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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잭팟 님의 서재입니다.

망돌히어로, 생존자를 확인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wngml107
작품등록일 :
2022.10.31 10:48
최근연재일 :
2022.12.01 19:5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525
추천수 :
492
글자수 :
124,846

작성
22.11.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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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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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9화 선과 악의 공존 (2)

DUMMY

<망돌히어로, 생존자 확인을 시작합니다>


-9화-


“아···!”


막내가 마지막 희망이 꺼진 듯 탄식을 내뱉었다.

봉지는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며 토닥였다.


“포미와 메가싱어한테 가서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잠깐만.”


저벅저벅.

나는 그레이몬스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그와 눈을 맞췄다.


“너, 악하다는 게 뭔지 알아?”

“악한 거?”


그레이몬스터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자기 다리를 내밀어 보였다.


“이런 거.”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정정해줬다.


“아니, 네 다리는 까만 거고 악한 게 뭔지 아냐고.”


내 질문엔 당연히 다른 속내가 있었다.


‘네가 아무리 짓궂게 굴어도 애는 애라고! 우리 막내가 아직 어린 것처럼!’


그레이몬스터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까매진 다리가 ‘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껏 학습했을 거다. 하지만 ‘눈치껏’ 깨우친 것은 ‘정식’으로 ‘정정’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사실은,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다시 ‘악하다’를 설명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까맣게 변한 자기 다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넌 아직 어리니까 의미를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쭉 모른 채 사느냐, 제대로 배워서 깨우치고 사느냐겠지.”


나는 녀석의 눈치를 살피며 한템포를 쉰 다음, 다시 물었다.


“어떡할래? 제대로 가르쳐줄까?”


그레이몬스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악하다’라는 것은 누군가 널 싫어하길 바라는 마음이야.”


그레이몬스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좀 더 쉽게 설명해줘? 그러니까 적을 만들고 싶을 때 가지는 마음이야!”

“흐익!”


그레이몬스터는 적이 생긴다는 말에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우선 자연스럽게 그레이몬스터의 다리를 한번 쳐다본 뒤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시선 끝에서 녀석과 눈이 마주쳤을 때 씩 웃었다.


“그리고 너의 까만 다리는 그냥 여러 가지 다양한 색 중 하나일 뿐이야.”


그레이몬스터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막내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 그의 어깨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얘도, 나도 똑같은 인간인데 얼굴색은 좀 다르지? 그런데 우리 얼굴색이 성격을 만드는 건 아니란 얘기야!”

“아하!”


확실히 아직 어린 새끼인 탓에 나의 이야기를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녀석이 마음을 돌리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할 말에 힘을 주었다.


“듣자 하니 힘이 강한 몬스터라던데, 네 힘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봐.”


그레이몬스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답을 주었다.


“그래, 알겠어. 악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낫겠어. 하지만, 엄마한테 내가 겪은 일은 말할 거야.”


그레이몬스터가 내 옆의 막내를 손으로 가리켰다.


“쟨 나를 악한 마음으로 묶었으니까.”

“미안해! 정식으로 사과할게! 변명 같겠지만 나도···!”


쾅!

막내는 진심을 담아 외쳤을 텐데 그레이몬스터는 듣지 못했다.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등장 소리에 막내의 사과는 속절없이 묻혀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도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문제는 그 아우라에 호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변명이란, 참 추악하구나.”

“변명 아니고 사실.”


봉지가 그레이몬스터의 말을 듣던 중 나지막이 정정했다.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봉지에 의해 말의 흐름이 끊기자 가볍게 흘겨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더 이상 들을 말은 없어! 어린 몬스터인지 몰랐고, 죽을까 봐 두려워 역공격을 펼쳤다···. 이거 다 네 사정이잖아?”

“네, 맞습니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진실은 내 새끼를 네가 공격했다는 사실이지.”

“네가 본 진실은 아니고···. 들은 진실.”


봉지가 또다시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말을 조용히 고쳐줬다.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미간이 한 번 더 구겨졌다.


“어쨌든 말이야. 그게 그거잖아!”

“어째서 그게 그거야? 심판을 하려면 전후 사정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지!”


봉지가 계속해서 그레이몬스터 옆에서 신경을 긁는 이유, 알 것 같았다. 막내한테 집중되는 분노 그리고 저주. 그것을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싶어 그러는 거겠지.

성체 그레이몬스터 입장에서도 인간한테는 쉽게 저주를 내릴지언정 또 다른 치트키를 지닌 몬스터를 건드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사슬로 묶었다 하였느냐?”

“사슬이라고 해봤자 모형이야, 모형! 얘네가 아이돌이었거든? 그때 촬영용 소품이었대. 진짜 우리 세계에서 쓰는 무서운 사슬도 아니라니까!”

“아이돌?”

“응! 아이돌은 춤추면서 노래하는 가수야.”


봉지는 행여나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아이돌이란 직업을 모르고 있을까 봐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어라? 저 표정은 뭐지?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눈빛이 묘하게 이상했는데?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내가 선 곳에서는 들리지 않는 데시벨로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이돌은 잘생긴 자들이 하는 직업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난 그때만 해도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했었다.

그저 묘하게 이상한 눈빛과 중얼거림에 찝찝함만 가득할 뿐이었다.


챙그랑!

봉지가 사슬을 내밀었다.

아기 그레이몬스터를 묶었던 사슬이다.


“내가 아예 보여주려고 가져와 봤어, 봐봐. 완전 장난감 아니야?”


봉지는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분노를 낮추기 위해 갖은 애를 써봤지만, 결국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단호했다.


“저주를 걸겠다!”

“!!!”


