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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잭팟 님의 서재입니다.

망돌히어로, 생존자를 확인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wngml107
작품등록일 :
2022.10.31 10:48
최근연재일 :
2022.12.01 19: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524
추천수 :
492
글자수 :
124,846

작성
22.11.0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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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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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
12쪽

2화 조력 몬스터의 존재

DUMMY

<망돌히어로, 생존자 확인을 시작합니다>


-2화-


‘뭐지? 분명 날카롭고 빠른 뭔가가 지나갔는데?’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조금 전 스쳤던 것의 정체를 찾으려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하지만 이미 검은 그림자는 없어진 뒤였다.


‘어디 간 거지? 일단 몸을 숨겨야···!’

“찾았어요, 얘 맞죠?”


찰칵. 플래시가 터지며 조금 전만 해도 모습이 보이지 않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아까 들었던 비열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멓고 기다란 무언가는 언뜻 보면 기다란 비닐봉지같아 보이기도 했다. 조금 전 내가 본 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본체였는지도 모르겠다.


“너 뭐야?”


바람에 펄럭거리는 몸이라니, 이 녀석 정도는 어쩌면 해볼 만할지도? 그래도 한때 운동했던 몸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녀석의 몸이 부풀더니 나를 덮쳤다.


“으아아악!!!”


*


끔벅끔벅.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흐릿했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지면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응?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아! 정신이 돌아왔나요? 죽지 않아 다행입니다.”


털로 뒤덮인 우악스러운 손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조금 전 너튜버의 마이크를 툭툭 치던 손과 같은 모양이었다.


“네가 설마···?”

“맞습니다. 우리 랜선까지 친다면 구면이죠?”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나를 덮쳤던 봉지같은 생물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 녀석도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다소 일방적인 방법으로 데려와서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조금 전 말했듯 우리처럼 우호적인 우리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긴박하게 데려올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 바랄게요.”


너튜브에서 봤던 녀석도 합세해 부연 설명을 늘어놓았다.


“쳇”


기분은 나빴지만 그들의 이유가 타당해서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하긴, 여기서 더 적을 만들어봐야 불리해지는 것은 나니까. 하지만 기선 제압만은 확실히 하고 싶었다.


“데리고 온 이유부터 말해!”


꼬르륵.

제길, 기껏 센 척하며 말했는데! 눈치 없이도 배꼽시계가 울렸다. 그리고 나의 소리를 들은 봉지 녀석이 또 한 번 몸을 부풀렸다가 오므리자 몇 가지 음식이 쏟아져나왔다.


“헤헤, 가게에서 좀 담아와 봤어요. 인간도 먹어야 살 수 있는 동물이니까요.”

“고마워, 봉지. 의외로 센스가 있구나.”

“봉지요?”

“응. 이름이 있어야 서로를 구분하고 부르기 쉽잖아. 넌 이제부터 봉지라고 부를게.”


봉지가 꺼내온 음식 중에서 삼각김밥을 꺼내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내가 먹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곰 같은 녀석이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인터넷에서 봤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압도적인 사이즈라서 나도 모르게 베어 먹히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저···. 혹시 나는 뭐라고 부를 건가요?”

“너?”


풉, 이름 지어달라고 다가와 앉은 거라니. 조금 귀엽잖아?


“흠~ 글쎄? 포미?”


포미는 내 어린 시절의 애착 인형 이름이었다. 곰돌이 인형인데 유난히 털이 많아 엄마의 걱정이 된 인형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털이 많은 것은 기관지에 좋지 않았을 테니까. 엄마가 아무리 떼어내려고 애써도 고집부렸던 포미는 내가 펜싱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졌었다. 이 녀석의 푹신한 털이 포미를 닮았구나.


“포미요? 좋습니다. 자, 이제 서로 이름도 생겼으니 본격적인 일을 해볼까요? 우선 이걸 좀 보세요.”


녀석이 패드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정부에서 지급해준 패드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안에 몬스터 도감이 있었다.

“당장 알려드릴 수 있는 정보는 이것뿐이에요. 인간들이 기록해둔 우리 개체들입니다. 각 개체별 특성은 물론이고 파란 글씨는 호의적이고, 빨간 글씨는 주의해야 할 ‘우리’죠.”


“오! 개꿀! 그러면 이것만 외우면 되는 거 아니야? 누가 조력 몬스터이고 누가 위험 몬스터인지!”


반색하는 나와 다르게 포미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자꾸 잊으시는 것 같은데, 우리는 종현같은 인간들에 비해서 결코 지능이 떨어지지 않아요. 우호적인 마음은 가치관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가 있습니다. 조금 전 너튜브에서 통일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 부분을 우려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테지.”

