적!


내 머리를 노리고 내리찍은 곡괭이가 송장에 틀어박혀 당장 뽑지도 못하게 되자, 놈들이 떼로 달려들었다.


“미친 개새끼가!”

“이익!”


가장 앞선 놈과 엉겨붙어 멱살을 잡고 엎어졌다. 동시에 누군가의 곡괭이가 귓등 바로 옆을 찍었다.


카아앙!


잠시라도 멈췄다가는 곡괭이가 날아들어 내 등골을 작살낼 터, 있는 힘을 다해 바닥을 구르며 놈을 육방패로 삼았다.


“젠장, 애새끼가 들러붙었어!”

“저 새끼 떼!”


그 사이, 앞에서도 싸움판이 벌어져 형들과 삼촌들이 날카로운 돌덩이를 사정없이 집어던졌다.


“끄학! 내 눈!!”

“막아! 막고 앞으로 달려!”


난전 속에 내게 쏠렸던 신경이 분산된 틈을 노려 멱살을 잡은 놈을 이끌고 멀찌감치 굴러갔다.


바닥의 거칠고 뾰족한 돌멩이가 살가죽을 찢었지만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상대가 내 멱살을 잡고 목을 졸라 죽이려 날뛰고 있었다.


“죽엇!”

“흐어업!”


내 멱살을 잡은 손아귀를 잡고 떼어내자, 놈이 눈을 부릅뜨며 악다구니를 쳤다.


“무슨 애새끼 힘이! 으그으으윽!!”

“죽어어!!”


놈의 팔을 활짝 벌리고, 목울대를 거칠게 물었다.


“끄흡! 끕! 사, 살려···.”

“즉으으! 씁쓰끄으으!”


승냥이가 사슴의 뱃가죽을 물고 흔드는 것처럼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뿌득 소리가 나며 입안에 뜨끈하고 비릿한 피가 들이닥쳤다. 거기서 턱에 힘을 주니 닭뼈를 씹듯 뭔가가 부서지고 끊겼다.


“퉵!”


입을 채운 피와 목울대를 뱉어냈다.


“끄륵, 끅.”


목울대가 뜯겨나가며 목 내부가 훤히 드러난 놈은 말도 하지 못하고 발을 마구 굴렀다. 정말 미칠 노릇인지 누운 채로 버둥거리며 발꿈치로 바닥을 긁었다.


“끄륵끄륵.”


상처를 손으로 막고 있었으나 검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왈칵 솟구쳤다.


놈은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원망스레 노려봤다. 그러건 말건, 어차피 이대로 냅두면 죽을 놈이었다.


이놈에게 신경 쓰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했다.


상대는 흑도두령 출신들로 폐단을 당했다고는 하나 병신 치곤 사지근맥이 비교적 온전한 편이었고, 생사를 건 실전경험 속에서 쌓인 기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칫하다간 우리 옥방의 형제들이 죽거나 크게 다칠지도 모를 일, 잠시라도 숨을 돌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기에 바로 돌칼을 챙겨 앞으로 달려나갔다.


놈들은 연이어 날아드는 돌덩이를 피하며 악을 내지르고 있었다.


“빨리 가, 씨팔!”

“너 먼저 들어가!”

“이 븅신새끼들아! 니들이 흑도방파 두령이 맞긴 하냐!!”


떠밀리듯 튀어나온 흑망파 놈들이 연장을 거칠게 휘두르며 달려들자 동생들이 병아리 도망치듯 이리저리 달아났다.


“꺄악!”

“으악, 피해!”


그때, 용이형이 선두로 치고 나와 신풍노사에게 배운 신법을 선보였다.


타탓.


단 몇 걸음만에 거리를 좁혀, 몸을 회전하며 어느 중년인의 가슴에 손바닥을 내질렀다.


터헝!


맹렬한 장타가 적중하자 놈의 몸뚱이가 이 장을 날아갔다.


일순이었지만 분명 목격했다.


손바닥에서 응축된 힘이 터지며 먼지가 둥글게 휘날리는 모습을,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자리에 있던 죄수들 모두가 목격한 일이었다.


이는 갑작스럽게 벌어졌던 패싸움이 멈출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발경(發勁)?”

“제대로 된 발경이었어. 내기를 실은 발경···.”


흑망파 놈들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럼 설마 내공을?!”

“이런 미친놈들, 내공을 연마했나···.”

“가, 간수들이 알면 간수장에게······.”


