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55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11 12:09
조회
192
추천
3
글자
7쪽

26화

DUMMY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어차피 주말이니까 느긋하게 시간을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욕실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말리며 다음 달 분량은 어떻게 채울지 생각을 거듭하며 멍하게 침대에 앉아 있다가 아침 준비가 끝났다고 데리러 온 집사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자, 부엌 쪽에서 무언가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고기의 냄새가 풍겨왔다. 슬쩍 얼굴을 비추자, 때마침 식탁에 기타 재료로 장식을 마친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던 요리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 도련님! 복귀 기념으로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스테이크를 만들어봤습니다, 맛있게 드셔주십쇼!”


“허허, 아침부터 요란하다 싶었더니, 그런 걸 준비했습니까?”


집사장이 노력이 가상하다는 얼굴을 하며 웃자, 식탁에 앉아있던 어머니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곽 셰프 요리를 먹게 되니 기대가 되네요.”


“하하핫!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사모님, 자! 도련님도 얼른 앉으시죠.”


다섯이나 되는 사람이 모인 식탁은 셋이서 먹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우선 전속 요리사라는 직위에 걸맞게 요리의 개수와 외관부터 시작해서 플레이팅까지, 집사장도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솜씨는 확실히 달랐다.


요리도 요리지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것은 분위기였다. 평소에는 조용하게 간단한 대화만 오가는 단조로운 대화만 나눴었다면, 지금은 호탕한 성격의 요리사가 식탁에 앉아서 입을 여는 것만으로 모두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웃음도 터트릴 정도로 활기찬 소통의 공간으로 변했다.


요리사는 성격과 어울리는 겉모습에, 덩치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근육에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산적같이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을 자랑거리로 삼아 여러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요리사는 익살꾼에 가까운 재능을 가진 즐거운 남자였다.


반면, 라잔은 하얀 피부에 모델 급 비율을 갖춰 귀공자처럼 생긴 외모와 어울리는 잔잔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따금 미소만 지을 뿐, 결코 큰소리로 웃는 법이 없었다.


어느새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전부 먹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자, 요리사가 어떠냐는 눈빛을 보내며 대답을 기다렸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셰프님.”


“도련님 입맛을 생각해서 만든 건데, 맛은 괜찮았습니까?”


“음······, 먹어봤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익숙한 맛이긴 하네요.”


대답을 들은 요리사는 아쉬워하는 표정이 남아있었지만 이내 그 정도면 되었다는 얼굴로 접시를 정리해 싱크대에 넣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어머니는 아직 일을 끝내지 못했는지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셨다. 집사장과 라잔, 요리사는 각자 할 일을 찾아 저택 곳곳으로 흩어졌고, 방으로 올라가서 라잔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렸다.


10분 쯤 지났을까, 누군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고 내다보자, 양손에 세탁을 마친 옷들을 든 라잔이 내 방으로 오고 있었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는 그에게 말했다.


“주세요, 몇 개 들어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당연하지만 그는 도움을 극구 사양하며 꿋꿋하게 방으로 들어와 가지런히 정돈한 옷들을 옷장에 열을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마지막 한 벌을 옷장에 넣고 돌아서서 방을 나가려고 할 때, 그를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발걸음을 멈춘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서서 대답했다.


“네, 도련님. 말씀하십시오.”


강인함이 엿보이는 얼굴에서는 그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느껴졌다. 예상대로 그도 집사장처럼 단순한 주종관계를 벗어나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를 쳐다볼 수록 가슴은 답답하고, 서서히 조여 오는 두통에 눈을 찌푸렸지만 할 말이 있었기에 입을 열었다.


“물어 볼 것이 있어서 불렀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실래요?”


“물론입니다,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호흡을 몇 번 가다듬으며 답답함을 뿌리치려고 애를 썼다. 길게 숨을 들이 쉬고 내쉰 후에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순간적이지만 송곳으로 머리를 쑤시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으윽!”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무언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기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격통이었다. 당황한 모습으로 자세를 낮춰 나를 살피는 그에게 손을 뻗어서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일단 앉으세요.”


손으로 책상 아래에 꽂혀있는 의자를 가리키자,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의자를 가져와 내 앞에 앉았다. 본격적인 두통이 시작되자, 몸이 지쳐서 쓰러지기 전에 빠르게 입을 열었다.


“8년 전부터 저를 돌보셨다고 했었는데, 그 시절의 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말해주세요.”


질문을 받은 그는 잠시 난처한 얼굴로 시선을 내리 깔았다.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회피 반응을 보이자,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재차 물었다.


“라잔 씨, 대답해주세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격상 내게 거짓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은 파악이 끝났기에, 지금 그가 보이는 태도는 충분히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뜨며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을 끝마쳤는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께서는 절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도련님께 말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도련님의 전속 집사. 제 주인이신 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의 심란한 얼굴은 마치 차라리 기억을 잃은 지금이 더 좋은 상태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보이는 눈빛이었다. 대체 몸의 주인은 8년 전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고 있는 사용인마저 꺼려하는 걸까.


가중되는 두통 속에서 의구심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살아난 기억들 중 과거에 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절친이라 부르는 옛 친구에 관한 기억 하나 정도, 그마저도 확실하게 남아있진 않았지만······.


어차피 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어떤 기억을 상기하게 되던 혼은 황제이니 상관없을 터, 오히려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정신을 잃기 전에 들어야 한다.


“말해주세요, 어떤 일이 있었나요?”


“후우······.”


대답을 들은 라잔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8년 전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당시 도련님께서는 고등학교 3학년, 이 나라에서는 고삼이라고 불리는 수험생이셨습니다.”


작가의말

일주일이 끝나가네요...공모전도 끝나가고..ㅎㅎ


내일이 주말인 만큼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를 걷는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내일부터 다시 연재 시작합니다. 18.05.24 83 0 -
공지 오늘(4.20)은 휴재입니다. 18.04.20 166 0 -
공지 악플, 선플 상관없이 주관적인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8.04.19 167 0 -
공지 최소 1화, 최대 하루 3화씩, 노력 해보겠습니다! 18.04.09 173 0 -
공지 글은 점심시간인 12시 또는 오후 7시에 올라옵니다! 18.04.09 253 0 -
44 40화 - 에필로그 18.07.09 122 1 2쪽
43 39화 - 마지막 화 18.07.09 134 1 5쪽
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6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5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30 1 3쪽
39 37화(2) 18.06.12 149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9 4 4쪽
36 36화(1) 18.05.25 144 4 4쪽
35 35화 18.05.21 155 3 7쪽
34 34화 18.05.18 187 4 7쪽
33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31 31화 18.05.17 170 4 7쪽
30 30화 18.05.16 185 4 7쪽
29 29화 18.05.15 205 3 7쪽
28 28화 18.05.14 197 3 7쪽
27 27화 18.05.12 199 3 7쪽
» 26화 18.05.11 193 3 7쪽
25 25화 18.05.10 204 4 7쪽
24 24화 18.05.09 227 5 7쪽
23 23화 18.05.08 218 4 7쪽
22 22화 18.05.07 217 5 7쪽
21 21화 18.05.04 244 5 7쪽
20 20화 18.05.03 252 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