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ㄴㅁㄴㅇㄹㅇㄴㄹ

천창무신(天窓武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1.31 02:41
최근연재일 :
2024.04.14 14:1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973
추천수 :
42
글자수 :
215,581

작성
24.04.09 13:35
조회
48
추천
1
글자
16쪽

일장(一章) – 14

DUMMY

다행스럽게도 몇날며칠의 여정 동안 도적을 맞닥뜨리진 않았다. 덕분에 발이 지체되는 일 없이 꾸준히 걷게 되어 선화현까지 고작 하룻나절의 거리만 남은 때였다.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에 길가의 허름한 객점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요?”

“아니, 우선 좀 씻게 방 좀 내주쇼. 욕탕은 어디요?”

“저기 개울에서 씻으셔도 되는데···.”


주인장은 아줌마를 흘끗 살폈다.


“어머님께선 몸을 시원하게 푸셔야 할 테니 금방 물을 준비하도록 합죠. 저 녀석 따라 올라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요.”

“예예, 이쪽으로 오십쇼.”


우리를 안내하는 점소이가 주절주절 떠들었다.


“아이고, 아드님께서 장군감이십니다. 살다살다 이리 큰 사람은 처음입니다요. 관옥도 참으로 훌륭하시니 귀티가 좔좔 흐릅니다. 어머님께선 밥을 안 자셔도 배가 든든하시겠습니다.”


그 말에 아줌마가 입을 가리고 피식 웃었다.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엄마와 아들을 찾고 있으니 우스운 모양이었다.


“후흐흐, 그래요? 그리 봐주니 참 다행이네요.”

“헤헤, 이 방으로 드십쇼. 제일 좋은 방 중 하납니다.”


점소이의 기름칠한 허풍 대로 제일 좋은 방은 아니겠으나 딱 봐도 일가족을 위한 방처럼 크고 넓은 방에는 대나무로 만든 큼직한 침상이 둘이나 놓여있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허리를 굽힌 점소이가 물었다.


“그럼 식사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저녁밥, 다른 손님들 먹는 걸로 줘.”

“예예, 알겠습니다요. 술은 어떻게?”

“괜찮은 걸로, 지나가는 길손한테 뜨내기장사하진 말고.”

“암요,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점소이는 우리를 흘끗 보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고 짐을 부리는 아줌마에게 말했다.


“사동댁 이모, 먼저 씻고 식사 들고 계셔. 나는 수련 좀 하고 개울에 목욕하러 가게.”

“예, 나으리. 다녀오세요.”


객점을 나와 개울 너머의 산중으로 향했다. 어둑한 산비탈에 배낭과 옷을 죄다 벗어두고 곡괭이를 들었다.


보법을 밟고.

곡괭이를 휘두르고.

삼뢰호흡의 운기조식을 하고.

강신건체의 비법대로 근육을 다지고.


모든 일일임무를 마치니 비 오듯 땀이 쏟아졌다. 높은 산중에서 지내며 추위에 익숙해졌는지라 산 아래의 더위가 꽤나 거북했다.


땀내나는 몸을 씻고 돌아오자 객실의 식탁 앞에 아줌마가 앉아있었다.


이미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인 일로 앉아있나 싶었는데, 아줌마는 저녁밥과 함께 술을 홀짝홀짝 마시는 중이었다.


식탁으로 다가간 내게 아줌마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으리, 죄송합니다. 돈은 제가 내겠으니···.”

“아아, 이모! 거 사람 쪼잔하게 만드시네.”

“예···.”

“됐어요. 술도 못 사줄까. 맘껏 드세요.”

“감사합니다.”


아줌마는 그리 말하고 뜨끈하게 김이 오르는 백비탕(白沸湯)을 홀짝 들이켜 입가심을 했다.


“이모, 날 더운데 뜨거운 물이 들어가요? 노숙할 때도 뜨거운 물만 찾더니만.”

“첫째 낳고 냉증이 생겨서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십니다.”

“···어흠, 옙.”


죽은 자식 이야기를 의도치 않게 끄집어낸 터라 민망하여 헛기침이나 하던 중, 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온 점소이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접시를 내려놨다.