한가득 겁에 질린 놈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어설픈 무공을 연마한 형들을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혹여라도 무공을 배운 일에 연루되어 처벌받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이, 용이. 도씨 개새끼.”


흑망파의 두목이 앞으로 나서며 빈손을 위로 펼쳤다. 싸울 의사가 없다는 몸짓이었다.


“네놈들이 아무리 내공을 연마했더라도 이 상황에서 계속 싸우면 뒤에 숨어있는 애새끼들 뒈져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걸 알 거다.”

“그만하잔 말이쇼?”

“그래, 간수들 오기 전에 그만하지. 어차피 우리 쪽 피해가 크니 이쯤에서 관둬도 손해 볼 일은 아니잖냐.”


용이형은 무리에서 외따로 떨어져 흑망파의 뒤쪽에 고립된 나를 보곤 흔쾌히 대답했다.


“그러지, 그만합시다.”


용이형이 내게 턱짓했다.

어서 백연파에 합류하라는 뜻이었다.


얼굴 가득 들러붙은 피를 털어내고 흑망파 사이를 당당하게 걸었다. 솔직히 언제 곡괭이나 망치가 날아올지 몰라 후달렸으나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거 아저씨들, 앞으로 사이좋게 좀 지내자. 봐도 못 본척하고 살자고. 어?”

“도씨 개새끼, 너희야말로 우리를 엮지나 마라. 앞으로는 서로 닭 보듯 지내자고.”


흑망파의 두목은 내 발치에 침을 뱉곤 곧장 뒤돌아 갱도 저편으로 걸어갔다.


“앞으로 저것들이랑 엮이지 마라. 빨리 시체 챙겨서 가자고.”

“미친새끼들, 죽어도 지들끼리 얌전히 죽을 것이지.”

“씨발, 간수장 와서 개지랄하면 어쩌려고. 진짜 미치겠네.”


이내 흑망파 놈들은 동료의 주검을 챙겨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나버렸다.


남은 우리는 현장을 치우며 낄낄거리다가도, 한편으로는 놈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가슴 한 편의 서늘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신풍노사가 흑망파가 사라진 갱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허어, 대체 노역장 총괄이 누구길래 저리 두려워하나?”

“대노사,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간수장이라 불리는 마귀놈이 있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의 노사가 채근하듯이 재차 물었다.


“확실히 정위천이 아니라고 했었지?”

“예, 정위천은 아닙니다.”


정위천(鄭衛天).


조정에서 세운 어용연맹인 의천맹의 위정단장(衛正團長)으로 황제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놈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짖어대는 요사스런 충견이다.


내 고향을 짓밟은 것 또한 정위천이었다.


놈은 아빠의 상소에 역심이 가득하다며 손수 군사를 끌고 쳐들어와 가가호호 불을 지르고 사람을 도륙했었다.


장대에 걸린 부모님과 일가친척의 앞에서 통곡하던 나를 조롱하고 모욕했던 개자식, 내가 이 나락굴에 끌려와 손발이 죄다 부러지도록 고달픈 삶을 살게 된 것도 전부 그 개자식 탓이다.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속에 진 응어리가 뜨겁게 타올랐다. 뱃속이 쓰리고 아플 정도로 원통하고 분하여 이를 꽉 물었다.


“···정위천은 관련이 있어도 총괄은 아닐 거야. 여기서는 본 적도 없어.”


피칠갑을 한 내 몰골에 신풍노사가 입매를 구겼다. 꾸질꾸질한 수건에 물을 적셔 내 얼굴을 보드랍게 닦아줬다.


“거 얼굴부터 닦아야지. 눈빛도 흉흉한 게 피범벅이니 볼만하구나.”

“알겠어.”

“쯔쯧, 싸가지없는 놈. 말이 짧어.”


얼굴을 닦고는 핏내 가득한 입을 물로 헹궈냈다. 수구를 하고 잇새를 쯥 빨아당겨 침을 모아 뱉어냈다.


“퉵, 고기도 질긴 새끼가 더럽게도 비리네.”

“허어어, 허이구. 허이구. 백연아···.”

“왜, 사람고기 뜯는 거 처음 봐?”

“허어어어어···.”


신풍노사는 그런 나를 보고 아주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 말을 하고는 싶지만 해봐야 소용도 없기에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애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될 때까지 잘 가르친 간수장이라는 놈은 대체 어디에 있는고? 본좌가 그 낯짝을 꼭 봐야겠다.”

