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를 걷는 황제

38화 - 마지막 이야기(3)

집을 나서서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담당 편집자인 연주 씨와 어딘지 모르게 뒷모습이 익숙한 다른 누군가가 같이 앉아있었다.

“아! 작가님!”

“오, 왔냐?”

“안녕하세요. 연주 씨. 근데······넌 왜 있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내겐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다면 이상할만한 조합이긴 하지만, 두 사람 다 이제 완전히 숨어버린 기억 속에서 살아나 친근한 존재들임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딱히 거부감은 없었다.

연주 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씨익 웃었다.

“후후, 작가님 책에 일러스트를 그려 주신 삽화가님인데, 저랑 모르는 사이일 줄 아셨어요?”

“너 책 완결 나는 날이라서 연주 씨 부탁으로 특.별.히 내가 와준 거라고. 감사해라.”

“하아, 그래 고맙다, 고마워.”

자리에 앉아서 내가 마실 음료를 시킨 후에 소소한 이야기부터,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두 명보다는 세 명이 더욱 활기찬 대화가 오갔고, 이윽고 제국사 완결 후 새로이 집필할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목을 풀었다.

“으흠! 슬슬 차기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네! 당연하죠!”

“그래, 미리 어떤 이미지의 그림을 그려야할지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되니까.”

정리는 했지만 아직 막연한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들려주었다. 후속작인 만큼 이전 작품들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이어나가는 전개로 풀어나가 미리 적어온 몇몇 설정들도 보여주며 차기작에 대해 설명을 하던 중, 꽤 진지한 표정을 한 현진이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잠깐만, 나쁘진 않아 나쁘진 않은데, 뭔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네, 전반적인 스토리는 괜찮은데, 작가님이 가져온 설정들이랑 대입하면 뭐랄까, ‘바라스 제국사’ 2편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요.”

한 마디를 시작함과 동시에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부분들을 꼬집으며 날카롭게 평가를 내리더니. 순식간에 수십 가지의 보완점이 나열되었다.

“끄응, 나름 괜찮게 구상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충격인걸.”

“아하하······, 죄송해요, 그래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작가님도 더 좋으시잖아요? 그죠?”

“그래, 전작도 이제 완결인데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 쉬면서 생각해봐. 이전부터 그랬잖아, 완결내면 여행 다니면서 쉬어야겠다고.”

확실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에 쫓기듯 아이디어를 구상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완결을 냈으면서도 휴식기 없이 바로 달리는 것도 좋지만 역시 지금은 쉬어야할 때 인 것 같다.

“그럼 연주 씨, 이거 마지막 원고에요.”

“아! 맞다! 헤헤, 까먹을 뻔했네요.”

원고지를 건네주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자세를 보이자, 두 사람도 자신들의 물품을 챙기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작가의말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