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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51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04 19:33
조회
243
추천
5
글자
7쪽

21화

DUMMY

이세계에서 E스포츠라 불리며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들 중, 내가 선택한 것은 중세 시대, 마법없이 검과 창, 활, 공성병기를 사용해 적들을 쳐부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라 불리는 ‘미디블크레프트’였다.


제국에 있을 때는 그저 그렇게 보였던 갑옷이 이세계에서는 왜 이리 멋있어 보이는지, 아마도 얇은데다가 아무런 방어능력이 없는 평상복만 걸치고 다니는 이세계인들만 봐서 보는 눈이 바뀐 모양이다.


『본진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젠장, 더럽게 잘하는군!”


확실히 재미는 있다만, 승률은 좋지 않았다. 아니 기사가 창병 두 명도 못이기는 꼴이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준을 잡고 이따위 상성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가네 진짜, 게임 제작자들을 전부다 잡아다가 제국 관광이라도 시켜주고 싶은 지경이다.


『Pastway44 : ㅋㅋㅋ왜 기사만 뽑음?』


······이 새끼, 한 시대를 지키는 기사들의 혼을 능멸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왼손을 수많은 자음, 모음이 적힌 사각형의 버튼 위를 날며 형상이 겹칠 정도의 빠르기로 연타했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틀어잡고, 모든 기교를 동원해 모니터를 통해 진영을 오가며 최후의 군대를 모았다.


본진의 절반 정도가 날아가는 타격을 입었을 때, 비밀리에 숨겨둔 구석진 임시 주둔지에서 양성한 기사들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지면을 누를 때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포효했다.


『명예를 위해 싸우리라!』


비록 온라인 게임은 초보지만 생사를 건 전장을 누비며 몸에 익힌 병법과 용병술, 전술 지휘관으로서는 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절대적 강자, 신성 바라스 제국의 황제인 이 몸이 전쟁이 무엇인지 직접 알려주지!


“황제의 전술을 똑똑히 봐라!”


격양된 손놀림을 타고 진격하는 게임 속의 기사들에게 비친 모습은 흡사 과거 좌우에서 함께 벌판을 달리던 기병대들과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감동은 잠깐이었지만.


『Pastway44 : ㅋㅋㅋ실화?』

압도적 패배, 차가운 지면에 널브러진 기사들은 불타는 건물들과 함께 ‘패배’라는 문구에 가려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당연히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현실과 게임은 다르니까.


“······는 개뿔이나.”


재미는 있지만 어렵다. 10번 정도 하면 한두 번 이기던가, 그 외에도 한 캐릭터만 키우는 RPG라는 장르의 게임도 했었는데, 진행이 될수록 단순히 반복되는 지루한 노가다에 결국 접어버렸다.


게임은 대부분 현세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담고 있었다. 과거를 배경으로 삼은 전쟁 게임이라던 지, 요정과 마법, 불을 뿜는 용들이 나오는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 등, 이들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상상을 해나갔다.


그렇기에 마법이 없음에도 이같이 발전했겠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곳은 실로 놀라운 세계라는 것이었다.


"하아, 젠장, 지니까 할 맛이 안나네."


컴퓨터의 전원을 꺼버리고 의자에 몸을 맡긴 상태로 잠시 멍하게 천장을 바라봤다. 실로 평화로운 세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이곳에 왔더라면, 절대 후회가 없을 만큼 평안한 저택의 삶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물론 이세계도 빈부격차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슬슬, 다음 달 분량도 써야 하는데······."


지금이야 괜찮았지만, 이틀이 지나면 한달 안에 책 한권 분량을 다시 써야한다. 독자들이야 두어 시간만 투자하면 한달 동안 고생해서 쓴 책을 전부 읽어버리지만, 작가는 그거 하나를 쓰기 위해서 한달 동안 머리를 쥐어 뜯는 고통을 느낀다는 걸 알고 있을까······.


이렇게 엄살 떨어봐야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후 이야기를 생각해서 써두지 않으면 안 되겠지.


책상에 놓인 시계를 들여다보니 게임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시계바늘이 11시를 향해 가까워져있었다. 아무래도 몸 상태도 좋지 않고,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뭔가 자기 합리화하는 기분이긴 한데······, 에라, 모르겠다."


방의 전등을 끄고 침대에 누우니 아늑한 이불이 전신을 감싸 푸근한 잠자리를 만들었다. 이제는 영혼도 몸도 완전히 이세계에 녹아들어 버린 것 같다. 솔직히 이제와서 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루한 일상을 감당할 생각을 하면······.


'하아, 차라리 여기 있는게 낫지.'


내전으로 뒤집힌 제국이 걱정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완전히 아니라고는 대답할 수 없지만, 권능을 사용하는 길리안이 전장에 나갔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승리를 뜻하는 것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느긋하게 이세계 라이프를 즐기다가 적절한 때에 길리안의 도움을 받아서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 뿐, 그래,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 당장은 몸의 주인이 하던 일을 즐기도록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잠에 드는 것도 어느샌가 완전히 평범한 일이 되었······네.'


평화 속에서 취하는 잠은 바다로 뛰어들어 수면에 몸을 맡겨, 깊은 심해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평안한 느낌 속에서 찾아오는 위화감, 그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유일한 불쾌한 느낌이었다.


잠에서 깬 목요일은 늘 같은 하루를 보내고, 하룻밤을 더 지나서 도착한 원고 제출 마감일인 금요일이 찾아왔다.


"작가님! 일어났어요!?"


이른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로부터 꽤 오랜만에 듣는 시끄러운 목소리, 뭐, 오래라고 해봤자 이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스마트폰 너머에서 요란을 떠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일어났으니까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 아직 잠에서 덜 깼거든요."


"아, 죄송해요······라고 할 줄 알았어요? 빨리 안 일어나요!!!"


그야말로 악마와 같은 고성, 억지로 뜬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 있었다. 커튼은 이미 걷어져있었고, 방안의 정리도 끝마쳐져 있었다. 웬일로 집사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지, 라고 눈을 꿈뻑거리고 있을 때, 또 한 번 굉음이 들렸다.


"작가님! 대답 안 해요!?"


"으윽! 듣고 있어요, 듣고 있어."


이거 참, 업무적인 면으로 본다면 너무 까탈스러워서 만날 때 가끔씩 보이는 귀여운 면도 다 까먹게 만든다.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평소처럼 귀에서 스마트폰을 떼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그녀 덕분에 완전히 잠에서 깨버린지라,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리며 말했다.


"파일로 보낸 원고는 잘 받으셨죠?"


작가의말

한주간 많이 많이 피곤하셨죠?


드디어 주말입니다! 모두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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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5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5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30 1 3쪽
39 37화(2) 18.06.12 149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8 4 4쪽
36 36화(1) 18.05.25 144 4 4쪽
35 35화 18.05.21 155 3 7쪽
34 34화 18.05.18 187 4 7쪽
33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31 31화 18.05.17 169 4 7쪽
30 30화 18.05.16 185 4 7쪽
29 29화 18.05.15 205 3 7쪽
28 28화 18.05.14 197 3 7쪽
27 27화 18.05.12 199 3 7쪽
26 26화 18.05.11 192 3 7쪽
25 25화 18.05.10 204 4 7쪽
24 24화 18.05.09 227 5 7쪽
23 23화 18.05.08 218 4 7쪽
22 22화 18.05.07 217 5 7쪽
» 21화 18.05.04 244 5 7쪽
20 20화 18.05.03 252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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