접시에는 매콤하게 볶은 돼지고기가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아이고, 이놈이 말실수를 했나 봅니다. 모자지간이 아니셨군요?”

“이분은 지체 높은 가문의 공자입니다. 저는 호의에 기대어 잠시 신세를 지는 촌부일 뿐이고.”

“···어이구, 공자. 미처 몰라뵈어 참으로 죄송합니다.”


점소이가 몸을 웅크리는 시늉을 했다. 혹여라도 사족의 자제가 자신을 책하여 매를 칠까 두려워하는 모양새였다.


근데, 그런 것보다 왜 아줌마가 나를 지체 높은 가문의 자식이라 했는지 궁금했다. 언행과 손발 모두 천민이나 마찬가지이지 않나.


“공자는 아니고, 형씨는 이만 나가보쇼.”

“공자, 감사합니다.”


점소이는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잽싸게 훑고 종종걸음으로 방을 떠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아줌마에게 물었다.


“내가 사족의 자식 같아요?”

“예, 손발이야 고생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얼마 전에 웬 비단봉투의 서찰을 보고 계셨잖습니까.”


아줌마가 말하는 서찰이란 왕자운이 호패와 함께 발급해준 통행증(路引)이었다. 까막눈인 아줌마는 그게 뭔지를 몰라 누군가가 보낸 서찰이라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거 서찰 아니고 통행증인데요.”

“역시 그랬습니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범한 백성이 어찌 그런 상급의 통행증을 지니고 있겠습니까. 어지간한 일로는 사는 곳을 떠날 수도 없고, 관문과 성문을 통과하려다간 큰일을 치르는 법인데.”

“아···.”

“그 어려운 내용을 술술 읽고, 또 관문에서 종잇장에 글월을 적는 걸 보고 몰락한 사족이거나 그 비슷한 출신이라 짐작했습니다. 붓놀림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이제서야 왕자운이 내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직접 쓰라 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노역장의 아이들은 죄다 사족의 자식에 어른들도 무공을 익혀 흑도방파를 거느리는 거물이었는지라 어지간해선 얕게나마 글월을 깨쳤던 이들이었다.


사족의 후계자로 머리에 쥐가 나게 글공부를 했던 시절과 흑도무리 속에서 피와 고통에 물들었던 시절이 합쳐져 내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딴에는 세상을 아주 잘 안다 생각했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나 도백연과 세간의 시선이 엇갈리는 빈틈이 있었다.


지금껏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일이 갑작스레 생소하게 다가왔다.


이 아줌마는 그간 만났던 이들의 시선이 아니라 그저 밭을 부쳐먹고 사는 평범한 백성의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 그냥 그렇다 치고 넘어가요.”

“예, 나으리. 술 받으시지요.”

“이모도 훌훌 마셔요.”


이곳으로 향하는 여정 중에 종종 객점에서 쉬긴 했지만 아줌마가 술을 마시는 일은 처음이라 궁금한 마음이 솟았다.


“내일이면 친정에 돌아가는데 감회가 어때요.”

“글쎄요···.”


아줌마는 조금 허전하게 웃었다.


“열다섯에 얼굴도 모르는 동갑내기 소년에게 시집가며 서럽게 울었지만 나중에 만나고 보니 세상에 둘도 없을 다정한 남편이었습니다. 그이 덕에 깊이 사랑하며 지냈습니다.”

“······.”

“시부모님도 멀리서 시집온 저를 딸처럼 여겼으니 시댁식구들과 정이 도타워 행복했었죠. 그런데 사실 사람 사는 일이 어찌 행복하기만 했겠습니까. 때로는 기근이 들었는데 세는 가혹하고, 잔학한 관리가 남편을 끌고 가 끔찍한 노역을 지우니 눈물을 흘렸을 때도 많았습니다. 한 번은 산을 타며 나물을 캐고 버섯을 뜯는 중에 삶이 너무 고되어 등짐을 내던지고 남편을 찾아 떠나려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젖은 아줌마는 납작한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서른여덟이 되는 동안 자식을 넷 낳고 며느리를 둘 들였지요. 이제 나도 손주를 보고 할머니가 되겠구나 싶어 서글프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습니다.”