“봐서 뭐가 좋다고. 올 때마다 미친 짓 하는 놈인데.”

“그러니까 더 봐야겠느니라.”


용이형도 옆에서 거들었다.


“여기 상주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백연이 말대로 놈이 얼굴을 비춰서 좋을 일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간수들도 두려워하겠습니까.”

“그야 그렇기는 하다만, 그놈이 어떻게 생겼다고 했지?”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팔척장신에 인상이 흉악한지라 귀신들린 허수아비처럼 보입니다.”

“다른 특징은?”


용이형이 시커먼 턱을 긁었다. 눈매를 구기고 잠깐 고민하고는 설명을 계속했다.


“쓰으, 그게. 희한하게도 눈이 누렇습니다.”

“눈이? 눈동자가? 황달 걸린 건 아니고?”

“황달 같은 건 아니고 눈에서 빛이 난다고 해야 하나? 눈동자까지도 누렇게 물들더군요.”


간수장이 황색 안광을 뿜는다는 말에 신풍노사가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 그 빛이 맑은 황금빛이었더냐.”

“황금이라기보다는, 불그죽죽한 누런색이었습니다. 주황색이라 봐야죠···.”


신풍노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기이한 문신이나 흉터가 있더냐?”

“글쎄요, 칼자국 같은 흉터가 많기는 했는데 뭘 말씀하시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허어.”


노사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모로 꺾었다. 얼굴을 잔뜩 구긴 채로 입을 한참이나 우물거리고서는 겨우 말을 꺼냈다.


“···놈을 직접 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혹시 마교도가 아닐까 싶구먼.”

“마, 마교?”

“마교라뇨? 무슨 마교?”


글월을 배울 적에 공맹의 가르침 외에는 죄다 마교라고 했었던 것처럼, 강호무림에서 일컫는 마교의 기준 또한 비슷했다.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것과 외래의 학문을 배척하며 마교라고 부른다 들었다.


하지만 지금 신풍노사가 말하는 마교는 내가 알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무슨 서역의 숭화교니 그런 게 아니야. 지금 본좌가 말하는 마교는 마귀를 섬기고 인신공양을 일삼아 마교라 불렸던 족속들이니라.”

“마귀를 섬겨? 뭐 하는 새끼들인데?”

“아주 오래전에 불가의 어느 종파가 마불(魔佛)의 사특한 가르침을 설파하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에게 천벌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었어.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가르침을 이은 제자 몇몇이 살아남아 새로운 교단을 창시했는데 그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야.”


이쯤 되니 의문이 생겼다.


의천맹은 나라에서 세운 무림맹으로 구성원들이 죄다 녹을 먹는 벼슬아치들이 아닌가. 이 노역장은 의천맹에서 관리하니 노역장의 우두머리인 간수장도 당연히 의천맹 소속이겠지.


그런데 간수장이 마귀를 섬기는 마교와 연관이 있다라, 이를 심각하게 비약하여 일을 해석하자면···.


의천맹도 마교소굴이고, 조정의 대소신료들도 마교도고, 심지어 황제까지 마귀대왕이라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혹시 내가 오기 전에 간수장의 정체를 알아본 놈이 없었더냐?”

“예, 전혀 없었습니다. 커다란 흑도무리를 이끌던 두령들도 간수장의 얼굴은 처음 본다는 기색이었거든요.”


신풍노사의 입매가 고집스럽게 오므라졌다.


“그럼 더더욱,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직접 봐야겠구만.”


사실 신풍노사가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사의 바람이 이루어지게 됐다.


간수장이 노역장에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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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일장(一章) – 19 24.04.14 38 1 17쪽
31 일장(一章) – 18 24.04.13 39 1 14쪽
30 일장(一章) – 17 24.04.12 41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28 일장(一章) – 15 24.04.10 50 1 16쪽
27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26 일장(一章) – 13 24.04.08 47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1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2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20 일장(一章) – 7 24.04.02 62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8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70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7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5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9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20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20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4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3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32 1 13쪽
8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8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4 1 13쪽
6 나락굴(奈落窟) – 6 24.03.19 163 1 14쪽
» 나락굴(奈落窟) – 5 24.03.18 181 2 11쪽
4 나락굴(奈落窟) – 4 24.02.02 308 4 14쪽
3 나락굴(奈落窟) – 3 24.02.01 349 3 12쪽
2 나락굴(奈落窟) – 2 24.02.01 391 3 17쪽
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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