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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잭팟 님의 서재입니다.

망돌히어로, 생존자를 확인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wngml107
작품등록일 :
2022.10.31 10:48
최근연재일 :
2022.12.01 19: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541
추천수 :
492
글자수 :
124,846

작성
22.11.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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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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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글자
11쪽

1화 몬스터의 첫인상

DUMMY

<망돌히어로, 생존자 확인을 시작합니다>


-1화-


“피차 손해 봤으니 계약 해지 선에서 끝내자, 깔끔하게!”


그 말을 끝으로 아이돌 ‘핑크보이’ 멤버로서의 삶은 종료됐다. 열두살에 배웠던 펜싱을 시작으로 내 삶은 또래의 친구들과는 조금씩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었다. 국가대표를 목표로 펜싱에 매진했었던 3년, 그리고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이후 시작됐던 1년간의 연습생 생활과 데뷔, ‘핑크보이’는 열심히 했지만 ‘핑크빛 삶’을 안겨주진 못했다. 활동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였던 우리는 결국 서로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는 제로 세팅이라는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5년을 채우지 못한 조기 종료였다.


“아~ 세상이 망해버리면 좋겠다.”

“막내, 넌 아직 열일곱이잖아. 이제부터라도 학교 열심히 다니면 되지.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그냥, 우리를 몰라준 사람들이랑 세상이 원망스러워서요.”

“어쩔 수 없었어. 그 녀석들이 등장했으니까. 우리뿐 아니라 지난 4년간 신인으로 성공한 아이돌은 단 한 팀도 없었잖아.”

“하긴, 그렇네요. 성공은 운칠기삼인 거니까.”


그룹의 막내였던 녀석이 씁쓸하게 웃었다. 지난 4년간 함께였던 우리는 별다른 뒤풀이도 없이 그렇게 헤어졌다. 오늘을 끝으로 앞으로 다시 볼 일은 없겠지. 멤버였던 녀석들과 헤어지고 뚜벅뚜벅 집을 향해 걷는 내내 많은 생각이 스쳤다. 친구들은 이미 수능 원서 접수니 수시니 각자의 길을 정해뒀을 텐데 내 미래만 깊고 어두운 우물 속으로 던져진 기분이었다.


*


“몽땅 망해버려랏!”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잠이 든 것은 맞다. 그렇다고 진짜로 세상이 변해버리기 있기?

단지 홧김에 뱉은 말의 대가치곤 너무 짓궂은 게 아닌가?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

아니 증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너튜브를 통해서였다.

방에서 나와 식구들 모두 보이지 않을 때만 해도 별다른 자각을 하지 못했지만,

습관처럼 너튜브를 틀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최근 업로드된 영상마다 똑같이 특정 시간에 실시간으로 방송 중이던 너튜버들이

사라지는 화면이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댓글창 역시 너튜버가 사라지는 그 시점부터 멈춰있었다.

그러니까 마치 한날한시에 동시에 사라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


“건물들도 멀쩡하고, 인터넷도 되는 걸 보면 전쟁이 난 것 같진 않은데···. 대체 이게 무슨 조화야?”


혼자 중얼거리던 그때, 평소 구독하던 너튜버의 알람이 울렸다.

실시간 방송을 알리는 소리였다.


“사람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화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내가 알던 너튜버가 아니라 그 녀석이었다.

5년 전 지구에 출몰했다던 이상 생물체.

몸집은 사람의 수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를 지녔으며

생김새도 제각각이라 몬스터로 불리는 녀석들.

첫 발생 지역이 우리나라였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강대국 정상들 사이에서

은밀히 관리하고 있다는 녀석들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몬스터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1급 기밀정보로 분류되어 특정 구역에서만 서식하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몬스터임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소문대로 역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의 큰 덩치와 지구상에서 봤던 동물과는 미묘하게 다른 생김새 때문이었다.

지금 영상에 나온 몬스터는 굳이 비유하자면 곰과 가장 많이 닮은 모양이었다.

크기는 훨씬 압도적으로 커 보였지만.


“치지직-. 치직.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지금 이 방송을 보는 인간이 있습니까?”