“네?”

“말했잖아, 너희를 통제하고 길들인 것은 어쨌든 인간인 우리였다고. 비록 체급 차이는 나 보이지만 우호적인 마음이 바뀐다는 것은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어. 위협적인 마음도 우호적인 것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거잖아?”


한번 조력 몬스터라고 해서 영원히 조력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은 내 입장에서 굉장히 절망적인 소식이었지만 최대한 긍정 회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긍정 회로를 돌리는 것은 지난 4년간 망돌로 활동하면서 제법 단련돼있던 패턴이었다.


“어쨌든 지금 보는 도감은 최신으로 업데이트된 것이니 외워두면 도움은 될 거야.”

“그래, 고맙다.”


봉지의 비열한 목소리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듯했지만 제법 생각이 깊고 선한 몬스터 같았다. 우선 그들의 패드에서 나의 핸드폰으로 도감을 복사했다.


“자, 이제 다음 단계는 뭘 해야 하지?”

“인간의 개체수를 늘려야죠!”


포미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커흠흠. 인간사에 대해 배웠다는 녀석이 인간의 개체수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선 배우지 않은 건가?


“저기, 있잖아. 내 말 잘 들어봐, 우리 인간은 개체수를 늘리려면 임신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게 남자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거거든. 더군다나 나 같은 미성년자가 하는 건 진짜 좀 그래.”

“...”


내 말을 들은 포미와 봉지가 말이 없어졌다. 실망···. 한 걸까? 그런데 진짜 내 나이에 노력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인간의 자연적 번식에 대해서는 이미 학습했습니다.”

“당연히 너 혼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쯤은 다 알아. 혼자서 개체수를 펑펑 늘릴 수 있다면 애초에 인간의 멸종이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없었을걸!”

“그럼 어떻게 늘리자는 거였는데?”

“과학적인 접근으로 개체수를 증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는 없어?”


봉지가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이는 동안, 포미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접촉했던 자들은 매우 박식하고, 과학적인 사고와 접근을 했었는데, 종현은 뭔가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내가 멍청하다는 것을 돌려까는 거잖아~~! 아니, 정부 고위관계자들 짬이랑 아이돌한다고 춤만 췄던 고딩이랑 지식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반박하진 않았다.


지이이잉. 다행히 분위기를 전환해줄 타이밍에 알람이 떴다.


“어? DM···. DM이 왔어!!!”

“DM이요? 누구한테서? 아! 설마···?”

“조금 전에 봉지가 날 납치하기 직전 회사 계정으로 피드를 올렸었거든. 생존 중인 사람은 연락하라고···.”

“누구죠?”


DM의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우재형이 살아있나 봐! 우리 멤버였었어”

“멤버?”

“나 아이돌이었거든. 비록 유명하진 않았지만.”

“오~ 나 케이팝 좋아하는데!”


봉지가 흥분하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진짜 안 유명했나 봐? 얼굴이 너무 초면이야. 노래가 뭐였어?”

“음, 그나마 유명했던 것은 ‘세이렌’이었어.”

“세이렌이라고? 너희 진짜 대표곡이 없구나. 내가 차트 100은 매일 들었었는데!”


봉지는 악의가 없었겠지만 지난 세월이 떠오르면서 욱하고 말았다.


“우리가 안 된 것은 너희 탓도 있거든?! 너희가 나타나는 바람에 어떤 신인이 나와도 너희만큼의 화제성을 가져올 수가 없었단 말이야!”


벌겋게 달아오른 내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봉지 녀석은 여전히 얄밉게 씰룩거렸다.


“인간들이 만든 속담이라는 거, 진짜 기가 막히는구나.”

“뭐? 뜬금없이 속담은 왜?”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더니, 클클클.”

“너~ 그만 놀려!!”

“그를 만나러 가죠!”


봉지와 내가 티격태격할 동안 포미가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어둡다. 답답하다. 이곳은 지금 봉지의 몸 안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봉지한테 삼켜진 채로 이동 중이다. 아무래도 위협 몬스터에 대적하기에 나의 능력치 검증이 안 된 탓에 이것이 최선이라고 여긴 것 같다.


“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지 않아?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도 없는 거고···. 차라리 몸으로 부딪쳐야 위협 몬스터의 약점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용히 좀 해줄래? 꼭 혼자 중얼거리는 미친 몬스터 같잖아. 그리고, 지금 상태로 혼자 다녔다가는 위협 몬스터의 약점을 찾기 전에 네 약점 들키고 사망각.”

