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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52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17 12:15
조회
169
추천
4
글자
7쪽

31화

DUMMY

그 뒤로 늘 꿈을 꾸었다.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찬란한 세계, 바라스 제국으로 돌아가는 꿈을 말이다.


믿기 힘들지만 꿈을 꾸기 시작한 그날부터 불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사인 라잔 아니, 기사 길리안은 늘 내 곁을 지키며 전신전령으로 받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점차 회복되어가는 상태에서 나는 자신이 누군지 잊지 않기 위해 다시 펜을 잡았다.


이세계가 아닌, 바라스 제국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발목을 잡았던 수많은 존재들을, 영원히 기억 속에 가두어 두기 위해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이세계에 남겨두기로 마음을 먹으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간단했다.


정의의 상징이었던 와이즈 대륙의 신들부터, ‘와이즈 대륙 신화’를 먼저 완성했고, 신들이 변질하여 마지막 남은 정의를 위해 싸우다 사라진 그들의 죽음을 담은 ‘신화 끝의 이야기’, 바라스 제국을 가장 두렵게 만들었던 존재인 칼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칼란 전기’까지, 수많은 와이즈 대륙의 역사가 이세계로 넘어왔다.


하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여 남긴 최고의 역사서는, 중학생 때부터 적어왔던 ‘바라스 제국사’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신의 생애를 직접 창조하여 쓰는 것이기에, 가장 중요하고도 생애의 가장 멋진 일이었다.


스스로가 황제임을 주변에게 공표하며, 라잔의 모습을 한 길리안의 보필을 받으며 황제라는 필명으로 신화 끝의 이야기를 한창 집필 중인 때에, 출판사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XX노벨입니다.』


『이전에 OO문학사 공모전에 참가하신 작품과 최근 작가님께서 소설 연재 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보고 출판의사를 묻고자 연락드렸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본문 끝에 적어둔 번호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XX노벨. 010 – 0000 – 0000』


드디어 불행을 극복했다.


죽음과 절망을 넘어서 황제로서 걸어갈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바라스 제국사 대신, 완성작인 ‘와이즈 대륙 신화’는 XX노벨의 직원 8할에게 압도적인 추천을 받아 즉시 종이로 된 책으로 출판됐다.


파죽지세로 치고 나간 ‘황제’의 역사는 이세계 판타지 소설 부문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며 베스트셀러로 올랐다.


20살의 갓 성인이 된 청년의 인생역전극에 호기심을 가진 많은 이들의 질투와 동경의 시선을 받으며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그 따위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외전격인 짧은 단편들까지 하루에 수만 자의 글자를 새기며 미친 듯이 글만 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제국을 상기하며 입버릇처럼 중얼거렸다.


‘제국으로 돌아가야 해.’


허나,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제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니, 애당초 그것은 환상에 불과했겠지······. 무너진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한 순간의 꿈, 위대한 바라스 제국의 황제는, ‘이곳’에 실존하고 있으니까.


신호등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주변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 느낌, 이 기분은 8년 전의 그때와 같은······.


눈부신 빛이 다가오며, 가까워지는 빛으로 손을 뻗었다.


“끼이이익! 콰아앙!”


“흐어억!”


숨을 몰아쉬며 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머리가 어질어질 한 것을 보니 두통이 멈춘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이다. 주변을 살피자,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에는 은은한 달빛이 보였다.


한편의 영화 같던 회상에서 깨어나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대체 누구인가, 라잔이 길리안이라니, 그렇다면 제국에 대한 내 기억은? 모두 소설에서나 존재하는 거짓된 존재라는 것인가.


8년 전의 기억은 도움은커녕 오히려 독이 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혼란은 도저히 스스로 견딜 수가 없어 이윽고 조용한 방안에서 체념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라잔.”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어느새 방안에 들어온 그는 물과 약을 책상에 올려놓고 방의 불을 켰다.


“이야기를 들으시던 중 갑자기 쓰러지셔서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부디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시면 무리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물음을 그저 흘려보내듯 입 밖으로 내뱉었다. 묵묵히 자리에 서있던 라잔이 황실의 예법을 갖추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엄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련님은 제가 섬기는 주인이신 이상위 도련님입니다. 다른 누구도, 도련님이 될 수는 없습니다. 도련님께서 스스로를 황제라 하시면 그리 되시는 것이고, 소설가라 하시면 그리 되시는 것입니다.”


“라잔은······나를 위해 길리안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인 겁니까?”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온갖 생각이 마음을 부수어 갈 때,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어떤 이름으로 부르시던, 저는 도련님의 집사이자 기사로서 평생을 섬길 것입니다.”


“······잠시 혼자 있고 싶으니 이만 나가주세요.”


“······잊지 말아주십시오, 도련님이 누구인지를, 그리고 언제든지 사모님과 저희에게 기대셔도 좋습니다.”


라잔이 방을 나가자, 복잡한 심경에 머리를 감싸고 눈을 질끈 감았다. 방금 전의 대화는 스스로 제국을 부정한 것과 같은 일이었다. 황제인 내가, 스스로 일궈낸 제국을 부정하다니, 어찌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단 말인가.


······라곤 생각해도 두 눈으로 본 8년 전 기억의 환상은 결코 잊힐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단순 꿈에 의한 거짓이라고 볼 수도 없는 명확한 옛 기억의 재림은 내 자신이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돌아보게 하는 판단의 근거를 만들었다.


남은 것은 확신 뿐이었다.


“길리안, 있느냐.”


곧, 연기와 같은 뿌연 것이 피어오르며, 허공에 흐릿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갖추며 영체의 길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나이까. 황제시여.”


결의를 다지고, 심호흡을 한 뒤에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에 실재하는 길리안은 당연히 라잔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황금빛 머릿결을 잃고 완전히 갈색이 된 그의 머리는 황제로서 내린 축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지만 내게는 확실하게 존재하는 길리안을 보며 다시금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를 억눌렀다. 통제력을 가진 지금, 긴장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바라보기로 마음먹은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부터 그대에게 반드시 들어야할 대답을 듣고자 한다, 부디 진실한 대답만을 들려주도록 해다오.”


작가의말

곧 점심이 찾아오네요 ㅎㅎ


비가 잔뜩 오지만...그래도 활기차게,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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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39화 - 마지막 화 18.07.09 134 1 5쪽
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5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5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30 1 3쪽
39 37화(2) 18.06.12 149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8 4 4쪽
36 36화(1) 18.05.25 144 4 4쪽
35 35화 18.05.21 155 3 7쪽
34 34화 18.05.18 187 4 7쪽
33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 31화 18.05.17 170 4 7쪽
30 30화 18.05.16 185 4 7쪽
29 29화 18.05.15 205 3 7쪽
28 28화 18.05.14 197 3 7쪽
27 27화 18.05.12 199 3 7쪽
26 26화 18.05.11 192 3 7쪽
25 25화 18.05.10 204 4 7쪽
24 24화 18.05.09 227 5 7쪽
23 23화 18.05.08 218 4 7쪽
22 22화 18.05.07 217 5 7쪽
21 21화 18.05.04 244 5 7쪽
20 20화 18.05.03 252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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