“뭐야, 저 자식. 우리나라 말을 해?”


녀석과 나는 직접적인 대면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벽 너머로 마주하고 있었음에도 그 크기에 압도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 말을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당황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녀석이 마이크를 발톱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인간이 있다면 댓글 달아보십시오.”

‘뭐지? 저 녀석은? 댓글을 써서 내 존재를 알려야 하는 건가? 아니지, 만약에 쟤네가 인간을 죽인 거면 어떡해? 그런데 죽였다기엔 핏자국 하나 없긴 한데···. 더구나 너튜버들도 동시에 증발하듯 사라진 거고.’

“그래, 까짓거 써보자! 어차피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쫄 거 없어!”


결심을 한 이상 지체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나.

“나? 나라고 적은 분, 인간 맞습니까?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건 밝힐 수 없고, 너부터 설명해 봐.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흐음~ 저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몰라? 너희가 없앤 게 아니야?

“아닙니다.”

-우리나라 말은 언제 익힌 거야?

“배웠습니다. 인간들한테.”

-너희한테 우리나라 말을 가르쳤다고?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그걸 학습할 능력이 되는 종족이었어?


나의 말에 녀석의 마음이 조금 상했는지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체격으로 보나 인지능력으로 보나 우리 종족이 인간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불의의 사고로 사는 터전을 잃고 지구로 이동하게 됐던 것이죠.

그리고 우리를 받아 준 인간들한테 고마운 마음으로 당신들의 문화를 익히며 함께 상생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던 것뿐입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 그러면 도대체 왜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거냔 말이야.

게다가 왜 너희만의 구역에서 탈출한 거지?

“인간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선 저희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당신께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도 인간을 돕고 싶다는 거지요.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역에서 이탈한 것이고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체는 처음 보게 된 저 녀석, 정확히는 몬스터라 부르던 저자의 말을 믿어야 할까?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결정을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어차피 아무도 없는 세상에 홀로 죽어가는 날을 버티느니 저자와 연합해 인간을 찾아내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도울 셈이지?

“인간의 멸종을 막을 셈입니다.”

-멸종?


녀석의 입을 통해 ‘멸종’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잊고 있던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어쩌면 정말 인간이란 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현실과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뒤섞였다.


-혹시 나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파악된 것은 있어?

“유감스럽게도 아직 없습니다.


만약 나 혼자 살아남은 거라면 멸종을 막겠다는 생각은 틀렸다. 자웅동체가 아닌 인간은 혼자서는 종족번식을 해낼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녀석의 말만 믿고 방구석에서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을 시간에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찾아야 했다. 나는 걸어두었던 재킷을 집어들고 타자를 쳤다.

(* 자웅동체: 암,수가 한 몸인 동물)


-상기시켜줘서 고마워. 네 말이 맞았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사람들을 찾아야 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그때, 녀석이 날 다급하게 불렀다.


“가기 전에 인간! 제 말을 들어야 합니다!”

-너랑 이야기하는 동안 누군가가 사라지고 있는 거면 어떡해?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인간! 내 얘길 듣지 않고 나간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바깥 상황에 대해 알고 있어?


녀석은 말을 꺼내기 거북한 듯 조금 뜸을 들이더니 큰 결심을 한 듯이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인간을 돕고 싶다는 나의 말은 진심입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결국 너희 중 누군가가 인간들을 다 없앤 게 맞다는 거야?

“잘 들어요, 인간. 우리는 당신들이 없어지는 것에 관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떠한 이유때문인지 인간들은 사라졌죠. 그걸 알게 된 우리들 사이에서도 내부균열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를 살려 준 ‘인간들을 복원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그에 반해 ‘종의 사멸은 자연의 순리로서 멸종당하는 것이 맞다’라는 움직임이 맞서고 있죠.”

-그러니까 네 말은···.

“ 맞습니다. 바깥에는 당신을 도우려는 ‘우리’와 해하려는 ‘우리’가 공존해요.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인간을 찾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내게 우호적인 너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일단은 없습니다. 통일성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기엔 시간이 짧았거든요. 일단 저와 만나도록 하죠. 당신의 위치를 알려줘요, 인간.”


