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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잭팟 님의 서재입니다.

망돌히어로, 생존자를 확인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wngml107
작품등록일 :
2022.10.31 10:48
최근연재일 :
2022.12.01 19: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542
추천수 :
492
글자수 :
124,846

작성
22.11.11 00:41
조회
26
추천
6
글자
11쪽

10화 살려주세요

DUMMY

<망돌히어로, 생존자 확인을 시작합니다>


-10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모두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잠시 당황하는 듯 하더니 이내 흥미로운 듯 다리를 꼬고 물었다.


“치유의 능력? 내가 왜 해야 하지?”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데 되돌리고 싶습니다.”

“그 자가 나한테도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장담할 순 없습니다.”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얘기할 것은 없어 보이네.”

“지금 가려고요?”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물었다. 오랜만에 만난 모체와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운 모양이었다.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아기 그레이몬스터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도 떠나야 한다고 했다.


“우린 한 공간에 오래 있을 수 없단다. 그게 우리의 운명이지. 부디 내가 없더라도 씩씩하게 성장해서 몬스터의 혈통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하마.”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리고 그 눈빛에서 드디어 찾았다! 협상의 조건!


“지켜드리죠!”


나는 나도 모르게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나머지 한 손은 주먹을 쥔 채 비장하게 외쳤다.

생각보다 소리가 컸던 탓인지 문으로 향하던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다시 날 쳐다봤다.


“뭘 지킨다는 것이오?”

“당신의 아이, 그레이몬스터가 다시는 위험에 빠질 일이 없도록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대가로 저의 소중한 사람도 치유해주세요!”


‘한 공간에 오래 있을 수 없다, 그게 운명’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이별에 ‘자기의지’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불안한 마음으로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자립하길 바랄 수밖에 없었을 테지. 그것이 내 협상 포인트였다!


하지만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하하하, 그런 제안이라면 됐네.”

“아기 그레이몬스터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게 좀 걱정되지 않으신가요?”

“우리 그레이몬스터는 강하다네! 단 하나의 개체수만 고집해오며 오랜 시간 동안 혈통을 지켜냈지. 네 녀석 따위의 도움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야.”


우당탕탕탕.

조금 전 가져왔었던 사슬을 들고 두둥실 떠다니던 봉지가 그것을 떨어뜨리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떨어진 사슬은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발 아래에 흐트러져 있었다.


“아이쿠, 실수! 장난감은 장난감인데 꽤 무겁구나. 머리 맞으면 깨졌겠는데?”


봉지 저 녀석, 제법 능청스럽게 잘 도와주고 있는 거였다.

나는 봉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한마디 말을 더 보탰다.


“우리 막내가 한 행동은 공격보단 방어의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레이몬스터는 당했죠.”

“그런 소소한 문제 따위론 날 협박할 수 없을걸세. 우리 그레이몬스터는 공격받았을 때 비로소 치유 능력을 깨닫고 키울 수 있게 되거든.”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애초에 그레이몬스터는 치유력이 치트키인 몬스터인데 치명상을 입는다면 스스로 고쳐버리면 되는 거였다.

안타깝게도 그 말은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틈이 없었다.


‘이대로 우재형은 보내줘야 하는 걸까? 잠깐이나마 다시 함께할 수 있겠단 희망을 품었었는데···.“


나는 무력감에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공격받았을 때 치유 능력을 키우게 된다고? 그럼 나도 치유력이 생긴건가? 공격 받았으니까.”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자신의 까만 다리를 삐죽 내밀어 보였다. 사슬에 묶인 뒤 색이 변해버렸으니 공격은 공격일 터였다.


“저 자가 원하는 사람, 내가 살려보고 싶어요.”

“오호~ 네가?”


나의 말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말에는 반응을 보였다.

쳇, 그래 네 자식이라 이거지!


“그것 참 귀여운 생각이구나. 허나 그것은 네 능력치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왜요?”

“죽음을 되돌리는 것은 수준 높은 치유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엄청나게 실망한 얼굴로 입을 삐죽거렸다.


“그럼 내가 능력이 없는 그레이몬스터란 건가요?.”