“그랬군요.”

“서로 흰머리가 나는 걸 놀리며 앞으로 백 년은 더 살자고 약속했건만, 고된 세월을 버텼으니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다며 손을 잡았는데 이제는 그게 다 한바탕 꿈에 불과하지 뭡니까.”


술잔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하늘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그랬을까요? 왜 마을에 역병이 돌아 떼죽음을 당해야 했을까요···.”


딱히 답해줄 말이 없었다. 왜 역병이 돌아 사람의 목숨을 떼로 거둬갔는지는 하늘만이 알고 있을 테니까.


아줌마는 술잔을 조용히 입에 가져다 댔다. 달큰한 술을 비우고는 젖은 목소리를 흘렸다.


“이제 친정에 돌아간다 한들, 부모님도 계시지 않으니 누가 절 반겨줄까요. 역병촌에서 나온 시누이라고 눈칫밥이나 먹으며 살까 걱정입니다.”


남편도 자식도 모조리 떠나보내고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산촌의 아낙, 까무잡잡한 얼굴에 패인 주름만큼이나 고된 삶이었다.


아줌마는 눈물을 훔치고 비시시 웃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나으리 앞에서 실언을···.”

“아녜요. 사람이 살다 보면 신세한탄할 수도 있지. 장사는 잘 치렀어요?”

“지나가던 스님이 도와주셔서 잘 마쳤습니다.”

“그렇구나···.”


나도 술잔을 비웠다.


“이모, 이거나 받아요.”

“예?”


배낭에서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금조각을 꺼내 아줌마의 앞으로 던졌다.


“그걸로 작은 집도 사고 채마밭이나 일궈서 살아요. 같은 신세 홀아비 있으면 살림도 차리고.”

“나으리! 어찌 이런 거금을!”

“거금까진 아니고, 줄 때 챙겨요. 계속 받니 못 받니 씨름하면 진짜 도로 가져가벌라니까.”


아줌마는 머뭇머뭇 금조각을 어루만지다가 품속으로 갈무리했다.


“나으리, 은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은혜는 무슨? 갚는 건 됐고, 눈칫밥 먹지 말고 잘 살기나 하쇼.”



***



아줌마의 고향인 선화현으로 향하는 길목, 군병들이 지키는 관문 앞에 다다랐다. 역참의 객사와 인근에 사람이 많은 걸로 보아 선화현은 내 생각보다 큰 동네이리라.


“거 줄 좀 똑바로 서쇼.”

“새치기하지 맙시다!”


행인들이 줄을 서서 이런저런 것들을 검사받는 모습에 아줌마가 초조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모, 어차피 나한테 통행증 있으니까 너무 걱정은 마셔.”

“아닙니다. 일전에 소식을 보냈는지라 며칠 기다리면 손위 오라비가 와서 데려갈 겁니다.”

“뭘 번거롭게 기다리려고 해. 그냥 나랑 같이 들어가면 될 일인데.”

“···그게 나을까요? 혹여 길이 엇갈릴까 걱정이라.”

“집에서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돌아오겠지. 저 관문지기들한테 말해둬. 누구누구가 지나갔으니 찾는 사람 오면 전해달라고.”

“알겠습니다.”


관문지기에게 다가가 비단봉투에 담긴 통행증을 내보이며 잽싸게 동전 한 움큼을 품에 쑤셔 넣었다.


“어어? 이 사람 이거, 이러시면 안 되는데? 허!”


관문지기는 배에 두둑하게 들어찬 동전을 어루만지며 주변 동료들의 시샘 어린 시선을 애써 모른척했다.


“상급 통행증이구려. 어서어서 가시오. 이러다 날 저물겠소이다. 허허허허허!


날이 저물긴 개뿔, 아직 해가 중천에 뜨지도 않았구만.


“상급 맞아? 내가 좀 봐도···.”

“보긴 뭘 봐. 내가 다 확인했어. 어서 지나가시구려!”

“아니, 이 작자가 치사하게!”

“거 자기만 재미보면 끝이야?”


관문지기들끼리 의리와 실리를 찾으며 투닥거리는 아우성 속에서 관문을 잽싸게 통과했다.