막내의 동공이 크게 커졌다. 예상한 것과 직접 듣는 것의 체감은 확실히 달랐을 테지.

그리곤 곧이어 서서히 고개를 떨구었다.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막내를 내려다봤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가 지금 죽어버린 우재형 살리겠다는 객기로 막내 앞의 저주를 불러온 걸까?’


막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봉지가 말했을 때 도망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조차 사치일 것이다.


‘후회하고 있을 시간에 뭐라도 찾아야 해! 막내의 저주를 막을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내가 무슨 수를 쓰기도 전에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움직였다.


“사슬은 사슬일 뿐, 이 또한 네 죄를 가볍게 느끼게 만들지는 않는구나.”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사슬을 들어 보이며 차갑게 웃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너를 평생 따라다닐 족쇄를 걸어버리겠어!”


발목 끝에 달린 무거운 쇠구슬. 영화에서 보면 족쇄를 찬 사람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겨워했었다. 막내 역시 나와 같은 상상을 했던 것인지 눈가가 빨개져 있었다.

아마 자신은 이 세상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했을 테니.


“형···!”


막내가 나를 나지막이 불렀다.

눈물 가득한 그의 얼굴엔 두려움과 절망, 공포, 후회···.

말도 다 채우지 못할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분명 도망치자는 봉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남았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테지.


‘우재형은 나를 만나기 위해 오다가 죽고, 막내는 내 뜻을 따르려다가 저주에 걸리고! 이쯤 되면 인간을 없애고 있는 원흉은 내가 아닌가?’


하고많은 저주 중에 왜 하필 족쇄인 것인가!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 한참 나약한 인간인데 레벨업은커녕 족쇄라니!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저주였다.


나와 막내의 고통스러운 표정에도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인간들은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족쇄가 있더구나? 그 족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간들을 일하라고 재촉하고 감시하던데?”


탁!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검지손가락을 구부리자 마치 자석처럼 핸드폰이 척하고 달라붙었다.

고장 났었던 막내의 핸드폰이었다.


“족쇄가 부서져서 내 새끼에 대해 몰랐다고 했었나?”


성체 그레이몬스터는 손톱을 이용해 핸드폰 위에 길게 선을 그렸다. 그리고 다시 구부렸던 손가락을 펴자 휙! 또다시 눈 깜짝할 새에 막내의 핸드폰이 재빠르게 원래 주인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네 족쇄는 앞으로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곳에 버리고 온다 해도 끝까지 네 품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막내가 깜짝 놀라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정말 놀랍게도 깨진 액정은 감쪽같이 되돌아있었다.


‘뭐지? 그레이몬스터가 가진 치유의 능력이 핸드폰 치유까지 포함일 줄이야?’


오히려 좋은데? 막내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나를 향해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수리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나와 막내가 안도의 사인을 주고받고 있을 무렵, 성인 그레이몬스터는 거창한 저주의 말을 끝맺었다.


“그러니 저주 걸린 족쇄의 끝없는 감시 속에서 영원히 일에 파묻히리라!”

“저주를 끝내신 겁니까?”


나는 최대한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물었다.


“야! 저렇게 심한 저주를 퍼부었으면 됐지! 여기서 더 퍼부으면 그게 치유몬스터라고 할 수 있겠냐?”


성체 그레이몬스터가 또다시 봉지를 째릿!하고 쳐다봤다.

나와 막내 입장과 다르게 봉지는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저주가 심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


털썩!

나는 성체 그레이몬스터의 앞에서 다짜고짜 무릎을 꿇었다.


“저주가 끝났다면 이제 치유의 능력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작가의말

벌써 목요일이군요 :)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추천 눌러주신 분들과 선호작 등록해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드려요! :)


오늘도 행복 가득한 날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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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몬스터구역으로의 진입 22.11.29 15 1 11쪽
24 24화 허탕 22.11.28 26 1 10쪽
23 23화 갈등의 서막 +1 22.11.26 22 1 10쪽
22 22화 치트키의 이상과 현실 +2 22.11.25 24 5 10쪽
21 21화 생존의 조직화 +5 22.11.24 26 5 11쪽
20 20화 침입자의 정체 +4 22.11.23 21 5 10쪽
19 19화 이 세계의 레벨업 +2 22.11.22 24 5 11쪽
18 18화 사건의 새국면(3) +4 22.11.21 31 5 11쪽
17 17화 사건의 새국면(2) 22.11.19 31 9 10쪽
16 16화 사건의 새 국면(1) +1 22.11.18 28 7 10쪽
15 15화 핑크보이 (2) +1 22.11.17 28 7 12쪽
14 14화 핑크보이 (1) +1 22.11.16 26 6 10쪽
13 13화 몬스터를 찾아서 (2) 22.11.15 24 5 9쪽
12 12화 몬스터를 찾아서(1) 22.11.14 30 7 11쪽
11 11화 안녕, 그레이몬스터 22.11.12 26 3 10쪽
10 10화 살려주세요 22.11.11 26 6 11쪽
» 9화 선과 악의 공존 (2) 22.11.10 28 4 10쪽
8 8화 선과 악의 공존 (1) 22.11.09 30 7 10쪽
7 7화 합니다 엔터 (2) 22.11.08 35 7 10쪽
6 6화 합니다 엔터 (1) 22.11.07 40 10 10쪽
5 5화 밤의 주인공(2) +1 22.11.05 51 9 10쪽
4 4화 밤의 주인공 22.11.04 76 13 10쪽
3 3화 위협몬스터의 습격! +9 22.11.03 176 83 10쪽
2 2화 조력 몬스터의 존재 +11 22.11.02 220 92 12쪽
1 1화 몬스터의 첫인상 +64 22.11.01 435 1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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