“오~아냐. 그런 의미가 아니란다. 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저자들 말이 맞거든요! 제가 강해지기 전에 엄청 큰 공격을 당하면 어쩌죠?”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말도 일리는 있어.”


봉지가 다시 한번 거들었다.


“네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봐. 그때는 우리의 행성에서 살았었어. 맞지?”

“그렇소만?”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이유로 지구에 왔고 인간들의 도움으로 정착하고 있었지.”

“무슨 이야길 전하고 싶은 게냐? 말을 서두르거라!”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성격이 급한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예민한 양상을 띠었으니까.

그런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눈치를 보는 나와 다르게 봉지는 계속해서 태연하게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전했다.


“하지만 네 새끼인 저 녀석이 자라야 할 세상은 지구를 알려줄 인간들도 없고, 다양한 공격성을 지닌 몬스터들만 우글거리지.”

“그래도 우리 그레이몬스터의 치유력으로!”


봉지가 아기 그레이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 말이 맞아. 능력이 발현되기 전 치명적인 공격이라도 당한다면? 그레이몬스터는 역사 속 몬스터가 되는 거야!~”


후우~!

막내가 마치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것처럼 입김을 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그레이몬스터를 날리는 것으로 보였던 것인지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날카롭게 째려봤다.


“아니 전 그냥 핸드폰에 붙은 먼지 좀 털어내려고.”


기가 죽은 막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분위기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봉지의 주장이 이어졌다.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줘? 쟤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몬스터를 만난다면? 그때도 치유 능력으로 붙일 수 있어?”


아무리 치유력이 있는 몬스터라고 한들,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치유력으로 능력 이상의 데미지를 입는다면 회복은 장담할 수 없는 거였다.

봉지가 몸을 한껏 부풀려 거대한 몬스터를 흉내내자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지금 저를 시험해봐야 해요.”


마냥 어린 것만 같아도 아기 그레이몬스터한테도 목적이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세워봐야 한다는 것.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가보도록 하자.”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체념 반, 기대 반의 감정을 실은 표정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


“난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잔뜩 뿔이 난 표정의 메가싱어가 팔짱을 낀 채 툴툴거렸다.


“이 일의 시작점이 자네란 걸 잊지 않았으면 하네만?”


포미가 작은 목소리로 눈치를 줬지만 메가싱어는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잖아. 그레이몬스터가 우리랑 우호 관계에 있는 몬스터도 아닌데 이렇게 아지트에 떡하니 데려오면 어떡하냐고! 애들이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그렇다고 위협몬스터도 아닌데 뭘! 너야말로 위협적이었으면서 뭘 그래?”

“아니 옛날 옛적 얘기는 왜 또 꺼내는데”


또다시 메가싱어와 봉지가 투닥거렸다.


“쉿! 조용. 시작하려나보오!”


포미가 그들을 제지하며 겨우 소란을 잠재웠다.

모두의 눈앞에 꽝꽝 얼어있는 우재가 누워있었다.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우재의 몸 위에 자기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네 몸 안의 기를 모아 보거라. 집중력이 필요할 게다. 만들었느냐?”

“...”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첫 도전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아기 그레이몬스터는 집중하느라 그랬는지 대답도 하지 않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기가 모였다면 그것을 공처럼 굴려야 한다. 에너지를 공 안에 가둔다는 느낌으로.”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함께 따라오긴 했지만,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있었다.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바라보지도 않고 그저 한 발자국 뒤에서 훈수만 두고 있을 뿐이었다.


‘왜 봐주지 않는 걸까? 그것도 그레이몬스터들의 규칙인 건가?’


나는 잠깐 호기심이 일었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우재형이 살아날 수 있는지에 대한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저게 땀인 건가?”


눈을 꼭 감은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백발이 물기를 머금고 반짝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한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헉, 허억! 헉···!”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진 아기 그레이몬스터가 눈을 뜨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우재형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역시 난 안되나 봐.”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표정에는 무력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지금까지 멀리 떨어져 있던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차분하게 걸어와 아기 그레이몬스터의 옆에 다가와 섰다.