산길을 벗어나 너른 들판으로 접어들 즈음, 아줌마는 저편에서 다가오는 중년사내를 보고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오빠, 오빠! 나야!”


맞은편의 사내는 망태기를 걸친 허름한 차림의 촌부였다. 그가 아줌마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아이고, 이년아! 며칠 동안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오빠!”


늙은 남매가 감격의 재회를 하며 부둥켜안는 순간이었다.


띠링! 촤라락.

【임무완료.】

「······을 완료. 보상으로 경험치 500획득. 수령 시에는 하단의 수령이라 적힌 단추를 눌러주세요.」


“오, 오배애액?”


넋이 나간 놈처럼 입을 쩍 벌리고 있자니 이야기를 마친 남매가 다가왔다.


“나으리,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신지···?”

“오백?”

“아뇨, 아무것도.”


입을 꾹 닫고 덤덤하게 선 내게 아저씨가 물었다.


“나으리, 동생 년이 큰 신세를 졌다고 들었습니다.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저희 집에 머물다 가시는 건 어떠신지요?”

“음, 시간이 촉박해서···.”

“이 무지렁이 촌놈이 나으리께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야 마음이 편치 않겠습니까. 남쪽 바다로 가신다 들었는데 여정에 필요한 것도 챙길 겸 하루 머물러주십사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딱히 머물다 가라는 돌발임무는 뜨지 않았으나 아저씨의 말대로 여정의 준비도 해야 하고, 소문도 들을 필요가 있었기에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뭐, 하루만 신세 지겠습니다.”


사동촌 아줌마와 그 오빠가 순박한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머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선화현의 드문드문 떨어진 마을을 지나칠 적마다 소박하게나마 연등을 걸어둔 모습이 보였다.


“연등···.”


조용히 뇌까린 말에 아저씨가 반응했다.


“곧 사월초파일입니다. 나으리께서도 법회에 가보시겠습니까?”

“아뇨, 별로 관심 없습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사월초파일에 열리는 법회다.


염불 외는 중놈의 새끼들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치솟아 가죽을 벗겨 허수아비에 씌워놔도 모자랄 일, 황제를 때려죽인 뒤에는 벼슬아치와 의천맹원, 군병, 중놈을 죄다 찾아서 사지육신을 갈가리 찢어 죽여버리리라.


이를 부득부득 갈던 중, 아줌마가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나으리, 얼굴이 엄청 달아올랐는데 괜찮으신가요?”

“아 예, 열이 좀 올라서.”

“땀도 많이 흘리시네요. 여기가 꽤 덥죠?”


그 말대로 많이 더웠다.


내가 덥고 습한 지방 출신이라지만 몸이 자라는 동안 높은 산지에서 살다가 이제야 산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나. 몸뚱이가 고향의 날씨도 잊고 노역장에 적응해버렸으니 더위에 맥을 못추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게다가 지금 입하(立夏)가 지났다.


완연한 봄기운 전해주던 꽃망울이 떨어진 자리를 차지한 짙은 신록과 알싸한 풀내음이 여름을 고하며 성큼 다가왔다.


“개굴, 꽈르르륵. 개굴.”

“개굴개굴.”


논밭의 개구리가 흐릿한 석양을 보며 자신의 설움을 한없이 토해내고 하늘을 노니는 새하얀 왜가리는 풀숲을 헤치며 겁 없는 개구리를 찾아 눈을 부라렸다.


하늘에서 내려온 왜가리가 자신을 집어삼킬 걸 알면서도 운명을 한탄하던 개구리는 결국 매섭고 잔혹한 부리에 잡혔다.


대체 뭐가 개구리를 울렸을까, 죽을 걸 알면서도 힘차게 우는 녀석들을 보자 떠오르는 글자가 있었다.


“···도(陶).”


가슴 가득 숨을 머금었다가 목을 떨며 긴 가락을 뽑아냈다.


“볕 창창하여 초목 무성한 초여름에 쓰린 마음 슬픔 안고 남녘으로 흘러가노라. 아득하고 머나먼···.”


옆에서 가만히 노래를 듣던 아저씨가 물었다.


“이야, 목소리 참 좋으십니다.”

“······.”

