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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05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09 18:54
조회
225
추천
5
글자
7쪽

24화

DUMMY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배고픔도, 손의 아픔도 잊은 채 원고지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것으로 손을 멈췄다.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느꼈던 흥분이 가라 앉자 끝났다, 라는 해방감이 찾아왔다.


내용을 상기하며 분량에 대해 생각하니, 몇 시간 만에 300장이나 되는 원고지를 끝장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뒤늦게 찾아온 공복감에 꽤 오랜 시간을 보냈음을 느꼈다.


그때 아래층에서 문 손잡이가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저택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두 분이 돌아오셨다는 건 시간이 생각 보다 시간이 더 늦었다는 건데······.


스탠드의 불빛 위에 시계를 바라보니, 바늘은 어느새 오후 11시를 넘어 12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맙소사, 전화 끊고 집으로 들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시간의 흐름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배고픔은 더욱 가중되어 밀려왔다. 막 돌아온 집사 할아버지한테 이제 와서 밥을 달라고 하긴 좀 그런데······, 그렇다고 굶고 자기엔 애매하다.


고민을 하고 있던 중, 문득,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은 이상하게 목소리가 평소보다 많았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세 명 이상의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손님을?’


궁금증이 솟아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와 아래층으로 가는 계단을 통해 살짝 내다보자, 타이밍 좋게 현관을 거쳐서 부엌 쪽으로 가는 여러 사람들의 형상을 볼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어머니와 집사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살금살금, 암살자처럼 계단을 내려와 아래층에 도착하는 순간,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으앗!?”


예상치 못한 접근에 화들짝 놀라며 어깨의 손을 뿌리치자, 손을 뿌리침 당한 검은 양복을 입은 푸른 눈의 사내가 당황하여 급히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드린 점, 용서해주십시오.”


사내는 마치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90도로 허리를 숙여 내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반대로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갑자기 누가 건드려서 놀랬을 뿐입니다, 괜찮아요.”


“무슨 소란이죠?”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부엌 쪽으로 갔던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엌에서 온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도감에 놓여 경직된 자세를 풀 수 있었다.


“오셨어요.”


“그래 상위야, 아직 안자고 있었니?”


어머니는 몹시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크게 하품을 하셨다. 뒤에 있던 집사 할아버지도 비명을 듣고 놀랐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옆에 서있는 처음보는 중년 남자는 이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런데, 이 두 분은 누구시죠?”


어머니와 집사 옆에 있는 중년의 남자와 내 뒤에 서있는 젊은 청년을 앞뒤로 번갈아보며 묻자, 집사 할아버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 젊은 분은 8년 전부터 도련님이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지 도련님 직속 사용인이었던 집사입니다, 제 옆에 있는 이 분은 저택 요리사고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두 가지의 기억을 전부 뒤져봤지만, 크게 기억나는 부분이 없었다.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자 모르겠다는 의미로 도리질을 하며 말했다.


“원래 저택에서 같이 생활했었나요?”


“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기억을 완전히 회복하시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오늘 사모님께서 일을 마치고 다시 저택으로 데려왔습니다.”


집사 할아버지가 처음 보는 두 사용인에게 손짓을 보내자, 두 사람이 내 앞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윽고 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왼쪽에 있는 청년이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련님. 라잔이라고 합니다. 다시 도련님을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여지껏 본 이세계인들과 다르게 푸른 눈에 연한 금발을 가진 사내는 인간이라는 같은 종이긴 하지만 이목구비의 생김새는 달랐다. 마치 와이즈 대륙 서부인과 동부인의 생김새 차이랄까, 추측하건데 이자는 이세계에 속한 타국에서 온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반갑습니다, 도련님. 전속 요리사 곽대웅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어서 정말 좋네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자는 현재 이세계에서 내가 살고있는 국가에 속한 자였다. 외관은 날렵한 체형의 청년과 다르게 육중한 편에 속했지만, 검은 머리의 갈색 눈동자는 내가 잘 알고있는 표준의 이세계인이었다.


자기 소개를 마친 요리사의 눈가에 어느새 촉촉하게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를 향한 그리움과 기쁨이 담긴 눈동자는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그와 몸의 주인의 사이가 꽤 깊은 정을 나눈 자라는 것을 알게 만들었다.


요리사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고, 집사 할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소개가 끝나고 또 피로가 몰려왔는지, 어머니는 하품을 크게 하고 나서 말했다.


“자, 오늘은 늦었으니 두 분의 환영식은 내일 하도록 하고, 라잔 씨는 전에 쓰던 2층 방을 그대로 쓰시면 되고, 대웅 씨는 집사장 님이 안내해주시겠어요?”


“예, 사모님. 목욕 준비와 침실 정리는 오자마자 해놨으니 편히 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집사장 할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과 내게 잘 자라는 인사를 끝으로 1층 복도 끝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집사 할아버지는 요리사와 함께 수많은 1층의 방들 중 하나로 들어갔고, 현관에는 나와 새로운 라잔이라는 집사만 남았다.


‘젠장, 배고픈데 뭘 달라고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네, 오늘은 그냥 참고 자야겠군.’


배고픔을 참고 돌아서자, 라잔은 내가 움직이는 것을 기다렸는지 아까부터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황제였던 옛날이라면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 이상하게 부담으로 와 닿자,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굳이 저 때문에 불편하게 서계실 필요 없어요, 따로 부를 일도 없을 테니까 그냥 편하게 지내세요.”


그러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결의에 찬 눈동자를 빛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도련님의 전속 집사, 도련님이 언제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셨나요?


일주일도 곧 끝이 나네요. 모두 주말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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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4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4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28 1 3쪽
39 37화(2) 18.06.12 147 1 4쪽
38 37화(1) 18.06.08 126 3 4쪽
37 36화(2) 18.05.31 137 4 4쪽
36 36화(1) 18.05.25 142 4 4쪽
35 35화 18.05.21 152 3 7쪽
34 34화 18.05.18 186 4 7쪽
33 33화 18.05.17 180 5 7쪽
32 32화 18.05.17 179 3 7쪽
31 31화 18.05.17 168 4 7쪽
30 30화 18.05.16 184 4 7쪽
29 29화 18.05.15 202 3 7쪽
28 28화 18.05.14 195 3 7쪽
27 27화 18.05.12 197 3 7쪽
26 26화 18.05.11 191 3 7쪽
25 25화 18.05.10 202 4 7쪽
» 24화 18.05.09 226 5 7쪽
23 23화 18.05.08 216 4 7쪽
22 22화 18.05.07 215 5 7쪽
21 21화 18.05.04 242 5 7쪽
20 20화 18.05.03 250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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