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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42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4.09 12:07
조회
1,097
추천
14
글자
8쪽

1화

DUMMY

<서막>




계단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무엇이 그를 약하게 만들었을까, 어째서 그는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라고.




눈을 들어 쳐다본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우중충한 내 기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꽤 오래전부터 저 멀리서 다가오던 검은 안개구름이 요즘 따라 더욱 가까워 진 것 같다.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시커먼 무리들을 보니, 본능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암울한 느낌이 전신을 지배하려 들었다.


그러나 굽히지 않으리라. 허리를 세우고, 어두운 하늘을 향해 검을 겨누며 나아가겠노라, 단 하나 뿐인 그를 위하여.




“황제를 위해, 싸우리라.”




무의미한 독백에 하늘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먹구름을 뭉치며 더욱 짙은 어둠을 만들었다.


어둠속에서도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는 망토를 휘날리고, 허리에 찬 검을 확인하며,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천천히 내려왔다.


눈앞에 보이는 많은 이들의 눈동자, 그들의 눈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발걸음으로 굳세고 무너지지 않는 신념으로, 명예를 위해 걸었다.




나의 마지막 황제를 위하여.




***




와이즈 대륙 서부에는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국이 있었다. 최초로 서부 대륙을 통일한 위대한 국가, 신성 바라스 제국. 그들, 아니 ‘그’가 움직이면 전 대륙이 긴장감에 몸을 움츠렸고, ‘그’의 명은 서부에서는 신의 명령과도 같았다. ‘그’는 가장 친한 벗조차 절대로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존재, 신성 바라스 제국의 모든 것이자, 서부 대륙 자체라고 불리는 남자, 바로 제국의 황제였다.




"폐하!"




느닷없는 외침이 들렸다.




“커허억!”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상체를 일으켰다. 흐트러진 호흡, 머리를 타고 전신에 느껴지는 불쾌한 기분은 얼마 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낯익은 경험이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돌아보니, 낯선 물건들에 눈에 들어왔다. 하얀 커튼과 처음 보는 형태의 기묘한 사각형 창문, 수납장처럼 생긴 기다란 갈색 물체에 뻥 뚫린 칸에는 컵과 요상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두 손을 내려다보니 방금 전까지 입고 있었던 용의 가죽에 황금실로 재봉해서 만든 내 평상복이 아니라 하얀색에 이상한 문양들이 새겨진 남루한 천 옷을 입고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두 다리를 쭉 뻗은 상태로 침대에 앉아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좌측에 있던 문을 열고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침대로 다가오던 그녀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주머니 속에서 네모난 물건을 꺼내 여러 번 누르고 귀에 가져다댔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인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져나왔다. 곧 주변의 상황을 알기위해 네모난 물체에 대고 뭐라 뭐라 급하게 소곤거리는 그녀를 불렀다.




“그대는 누구고 이곳은 어디인가? 짐이 입고 있던 옷은 어디 있느냐?”




“네, 네? 뭐라고 하셨어요?”




호들갑을 떨던 그녀가 네모난 물체를 주머니에 넣고선 침대로 다가와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던 그녀가 갑작스레 손을 들어 내 이마에 가져다대더니 '열은 없는데.' 라고 중얼거리는 등 감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대죄이거늘, 무례한 행동을 이어가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분노의 감정을 실은 오른손을 거칠게 휘둘러 그녀의 손을 쳐냈다.




“감히! 허가 없이 짐의 육체에 손을 대다니, 죽고 싶은 게냐?”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여자를 노려봤다. 날이 선 눈빛에 여자는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곧 열려있는 문을 통해 하얀 옷을 입은 중년 남성과 앞서 들어온 여자와 같은 옷을 입은 여자 두명이 따라서 들어왔다. 그들은 침대에 앉아있는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급히 다가왔다.




“이상위 씨, 괜찮으세요?”




남성은 나를 이상위라고 부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곳은 어디기에 본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단 말인가. 지나가던 사람이 한눈에 봐도 몹시 짜증이 났음을 알 정도로 얼굴에 표를 내며 말했다.




“이상위가 누군가? 짐은 신성 바라스 제국의 황제이자, 서부 대륙의 지배자······?”




······그 다음에 뭐였지? 가만있자, 서부 대륙의 인간신, 위대한 바라스 제국의 황제라고 불리던 내 위명,······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머리를 다친건가? 아니,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 그보다 이 이상한 인간들을 보니 이곳은 장담하건대 이곳은 내가 살던 서부 대륙이 아니다.




빈약해진 육체에 깃든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둘러싸고 서있는 채로 중얼거리며 길고 작은 도구를 집고서 네모난 판 위에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만히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평소와 다르게 무겁고 이질적인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하체에서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리는 느낌과 무언가로 내리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으윽!”




“아! 무리하면 안 됩니다, 어제 수술이 끝나고 지금 일어나신 거니까 아직은 누워계셔야 해요.”




남자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수술이라니!




나는 사나운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놈을 쳐다보며 으르렁 거렸다.




“수술이라니, 감히 네가 허가도 없이 짐의 몸에 손을 댔단 말이냐? 길리안, 길리안은 어디 있는가!”




수술이라는 말에 놀라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항상 곁을 지키던 내 충복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그를 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마치 이상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수군거렸다.


그 중 남자는 아까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계속 적더니 뒤에 서있던 여자 한명에게 귓속말로 무언가 지시하며 손에 든 네모난 판을 넘겨주었다. 건네받은 여자가 서둘러 방을 나가자, 남자가 안심하라며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상위 씨, 아직 회복이 덜 되셔서 머릿속이 복잡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보호자 분을 불렀으니까, 조금 기다려 주세요.”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하는 그의 말투에 나는 또 한 번 격분하여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누가 감히 짐을 보호한단 말이냐? 짐은 서부 대륙 전체를 보호하며, 그곳에서는 신조차도 내 위에 서있지 못하거늘, 네놈이 나를 능멸하려 드는 것이냐?”




“하아, 알겠습니다. 잠시 쉬도록 하세요.”




남자가 눈짓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며, 함께 온 여자들과 함께 방문을 닫고 나갔다. 홀로 남은 자리에서 침대에 상체를 뉘이고 눈을 감았다.




"으음."




힘을 끌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써봐도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한대로 흐르던 체내의 마력은 온데간데없었고, 오직 바라스의 황제에게만 부여되던 절대적인 권능인 ‘빛’마저 사용할 수 없었다.


한순간에 모든 권능과 힘을 잃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늘어진 육체에서 허탈함만이 영혼부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득 찼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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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7화(2) 18.06.12 148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8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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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18.05.17 181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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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18.05.12 199 3 7쪽
26 26화 18.05.11 192 3 7쪽
25 25화 18.05.10 203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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