“휴~ 그나저나 넌 누구한테 배웠길래 말이 짧냐? 말투도 뭔가 인터넷 용어 같고···.”

“아! 내가 말 안 했나? 내 특성은 스펀지야. 상대의 말투를 고대로 복사해서 써. 그러니까 지금 내가 쓰는 말투는 네 말투인 거지!”

“거기 너희들 어디 가는 거야?”


봉지의 말에 다시 대꾸하려는 순간, 또 다른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노래하면 좋을 만큼 감미로운 목소리네. 4년간의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는 건지 나도 모르게 직업병처럼 상대방을 목소리로 판단하려 할 때, 포미가 응답했다.


“살아남은 인간이 있는지 수색 중이오.”

“수색? 아이고오~ 아직도 수색하고 있었단 말이야? 포기해. 이미 인간들은 틀렸어.”

“지금 네 가죽에 묻은 게 인간의 피인가?”


포미가 낮은 데시벨로 물어봤지만, 봉지의 몸은 얇아서 너무나 잘 들렸다.


“맞아. 조금 전 헤매는 인간이 있길래 죽여줬지.”

“이런 배은망덕한!”


포미가 격앙된 채로 상대 몬스터의 멱살을 쥐었다. 하지만 위협 몬스터는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은 상태로 포미의 팔을 풀며 말했다.


“배은망덕이라니, 지금껏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죽여준 거야. 어차피 서서히 죽어갈 운명인 것을 고통도 느낄 수 없게 빨리 끝내줬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포미와 봉지의 말대로 아직은 상대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설마···. 죽였다는 사람이 형은 아니었겠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쥔 손이 벌벌 떨렸다. 형한테 다시 DM을 보내려던 그때, 위협 몬스터가 봉지를 향해 물었다.


“근데 거기 너! 몸집이 왜 이렇게 커진 거야?”

“네게 말할 필요 없잖아?”

“하긴, 그건 그래. 그런데 너 그거 알아? 내 특성이 투시력이라는 것을. 어디 오랜만에 남의 뱃속이나 들여다볼까?”


바스락. 포미가 급히 봉지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위협 몬스터 눈동자가 더 빠르게 움직인 모양이었다.


“오호라, 아까부터 났던 인간 냄새가 내 몸에서 나는 냄새인 줄 알았더니만 다른 자가 있었을 줄이야! 거참, 흥미로운데?!”


컥! 쿨럭, 쿨럭!

위협 몬스터가 순식간에 날아와 봉지의 배를 가격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나는 봉지의 몸에서 튕겨져나와 내동댕이쳐졌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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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몬스터구역으로의 진입 22.11.29 15 1 11쪽
24 24화 허탕 22.11.28 26 1 10쪽
23 23화 갈등의 서막 +1 22.11.26 22 1 10쪽
22 22화 치트키의 이상과 현실 +2 22.11.25 24 5 10쪽
21 21화 생존의 조직화 +5 22.11.24 26 5 11쪽
20 20화 침입자의 정체 +4 22.11.23 21 5 10쪽
19 19화 이 세계의 레벨업 +2 22.11.22 24 5 11쪽
18 18화 사건의 새국면(3) +4 22.11.21 31 5 11쪽
17 17화 사건의 새국면(2) 22.11.19 31 9 10쪽
16 16화 사건의 새 국면(1) +1 22.11.18 28 7 10쪽
15 15화 핑크보이 (2) +1 22.11.17 28 7 12쪽
14 14화 핑크보이 (1) +1 22.11.16 26 6 10쪽
13 13화 몬스터를 찾아서 (2) 22.11.15 24 5 9쪽
12 12화 몬스터를 찾아서(1) 22.11.14 30 7 11쪽
11 11화 안녕, 그레이몬스터 22.11.12 26 3 10쪽
10 10화 살려주세요 22.11.11 26 6 11쪽
9 9화 선과 악의 공존 (2) 22.11.10 28 4 10쪽
8 8화 선과 악의 공존 (1) 22.11.09 30 7 10쪽
7 7화 합니다 엔터 (2) 22.11.08 35 7 10쪽
6 6화 합니다 엔터 (1) 22.11.07 40 10 10쪽
5 5화 밤의 주인공(2) +1 22.11.05 51 9 10쪽
4 4화 밤의 주인공 22.11.04 76 13 10쪽
3 3화 위협몬스터의 습격! +9 22.11.03 176 83 10쪽
» 2화 조력 몬스터의 존재 +11 22.11.02 220 92 12쪽
1 1화 몬스터의 첫인상 +64 22.11.01 435 1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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