녀석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나는 꽤 저 녀석을 신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마지막 비밀요새가 될 수도 있는 집을 공개하기에는 섣불렀다.


-아니, 네 호의는 고맙지만 나 또한 이대로 있기에는 바깥 상황을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무모합니다, 인간! 조금 전에도 말했듯 우리 종족은 체격으로 보나 인지적 능력으로 보나 당신들보다 유리할 수 있어요!”

-그런 너희를 컨트롤하고 있던 게 인간이란 거 잊었어? 네가 있는 위치나 불러. 내가 찾아갈 테니까.


나는 조금 전 입으려다 만 재킷을 걸친 뒤 남은 할 말을 키보드로 두드렸다.


-아, 그리고 자꾸 인간, 인간거리는 게 묘하게 거슬리네. 내 이름은 윤종현, 앞으로 종현이라고 불러.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말고 다시 돌아와 한마디를 더 붙였다.


-그리고 너희 종족은 앞으로 몬스터! 몬스터라 칭한다!


그 말을 끝으로 너튜브 창을 껐다. 이제 나가야 할 때다! 내게 적의를 넘어 살의를 가진 몬스터를 조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넣었다.

띵.

엘리베이터는 금세 1층에 닿았다.


“후아~ 좋아. 여기까진 아무도 없었어. 어쩌면 아파트 단지내에서는 안전할지도 몰라.”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상상을 하려 애쓰며 공동 현관문을 열었다.

정적.

이번에도 성공인 듯하다. 아직 녀석들은 이곳까지는 침투하지 않은 듯했다.


“나오긴 나왔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아! 짹짹이가 있었지? 어제 계약 해지였으니까 아직까지는 공식 오피셜 계정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망돌이라지만 지금으로선 종현이 알고 있는 유일한 SNS계정이었다.


- 안녕하세요? 핑크보이 종현입니다. 지금부터 생존자 확인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제게 DM 보내주세요.

“됐다! 이제 사람들 DM은 기다리면 될 것이고···. 아까 걔! 몬스터한테 가볼까? 앗! 제길! 위치만 물어보고 답을 안 들었잖아?”


그 순간, 휙!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날아들어 내 얼굴 옆을 스쳤다. 그리고 이내 들리는 목소리.


“찾았다!”


조금 전 몬스터와 다르게 비열한 목소리의 검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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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몬스터구역으로의 진입 22.11.29 15 1 11쪽
24 24화 허탕 22.11.28 26 1 10쪽
23 23화 갈등의 서막 +1 22.11.26 23 1 10쪽
22 22화 치트키의 이상과 현실 +2 22.11.25 24 5 10쪽
21 21화 생존의 조직화 +5 22.11.24 27 5 11쪽
20 20화 침입자의 정체 +4 22.11.23 21 5 10쪽
19 19화 이 세계의 레벨업 +2 22.11.22 25 5 11쪽
18 18화 사건의 새국면(3) +4 22.11.21 31 5 11쪽
17 17화 사건의 새국면(2) 22.11.19 31 9 10쪽
16 16화 사건의 새 국면(1) +1 22.11.18 29 7 10쪽
15 15화 핑크보이 (2) +1 22.11.17 2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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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살려주세요 22.11.11 26 6 11쪽
9 9화 선과 악의 공존 (2) 22.11.10 29 4 10쪽
8 8화 선과 악의 공존 (1) 22.11.09 31 7 10쪽
7 7화 합니다 엔터 (2) 22.11.08 36 7 10쪽
6 6화 합니다 엔터 (1) 22.11.07 41 10 10쪽
5 5화 밤의 주인공(2) +1 22.11.05 51 9 10쪽
4 4화 밤의 주인공 22.11.04 77 13 10쪽
3 3화 위협몬스터의 습격! +9 22.11.03 177 83 10쪽
2 2화 조력 몬스터의 존재 +11 22.11.02 220 92 12쪽
» 1화 몬스터의 첫인상 +64 22.11.01 436 1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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