“그런데 개구리를 왜 그리 빤히 보십니까? 잡아다가 볶아드릴까요?”


마늘과 파를 듬뿍 넣어 짭짤하게 볶은 개구리를 떠올리니 깊게 침잠하여 우울했던 흥취가 날아가 버렸다.


“좋죠, 맛있겠네요.”

“그럼 좀 잡아서 가야겠습니다.”

“여기서요? 남의 논 아닌가요?”

“개구리 좀 잡아가는 정도야 뭐 있겠습니까.”


팔다리를 걷어붙인 아저씨 아줌마가 무논으로 들어갈 적에 내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아이고, 나으리. 저희가 잡겠습니다.”

“위험하니까 다들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이나 하세요.”


절벅한 수렁으로 들어가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니 논두렁 너머의 아저씨 아줌마가 화답했다.


“개구리를 어디서 잡을까나, 남골 냇가에서 잡지요.”

“개구리를 어떻게 잡을까나, 저 웅덩이에서 잡지요.”

“정말 그렇게 잡을까나, 사실 번개로 잡지요.”


갑자기 나 혼자 다른 노래를 부르니 두 사람이 어리둥절했다.


“···예? 번개?”

“무슨 말씀이신지?”


크게 부푼 가슴으로 힘차게 외쳤다.


“마하바즈라아!!!”


단전에서 정기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며 몸에서 번개줄기가 자르르르 튀겼다. 순식간에 논 전체에서 개구리고 물고기고 죄다 배를 까뒤집고 둥둥 떠올랐다.


그 속에는 개구리를 잡아먹던 왜가리도 몇 마리 있었다.


“번개다!”

“사람이 번개를!”


화들짝 놀란 아저씨 아줌마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뒈진 개구리들을 망태기에 주섬주섬 주워 담으며 내 눈치를 흘끗 살폈다.


“여기 남의 논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창무신(天窓武神)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련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4.04.16 30 0 -
32 일장(一章) – 19 24.04.14 38 1 17쪽
31 일장(一章) – 18 24.04.13 38 1 14쪽
30 일장(一章) – 17 24.04.12 40 1 17쪽
29 일장(一章) – 16 24.04.11 43 1 15쪽
28 일장(一章) – 15 24.04.10 49 1 16쪽
» 일장(一章) – 14 24.04.09 49 1 16쪽
26 일장(一章) – 13 24.04.08 46 1 17쪽
25 일장(一章) – 12 24.04.07 50 1 16쪽
24 일장(一章) – 11 24.04.06 50 1 16쪽
23 일장(一章) – 10 24.04.05 50 1 14쪽
22 일장(一章) – 9 24.04.04 60 1 19쪽
21 일장(一章) – 8 24.04.03 61 1 17쪽
20 일장(一章) – 7 24.04.02 61 1 17쪽
19 일장(一章) – 6 24.04.01 67 1 17쪽
18 일장(一章) – 5 24.03.31 69 1 16쪽
17 일장(一章) – 4 24.03.30 76 1 14쪽
16 일장(一章) – 3 24.03.29 74 1 16쪽
15 일장(一章) – 2 24.03.28 88 1 13쪽
14 일장(一章) – 1 24.03.27 110 1 14쪽
13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3 24.03.26 119 1 14쪽
12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2 24.03.25 119 1 14쪽
11 상태창 대협을 주웠다 - 1 24.03.24 143 1 12쪽
10 나락굴(奈落窟) – 10 24.03.23 122 1 15쪽
9 나락굴(奈落窟) – 9 24.03.22 129 1 13쪽
8 나락굴(奈落窟) – 8 24.03.21 136 1 16쪽
7 나락굴(奈落窟) – 7 24.03.20 142 1 13쪽
6 나락굴(奈落窟) – 6 24.03.19 161 1 14쪽
5 나락굴(奈落窟) – 5 24.03.18 180 2 11쪽
4 나락굴(奈落窟) – 4 24.02.02 306 4 14쪽
3 나락굴(奈落窟) – 3 24.02.01 348 3 12쪽
2 나락굴(奈落窟) – 2 24.02.01 389 3 17쪽
1 나락굴(奈落窟) – 1 24.02.01 560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