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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44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7.02 19:12
조회
129
추천
1
글자
3쪽

38화 - 마지막 이야기(1)

DUMMY

모든 것이 차분해졌다.


용암처럼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던 가슴은 차갑게 식어 냉정하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을 끝마치고 나서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에는 여전히 길리안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동요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나지막하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아직도 나를 황제로 섬기고 있는가?”


그는 편안해보이지만 씁쓸함이 담긴 표정을 보이더니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겉으로는 그리하오나, 안으로는 그렇지 아니하옵나이다.”


애써 담담한 척 해보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담겨있었다. 처음에는 놀라웠지만, 잠시 후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이세계에서 눈을 뜬 후로 처음 들어보는 그의 절망적인 목소리는 가슴 한편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긴 세월을 함께한 만큼, 내게 처음 보이는 낯선 얼굴이 두 눈에 각인이 된 것처럼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런가······.”


“폐하께서 이곳에 남으시는 길을 선택하신다면, 신 또한 폐하의 뜻을 받들어 더 이상 결례를 범하지 않겠나이다.”


이별은 한쪽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그도 내게 이별을 고했다.


“그런가.”


짤막한 대답, 앞에는 천천히 상체를 숙이고 바닥에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춘 기사가 보였다.


“거짓된 세계에서, 거짓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끔찍할지는 저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허나, 진실을 보고 돌아온다면, 언제든지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며 서글프게 말했다.


“부디,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마시옵소서. 나의 형제이자, 나의 주군이신 바라스 제국의 황제XXX시여.”


한 순간 어색하게 일부분이 잘린 음성이 끊겨 들렸다. 입은 움직이고 있었으나 소리없이 무언가 말하려는 도중에 바람에 흩어지듯 길리안의 형체가 연기처럼 휘날려 사라졌다.



“······끝났나.”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서재를 빠져나왔다.


이상하게도 그에게 소리칠 때 느껴지던 홀가분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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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5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5 2 4쪽
»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30 1 3쪽
39 37화(2) 18.06.12 148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8 4 4쪽
36 36화(1) 18.05.25 143 4 4쪽
35 35화 18.05.21 155 3 7쪽
34 34화 18.05.18 187 4 7쪽
33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31 31화 18.05.17 169 4 7쪽
30 30화 18.05.16 185 4 7쪽
29 29화 18.05.15 205 3 7쪽
28 28화 18.05.14 197 3 7쪽
27 27화 18.05.12 199 3 7쪽
26 26화 18.05.11 192 3 7쪽
25 25화 18.05.10 203 4 7쪽
24 24화 18.05.09 227 5 7쪽
23 23화 18.05.08 218 4 7쪽
22 22화 18.05.07 216 5 7쪽
21 21화 18.05.04 243 5 7쪽
20 20화 18.05.03 251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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