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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45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07 19:00
조회
216
추천
5
글자
7쪽

22화

DUMMY

“네! 아, 아뇨! 그것 때문에 지금 전화한 거예요. 아~진짜,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전달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건지 원래 미치도록 활발한 성격이라는 건 알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소란 속에서 초조함이 섞여있었다. 전화 너머에서 법석을 떠는 그녀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조금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오두방정을 떨던 그녀의 목소리가 한 순간 뚝 끊기더니,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말하기를 망설이던 그녀가 미안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이번 주에 보내 주신 원고······, 조금 수정하셔야 할 것 같아요.”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오만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한건지 제대로 인지가 되지 않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


내용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아프다는 이유로 손으로 쓴 원고를 직접 건네주지 않았더니 이러는 건가, 어느 쪽이든 처음으로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당황스러운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우선 생각을 접어두고 심호흡으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정중하게 물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음······, 다른 편집자님들과 상의해서 나온 객관적 결과로 말씀드리면, 개연성 문제에요. 제 주관적인 생각도 그렇고요.”


개연성이라니,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만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나로서는 크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동안의 연재 내용은 그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떠올려서 적은 것과 실제로 일어난 제국의 시간을 적절히 섞어 옮겨 적은 것 뿐, 하지만 이번에 새로 쓴 내용은 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 꽤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군요. 확인해서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항상 한 달 분량은 저장해두고 책을 출판하니까, 너무 기간에 맞추시려고 무리는 하지마세요!”


“네, 연락드릴게요.”


손에 든 폰을 내려놓고, 책상에 앉아서 보낸 파일과 손으로 적은 원고지를 번갈아보며 내용을 확인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로 만든 내용은 원고지에 적힌 원본보다 훨씬 정교한 문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문자의 활용도를 넘어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담당편집자가 말했던 개연성을 생각하며 천천히 살폈다.


그러자 단순히 실제 일어난 일과 꿈을 가지고 결합시킨 상상이 글에 미친 영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가 아닌 독자의 시점으로 읽어 내리는 제국사는, 이전에 연재했던 내용과 비슷했지만, 내 상상이 들어감을 통해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끄응, 단순 상상 만으로 적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사실과 상상을 섞으려니 꽤 어려운 일이 되었구만."


두 가지를 접목시키면 더욱 완벽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시도해본 도전은 예상과 다르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덤으로 처음 맛보는 실패에 기분도 좋지 않았다.


제국사의 내용에 대한 부정은 황제로서도, 작가로서도 자존심에 큰 타격을 주는 행위였다. 비록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지만, 내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작품이 부정당했다는 것은 꽤나 씁쓸한 기분이었다.


불안정안 감정도 잠시, 정신을 회복하고 즉시 펜을 잡았다. 이전에 사용한 원고지를 덮어 책상 구석에 밀어놓고 새로운 원고지를 꺼냈다.


‘좋아, 처음부터 다시.’


새하얀 백색 격자에 새로운 내용을 적었다.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더 세련된 기교를 부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갔다. 개연성을 고려한 상상력의 접합과 역사적 사실은 어렵지만, 못할 정도의 도전은 아니었다.


새로이 쓰이는 제국사의 뒷이야기는 역사의 전반을 뒤집지 않는 선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상상으로 붙여진 색다른 요소들을 첨가했다. 그러기를 수 시간, 일주일 분량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이틀 정도의 새로운 분량을 만들 수 있었다.


‘어디, 비교해볼까.’


퇴짜를 맞은 원고와 새로 쓴 원고를 번갈아보며 비교했다. 새로 쓴 원고는 기존의 흐트러진 개연성을 바로잡아 제자리에 세웠고, 어려운 문장들을 제거하여 가독성에서도 뛰어난 문장들로 변모해 있었다.


혹시 모르니 미리 담당편집자에게 새로 적은 원고 일부를 보내 두었다고 문자를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이 다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웬일인지 오늘은 집사가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다고 알리러 오지 않았다.


그것은 점심인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저택 내부는 아무도 없었는지 조용했다. 신발장으로 가보니 어머니와 집사의 신발이 없었다. 제국사 연재본 수정 일부를 끝내고 허기가 느껴지는 지금, 두 사람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부엌으로 갔다. 비어있는 식탁 위에는 한 눈에 들어오는 크기의 쪽지가 남겨져있었다.

식탁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아서 쪽지를 집어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상위야, 오늘은 엄마가 바쁜 일이 있어서 새벽부터 집사랑 같이 외출을 해서 자정쯤에 돌아올 거야. 밥은 냉장고에 있는 걸로 챙겨먹어도 되고, 카드 놓고 가니까 밖에 나가서 사먹어도 된단다. 돌아 올 때까지 편하게 있으렴.』


“어디······.”


식탁을 벗어나 냉장고 문을 열자 안에는 집사가 미리 준비해 둔 음식들이 있었다. 차갑기는 했지만, 이세계의 도구를 쓰면 간단하게 따듯한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비록 요리는 할 줄 모르지만, 과학의 힘은 사용할 줄 알고 있다. 이세계 생활도 벌써 1년이 다되어가는데 모를 리가 없지.


'위이잉' 소리를 내며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해보니 신기한 일이다. 황제로서 모든 것을 누릴 때와는 다르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지금은 무엇을 해도 새롭고 즐거웠다.


비록 힘과 권세와 벗들까지 모두 잃었지만, 그렇기에 얻은 새로운 것들을 누리며 새로운 인생을 걸어가는 이세계의 삶은 그 시절과 비교해도 딱히 나쁠 것이 없었다.


‘제국이 이세계와 같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렇게 이세계로 온 것도 어쩌면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접 만들어 낸 운명인가.’


어느새 생각의 기준은 제국이 아닌 이세계에 맞춰져 있었다. 과학의 편리함과 작가라는 직업을 통해 맛보게 된 최초의 실패는 내게 더욱 자극을 주었다.


마치 서부 대륙의 수많은 나라들을 짓밟고 대륙 통일을 일궈낸 그 때처럼, 지금도 소설을 통해 그 누구도 감히 나를 비판하지 못하게 압도하겠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작가의말

모두들 좋은 하루 되셨나요?


마지막 휴일이라 아쉽긴 하지만, 소중한 것을 위해 내일도 힘차게 살아보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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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5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5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30 1 3쪽
39 37화(2) 18.06.12 148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8 4 4쪽
36 36화(1) 18.05.25 143 4 4쪽
35 35화 18.05.21 155 3 7쪽
34 34화 18.05.18 187 4 7쪽
33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31 31화 18.05.17 169 4 7쪽
30 30화 18.05.16 185 4 7쪽
29 29화 18.05.15 205 3 7쪽
28 28화 18.05.14 197 3 7쪽
27 27화 18.05.12 199 3 7쪽
26 26화 18.05.11 192 3 7쪽
25 25화 18.05.10 203 4 7쪽
24 24화 18.05.09 227 5 7쪽
23 23화 18.05.08 218 4 7쪽
» 22화 18.05.07 217 5 7쪽
21 21화 18.05.04 243 5 7쪽
20 20화 18.05.03 251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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