“실망하지 말거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너는 분명 강하게 자랄 것이다. 어?”


우재형의 시신을 본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눈이 두배로 커졌다.


“네가 살려달라고 부탁한 자가 이 사람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흐름···.”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우재형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나도 그 시선을 따라서 다시 한번 우재형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하게 될 우재형의 얼굴을.


마치 그려놓은 것 같은 눈썹과 반듯한 이마, 가로로 길게 뻗은 눈매와 직각을 이루며 아래로 뻗은 콧대.

새삼 참 잘생긴 얼굴이었다. 무대의상과 메이크업에 따라서 어떤 날은 수묵화같이, 어떤 날은 만화처럼 모든 날들이 기복없이 잘생겼던 우리 형.


“이 자와 어떤 관계인가?”

“동료였습니다.”


봉지가 다가와 친절하게 우재의 맨투맨 티를 뒤집어 속에 있는 핑크 티셔츠를 보여주었다.


“아까 말한 아이돌!”

“이제야 네 직업이 이해되는구나. 너희 그룹은 분업화를 철저히 한 모양이지?”

“예? 그게 무슨?”

“아이돌은 얼굴이 출중하다 들었는데 조금 의아한 감이 있어왔다. 허나, 지금 누워있는 자를 보니 이해가 되는구나. 너희들은 가무에 능한 실력파인가?.”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나와 막내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것도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어? 그건 아니고···. 아니 가무에는 능한데···.”


저 표정은 진실이다. 너무나 진실된 표정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아니, 몬스터 주제에 웬 얼평이람? 우재형이 호불호 없이 잘생긴 얼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몬스터한테까지 먹히는 얼굴인지는 몰랐네, 흥!


“이 자를 치유하겠다. 자고로 예쁜 것은 오래 머물러야지.”


분명 원하는 대로 된 건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그레이몬스터 너희들 얼빠였어?!


작가의말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


드디어 추천수가 세자리 수를 돌파했네요!

그리고 1화도 100을 찍었습니다! ㅎㅎ

불과 며칠 전만해도 누적조회수 세 자리를 조용히 자축했는데!


힘들지만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추신: 주인공이 못 생긴 것은 아니랍니다. 그레이몬스터 눈이 높은 거 맞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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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몬스터구역으로의 진입 22.11.29 15 1 11쪽
24 24화 허탕 22.11.28 26 1 10쪽
23 23화 갈등의 서막 +1 22.11.26 23 1 10쪽
22 22화 치트키의 이상과 현실 +2 22.11.25 24 5 10쪽
21 21화 생존의 조직화 +5 22.11.24 27 5 11쪽
20 20화 침입자의 정체 +4 22.11.23 21 5 10쪽
19 19화 이 세계의 레벨업 +2 22.11.22 25 5 11쪽
18 18화 사건의 새국면(3) +4 22.11.21 31 5 11쪽
17 17화 사건의 새국면(2) 22.11.19 31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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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핑크보이 (2) +1 22.11.17 28 7 12쪽
14 14화 핑크보이 (1) +1 22.11.16 27 6 10쪽
13 13화 몬스터를 찾아서 (2) 22.11.15 25 5 9쪽
12 12화 몬스터를 찾아서(1) 22.11.14 31 7 11쪽
11 11화 안녕, 그레이몬스터 22.11.12 27 3 10쪽
» 10화 살려주세요 22.11.11 27 6 11쪽
9 9화 선과 악의 공존 (2) 22.11.10 29 4 10쪽
8 8화 선과 악의 공존 (1) 22.11.09 31 7 10쪽
7 7화 합니다 엔터 (2) 22.11.08 36 7 10쪽
6 6화 합니다 엔터 (1) 22.11.07 41 10 10쪽
5 5화 밤의 주인공(2) +1 22.11.05 51 9 10쪽
4 4화 밤의 주인공 22.11.04 77 13 10쪽
3 3화 위협몬스터의 습격! +9 22.11.03 177 83 10쪽
2 2화 조력 몬스터의 존재 +11 22.11.02 220 92 12쪽
1 1화 몬스터의 첫인상 +64 22.11.01 436 1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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