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를 걷는 황제

40화 - 에필로그

‘······하아, 하아.’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은 저절로 가쁜 숨을 몰아쉬도록 부추겼다.

등을 덮은 금빛의 망토는 갈기갈기 찢겨 원래의 모습을 잃었고, 이미 오래전에 부수어져 벗어던진 견고한 갑옷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럼에도 손에 든 검은 내려놓지 않았다.

저벅저벅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앞으로 다가왔다. 갈기털이 달린 투구와 번쩍거리는 갑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마치 사자와도 같았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했기에 그따위 것은 내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그는 놀라움을 넘어서 경탄을 하며 물었다.

“실로 대단하구려, 대체 무엇이 그대를 그렇게까지 만드는 것이오?”

살기를 거두고 그에게 조소를 보내며 낮고 점잖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도리와 명예를 저버린 네가 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검을 쥔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다행히도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아직은 쓸 만하다. 적어도 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는 움직여 줄 것 같군.

내 움직임과 동시에 놈과 주변에 있는 기사들이 무기를 쥔 채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사방은 마치 폭풍이 오기 전처럼 조용했다.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눈을 감고 기도하듯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나의 벗, 나의 형제, 나의 황제시여.’

“쳐라!”

쩔그럭 거리는 쇳소리,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적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영원한 꿈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바닥을 차고 앞으로 돌진하며 목이 터져라 마지막 함성을 내질렸다.

“오오오오!”

그의 등 뒤로 저무는 태양은, 아주 짧았지만 강렬한 황금빛을 뿜으며 이내 조용히 사라졌다. 마치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